- BRAIN - 두뇌의 해부학

두뇌 기능이 저하되면서 리 슈몰다스는 그림을 그리고 뜨개질하고 글을 쓰고 심지어 신체 기능을 통제하는 능력까지 상실했다. 하지만 정신만은 멀쩡했다. 눈을 감기 전 한 가지 마지막 결정을 내렸다. 과학연구에 자신의 뇌를 기증하기로 했다.
다계통위축증(multiple system atrophy)에는 치료약이 없다.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병이다. 학술지 ‘브레인’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10만 명 당 4명 꼴로 발생하는 극히 희귀한 질병이다. 뚜렷한 원인도 없다. 남편 존은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리를 안심시켰다. 그녀의 뇌가 이 같은 수수께끼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어떤 다른 사람이 겪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 옳은 결정인 거야.” 남편이 그녀에게 말했다.
3월 중순이 되자 65세의 리는 알약을 으깨 섞은 요구르트를 더는 삼키지 못했다. 숨 쉬기도 힘들어 했다. 그녀가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남편 존이 두 아이를 불렀다. 엄마가 얼마 남지 않았어, 남편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자정 직후 존이 잠에서 깨어나 그녀를 옆으로 돌려 눕히려 했다. 그녀의 몸에 손이 닿는 순간 상황을 직감했다. 몇 시간도 안 돼 리의 사체를 운반하는 요원들이 도착했다. UCLA 메디컬 센터 신경병리학 연구소 부검실의 사체 수습 담당자들이었다.
“자폐증 같은 신경발달 이상, 디조지 증후군 같은 희귀 중추신경계 이상, 또는 대조군 뇌 조직을 연구할 만한 특히 젊은 사람들의 뇌가 극히 부족하다.” 미국정신보건연구소의 토마스 R 인셀 소장이 말했다. 연구소는 최근 뇌조직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인간 신경바이오은행(Human NeuroBioBank)을 출범시켰다.
지난 40년 사이 미국 내 사체 부검률이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 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5% 안팎이다. 과거에는 병원들이 20%의 부검 할당을 채워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사체를 부검하지 않는다. 조사 대상이거나 환자가 명시적으로 요청한 경우에만 실시된다.
자기공명영상(MRI)과 CT 스캔만으로도 의사들이 몸과 두뇌에 관해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많은 환자가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의 유체를 절개하도록 하는 불쾌한 생각을 품을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아울러 신경영상 스캔과 ‘가상 부검’의 인기 상승으로 과학자들이 부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환자와 가족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선 CT와 MRI 스캔이 돌연사의 일반적인 원인을 놓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일반 부검에선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요인들이다.
실제 두뇌 조직을 이용하면 더 깊은 조사가 가능하다. 유전자 발현과 질환에 관련된 두뇌 하위영역까지 살펴볼 수 있다. 미국정신보건연구소의 프로젝트 담당관 미셸 프룬드가 말했다. 두뇌 조직이 그처럼 “대단히 귀중한 한정적 자원”인 이유다.
인셀에 따르면 두뇌은행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2013년 출범한 획기적인 국가적 프로젝트다. 두뇌회로와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는지 이해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과학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 이 프로젝트는 주로 뇌공학에 초점을 맞추지만 또한 인체조직 연구도 수반한다고 인셀은 말한다. 사체조직으로만 연구가 가능한 세포분류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오바마 대통령은 브레인 이니셔티브에 대한 연방 지원의 증액을 제안했다. 1억 달러에서 2억 달러로 2배 늘리는 방안이다. 오바마가 말하는 이른바 “인간의 양쪽 귀 사이에 놓여 있는 3파운드(1.36㎏) 짜리 물질” 이면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한 연방정부 프로젝트다.
부검 과학자들에게 중요한 시기에 마침맞게 나온 정책이다. 미국은 법병리학자(부검 전문가)의 심각한 부족에 직면했다. ‘법의학적 사망검사 과학실무그룹’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필요 인원은 1000명이지만 고용인원은 그 절반이다. 보수가 적고 심리적인 부담이 따르는 직업이다.
과학연구에 자기 뇌를 기부하는 데도 여전히 편견이 따른다. “죽음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고 프룬드가 말했다. “예기치 못한 죽음일 때 특히 더하다.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사체를 다른 사람들이 열어보기를 원치 않는다.” 망자가 뇌를 기부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더라도 뇌은행은 가족이 반대하면 물러서게 된다. “다툴 만한 일이 아니다”고 그녀가 말했다.

