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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날개 돋자 초고성능 타이어 씽씽

수입차 날개 돋자 초고성능 타이어 씽씽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이파크아파트 근처에 자리한 ‘럭스튜디오(Luxtudio)’. 한국타이어가 기존 직영매장인 티스테이션을 리모델링한 후 지난 5월 오픈한 이곳은 수입차에 특화된 프리미엄 서비스 매장이다. 럭스튜디오는 ‘럭셔리(luxury)’와 ‘스튜디오(studio)’가 합쳐진 개념. 1층 워크베이에선 최대 26인치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는 초고성능 타이어 전용 탈착기와 진단기 등 전문장비가 갖춰져 있어 휠사이즈와 타이어 규격이 큰 수입차도 작업이 가능하다. 모터스포츠를 테마로 인테리어를 꾸민 2층 고객응접실도 눈에 띈다. 럭스튜디오 삼성점 이정훈 점장은 “개장 이후 삼성동 주변 주민과 기업 임직원 중심으로 고객이 꾸준히 늘면서 최근엔 하루 평균 10대 정도 입차한다”며 “대부분 메르세데스-벤츠 AMG, BMW M, 아우디 RS 등 럭셔리급 모델”이라고 말했다. “타이어나 휠얼라이먼트 교체는 물론 기본 정비서비스, 픽업 및 딜리버리 서비스를 무상 제공해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해외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좋다는 평가다.”
 가격경쟁력 있는 토종 브랜드가 우위
초고성능 타이어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전문매장도 속속 개장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럭스튜디오’ 매장 모습.
타이어업계의 ‘초고성능(Ultra High Performance, UHP) 타이어’ 출시와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연평균 약 20%에 이르는 수입차 업계의 고성장세, 국산차의 고급화 추세와 성능 향상, 고속 주행을 즐기는 마니아층의 확대에 따라 초고성능 타이어를 찾는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출력 스포츠카나 수입차에 주로 적용됐지만 최근에는 중대형 및 SUV 등 전 차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차별화된 타이어 서비스 매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1위인 브리지스톤타이어는 지난 6월 타이어 구입부터 관리까지 종합서비스가 가능한 ‘B-셀렉트’ 1호점을 부산에 개장했다. 지난 7월엔 경기도 용인에 이태리 고성능 타이어 브랜드인 피렐리 전문매장이 들어섰다.

초고성능 타이어는 직경 16인치 이상, 편평비(타이어 단면 폭에 대한 단면 높이의 비율) 55 이하의 타이어를 말한다. 휠 사이즈가 크고 사이드 월(타이어 옆면)의 폭이 좁아 자동차를 더욱 날렵하게 보이는 시각적 효과가 크다. 그래서 자동차 튜닝 마니아 사이에선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를 선호하기도 한다. 또한 타이어 편평비가 작아질수록 차고가 낮아져 승차감은 떨어지는 반면 주행 안정성은 높아진다. 과거 ‘광폭타이어’라고 불리던 고성능(High Performance, HP) 타이어에서 진보한 것이다. 일반 타이어보다 제동력, 조종안정성, 접지력, 순간가속력 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빗길 주행, 오프로드 주행, SUV 전용 등 소비자 취향에 맞게 특화된 모델도 다양하다. 기술전쟁도 치열해 펑크가 나도 주행이 가능한 ‘런 플랫’, 손상 부위를 자가복원하는 ‘실란트 타이어’ 등도 출시됐다.

최근 주목받는 초고성능 타이어는 한국타이어 ‘벤투스S1 노블2’, 금호타이어 ‘엑스타(ECSTA) PS91’, 넥센타이어 ‘엔페라 SU1’, 브리지스톤 ‘투란자 GR-100’, 미쉐린 ‘미쉐린 파일롯 스포츠 3’ 등이다. 이들은 일반 타이어보다 20~30% 비싸지만 운전의 재미를 아는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브리지스톤타이어세일즈코리아 강도욱 경영기획팀장은 “불과 3~4년 전만 해도 국내 소비자가 타이어를 고를 때 내구성과 마모성을 압도적으로 꼽았지만 최근에는 운전 시 주행안정성, 고속주행성 등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엔진성능을 비롯한 차량의 초고성능화가 그에 맞는 타이어 수요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소음과 진동을 줄인 새로운 초고성능 타이어 기술이 개발되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한국타이어의 프리미엄 서비스 매장인 럭스튜디오.
초고성능 타이어는 수익성이 높다. 이 때문에 내수시장에서 완성차 납품만으로 한계에 이른 국내 기업들이 속속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초고성능 타이어 매출액은 1조8389억원으로, 7년 전에 비해 약 5.7배 급증했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3년간(2010~2012) 초고성능 타이어의 연평균 성장률이 22%에 달하며 2012년 매출의 약 25%를 차지했다. 넥센타이어도 지난해 전체 매출액에서 초고성능 타이어 비중이 37.5%로 3분의 1을 넘는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초고성능 타이어에서 번 돈으로 기술투자를 하고 글로벌시장 내 브랜드 가치를 확보한다”며 “특히 2~3년인 타이어 교체주기에 따라 2016년에는 고성능 타이어 판매량이 또 한 번 크게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목할만한 것은 국내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의 선전이다. 국내 수입차 증가세와 달리 수입 타이어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브리지스톤과 미쉐린, 굿이어 등도 국내에선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입 타이어 비중은 전체 타이어 시장의 10% 미만이다. 특히 교체 타이어 점유율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75%, 넥센타이어 15% 이상, 나머지 점유율은 수입 브랜드가 나눠가지는 형국이다. 글로벌 순위에서 한국타이어는 7위, 금호타이어는 13위, 넥센타이어는 20위권 초반이다(출처: Tire Business 2014년 9월). 미쉐린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983억원. 브리지스톤타이어세일즈코리아와 굿이어코리아 역시 각각 543억원, 127억원이라는 미미한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3위인 넥센타이어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4695억원이다.

