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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강남 부동산, 나라면 ‘글쎄’ - 가격 버팀목 ‘투자가치·학군’에 균열 조짐

3년 후 강남 부동산, 나라면 ‘글쎄’ - 가격 버팀목 ‘투자가치·학군’에 균열 조짐

한때 강남 부동산의 상징으로 불렸던 도곡동 타워팰리스. 타워팰리스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알려진 시세보다 1억~2억원 낮게 거래되고 있다.
서울 강남이 좋아 살겠다는 사람까지 말릴 수는 없다. 여유가 있고, 집값이 조금 떨어져도 생계에 큰 지장이 없으며, 노후에 별 영향을 안 미친다면 사시라. 그러나 아직도 강남 아파트를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다르다. 그런 생각을 접는 게 당신의 노후와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버티고 있으면 언젠간 가격이 오르겠지’ 또는 ‘적어도 떨어지진 않겠지’라는 굳건한 믿음 역시 버리시라. 오를 만한 이유가 ‘안갯속’인 데 비해 오르지 않을 근거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너무 떨어졌다. 재테크의 기본은 ‘수익률’이다. 예·적금이든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얼마를 투자해 얼마를 더 버느냐의 싸움이다. 예·적금은 매수 타이밍의 중요성이 덜하지만 주식과 부동산은 결국 언제(쌀 때) 사서 언제(비쌀 때) 파느냐에 달려있다. ‘지금이 살 때’라는 판단을 하려면 가격이 적당해야 한다. 그러나 강남 아파트 가격은 몇 년째 꾸준히 고점에 머물러 있다. 2012년 3월 10억3862만원이던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올 2월 9억3873만원으로 9.6% 하락했다. 서초구와 송파구도 같은 기간 각각 6.3%, 2.4% 떨어졌다. 전국 평균(-2.2%)보다 강남 3구의 하락폭이 컸다. 그럼에도 강남 3구의 가처분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10배를 넘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2013년 하반기 조금씩 반등을 시작했지만 수도권 평균에 비해 훨씬 덜 올랐다. 강남 아파트값이 오르내리면 강북과 수도권 아파트 값이 후행하던 추세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책·유동성으로 간신히 떠받치는 실정
물론 일부 아파트는 최근 3~4%가량 오르기도 했다. 제법 쏠쏠했다고? 틀렸다. 주택 구입 때 내는 세금(취득세·지방교육세·농어촌특별세)만 3.3~3.5%(9억원 초과 기준)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주는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마이너스다.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도 강남은 매력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현재 서울 강북과 신도시의 임대 수익률은 4~6% 수준이다. 하지만 강남은 2~3%대에 머물러 있다.

물론 현재 강남 3구의 집값이 사상 최고치도 아니고, 오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재테크로 일정한 수익을 거두려면 ‘사겠다는 사람’ 즉, 수요가 늘어야 한다. 불행히도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한 부동산 업체 팀장은 “(강남의) 거래량이 소폭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2000년대 중반처럼 활발하다고 말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아직은 매도 물량이 매수 물량보다 많고, 양쪽의 가격 격차도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없는 사람은 돈이 없어서 못 사고, 있는 사람은 돈이 있어도 전세로 사는 게 낫다고 말한다. ‘전세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으니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다’는 부추김도 안 먹힌다. 전문직이나 고소득층이 매수에 가세해야 하는데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원한 한 변호사는 “교육이나 생활 환경, 주변의 시선 때문에 강남에 살길 원하는 이들이 있지만 실제로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대문 앞에 써 놓고 사는 것도 아니고 자가든 전세든 월세든 상관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투자가 아닌 거주가 목적이니 ‘강남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도 수요 감소를 피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저성장·저금리·저물가의 고착화라는 ‘뉴 노멀(New Normal)’은 잠깐의 추세가 아니다. 전 세계가 봉착한 우리의 미래다. 여기에 낮은 출산율과 인구증가율이 겹치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부동산도 예외일 순 없다. 현재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한 이들은 대부분 40~50대 이상의 소득 상위층이다. 누군가는 집을 사줘야 가격이 지탱되는데 지금 20~30대엔 그럴만한 돈이 없다. 소득증가율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마당에 앞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 역시 어렵다. 집에 대한 애착도 윗세대에 비해 훨씬 덜하다. 집 한 채 마련하는 게 평생의 목표였던 50~60대와 다른 점이다. ‘이들을 강남으로 끌어들일 방법은 사실상 상속 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부터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집값 상승을 기대한 투자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학군’이다. 이 두 축은 지난 30여년 동안 강남 집값을 견인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강남 학군의 절대 아성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특수목적 고등학교의 부상과 ‘물수능’, 어려운 내신 관리 등으로 강남 명문고 등 학군의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는 곧바로 학군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강남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나친 가격 탓에 학군 수요 소화 못 해
경기·휘문·영동고 등 명문 학교가 즐비한 강남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학군 자체만으로도 입주 수요가 넘쳤다. 하지만 서울 지역 고교 평준화와 대규모 아파트 개발로 늘어난 학생 수 탓에 강남권 학교들의 명문대 진학률은 떨어졌다.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꿈꾸는 학부모들은 자연히 시험을 치고 입학하는 과학고·외고·국제고 등으로 몰렸고, 1990년대 중반부터 이들 특목고가 8학군 고등학교의 지위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8학군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자녀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기 전에 강남권으로 이사 와야만 했다. 강남권 학교에 6년 이상 다녀야 이 지역 고등학교 진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특목고는 학군제에 포함되지 않아 굳이 강남에 살지 않아도 지원이 가능했다. 더구나 앞으로 인구감소로 대입 준비생 자체가 급감하게 돼 있다. 이는 강남으로의 전입 수요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심리 변화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매 가격보다 학군 수요를 조금 더 잘 드러내 주는 전셋값 동향을 살펴보면 명확히 할 수 있다. 입학·전학 등으로 이사 수요가 몰리는 2월 마지막 주 전셋값 상승률은 올해 강남이 0.2%로 서울시 평균 0.3%를 밑돌았다. 지난 2013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2년 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을 비교해도 강남 3구는 13.6%로 수도권 평균 14.7%, 서울 평균 13.8%에도 못 미쳤다. 올해 강남 재건축으로 1만2000여 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한 점과 전세 재계약이 많은 홀수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상당히 제한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7년 만의 재건축 불패신화 원동력 될까
이에 비해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교육환경이 좋은 노원·도봉·강동구는 이 기간 14.1% 올랐다. 낙생고·용인외고 등 신흥 명문고들이 몰려 있는 성남 분당과 용인 수지는 각각 23.7%, 22.5% 올랐고, 안양 동안도 21.1% 급등했다. 대치동 은 마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방학 때 새로 들어오려는 움직임이 예전만 못하고, 문의도 뜸하다”고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 전셋값은 지난해와 비슷한 3억4000만~3억8000만원 선. 전세가와 더불어 매매가 상승 역시 지지부진하다. 2월 마지막 주 아파트의 매매 가격 상승률을 살펴보면 강남구는 0.12%에 그쳤고, 송파구와 서초구 역시 0.08%, 0.05%로 상승세가 미미했다. 이에 비해 신흥 학원가로 떠오른 강동·동대문 지역은 0.31%, 0.23% 각각 상승했다.

