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잠수함 건조 공장을 가다 - 방위산업으로 조선업 위기 넘는다
Repo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잠수함 건조 공장을 가다 - 방위산업으로 조선업 위기 넘는다
대한민국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조선 강국이다. 거북선 영웅 이순신의 노하우가 뼈 속까지 유전자로 남아 있어서일까. 2008년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조선 강국에 예상치 못한 재앙으로 다가왔다. 발주량 급감과 선가 하락의 이중고를 겪으면서 벌써 6년째 불황이다. 올해도 심상치 않다. 상반기 선박 수주에서 한국 조선업계는 중국과 큰 차이를 보이며 2위로 주저앉았다.
6월 수주 실적만 보면 일본에도 밀린 3위다. 이런 불황의 파고를 넘기 위해 조선업계는 군수함이나 잠수함을 건조하는 방위산업(이하 방산)에서 또 다른 기회를 찾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선주사가 국가라 도산으로 수주한 금액을 떼일 위험이 없다. 여기에 10% 이상의 안정적인 이윤이 보장된다. 불황 탈출용 ‘실탄(현금)’ 마련에 가장 적합한 사업이란 얘기다.
현재 국내 방산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조선업체는 대우조선해양이다. 이 회사는 방위산업 분야를 조선·해양 프로젝트 다음가는 핵심 역량으로 육성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거제도 옥포조선소 잠수함 건조 공장을 찾아 경쟁력을 눈으로 확인해봤다. 이곳은 잠수함과 군함 등 해군의 전략무기를 개발·건조하는 국가 보안시설이다. 잠수함은 사용 연한에 따라 모든 부품을 분해해 정비해야 한다. 이를 ‘창정비’라고 부른다.
잠수함을 완전 분해한 뒤 내·외부 장비를 갈고 닦고 신품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물론 성능도 업그레이드 한다. 수심 수백m의 해저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잠수함은 성능 유지와 승무원 안전을 위해 12년 주기로 반드시 창정비를 받도록 돼 있다. 단순히 부품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와 부품 교환 및 재설치, 최종 시운전까지 모든 분야를 포함한다.
잠수함 취재를 위한 보안 절차는 예상대로 까다롭다. 한 달 전 사전 보안 조회를 비롯해 조선소 현장에서도 보안 검사를 따로 받는다. 물론 휴대전화에도 사진을 금지하는 스티커를 붙인다. 올 6월 중순 찾은 거제도 조선소는 뙤약볕이 작렬했다. 장보고함을 정비하는 건조 공장은 보안 건물 안에서 작업을 한다. 선박을 건조하는 도크는 외부가 드러난 구조이지만 잠수함 건조공장은 보안이 중요해 외부 덮개로 가려져 있는 건물 형태다. 국내 언론으로선 드물게 일부 공정에 제한해 사진 취재 허락을 받았다.
우선 높이 20m나 되는 건조 공장 현장을 보기 위해 도크 위로 올라갔다. 장보고함이 두세 개로 절개된 채 속 모습을 드러낸다. 직경 6.2m쯤 돼 보이는 둥근 원통으로 분해된 상태다(정확한 수치는 보안 사항). 안내를 맡은 오남수 특수선사업팀 보안실장은 “잠수함 정비는 모두 분해해 하나하나씩 각종 장비를 모두 청소하고 제 기능을 하는지 테스트한 뒤 다시 맞추는 역순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잠수함 보안 시설 일부 공정 취재잠수함의 부품은 수십 만개다. 설계도면만 보고는 정확한 정비를 하기 어려워 약 20분의1로 축소한 모형을 만들었다. 약 30평 넘는 모형실에는 작은 장보고함이 절개된 상태로 진열돼 있다. “정비 기술자들이 중간중간 모형실에 들러 정확한 위치와 구조를 점검한 뒤 실제 정비에 들어간다”고 오 실장은 설명한다.
잠수함 선체에 들어가는 철판은 두께가 최대 100mm에 달하는 고장력 강재다. 200m 이상의 바닷속을 항해하기 때문에 강한 수압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안쪽에는 보강재를 덧붙인다. 절개된 잠수함 안쪽으로 들어가 봤다. 한 사람 통행도 쉽지 않은 구조다. 선원들 숙소는 그야말로 한 평도 안 된다. 몸을 돌려 누울 공간도 없다. 다리를 뻗지 못할 정도로 길이도 짧다. 40명 넘게 타는 승조원을 고려해보면 선내 생활의 어려움이 짐작이 간다.
맨 뒤에 달린 엔진실로 향했다. 좁다란 미로를 지나 거대한 디젤 엔진이 보인다. 작업자들이 디젤 엔진을 분해해 성능을 검사하고 있다. 31L 디젤 엔진은 무려 5400마력을 낸다. 심해에서 엔진을 끄고 움직일 때는 3.7 MW급 전기모터가 동력원이다. 이처럼 창정비는 추진장치뿐 아니라 잠수함의 가장 후미진 곳까지 모두 분해해 정비를 한다.
