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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스타워즈 2.0 | 점입가경의 우주 군비경쟁

현실의 스타워즈 2.0 | 점입가경의 우주 군비경쟁

지상 610㎞의 지구선회궤도에 올려진 직경 90인치(2.4m)의 천체 관측용 허블 우주망원경.
지난해 11월 초 할리우드에서 루카스필름 제작진이 ‘스타워즈’ 시리즈의 최신편 에피소드7(2015년 연말 개봉 예정)의 제목을 ‘더 포스 어웨이큰스’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뉴욕 유엔 본부에선 외교관들이 우주 공간의 무기금지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물론 ‘스타워즈’ 제7편의 제목이 발표되자 열혈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군비축소 문제를 다루는 유엔 총회 제1위원회에서 실시된 표결은 사람들의 주목을 거의 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관측통이 지적했듯이 외교관들이 우주 공간에서 무기를 금지하려고 다급하게 나선 것은 공상과학 영화제작자들이 상상한 치명적인 무기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주 탐사에서 선두를 달려온 미국이 이제는 우주 경쟁에서 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예산이 줄어들면서 미국의 우주 탐사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작업 대부분이 연방정부 기관에서 민간기업으로 이전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주에서 미국의 전통적인 우위마저 위태로워졌다. 민간 우주여행사 버진 걸랙틱의 우주여행선이 시험비행 도중 폭파됐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물품을 공급하기 위한 무인 우주화물선이 발사 6초 만에 폭발하는 등 최근의 여러 사고들은 미국의 민간 우주업체들이 NASA의 일을 대신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미 항공우주국 예산은 줄어
미국이 개발한 인공위성. 요격미사일 ASM-135 ASAT의 모형.
그런 차질에도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군비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미국 방산 업계는 전자유체 폭발탄(MAHEM), 전술 고에너지 레이저 등 미래형 무기를 개발하며 러시아의 ‘위성포’ 등 지상의 분쟁을 우주 공간으로 확대하려는 훨씬 단순한 기술과 경쟁하고 있다. 위성포 발사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러시아는 우주무기 실험을 은밀하게 계속하고 있다. 그처럼 비싸고 정교하고 기발하고 치명적인 무기는 의도적이든 의도치 않든 우주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을 곧바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한 가지 예가 우주 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문제다. 우주 무기를 사용하면 지금까지 우주 탐사로 생긴 폐기물을 없앨 수 있다. 지난 3월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우하이타오 유엔 중국 대리대사는 “지난 60년 동안 우주 탐사로 우주 폐기물이 많이 쌓였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외교가 대부분 그렇듯이 고발자가 곧 위반자이기도 하다. 2007년 1월 중국은 세계 최초로 공격적인 인공위성 폭파장치를 실험했다. 지구 궤도를 도는 잉여 기후관측 위성 중 하나를 표적으로 지상에서 인공위성 요격미사일(ASAT)을 발사해 폭파에 성공했다. 그 폭파로 생긴 수십만개의 금속 잔해가 우주 공간을 떠돌면서 모든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 잔해는 아무리 작아도 초고속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고가의 필수적인 우주 장치들을 파괴하거나 심하게 손상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각국의 비난을 무릅쓰고 지난해 여름까지 ASAT 실험을 계속했다. 당시 미 전략사령부 사령관 세실 D 헤이니 제독은 “중국이 우주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우주 공간에서 무기 사용을 제한하는 협정을 지지하는 국가 중 하나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구속력 있는 세계적인 협약이 될 유엔 결의안을 발의했다. 우주에서 허용되는 행위와 불허되는 행위를 규정하는 협약이다. 제네바 군축회의의 러시아 대표인 블라디미르 예르마코프는 이렇게 말했다. “우주 기술을 포함해 모든 현대적 기술 발전에는 반드시 부정적인 면이 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최종 용도를 제어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우주 폐기물 처리는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주 무기 제한을 목표로 한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접근법을 제안하는 진짜 이유는 냉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는 비싼 첨단 우주 무기 개발에서 숙적인 미국에 뒤져 미국의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오랫동안 우려했다. 1986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미·소 군축 정상회담은 막판에 결렬되고 말았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는 우주를 통과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전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전역을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전략방위구상(SDI)’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보이지 않는’ 방어망을 구축한다는 뜻에서 ‘스타워즈’로 불린 그 계획은 레이건이 심혈을 기울인 우주 프로젝트 였다.
 레이건이 심혈을 기울인 우주 프로젝트 ‘스타워즈’
당시 미사일 방어망이라는 구상은 하나의 공상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레이건의 SDI 구상이 소련의 붕괴를 앞당겼다고 평가하는 분석가들이 적지 않다. 그런 분석에 따르면 고르바초프는 차세대 우주 무기 개발에서 미국과 경쟁하게 되면 급속히 줄어드는 소련의 국고가 바닥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련은 우주에서 경쟁하면 파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결국 붕괴하고 말았다.

최근 들어서는 ‘아이언돔’이 성공했다. ‘아이언돔’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프로젝트로 지난해 여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중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단거리-중거리 로켓포를 90% 이상 격추시켰다. 그러면서 ICBM 요격을 포함해 우주 방어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다시 고조됐다. ICBM은 지상에 배치되지만 지원과 유도 시스템은 우주 공간에서 작동한다. 따라서 군축전문가들은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표적으로 미사일을 실수로 발사하면 긴급대응 방어 시스템이 작동되면서 의도치 않은 전면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그런 우려 때문인지 아니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우주 군비경쟁에서 또 다시 미국에 뒤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러시아는 우주 공간의 무기화를 제한하는 협정에서 국제적인 합의를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최근의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까지 장악했다. 미국 헌법은 국제조약 비준의 책임을 상원에 일임하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이 아무리 원해도 그 문제에서 구속력 있는 협정을 체결하기는 어렵다. 공화당은 국방과 관련된 문제에선 미국의 세계적인 군사력 우위를 손상하는 국제협정을 절대 원치 않는다. 공화당 외교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우주 무기 협정에 관해선 나는 언제나 반대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제안은 늘 가식에 불과했다.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정치적인 제스처일 뿐이었다. 그런 협정이 성사되고 나면 러시아와 중국은 아무런 저지 없이 그 협정을 무시할 것이다.”

영화 특수효과를 실제 치명적인 무기로 만드는 작업이 막후에서 진행되고 있다.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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