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INAN - 관광지에서 컨벤션 도시로 거듭나다

“Hello~, Ladies and gentlemen!” 버스 앞쪽에서 고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4월 26일부터 3일 동안, 세계여행관광협회 글로벌 서밋(WTTC Global Summit)에 참석한 각국 기자들의 여행 가이드를 맡은 아꽝(25)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다 “하이난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1년 전 직업을 바꿨다.
아꽝은 하이난을 좋아하는 이유로 멋진 해변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풍경, 중국 내륙보다 맑은 공기, 특급 리조트 같은 관광 인프라 등을 꼽았다. 그는 특유의 웃음을 지으면서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해 하이난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전할거라 믿는다”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중국 최남단의 섬 하이난에는 아꽝처럼 관광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지역민이 많다. 이번 행사의 자원봉사자로 나선 이들도 하이난에 사는 대학생이었다. 코트라 홍콩KBC(코리아 비즈니스 센터)는 2015년 하이난의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 이상일 거라 예상했다. 3차 산업 비중은 47% 이상, 3차 산업 종사자 비중은 45%로 늘 전망이다.
관광지로서 하이난의 가장 큰 매력은 아꽝의 말대로 빼어난 자연경관이다. 하이난의 면적은 3만5400㎢로 제주도의 19배에 달한다. 인구는 900만 명가량이다. 북부는 아열대기후, 남부는 열대기후로 연 평균기온이 영상 20도를 웃돈다. 여름에는 가만히 서 있어도 금방 땀이 주르르 흐를 만큼 습하다. 이 섬이 ‘동양의 하와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야자수와 넓게 펼쳐진 백사장 덕이다. 아꽝은 “산림 면적이 섬 전체의 40%를 차지한다”며 “그만큼 개발할 수 있는 땅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이난방송국의 도하 롱 기자는 자연경관이 훌륭하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체험시설이나 영화관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이난 관광청 관계자는 “싼야 동쪽의 하이탕베이에 여러 개의 특급 호텔과 공연장, 쇼핑몰을 짓고 있다”며 “중국 거부들의 자본은 물론 해외 자본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관광과 문화, 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중국 국무원은 길게 뻗은 해변과 산림자원을 이용해 해상스포츠 등 여행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생태체험 여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서를 내놨다.
하이난이 국제행사 개최에 적극 나서는 것은 서비스업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다. 아시아의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라 불리는 보아오 포럼도 이곳 하이난에서 열린다. 보아오는 작은 어촌마을에서 세계적 컨벤션 도시로 떠올랐다. 이번 WTTC 글로벌 서밋이 열린 싼야는 하이커우에 이은 하이난 제2의 도시로 보아오 아시아 포럼을 비롯해 아시아 골프 토너먼트, 미스 월드 파이널 등 많은 국제행사를 치렀다.
이 지역에 힐튼, 쉐라톤, 르네상스 같은 5성급 이상 호텔이 밀집된 이유다. 특히 WTTC 행사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토비 니콜 WTTC 이사는 “이번 행사에 63개국에서 기업인, 마케팅 담당자, 정부 관계자, 언론인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며 “영국과 중국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생중계해 하이난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광고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온 많은 기업인이 하이난에 투자를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직항 노선이 부족하고 특급호텔에서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직원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한국에서 하이난에 가려면 광저우나 베이징을 경유해야 하는데 총 소요시간이 8시간 정도다. 하이난관광청 관계자는 “6월 10일부터 인천-하이커우 직항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급 호텔 체인 연이어 진출베이징이나 상하이보다 물가가 저렴한 것은 장점이다. 하이난관광청 관계자는 “현재는 관광객의 대부분이 중국인이지만 점점 국제적 휴양도시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골프 마니아들과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로얄 베고니아 리조트의 마케팅 책임자 셜리 장은 “중국 부호들은 단독채로 지어진 빌라에 머물며 요트와 골프를 즐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코스는 옛 정취를 머금은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민속촌을 연상시키는 ‘빙랑구’는 싼야의 대표 관광명소다. 수 천 년의 역사를 지닌 하이난의 소수민족 리족과 묘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전통공연이다. 남녀노소 모두 참여해 춤과 노래에 맞춰 자신들의 풍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나무 춤이 백미다.
마을로 들어서자 실제 리족과 묘족이 살고 있는 생활 공간이 펼쳐졌다. 직물을 짜는 할머니와 코로 피리를 부는 할아버지가 관광객들을 맞았다. 이들이 먹는 간식과 술도 맛볼 수 있다. 인상적인 것은 할머니들의 얼굴과 몸에 새겨진 문신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리족과 묘족 여성들은 어릴 때 온몸에 문신을 하는 전통이 있었다. 젊은 리족 남성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더니 야자수처럼 높게 솟은 삥랑나무를 단숨에 타고 올라갔다. 관광객들은 이 모습을 놓칠세라 재빨리 사진기 버튼을 눌러댔다. 결혼할 때 신부의 집에 삥랑 열매를 선물하는 관습 때문에 이들은 원숭이처럼 나무를 오르는데 익숙하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나무다리를 건너면 전통 복장을 한 직원들이 귀를 만지며 인사한다. 행운을 비는 행동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긴 680m의 짚 라인을 타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초속 8미터로 2분이 채 되지 않아 산의 중간 지점까지 내려온다. 캠핑과 급류를 가로질러 폭포를 오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이 외에 난산사 공원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108m의 관음상과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천애해각(天涯海角, 하늘 끝 땅 끝)’도 볼거리다. 천애해각은 중국 최남단의 하이난에서도 가장 끝에 위치한 공원으로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로 꼽힌다. 5일 동안 둘러본 하이난은 많은 것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도시였다. 하이난관광청 관계자는 “2013년 관광객 수는 3700만 명으로 전년대비 10% 정도 늘었다”며 “면세정책, 비자 면제 등 규제 완화 정책으로 외국인 관광객 방문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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