최흥묵 특수선사업팀 부장은 “창정비는 잠수함의 성능 개선뿐 아니라 신형 무기까지 탑재하면서 사실상 새롭게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런 노하우가 인도네시아 잠수함 수주에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영국·노르웨이에 잇단 수출최근 해양자원 개발이 가속화하면서 해양주권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맞춰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 규모도 요동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2009년부터 세계 방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군수함·잠수함 건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몇 안 되는 조선사로 평가 받는다. 방산에 진출한 지 30년 넘게 노하우와 기술력을 차곡차곡 쌓은 결과다. 이런 경쟁력은 해외수주로 이어진다.
2011년 12월에는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1400t급 잠수함 3척 건조 계약(11억 달러 규모)을 했다. 국내 잠수함 수출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다. 이어 2012년 3월에는 해군 대국인 영국의 항공모함 군수지원함 4척을 수주했다. 영국 해군이 처음으로 해외에 발주한 사업이다. 지난해 6월에는 노르웨이 해군 사상 최대 규모의 군함 1척을 수주했다.
이처럼 방산 분야가 새로운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황금알’로 부각되자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영업·설계·생산 등 각 부문 산하에 있던 특수선 관련 조직을 모아 ‘특수선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독자적인 사업부로 독립시킨 것이다. 올해 2월에는 기술력 강화와 전문인력의 공급을 지속하는 선순환을 위해 중앙연구원 산하에 군함 전문 특수성능연구소를 마련했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심해 해양자원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각되면서 해양주권을 지키기 위한 군함 건조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조선·해양플랜트와 함께 방산을 회사 성장 동력의 3대 축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방산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 정도지만 조선 불황과 관계 없이 올해도 수주 활동이 활기차다. 지난 7월 방위사업청이 공고한 장보고-I급(209급 잠수함)의 3척의 성능개량 사업을 1790억원에 수주했다. 그동안 국내 최다 잠수함 건조와 창정비 실적을 쌓은 덕분이다.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은 기존의 주요 탑재 장비를 국내에서 연구개발한 장비로 교체하거나 신규 장비를 탑재하는 것이다. 장비를 분해 정비하는 것으로 ‘제 2의 잠수함 건조’로 불릴 만큼 까다로운 기술력이 요구된다.
방위산업 분야를 총괄하는 신준섭 특수선사업본부장(전무)은 “이번 수주는 고난도의 기술력이 요구돼 앞으로 해외 잠수함 시장에서 새로운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기고, 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인 신 본부장은 해군 장교부터 시작해 30여년 방산을 담당한 전문가다. 잠수함은 설계부터 제작에 들어가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년이다. 일반 상선에 비해 5배 정도 더 걸린다. 진수 이후 항만에서 6개월, 해상에서 8~9개월의 시험운항을 거친 뒤 실전에 배치된다.
해외 수주도 호조다. 올 7월에는 영국의 방산 업체인 BAE와 조선소 효율성 개선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했다. BAE의 선박 건조 및 조선소 운영 시스템을 진단해 생산성 혁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총 11개 분야에 대해 실사를 진행한 후 오는 11월 최종보고서를 낸다. BAE는 세계 3위, 유럽 1위의 방산 업체인 BAE시스템의 계열사로 함정 분야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의 국방 예산이 삭감되면서 건조 관련 비용절감과 비효율성 개선을 위한 해법을 찾고 있었다. 신 본부장은“방산은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10% 정도로 크진 않지만 적자를 보는 경우가 없는 데다 수금도 확실해 불황기에 현금흐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해외 사업 수주에 전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황기 현금흐름에 큰 도움대우조선해양의 방산 분야 저력은 1980년대 초부터 축적된 노하우와 전문 인력, 기술력 삼박자다. 첫 시작은 1983년 12월에 인도된 초계함(PCC) ‘안양함’이다. 당시 대함·대공·대잠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군함을 원했던 해군은 약 1000t급 초계함을 발주했다. 이후 1500t급 프리깃함, 해양경비정, 초계정 등을 건조하면서 특수선 분야의 노하우를 축적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잠수함으로 이어진다. 1983년 대한민국 해군으로부터 209급 잠수함 1번함 ‘장보고함’을 처음 수주한 이래 209급 9척과 214급 3척, 3000t급 신형 잠수함 2척을 수주했다.
처음 장보고함을 건조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독일에서 기술을 이전 받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209급 1번함 장보고함은 2004년 림팩(RIMPAC: Rim of the Pacific Exercise) 훈련에서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1척을 포함하여 상대편 함선 15척을 향해 40회 이상 가상 어뢰공격을 성공시켰다. 또 단 한차례도 탐지되지 않는 뛰어난 전투 능력을 보여줬다. 국내에서 잠수함 건조는 대우조선해양 이외에 현대중공업 4척이 유일하다.
3000t급 장보고-Ⅲ는 설계부터 건조까지 전 과정이 국산 기술로 이뤄지는 첫 사업이다. 2022년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신본부장은 “잠수함은 연구·설계·건조·인수·테스트라는 다섯단계를 거쳐 후속함 건조로 이어지는 등 약 10년에 걸친 준비를 마쳐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완벽한 검증과 성능 보장이 필요해 상당한 기술 수준과 노하우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잠수함 수주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수상함 분야도 막강하다.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은 한국형 구축함 사업(KDX 사업)에서 구축함 3000t급 KDX-1 3척, 4000t급 KDX-2 3척, 7600t급 KDX-3 1척을 비롯해 수상함 40여 척을 건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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