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EFS COMMUNITY - 셰프들의 특별한 만찬
THE CHEFS COMMUNITY - 셰프들의 특별한 만찬
서울 특급호텔 총주방장들이 준비하는 손님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들은 두 달에 한 번 자신의 호텔에 다른 총주방장들을 초대해 요리를 선보인다. 한국총주방장회(KCC) 모임에 초대 받았을 때 기대에 부푼 이유다. 지난 8월 11일 저녁, 서울 강남대로길 더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색다른 만찬이 펼쳐졌다. 이 호텔 레스토랑 ‘더 가든 키친’의 야외 테라스에서다. 오후 6시 즈음 중년 남성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어스름이 깔릴 무렵 50여 석의 테이블이 가득 찼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이 고층 빌딩이었다. 도심 속 만찬을 비추는 옅은 달빛에 운치가 느껴졌다. 평범한 듯 어딘가 특별해 보이는 이 자리는 한국총주방장회(Korea Chef ’s Club, KCC)의 정기 모임이다.
KCC는 1995년 플라자호텔 총주방장 출신인 백인수 고문을 비롯한 서울 소재 특급호텔 총주방장들이 만든 모임이다. 주한 외국인 셰프 모임인 ‘르 토크 블랑쉬(LTB·흰 모자)’와 함께 호텔 조리업계의 대표 모임으로 꼽힌다. 배한철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인터컨티넨탈 코엑스 총주방장, 박효남 밀레니엄 서울힐튼 총주방장, 서상호 신라호텔 총주방장, 이병우 롯데호텔 총주방장, 권희열 그랜드하얏트서울 총주방장, 박지근 오크우드 프리미어 총주방장, 왕성철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총주방장, 조리명장인 한춘섭 한국관광대 호텔조리과 교수와 정영도 루나미엘레 부사장 등 전·현직 특급호텔 총주방장 76명이 회원이다. 강재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총주방장, 이승찬 콘래드 서울 총주방장, 라태일 호텔 리츠칼튼 서울 총주방장 등은 이날 처음 모임에 참석해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KCC는 20년 가까이 매 짝수 달 둘째 주 월요일 저녁에 모임을 갖는다. 호텔의 모든 레스토랑을 총괄하는 총주방장들이 그나마 덜 바쁠 때라고 해서 월요일 저녁으로 정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 모임의 총무를 맡은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총주방장 출신의 공석길 호원대 외식조리학부 교수는 “친목을 다지고 협력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모임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주로 새로운 조리법과 식재료에 대한 논의, 업계와 인력 정보 교환 등이 이뤄진다. 현직 총주방장들은 돌아가며 ‘홈그라운드’를 모임 장소로 제공한다. 물론 저녁 식사 역시 해당 호텔에서 책임진다. 만찬 메뉴에는 각 호텔과 총주방장의 개성이 묻어난다. 이날 테이블에 올려진 요리는 바비큐였다. 매년 8월은 기운을 북돋우고 한 걸음 쉬어가자는 뜻에서 항상 바비큐 파티를 연다. 모임의 주요 행사인 정기 세미나도 8월엔 건너뛴다.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자 곧 신선한 바비큐 재료들이 나왔다.
쇠고기 늑간살과 양념 양갈비, 대하, 완도산 전복, 옥수수, 버섯, 양파 등이다. 랍스터 살과 버섯을 버터, 생크림, 우유로 만든 화이트 베사멜 소스에 볶아 오븐에 구운 랍스터 그라탕도 함께 곁들였다. 이날 호스트인 최재봉 더 가든 키친 조리장은 “갈비살 옆의 늑간살은 고기 막을 제거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고, 양갈비는 자체 개발한 특제 간장소스에 재워 잡냄새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최 조리장은 “더 가든 키친의 뷔페 음식과 함께 즉석에서 구운 바비큐를 즐기는 것이 오늘의 콘셉트”라고 덧붙였다. 요리와 함께 육류와 잘 어울리는 하우스 와인이 서빙됐다. 바비큐를 맛본 참석자들은 “전체적인 구성이 조화롭다”고 칭찬했다.
KCC 모임에 내놓는 요리는 호텔의 얼굴과도 같다. 총주방장들이 가격을 따지지 않고 좋은 재료와 공들인 조리법을 선택하는 이유다. 다른 호텔보다 더 나은 요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은근한 경쟁심이 생길 법하다. 하지만 공 교수는 “색다르게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어도 경쟁심보다는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을 생각한다”며 “다른 호텔에서 먹어본 요리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메뉴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것으로 서로 민감해 하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지난 6월 모임은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에서 열렸다. 만찬의 메뉴는 안심스테이크를 메인으로 한 코스 요리였다. 메뉴는 기존의 것을 그대로 내놓기도 하고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 시험 차원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같은 스테이크라도 호텔마다 고유의 굽기 방법, 소스 등에서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이 공 교수의 설명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옆 테이블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 정책과 세월호 사건이 화제로 떠올랐다. 경제 상황은 호텔 레스토랑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총주방장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큰 사건,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한 총주방장은 “세월호 침몰 직후 영업 매출이 많이 줄었다”며 “다른 호텔 레스토랑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얘기를 듣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총주방장들과 주방 인력들의 이직 소식 역시 단골 화젯거리다.
