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EPRENEURS | DEVSISTERS CEO LEE, JI-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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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왕국에 가기 위해 오븐에서 탈출한 쿠키들. 용감한 쿠키군, 명랑한 쿠키양을 시작으로 공주맛 쿠키, 근육맛 쿠키, 예언자맛 쿠키 등 35 종류의 쿠키가 제각각 왕국을 향해 질주한다. 쿠키 앞에는 온갖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펫이라는 동반자를 무기로 삼고, 보물을 통해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쿠키는 장애물을 부수고 피하고 뛰어넘는다. 젤리를 먹고 생명을 연장시키는 하트를 얻어가면서 계속 달린다. 그들의 왕국에 닿을 때까지. 지난해 4월 게임개발사 데브시스터즈(Devsisters)가 출시한 카카오 게임 ‘쿠키런’의 스토리다.
게임 스토리처럼 쿠키런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현재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5000만 건을 기록했고, 게임 출시 9개월 만에 6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2년 애니팡이 있었다면, 2013년은 쿠키런의 달리기가 있었던 것. 쿠키런으로 대박을 친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의 성공을 발판으로 올해 안에 상장할 계획이다. 기업 가치가 5000억원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데브시스터즈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언론의 노출을 피해왔던 이지훈(37)·김종흔(42) 공동대표를 만났다. 데브시스터즈를 설립한 이 대표는 “언론에 나오지 않는 이유요? 부끄럽기도 하고, 게임을 잘 만드는 것이 우선이니까요”라고 설명했다. 디자이너 출신인 그는 데브시스터즈에서 게임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김 대표는 회사의 살림을 책임진다.
데브시스터즈는 ‘여성 개발자들(developer sisters)’인가, ‘악동같은 자매(devil sisters)’인가.
이지훈 2007년 회사를 만들 때 글로벌기업으로 키우고 싶은 꿈이 있었다. 해외에서도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개발자끼리 친하게 지내자는 의미를 회사 이름에 넣고 싶었다. 남자보다 자매라는 단어가 좋았고 악동스런 이미지도 넣고 싶었다. 데브(dev)는 개발자이기도 하고 악동이기도 하다. 회사 이름에 시스터즈라는 단어가 있어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낀다.
김종흔 데브시스터즈 직원의 남녀 비율은 55:45 정도다. 회사 이름에 시스터즈가 들어갈 만한 환경이다. (웃음)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나.
김종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모바일과 IT에 관심이 많았다. 2005년 미국에서 벤처투자 평가사로 일할 때 한국 게임사에 투자했다. 2년 후 그 회사를 상장시키면서 게임 개발사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2009년 투자 건 때문에 이 대표를 처음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표가 선보인 콘텐트가 매력적이었다. 2011년 데브시스터즈에 합류했다.
왜 쿠키 캐릭터를 내세웠나.
이지훈 2007년부터 에듀테인먼트 콘텐트를 만들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가 선보인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보고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게임 개발 토론을 하던 중에 미국에서 살았던 한 동료가 ‘쿠키’ 얘기를 꺼냈다. 쿠키가 오븐에서 도망쳐 자기 왕국으로 가는 스토리를 짜게 됐다. 2009년 6월 해외 앱스토어에 ‘오븐브레이크’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출시했다. 지난해 4월 카카오 게임으로 한국에서 출시할 때는 이름을 ‘쿠키런’으로 바꿨다.
오븐브레이크도 꽤 성공한 것으로 안다.
이지훈 오븐브레이크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 20개국 앱스토어에서 무료 게임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게임이다. 2012년 8월까지 2000만 건이 다운로드됐고, 수십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미국에서는 오븐브레이크를 기억하는 20대가 많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게임 내에서 상품을 사고 결제할 수 있는 ‘인앱퍼처스(In App Purchase)’ 시스템이 없었다. 게임 판매액 0.99달러가 수익의 전부였다. 수익성이 떨어져 투자 받았지만 회사는 더욱 어려워졌다.