바꿔 말하면 국내 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철벽 방어’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가격경쟁력에서 앞선다. 비슷한 성능이라도 수입산과 국내산 판매가는 온라인 마켓 기준 10만원대 후반과 초반에 각각 형성돼 있다. 가격 차이가 30%를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타이어는 국산 타이어와 비교해 품질이 비슷해도 가격이 1.5배 정도 비싸다”며 “원가가 비싼데다 대리점 마진율 등이 높아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신차용과 교체용 사업이 분리된 것도 한 요인이다.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차용타이어(OE)는 글로벌 본사가, 교체용타이어 (RE)는 한국 법인이 맡고 있는 실정. 이 때문에 교체용 시장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타이어 3사 UHP 타이어 매출 비중 : 초고성능 타이어 매출이 성장세다. 높아진 고객 수준과 수익성을 노리는 업체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국내 업체들이 품질을 끌어 올린 것도 점유율 유지의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업체 3사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약 26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7.7% 증가한 수치다. ‘질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부문장(연구소장) 이상주 전무는 “같은 노면, 같은 차량이라도 차량과 노면 간의 유일한 연결고리인 타이어를 어떤 것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제동력, 코너링, 연비 등 성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며 “타이어 기술은 차량의 성능을 최고로 발현시키기 위해 차량, 해당 국가의 노면 및 기후, 운전자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타이어는 독일, 중국, 미국, 일본 등지에 연구소를 두고 그 나라 지형과 특색에 맞는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아우토반 등 속도무제한도로가 많은 독일에서는 속도감과 코너링 능력이 중요하다. 트럭 등 상용차가 과적하는 경우가 많고 비, 눈, 모래 등 도로환경이 열악한 중국에서는 내구성이 뛰어난 타이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연비·초경량 등 기술경쟁 치열
최근엔 ‘고연비 전용’ 타이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에너지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타이어 회전저항이 10% 감소하면 약 1.74%의 연비 개선효과가 있다.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개발한 ‘에코윙S’는 대표적인 고연비 타이어다. 금호타이어 측은 “이 타이어를 YF쏘나타에 장착해 연간 2만 ㎞를 달리면 1년에 유류비 25만원가량을 절약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리지스톤의 ‘에코피아 EP200’도 고연비성 친환경 타이어다. 일본 자동차운송기술협회(JATA)와 브리지스톤 테크니컬센터에서 실험한 결과 일반 타이어보다 회전저항이 47.2%나 적어 연료 효율이 8.1% 높아졌다. 1년에 1만㎞를 주행할 경우 이 타이어를 끼우면 15만원가량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타이어에서는 ‘앙프랑 에코’가 이 같은 특성을 가진 제품이다.

이상주 전무는 “친환경 요소는 설계단계에서의 경량화, 내마모성, 안정성 그리고 제조단계에서의 제조 생산성으로 나눌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경량화인데 차량의 전체 라이프 사이클에서 사용되는 타이어의 수를 줄이는 것이 부분적인 경량화보다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차량을 구입해 폐차 시까지 타이어를 앞 3개, 뒤 2개 정도 교체하는데 이를 각각 1개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기술과 마케팅 기법이 점점 평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적 핵심역량은 연구개발(R&D)에서 나온다. 타이어 업계에 R&D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는 최근 초고성능 타이어 개발과 마케팅에 내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대전에 R&D 역량 강화를 위한 중앙연구소를 건립 중이다. 약 1500억원이 투입되는 대전 중앙연구소는 2016년 완공된다. 지난해 1000억원을 투자해 용인 기흥에 중앙연구소를 설립한 금호타이어는 글로벌 업계 8위인 일본의 요코하마 타이어와 기술 제휴를 맺는 등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넥센타이어 역시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중앙연구소 건설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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