작은 체구의 신경병리학 연구원 드니스 응이 메스를 쥐었다. 응은 UCLA에서 해리 빈터스 밑에서 펠로십(특별연구원)을 시작했다. 빈터스는 세계의 선도적인 두뇌 과학자 중 한 명이다. 2012년 옛 소련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초빙됐던 전문가 2명 중 한 사람이다. 32세의 응은 퇴행성 두뇌질환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심정이 어떤지 이해한다.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 환자였다.
리의 얼굴에서 타올을 걷어내자 청색 아이라이너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두 눈이 드러난다. 응은 리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갈랐다. 굵은 흰색 끈을 꺼내 머리카락을 반묶음으로 정돈했다. ”장례식 때 관 뚜껑을 열어놓고 싶어할 경우에 대비한 작업이다.” 응이 수술 마스크를 쓴 채 말했다. “절개부위를 모두 감추려 한다.”
오른쪽 귀 뒤에서부터 시작해 가른 머리카락 경계선을 따라 절개했다. 두개골의 피부와 결합조직을 벗겨냈다. 톱으로 이마에서 양쪽 귀까지 뼈를 절단했다. 두개골을 당기자 경질막(dura mater)이 드러났다. 천 같은, 동맥이 레이스처럼 달린 보호막이다. 라틴어로 ‘강한 엄마’를 뜻한다. 이어 얇은 연질막(pia mater). ‘부드러운 엄마’다.
이어 리의 뇌가 모습을 드러낸다. 860억 개의 뉴런, 1230g의 조직.지난 몇 년 사이 리의 상태가 악화될 동안 존은 계속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 잇따라 신경 스캔 검사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콕 꼬집어 정확한 원인을 알려주는 정보는 얻지 못했다. 이젠 리의 두뇌를 과학자들이 실제로 직접 다룰 수 있게 됐다. 왜 그와 같은 뇌의 이상이 생겼는지 완전히 규명할 수 있기를 그들은 기대한다.
응은 여기저기를 바늘로 찌르며 뇌의 완충막 역할을 하는 뇌척수액을 찾았다. 그 용액을 추출해 내게 되면 UCLA의 저장소에 보내져 과학자들이 실험용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바늘을 다시 한번 찔렀다. “바늘이 들어가면 거기에 척수액이 있다는 신호”라고 그녀가 말했다.
또 한 번 찔렀지만 이번에도 실패. 그녀는 오들리 브로디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부검 기술자인 브로디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의 사진들이 벽에 걸린 사무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부검 호출을 기다린다. 69세인 그는 UCLA에서 사체 부검 기술자로 27년 동안 일해 왔다. 인체 해부의 달인 경지에 올랐다. “그렇게 오래 다뤘지만 여전히 흥미롭다”고 그가 말했다. “인체를 열어 보면 그 안에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해주는 오픈북이다.” 브로디가 바늘을 들었다. 단 한 번에 20㎖ 주사기를 채웠다.
응은 리의 뇌를 들여다보며 작은 조각들을 잘라냈다. 어떤 화학물질도 섞지 않고 치매 연구용으로 냉동할 예정이다. “해마 부위들을 떼어내고 있다”고 그녀가 말했다.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이상에 중요한 부위다. 그뒤 좌우 측두 부위에서 일부를 잘라냈다. 이어 파킨스병과 관련됐다고 알려진 중뇌 부위.
그녀는 청색 수술장갑을 낀 손으로 뇌를 들어내 무게를 쟀다. 지금껏 뚜렷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머지 뇌 부위는 포르말린과 파라포름알데히드 속에 담겨 해부를 기다린다. 한편 사화장사(embalmer)가 그녀의 시체를 정성껏 복원한다.
숨을 거두기 전 리는 부검을 하면 장례식 때 관 뚜껑을 열어놓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병리학자들 말마따나 그것은 그릇된 인식이다. 그런 오해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과학연구에 사체 기부를 꺼린다. 응이 리의 뇌를 들어낸 5일 뒤 가족 대면 시간을 가졌다. 2년 전 직접 고른 흰색 드레스를 입은 아내의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존은 말했다. 그녀는 클레오파트라 스타일의 목걸이와 다이아몬드 원통형 반지를 착용했다. 관 옆에는 그녀의 루이 뷔통 핸드백, 털 코트, 반짝이는 구두가 나란히 놓였다.
