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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박테리아 무찌를 슈퍼 신약 찾아라

슈퍼박테리아 무찌를 슈퍼 신약 찾아라

중국 산둥성 지난 중앙병원의 실험실에서 슈퍼박테리아 샘플을 테스트하고 있다. / 사진GUO XULEI-XINHUA-NEWSIS
항생제는 현대 의학의 총아였다. 항생제만 있으면 깨끗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고 모든 감염을 신속히, 비교적 저렴하게 치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캘리포니아대(LA 캠퍼스, UCLA) 병원과 노스캐롤라이나주 병원에서 항생제 내성이 아주 강한 박테리아(일명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환자 여러 명이 사망한 사건이 말해주듯이 이제 기존 항생제는 그런 슈퍼박테리아 앞에선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런 사건들이 항생제 내성에 관한 대중의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키면서 과학자들은 항생제가 아무런 효과가 없어지는 날에 대비하는 수단을 강구하려고 애쓰고 있다.

과학자들은 표준 항생제가 듣지 않는 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유망한 수단이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몇 가지 새로운 항생제가 실험실에서 개발되고 있다. 아울러 항생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특정 박테리아를 표적으로 삼아 감염증을 퇴치하는 수단도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그건 아직 먼 이야기다. 이미 여러 유해한 박테리아가 기존 항생제보다 한발 앞서 간다.

매사추세츠대(앰허스트) 라일리 연구소에서 세균 진화를 연구하는 페그 라일리 소장은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학적 노력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이 문제에서 우리는 한참 뒤졌다. 정부가 항생제 개발에 재정지원을 중단했고, 제약회사도 항생제 분야에서는 이미 승부가 결정된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투자를 마다하기 때문이다.”

UCLA 병원은 환자 7명이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인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CRE)에 감염됐고 그중 2명은 숨졌다면서, 환자 7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췌장 및 담관질환 진단을 위해 사용한 내시경을 통해 CRE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CRE가 일으킨 것 같은 특정 감염증은 일반 대중보다 병원 등 의료 시설에 수용된 환자에게 더 큰 위협이다. 그러나 더 쉽게 전염되는 다른 감염증도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 그런 감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내성을 갖기 때문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에서 매년 200만 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에 감염되며 그중 최소 2만3000명이 사망한다고 추정했다.

라일리 소장은 박테리오신(bacteriocins)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박테리오신은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독성 단백질의 일종이다. 박테리아가 생존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자신과 비슷한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데 박테리오신을 사용한다. 기존 항생제는 유익하든 유해하든 모든 박테리아를 무차별로 죽인다. 그러나 라일리 소장이 원하는 박테리아 제거 방법은 그와 다르다. 그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페로모니신 바이오텍사와 손잡고 박테리오신을 사용해 특정 세균만 선별해 공격하는 방법을 개발한다. 유익한 박테리아는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라일리 소장은 박테리오신을 두고 “실제로 우리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소수의 세균을 물리칠 수 있는 좀 더 지능적인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라일리 소장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 연구에 매년 4억 달러(약 4400억원)를 투자한다. 하지만 대형 제약회사들은 별 관심이 없다. “박테리오신은 효과가 뛰어나지만 지금까지 신약 개발의 주류가 아니었다”고 라일리 소장은 말했다. 그런 약이 시판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개발 중인 박테리오신 기반 약제 중 어느 것도 임상시험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라일리 소장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수단 중에서 박테리오신을 사용하는 약이 가장 빨리 보편화될 듯하다고 말했다.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s)를 사용하는 것도 항생제 내성 세균과 싸울 수 있는 유망한 수단이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류를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다. 박테리아를 감염시켜 죽이는 역할을 한다. 박테리오신처럼 박테리오파지도 기존의 항생제(유해 여부를 막론하고 모든 박테리아를 죽인다)와 달리 특정 박테리아만 표적으로 삼는다. 옛 소련권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세균을 죽이기 위해 박테리오파지 요법을 사용했지만 서방에선 그보다는 표준 항생제 사용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제 항생제 내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다른 나라들도 박테리오파지 요법의 가능성에 더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인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CRE)의 3D 컴퓨터 이미지.
그러나 세균을 죽이기 위해 박테리오파지를 사용하는 것은 아직 완성된 요법이 아니다. 독일 함부르크 소재 유럽분자생물실험실에서 박테리오파지를 연구하는 롭 마이어스 박사는 “아직은 아주 기본적인 연구 단계”라고 말했다. “그런 요법이 옛 소련권 국가들에서 사용되긴 했지만 효과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어 무작위 접근법에 불과했다.”

마이어스 박사가 이끄는 팀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이라는 박테리아만 죽이는 박테리오파지의 작동 방식을 알아내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를 죽이지만 그 박테리아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는다. 박테리아가 숙주이기 때문에 완전히 죽이면 자신도 살 길이 없다. “박테리오파지가 박테리아를 완전히 죽이지는 않는다”고 마이어스 박사는 말했다. “우리는 그 정도가 어떻게 조절되는지 알고자 한다. 하지만 이 연구는 현재로선 그 원리를 이해하려는 단계일 뿐이다.”

박테리오파지를 사용해 특정 박테리아를 죽이는 약은 그 원리가 완전히 이해된 뒤에나 개발이 가능하고 상용화에도 장애물이 많다. 박테리오파지 요법은 이미 지난 세기부터 사용됐기 때문에 특허 출원이 어렵다. 게다가 일반 항생제에 비해 가격도 훨씬 비쌀 수밖에 없다. “혜성처럼 등장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치료제가 되기는 어렵다”고 마이어스 박사가 말했다. “박테리오파지가 항생제를 완전히 대체할 순 없을 듯하다. 하지만 항생제와 함께 사용하면 아주 강력한 치료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새로운 항생제도 개발 중이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재단 퓨 자선기금에 따르면 2014년 9월 기준으로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를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항생제 38가지가 임상시험 중이거나 미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그 수가 많긴 하지만 임상시험을 하는 새로운 항생제 중 20%만이 FDA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 노력이 그처럼 미미한 것은 무엇보다 제약회사들이 투자할 인센티브가 별로 없어서다. 평생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병 치료제가 복용 기한이 짧은 항생제보다 훨씬 큰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라일리 소장은 “항생제처럼 누구나 자주 복용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약을 개발하는데 10억 달러를 쏟아부으라고 투자자를 설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제약회사 대다수는 소규모다. 29개사 중 4개사만이 50대 제약회사 안에 든다.

최근 과학자들은 항생제에 고도의 내성을 가진 여러 박테리아에 효과적인 새로운 항생물질을 발견했다. ‘테익소박틴(teixobactin)’으로 명명된 이 새로운 항생물질은 병원균 내부의 단백질 성분을 공격하는 기존 항생물질과 달리 박테리아의 ‘아킬레스건’인 세포벽을 파괴한다. 병원균은 단백질 성분을 쉽게 바꿀 수 있지만, 세포벽 구성을 바꾸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테익소박틴에 내성을 갖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언론은 테익소박틴의 발견을 두고 마치 ‘기적의 항생제’가 이미 개발된 듯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테익소박틴을 발견한 연구팀의 책임자 킴 루이스 박사는 빨라야 2년 뒤에나 임상시험이 시작될 수 있고 실제로 병원에서 사용되려면 그로부터 5년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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