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WORLD CUP 2014 - 월드컵 ‘빅4’의 전쟁
FIFA WORLD CUP 2014 - 월드컵 ‘빅4’의 전쟁
스포츠 베팅업체는 주요 스포츠 경기를 앞두고 배당률을 발표한다. 배당률은 각 국의 전력을 가장 냉정하게 평가하는 척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배당률을 잘못 부여할 경우 베팅업체가 손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영국 스포츠 베팅업체 윌리엄힐은 브라질의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고 배당률을 책정했다.
브라질의 배당률은 4.0배다. 월드컵의 우승에 1달러를 걸면 4달러를 돌려준다는 의미다. 아르헨티나(5.5배), 독일(6.5배), 스페인(8.0배)이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의 우승 배당률은 251.0배다. 우승 확률이 가장 낮다고 평가받은 국가는 코스타리카와 온두라스로 배당률이 무려 2501배에 이른다.
1 브라질 - 공격보다 수비가 더 강하다브라질을 우승 후보 0순위로 꼽는 건 당연한 결과다. 지금까지 치러진 월드컵은 모두 19번. 브라질은 그중 5번 우승을 차지했다. 브라질이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건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브라질은 당시 사령탑을 맡았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66)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우승 경험이 있는 코칭스태프, 최상급의 선수진. 브라질은 홈에서 통산 6번째 우승을 위한 3박자를 갖췄다.
브라질은 4년 전 남아공월드컵 준결승에서 네덜란드에 덜미를 잡힌 후 네이마르(22), 오스카(23), 파울리뉴(26) 등의 젊은 선수를 중용하며 팀 면모를 일신했다. 지난해 6월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팀 리빌딩이 성공적이었음을 확인했다. 세계랭킹 1위 스페인(3-0)을 비롯 이탈리아(4-2), 우루과이(2-1), 일본(3-0), 멕시코(2-0) 등 각 대륙의 강호를 모두 물리치고 5연승을 거두
며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었다.
“잉글랜드는 축구를 만들었지만 브라질은 축구를 완성했다”는 말이 있다. 축구와 축구 공을 대하는 브라질 선수들의 자세는 한국 선수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축구에는 문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축구를 두고 흔히 ‘삼바축구’라고 한다. 자기가 맡은 바를 철저히 이행하고, 열심히 뛰고, 기술로 안 되면 힘으로, 힘으로 안되면 ‘깡’으로 덤벼드는 게 한국 축구다.
브라질 ‘삼바축구’는 춤을 추는 듯하다. 한국 팬들은 골망을 꿰뚫어버릴 듯한 통렬한 슈팅을 좋아한다. 브라질은 좀 다르다. 상대 골키퍼를 약 올리는 듯, 데굴데굴 굴러가는 공으로 골키퍼의 손끝을 닿을 듯 말 듯 스치고 만들어내는 골에 가장 크게 환호한다.
1958년 스웨덴, 1962년 칠레, 1970년 멕시코월드컵 때는 소아마비를 앓아 절룩거리면서도 세계 최고의 드리블을 뽐낸 기린샤, 설명이 필요없는 ‘축구황제’ 펠레가 우승 주역이었다. 1994년 미국에서는 베베토와 호마리우라는 스타 듀오가 우승을 이끌었다.
2002년 한국에서는 앞머리만 반달처럼 남긴 인상적인 헤어스타일을 선보인 호나우두가 득점왕을 차지하며 브라질에 5번째 우승컵을 안겨줬다. 이번 대회에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7)를 능가하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차세대 축구황제’ 네이마르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브라질은 전통적으로 공격이 강하지만, 이번 브라질 대표팀은 수비가 더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르셀루(26)-치아구 실바(3)-다비드 루이즈(27)-다니 알베스(31)가 철벽 포백 라인을 구축한다. 천재 미드필더 오스카는 미드필드에서 경기를 지휘한다.
브라질이 월드컵을 개최한 것은 1950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우승을 위해서는 1950년의 악몽을 떨쳐내야 한다. 브라질은 마라카낭 경기장에 20만 명의 관중이 모인 가운데 열린 우루과이와 결승전에서 1대 2로 역전패했다. 브라질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는 홈 팬들의 응원은 든든한 버팀목인 동시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결승전은 다시 한번 1950년 브라질 축구의 신전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다.