결론적으로 강남 집값의 가장 큰 상승압력인 투자 메리트와 학군 수요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 한국의 60여년의 경제발전 기간 동안 부동산값이 꾸준히 올랐지만 폭발적으로 고공행진을 벌인 것은 2000년대 초·중반 정도다. 부동산값이 가까운 시기에 인상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기 때문에 ‘불패’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세계 어느 나라든 고급 주택가의 가격은 수요가 일정하기 때문에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강남 집값도 폭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3.3㎡당 3000만원에 육박하는 강남 부동산은 이제 ‘그들만의 리그’가 돼 버렸다. 일반 직장인들에게 강남의 아파트는 언감생심이다. 대학 졸업생이 중소기업에 취업해 2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수 있는 돈이라고 해봐야 고작 6억~8억원 정도. 강남 중형 아파트에 간신히 전세로 들어갈 수 있는 돈이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가격, ‘유효수요’가 없는 시장에서 가격 상승은 일어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3년이 강남 부동산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6년 간 잠잠했던 강남권 재건축이 올해 다시 시동을 걸어 3년 뒤인 오는 2018년께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재건축은 부동산 경기의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좋은 입지에 위치한 낡은 아파트를 헐고 새 아파트를 올린다는 점, 돈이 몰리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무주택자의 경우 청약에서 높은 순위를 받을 수 있어, 과거 강남·서초·분당 등 일부 지역의 신규 분양은 ‘로또’라 불렸다.

그러나 이번 재건축은 강남권 부동산의 시험대라는 평가다. 강남은 대한민국 부동산의 챔피언이지만, 사실상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방어전을 치르지 않았다. 재건축의 계속된 연기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속에 적정한 가격과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오랜만에 이뤄지는 이번 재건축에서 강남 부동산의 내성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부동산값을 밀어 올릴 촉매제가 바닥난 상황이라 비관론이 앞선다. 물량 공급이 확대되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게 현실적인 관측이다. 강남권 재건축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는 오는 4월 이후 물량이 쏟아질 전망이라, 이르면 6~7월쯤에는 강남 부동산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주요 재건축 단지는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이 공동 시공하는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9510가구), 대치 국제아파트를 재건축한 SK뷰(240가구), 잠원동 반포한양(372가구), 개포주공2단지(1400가구) 등이다.

서울의 집값, 강남의 집값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3년 기준으로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은 9.4배로 런던(7.8배)·도쿄(7.7배)·뉴욕(6.2배)보다도 높다. 당연히 강남 3구는 10배를 훌쩍 넘는다. 강남에 산다고 모두 부자인 게 아니다. 50~60%씩 대출을 끼고 무리해 집을 산 사람도 적지 않다. 가격이 떨어지면 대출금을 못 갚는 이른바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집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면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은 집값 상승이 아닌 거품이 서서히 붕괴해주길 기원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강남 아파트, 특히 대형 평수는 하루빨리 출구전략을 짜라는 의미다. 자식에게 물려줄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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