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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AEOLOGY | 아메리카 원주민은 어디서 왔을까?

ARCHAEOLOGY | 아메리카 원주민은 어디서 왔을까?

최근 멕시코 해저동굴에서 발견된 유골의 DNA 분석 결과는 베링 육교 이동설을 뒷받침한다
잠수부들이 호요 네그로에서 발견된 두개골을 수중에서 옮기고 있다(2013년 6월).



최근 과학자들은 가장 오래됐고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아메리카 원주민의 두개골 중 하나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아메리카 원주민은 전부 수천 년 전 베링 육교(대륙 사이를 연결하는 육지)를 건너 북아메리카에 도착한 시베리아 이주민의 후손이라는 추가적인 증거가 나타났다(마지막 빙하기에 해수면이 낮고 빙하가 잘 발달 되었을 때 지금의 베링 해협은 걸어서 지날 수 있었다).

최소 1만2000년 전에 살았던 10대 소녀의 유골이 발견된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해저 동굴을 잠수부들이 조명으로 비추고 있다(2013년 10월 25일 촬영).
멕시코의 수중 동굴에서 발견된 10대 소녀의 두개골은 연대가 최소한 1만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분석 결과 아시아계로 밝혀졌다.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현대 후손 중 다수도 그렇다. 결정적인 증거는 미토콘드리아 DNA였다.

5월 15일 과학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인 데보라 볼니크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약 11%는 이런 유전적 계통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 소녀가 살았던 시대는 아시아에서 출발해 과거 육교였던 베링 해협을 건너간 고대인들의 이동 모델에 잘 들어맞는다. 현재 학계에서 가장 유력한 그 모델은 ‘클로비스인’으로 알려진 고대인들이 약 1만3000년 전 아메리카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클로비스인이 베링 해협을 건넜다는 이론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는 고대 유럽인이나 동남아시아인이 그보다 수천 년 전 남아메리카로 배를 타고 건너 갔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네이처지에 게재된 논문은 그런 논쟁을 끝낸 듯했다. 과학자들은 1968년 미국 몬태나주에서 건설공사장 근로자들이 발견한 1만2500년 된 유아의 손상된 유골에서 유전체를 해독했다. 유골이 발견된 땅의 주인 이름을 따 ‘안지크 보이’로 이름 지어진 그 아이의 유전자는 유라시아계가 3분의 1, 동아시아계가 3분의 2였다. 현대 아메리카 원주민과 유사하다. 더구나 그 유골은 클로비스인에 속한 게 분명한 유물들 사이에서 발견됐다.

‘안지크 보이’는 클로비스인, 현대 아메리카 원주민, 시베리아 이주민이 모두 연관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 연구를 주도한 고고학자 마이클 R 워터스 텍사스 A&M대 교수는 뉴스위크에 “안지크 보이의 발견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었다. ‘안지크 보이’의 얼굴이 없다는 것이 그중 하나였다.

그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가장 오래된 해골의 일부(마지막 빙하기에 신대륙으로 건너온 고대 신대륙인)가 현대 아메리카 원주민과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해골은 호주나 아프리카 원주민과 더 유사했다. ‘안지크 보이’에 얼굴 뼈가 없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그것을 고대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시아계 사이의 연결고리라는 것을 입증할 수 없었다.

한편 학계에서는 그와 다른 이동 모델이 힘을 얻었다. 남아메리카의 여러 곳에서 발견된 기이한 흔적들 때문이었다. 칠레 몬테 베르데에서는 약 3만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화로 세 개 부근에서 인간의 발자국이 발견됐다. 인류가 베링 육교를 건너 현대 알래스카로 이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7000년 전의 인간 흔적이었다.

지난해 11월엔 우루과이에서 인간이 도살한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나무늘보의 뼈가 발견됐다. 그 뼈는 약 3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에는 과학자들이 브라질에서 약 2만2000년 전의 석기 도구로 추정되는 물건을 발견했다.

고대 아메리카 원주민의 얼굴 형태가 아프리카나 호주 원주민과 비슷하다는 사실은 그곳에서 배를 타고 이주한 고대인들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새로운 발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이번 연구 대상인 10대 소녀의 유골은 2007년 호요 네그로(‘검은 구멍’이라는 뜻)로 불리는 해저 30m 동굴을 탐험한 극한 동굴 잠수부들에 의해 발견됐다. 잠수부 중 한 명인 알베르토 나바는 어둠 속에서 눈이 적응되자 유골 더미가 눈에 들어왔으며 거기에는 “거꾸로 놓인 작은 두개골이 있었는데 치아가 완벽하고 검은 안와가 마치 우리를 보고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15~16세로 추정되는 그 소녀는 당시 그곳이 건조한 분지였을 때 발을 헛디뎌 동굴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소녀는 치골이 골절되면서 사망한 듯하다(검치호랑이를 포함해 26마리 동물도 호요 네그로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 소녀의 유골이 잘 보존돼 있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그녀가 신체적 특성으로 볼 때 고대 아메리카 원주민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대 아메리카 원주민보다 두개골이 더 좁고 얼굴 길이는 더 짧다. 유전적 증거가 아시아계라는 사실을 가리키자 과학자들은 현대의 남북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고대 원주민들이 모두 같은 곳에서 이주해왔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었다. 현대 아메리카 원주민과 고대 원주민 사이의 얼굴 형태 차이는 진화로 설명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남아메리카에서 발견된 기이한 유골과 흔적은 잘 설명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들은 ‘로어노크 정착인’들의 고대판일지 모른다. ‘로어노크 정착인’들은 노스캐롤라이나 연안의 첫 영국 식민지인 로어노크 섬에 배로 도착했지만 생존하지 못하고 완전히 사라졌다. 텍사스 A&M대의 워터스 교수는 “그것이 이 이야기의 흥미로운 반전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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