데브시스터즈의 출발은 좋았다. 2010년 5월 컴투스는 데브시스터즈에 10억원을 투자했고, 2011년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MVP창업투자가 각각 20억원씩 총 4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를 받은 만큼 회사는 성장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직원들도 많이 뽑았는데 수익이 나지않았다”며 “투자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반전은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한 쿠키런 게임을 한국에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4월 쿠키런을 카카오 플랫폼에 출시한지 1주일 만에 일 매출 1억원을 기록했다는데.
이지훈 데브시스터즈에서 내놓은 게임이 쿠키런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 10개가 넘는 게임을 출시했다.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도 2개나 된다. 하지만 끝까지 소비자에게 책임지지 못할 것 같은 게임은 접었다. 쿠키런만 남았다. 성공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작품이다.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성공 요인이 아닌가 싶다.
쿠키런의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이지훈 출시 9개월 만에 6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풀타임으로 1년 동안 일한 직원을 따져보니 20명 정도였다. 1인당 30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데브시스터즈의 연봉이 상당히 높다고 들었다.
김종흔 경력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네이버와 비슷하거나 많다. 직원 복지혜택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이지훈 직원 운동비는 전액 지원한다. 지방에 살던 직원이 회사근처에 거처를 잡으면 월세와 보증금을 지원해준다. 오는 7월에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부근으로 이사 가는데, 지하에 직원용 식당을 만든다. 애플이나 구글에 버금가는 식단으로 하루 3끼를 제공할 계획이다.
데브시스터즈가 마련한 직원 복지 혜택은 상상 이상이다. 리프레시 휴가가 대표적이다. 1년 이상 재직한 직원은 매년 10일 동안 휴가를 쓰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해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지난해 10월에는 6박 8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팔로알토를 방문하는 직원 워크숍을 마련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대만에서 워크숍을 열었고 올 5월에는 직원과 직원 가족이 함께 사이판으로 여행을 갔다. 출퇴근 시간도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하루 8시간 근무가 원칙인데 출근은 오전 8~11시 사이다. 이 대표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 창조적인 회사를 만들고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쿠키런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는.
김종흔 백혈병 수술을 받고 어린이병원에 입원했던 아이때문에 기부를 시작했다. 쿠키런을 좋아했던 그 아이가 ‘복주머니 펫’을 갖고 싶어했다. 하지만 한정판이어서 구입할 수 없게 되자 아이 아버지가 회사에 편지를 보냈다. 아이를 만나러 병원에 갔는데 그렇게 많은 아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줄 몰랐다. 너무 안타까웠다. 이 일을 계기로 캐릭터 문구 판매 사업의 이익금을 어린이병원에 기부하게 됐다.
캐릭터 문구 사업은 어떤가.
이지훈 쿠키런 캐릭터를 이용해 인형, 노트, 필기구 등의 문구를 팔고 있다. 1년에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데, 순이익은 모두 어린이병원에 기부한다. 캐릭터에 ‘100% to Children’이라는 문구가 있다. 아이들을 위해 모두 기부한다는 뜻이다. 아직 액수도 적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외부에 알리는 것이 조금 부끄럽다.
게임업계의 관심사는 데브시스터즈의 상장 시기다. 또 기업 가치를 5000억원 이상으로 평가하던데.
김종흔 올해 안에 상장할 계획이다. 성과에 걸맞게 합리적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쿠키런 업데이트 계획은 없나.
이지훈 6월 안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할 계획이다. 우리가 구상했던 쿠키런 스토리를 유저들도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 중이다. 특별한 스테이지도 맛볼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사용자들이 만족할 것이다.
아직까지 데브시스터즈의 대표 게임은 쿠키런 하나다.
이지훈 NHN엔터테인먼트와 합작으로 만든 게임을 곧 출시한다. 만들고 싶은 게임이 많지만 여력이 안된다. 우리 스타일대로 차분하게 진행하겠다. 미국에는 글로벌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쿠키런을 직접 서비스할 것이다.
데브시스터즈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김종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다. 만드는 사람도 재미있고, 유저도 즐거운 게임을 계속 만들겠다.
이지훈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훌륭한 콘텐트를 내놓고 싶다. 우리의 목표는 무한대다. 데브시스터즈가 얼마나 성장하는지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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