2 아르헨티나 - 메시, 월드컵 우승한 제2의 마라도나 될까?축구는 홈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는 홈 국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는 유럽,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의 팀이 선전했다. 지금껏 치러진 19번의 월드컵 가운데 남미, 중미, 북미 등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은 모두 7번이다. 이때 우승을 차지한 국가는 우루과이(1930년 우루과이, 1950년 브라질 대회),브라질(1962년 칠레, 1970년 멕시코, 1994년 미국 대회),
아르헨티나(1978년 아르헨티나, 1986년 멕시코 대회)였다. 유럽 선수들은 자신의 대륙을 떠나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브라질과 더불어 아르헨티나가 두 번째로 우승 확률이 높은 팀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아르헨티나는 최강의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곤살로 이과인(27), 세르히오 아구에로 (26), 앙헬 디 마리아(26) 등 재능 있는 공격 자원은 1950년 우루과이가 그랬던 것처럼, 브라질의 안방에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메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에서는 수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마라도나, 펠레와 버금가는 전설로 남기 위해서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가 필요하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며 축구 선수로 가장 빼어난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나이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마라도나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이번 월드컵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한때 메시는 팬들로부터 “바르셀로나에서는 열심히 뛰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으로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메시는 월드컵 예선 기간 중 14경기에 출전해 10골을 터트리며 팀 최다 득점자가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를 세 번이나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영광의 자리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에게 빼앗겼다.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하는 두 선수 중 누가 먼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할 것인지도 전 세계 축구팬의 관심거리다.
알레한드로 사벨라(60) 감독이 팀을 구성하며 가장 중시하는 것도 메시를 중심으로 한 균형점 찾기다. 메시와 절친한 아구에로,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마스체라노(30)가 중용되는 배경이다. 반대로 메시와 불화설이 도는 카를로스 테베즈(30)는 소속팀 유벤투스에서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서 제외 됐다. 맨유 시절 박지성과 절친했던 스트라이커 테베즈는 “월드컵을 보는 대신 디즈니랜드나 가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아르헨티나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이란, 나이지리아와 함께 F조에 속했다. 이번 대회 시드를 받은 8개국 중 가장 좋은 대진표다. 이변이 없는 한 1위로 16강에 진출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네 차례의 월드컵에서 3번이나 8강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알레한드로 사벨라 감독은 “우리가 최강이라고 생각해서도, 승리감에 도취돼서도 안 된다”며 1978년과 86년에 이어 세 번째
월드컵 정복을 위해서는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 독일 - 천재 미드필더 괴체를 주목하라“축구는 간단하다. 22명이 공을 쫓아가 90분 내내 뛰어다니지만, 결국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잉글랜드 공격수 게리 리네커가 한 말이다. 묵직하고, 둔탁하지만, 강하고, 효율적이다. 독일 축구를 두고 ‘전차군단’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다. 묵직하고 강하지만 더 이상 둔탁하지는 않다. 스마트해진 독일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을 제패하는 첫 번째 유럽국가에 도전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준우승,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3위. 독일 축구는 최근 열린 월드컵에서 매번 우승 문턱까지 갔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독일의 우승을 갈망하고 있는 요하힘뢰브(54) 감독은 “대서양을 건너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위, 긴 여행 시간, 시차, 달라진 경기 시간 등에 적응하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축구 스타일에서 독일은 브라질과 대척점에 서 있는 국가다. 유럽에서도 가장 복종과 규율을 잘 따르는 게르만 민족. 축구도 철저히 시스템과 제도 아래에서 움직였다. 월드컵이 시작된 초창기만 하더라도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에도 뒤졌던 독일 축구는 부침을 거듭하는 다른나라와 달리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마침내 독일 축구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창조적이고 화려한 축구를 구사할 정도로 진보했다. 베팅업체에서는 독일의 우승 확률을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이어 셋째로 꼽지만, 이는 개최지가 남미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팀 전력만 놓고 분석하면 브라질과 독일의 양강 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미드필드는 스페인과 더불어 세계 톱 레벨이다. 마리오 괴체(22), 메수트 외칠(26), 토마스 뮬러(25), 마르코 로이스(25), 토니 크로스(24),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0)…. 재능 있는 미드필더 자원이 넘쳐난다. 독일은 유럽 예선에서 최다골을 터트렸다.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을 상대로 36골을 작렬하며 9승1무를 거뒀다. 미드필더의 화려한 패싱, 허를 찌르는 중거리슛, 순간적인 포지션 교체로 상대를 농락하고 압도했다.