이날은 정기 세미나를 하지 않았지만 모임 때마다 몇 가지 주제를 정해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6월에는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배한철 총주방장이 완도의 전복 양식장을 방문한 후기를 발표하고 함께 전복 직거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환경적인 이유로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샥스핀 역시 논의 대상이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일어났을 때는 분위기가 심각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사용 여부, 가격과 질, 대체품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공유했다. 최재봉 조리장은 “평소 모임에서 친분을 쌓아둔 덕에 식자재 수급이나 인력 채용에 대한 동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후배 양성도 KCC의 중요한 역할이다.
연말에 가족들과 함께 송년 파티를 여는데 이 자리에 우수한 조리과학고 학생들을 초대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진로 상담도 직접 해준다. 학생들에게 인턴십이나 채용 기회를 주기도 한다. 배한철 총주방장은 “후배들이 더 나은 요리 인생을 개척할 수 있게 돕는 게 KCC가 할 일”이라며 “후배들을 위한 강연과 사회 약자를 대상으로 한 재능 기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CC는 1995년 플라자호텔 총주방장 출신인 백인수 고문을 비롯한 서울 소재 특급호텔 총주방장들이 만든 모임이다. 주한 외국인 셰프 모임인 ‘르 토크 블랑쉬(LTB·흰 모자)’와 함께 호텔 조리업계의 대표 모임으로 꼽힌다. 배한철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인터컨티넨탈 코엑스 총주방장, 박효남 밀레니엄 서울힐튼 총주방장, 서상호 신라호텔 총주방장, 이병우 롯데호텔 총주방장, 권희열 그랜드하얏트서울 총주방장, 박지근 오크우드 프리미어 총주방장, 왕성철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총주방장, 조리명장인 한춘섭 한국관광대 호텔조리과 교수와 정영도 루나미엘레 부사장 등 전·현직 특급호텔 총주방장 76명이 회원이다. 강재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총주방장, 이승찬 콘래드 서울 총주방장, 라태일 호텔 리츠칼튼 서울 총주방장 등은 이날 처음 모임에 참석해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KCC는 20년 가까이 매 짝수 달 둘째 주 월요일 저녁에 모임을 갖는다. 호텔의 모든 레스토랑을 총괄하는 총주방장들이 그나마 덜 바쁠 때라고 해서 월요일 저녁으로 정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 모임의 총무를 맡은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총주방장 출신의 공석길 호원대 외식조리학부 교수는 “친목을 다지고 협력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모임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주로 새로운 조리법과 식재료에 대한 논의, 업계와 인력 정보 교환 등이 이뤄진다.
친목 다지고 협력하는 장 마련
쇠고기 늑간살과 양념 양갈비, 대하, 완도산 전복, 옥수수, 버섯, 양파 등이다. 랍스터 살과 버섯을 버터, 생크림, 우유로 만든 화이트 베사멜 소스에 볶아 오븐에 구운 랍스터 그라탕도 함께 곁들였다. 이날 호스트인 최재봉 더 가든 키친 조리장은 “갈비살 옆의 늑간살은 고기 막을 제거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고, 양갈비는 자체 개발한 특제 간장소스에 재워 잡냄새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최 조리장은 “더 가든 키친의 뷔페 음식과 함께 즉석에서 구운 바비큐를 즐기는 것이 오늘의 콘셉트”라고 덧붙였다. 요리와 함께 육류와 잘 어울리는 하우스 와인이 서빙됐다. 바비큐를 맛본 참석자들은 “전체적인 구성이 조화롭다”고 칭찬했다.
KCC 모임에 내놓는 요리는 호텔의 얼굴과도 같다. 총주방장들이 가격을 따지지 않고 좋은 재료와 공들인 조리법을 선택하는 이유다. 다른 호텔보다 더 나은 요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은근한 경쟁심이 생길 법하다. 하지만 공 교수는 “색다르게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어도 경쟁심보다는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을 생각한다”며 “다른 호텔에서 먹어본 요리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메뉴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것으로 서로 민감해 하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지난 6월 모임은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에서 열렸다. 만찬의 메뉴는 안심스테이크를 메인으로 한 코스 요리였다. 메뉴는 기존의 것을 그대로 내놓기도 하고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 시험 차원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같은 스테이크라도 호텔마다 고유의 굽기 방법, 소스 등에서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이 공 교수의 설명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옆 테이블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 정책과 세월호 사건이 화제로 떠올랐다. 경제 상황은 호텔 레스토랑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총주방장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큰 사건,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한 총주방장은 “세월호 침몰 직후 영업 매출이 많이 줄었다”며 “다른 호텔 레스토랑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얘기를 듣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총주방장들과 주방 인력들의 이직 소식 역시 단골 화젯거리다.
이날은 정기 세미나를 하지 않았지만 모임 때마다 몇 가지 주제를 정해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6월에는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배한철 총주방장이 완도의 전복 양식장을 방문한 후기를 발표하고 함께 전복 직거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환경적인 이유로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샥스핀 역시 논의 대상이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일어났을 때는 분위기가 심각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사용 여부, 가격과 질, 대체품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공유했다. 최재봉 조리장은 “평소 모임에서 친분을 쌓아둔 덕에 식자재 수급이나 인력 채용에 대한 동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후배 양성도 KCC의 중요한 역할이다.
연말에 가족들과 함께 송년 파티를 여는데 이 자리에 우수한 조리과학고 학생들을 초대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진로 상담도 직접 해준다. 학생들에게 인턴십이나 채용 기회를 주기도 한다. 배한철 총주방장은 “후배들이 더 나은 요리 인생을 개척할 수 있게 돕는 게 KCC가 할 일”이라며 “후배들을 위한 강연과 사회 약자를 대상으로 한 재능 기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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