한 달 뒤 응은 독성 화학물질 속에서 리의 뇌를 꺼냈다. 뇌는 두부 같은 조직으로 굳어진 상태였다. 그것을 꼼꼼히 씻어냈다. 높은 계단석으로 둘러쳐진 부검실 옆방으로 이동했다. 응은 관상면(전후절단면)을 가로질러 리의 뇌를 절반으로 갈랐다. 계속 썰어나가며 여러 조각으로 분리해 접시에 담았다. 의사와 의과생들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 매주 화요일은 학생들이 관람하는 해부의 날이다.
2008년 리의 두뇌를 촬영한 방사선 이미지가 응 뒤의 스크린에 펼쳐졌다. 뇌간의 일부인 뇌교(라틴어로 ‘다리’)가 나타났다. 두 반구와 척수를 연결하는 소통 중추 역할을 한다. 뇌교를 둘러싼 섬유조직들이 소뇌로 메시지를 보내 근육 움직임을 계획하도록 돕는다. 다계통위축증 환자에게선 흔히 뇌교가 줄어든 듯이 보인다. 술에 취해 잘 걷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도 영향을 받는다고 응이 설명했다. 스크린의 영상이 바뀌었다. 2년 뒤인 2010년의 디지털 이미지에선 리의 뇌교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응은 뇌교를 손에 들고 퇴화되거나 소멸한 섬유조직들에 주목했다. 그녀가 살펴보는 청반(locus coeruleus)은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 같은 감각정보의 처리에 일익을 담당하는 뇌교 부위다. 넋을 놓고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그것이 창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의 두뇌가 과학계에 어떤 기여를 할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그녀의 것과 같은 두뇌가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응은 말한다. 그녀의 나머지 두뇌 부위를 UCLA 은행에 저장하는 이유다. 은행에는 해마다 40~50개가량의 치매 두뇌가 들어온다. 모두 리서치에 활용되어 언젠가는 다계통위축증의 근원이나 치료법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때로는 발견이 훨씬 더 빨리 이뤄지기도 한다.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에 솔크 연구소와 버지니아대 연구팀이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뇌세포에서 추출한 DNA를 조사했더니 많은 뉴런에 돌연변이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발견 전까지 같은 두뇌 속의 세포는 모두 같은 DNA를 공유한다고 과학자들이 믿었다.
그 발견으로 두뇌연구 분야가 활짝 열렸다. 이 같은 돌연변이가 성격 차이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을까? 이것이 누구는 정신적 재능을 타고난 반면 누구는 정신병에 시달리는 이유일 수 있을까? 그 연구는 “실제 뇌 연구를 대체할 방법이 없음을 상기시켜 준다”고 인셀이 말했다.
초반의 뇌를 조각 내는 과정만 견학하러 왔던 의과생들이 떠나고 응은 리의 뇌에 다시 집중했다. 그녀는 극히 얇은 뇌교 부위들을 가늘고 길게 잘라냈다. 밀랍 속에 넣어뒀다가 나중에 현미경으로 더 자세히 조사할 생각이다. 그녀는 정확하고 흔들림 없는 손동작으로 작업을 한다. 그녀 뒤 위쪽에 걸린 화려한 벽화에는 ‘Hic locus est ubi mors gaudet succurrere vitae’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여기는 죽음이 삶을 돕는 데서 기쁨을 얻는 곳”이라는 의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생닭 버무린 손으로 키보드를?... 조회수 1715만 터진 뇌절 요리사 [김지혜의 ★튜브]](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25/isp20260525000055.400.0.png)
![[단독] ‘제2의 곽튜브’ 꿈꾸는 이자반 “전 여자친구와 이별로 유튜브 시작… 반지하서 성공 일기 쓸 것” [IS인터뷰]](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11/isp20260511000046.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파우 동연, 오늘(13일) 부친상… 활동 일시 중단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데일리
‘성동일 딸’ 성빈 근황 공개...“현대무용 전공, 몸무게 47kg”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스페이스X 19%↑ 데뷔·유가 85달러 붕괴…전쟁 공포 걷힌 월가[월스트리트in]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국내 첫 AC 상장사 탄생할까”…씨엔티테크, 예비심사 청구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실패한 줄 알았던 치료제의 반전'…고바이오랩, 건선 핵심 스위치 찾았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