가장 주목할 독일 선수는 천재 미드필더 괴체다. 전술 이해도가 높아 공격형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 모두 맡을 수 있다. 괴체가 움직이고 패싱을 연결할 때마다 그라운드에 팽팽한 긴장감이 넘친다. 육중한 독일 전차를 날렵한 페라리처럼 만드는 괴체는 “특정 포지션에 고정돼선 안 된다. 유연하게 빈 공간을 파고들면 된다”고 말했다. 월드컵에서 모두 14골을 터트린 미로슬라프 클로제(36)는 1골을 추가하면 호나우두(브라질)와 역대 월드컵 최다골 동률이 된다.
4 스페인 - FIFA 랭킹 1위의 저력 보여줄까?우승은 어제 내린 눈이라는 말이 있다. 내릴 땐 아름답지만, 내리고 난 뒤에는 진군의 걸림돌이 된다. 또다시 우승을 하겠다는 열망이 옅어지고, 크고 작은 문제점이 터져나오기 일쑤다. 스페인은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유로 2008,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에서 연거푸 정상을 밟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도 스페인은 FIFA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니에스타(30), 사비 에르난데스(34), 사비 알론소(33), 세르히오 부스케츠(26), 세스크 파브레가스(27) 등 스페인의 미드필드진은 ‘무적함대’ 스페인의 핵심역량이다. 페르난도 토레스(30), 다비드 비야(33) 등 최전방 공격수가 부진하자 비센테 델 보스케(64) 감독은 ‘가짜 9번(false nine)’이라는 전략으로 유로 2012에서 정상을 밟았다.
유럽축구에서는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주로 9번을 달았다. ‘가짜 9번’은 전통적인 최전방 스트라이커 대신, 중원에서 미드필드처럼 활동하다가 순간적으로 상대 허점을 파고들어 골을 뽑아내는 전략을 말한다. 유로 2012에서는 파브레가스가 가짜 9번으로 활약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가짜 9번’ 전술 대신 또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브라질 출신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26)를 영입했다. 브라질 출신답지 않게 터프한 공격수다. 테크닉은 조금 떨어지지만 파울이나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을 향해 온몸을 던지는 스타일이다. 공중볼에 강하고, 문전에서 찬스를 잡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슈팅과 연결하고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출중하다. 전통적인 스트라이커인 셈이다.
코스타의 귀화에 브라질 감독도 긴장하고 있다. 스콜라리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 팬 수백만의 열망에 등을 돌렸다”고 스페인 국적을 새로 취득한 코스타를 비난했다. 뜨거운 논란을 감수하고 코스타를 영입한 델 보스케 감독은 “브라질의 손실은 스페인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돌적인 공격수 코스타가 조금씩 노쇠해지고 있는 스페인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네덜란드·칠레·호주와 같은 B조에 속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결승에서 맞붙었던 네덜란드와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격돌한다.
그 외 프랑스와 벨기에가 다크호스로 꼽힌다. 프랑스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놓고 우크라이나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대 2로 패했지만, 2차전에서 3대 0으로 승리하며 본선에 진출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정상을 밟은 ‘레 블레 군단’의 위용은 빛이 바랬지만, 무시할 수 없는 전통의 강호다. 한국과 같은 조가 된 벨기에는 “상승세를 탈 경우 우승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태풍의 눈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주리 군단’은 전성기에 비해 전력이 떨어졌지만 철벽 수비로 끈질기게 상대를 괴롭힐 수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준우승만 세 번(1974년, 78년, 2010년) 차지한 네덜란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포진한 포르투갈, 웨인 루니(29)가 뛰는 잉글랜드도 우승을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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