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 수퍼 부자는 지금] 투자 목적으로 고급 주택 사재기
[세계 1% 수퍼 부자는 지금] 투자 목적으로 고급 주택 사재기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동쪽이든 서쪽이든 저녁에 산책하다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새 아파트 건물에 거의 불이 꺼져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살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의 매력적인 도시에 빈 고급 아파트들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마이애미·샌프란시스코·밴쿠버·브리티시컬럼비아·호놀룰루·홍콩·상하이·싱가포르·두바이·파리·멜번·런던 등의 도시에서 세계의 부호들이 거주 목적이 아니라 이재 수단으로 호화 주택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파리에선 아파트 4채 중 1채는 항상 비어 있다.
이들 갑부 부동산 투자자 중에는 신분의 상징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투자 목적인 사람도 있다. 불안정한 나라의 재력가나 사업이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외국 부동산 소유는 개인적인 보험 역할을 한다. 어느 쪽이든 세계적으로 임금 인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고급 주택 수요 증가는 부의 집중에 따르는 몇몇 부작용을 보여준다. 이들 궁전 같은 아파트와 주택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일단의 비용을 현지 주민이 떠안아야 한다. 임대료 상승, 출퇴근 시간 연장, 쇼핑장소의 감소 등이다. 대표적으로 뉴욕 등 일부 도시에선 주민이 부재 소유주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세계 1% 부자들에게 밀려 현지 주민이 쫓겨나자 샌프란시스코·상하이·밴쿠버·뉴욕 등지의 정치 지도자들이 나섰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부자가 도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싱가포르와 홍콩 당국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소유주 부재 고급 주택의 확산을 막으려 노력한다. 요즘 계좌에 현금이 계속 쌓이는 사람들은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수익성 있는 투자대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은행에 돈을 묻어두는 방법은 매력이 없다. 세상에 현금이 흘러 넘치고,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부 거액 예금은 이자를 받기는커녕 요즘엔 은행에 보관료를 물어야 한다. 이같은 경제환경에서 돈을 곳간에 쌓아두는 방법에 비해 고급 아파트 구입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 다른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한 소유주들은 언젠가 그 물건을 팔아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들 부재 소유주 중 다수는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을 내세워 부동산을 매입한다. 그에 따라 세금을 물어야 할 개인 비용이 세금 감면되는 지출로 탈바꿈한다. 개발업자들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건물을 매입해 철거한다. 정부의 토지수용권(eminent domain) 행사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기존 소유주에게 적은 돈을 주고 강제 퇴거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1% 수퍼 부자의 증가도 이 같은 추세를 부채질한다. 포브스의 최신 글로벌 리스트에 오른 억만장자는 1826명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다. 포브스는 기본적으로 유동자산(liquid wealth)을 기준으로 삼는다. 주로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상장기업의 집중 소유 지분이다. 따라서 거기서 빠지는 개인 소유 및 분산투자 자산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억만장자가 1명이라면 고급 아파트 1채 값을 푼돈으로 여기는 백만장자는 훨씬 더 많다. 억만장자는 보통 1인당 주택 10채를 소유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나이트 프랭크의 자료다. 이는 통계적으로 친구나 사업 관계자가 그 주택을 사용하지 않는 한 각각 1년에 47주는 비어 있다는 의미다.
고급 아파트 소유(하지만 거주하지 않는) 수요 중 일부는 허영심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런 투자는 현지 주민이 비용 일부를 부담할 경우에 특히 매력적이다. 이 같은 부자 대상의 복지 혜택은 사람들이 거의 알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미묘한 메커니즘을 통해 이뤄진다. 뉴욕주의 경우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에 대한 평균 재산세는 자산가치의 2%다. 4%를 웃도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뉴욕시가 새 아파트에 부과하는 재산세는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창밖으로 허드슨강이 그림처럼 펼쳐진 맨해튼 북서부 지역의 600만 달러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600만 달러짜리 주택 소유자가 내야 할 1년 재산세는 12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로드리게스에게 청구되는 재산세는 연간 0.02%에 불과한 1200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낮은 세율은 421-a 프로그램이라는 세금 감면 혜택에서 비롯된다. 전체적으로 뉴욕시 아파트 15만호가 수혜 대상이다. 뉴욕시 독립예산국 추산에 따르면 제대로 세금이 부과될 경우 이들 아파트가 추가로 납부해야 할 금액은 연간 11억 달러에 달한다. 뉴욕주는 시세가 500만 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빈 고급 아파트에 누진세를 부과하는 법을 제정했다. 소유 부동산에 실제로 거주하거나 아니면 매각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권장 세율은 1.5%부터 시작해 2000만 달러를 웃도는 부동산에는 최고 4%에 달한다. 몇몇 구매자는 고급 주택을 이용해 범죄 소득을 은닉하기도 한다. 와이오밍주로부터 파나마, 케이먼 제도에 이르는 지역에 유령회사를 세워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유권을 숨기기가 쉽기 때문이다. 권력을 이용해 부정 축재한 정부 관료와 인척도 거의 사용하지 않을 주택의 적극적인 구매자들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 관료, 특히 반대 파벌을 대거 잡아들이며 부패척결을 자신의 역점 추진정책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의 조카딸 장얀난은 20대 중반에 700만 달러짜리 홍콩 아파트와 3000만 달러짜리 빌라들로 이뤄진 지역의 수변지구 빌라 주택을 구입했다. 두 곳 모두 비어 있는 듯하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 뉴스가 3년 전 보도했다.
취재차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세무 변호사들로부터 그곳의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는 외국인 부자 고객들 이야기를 들었다. 정권 교체나 사회 불안이 발생해 고국으로부터 도피해야 할 경우에 대비한 보험 성격이다. 한 변호사는 점심식사 자리에서 싱가포르에 여러 채의 아파트를 소유한 비슷한 수준의 재력가 고객 2명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1명은 파키스탄에 사업체를 둔 인도인이고, 또 1명은 인도에 사업체를 둔 파키스탄인이었다. 파키스탄의 사업가는 재산의 40%, 인도의 사업가는 20%를 싱가포르에 묻어뒀다. 자신들이 처한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는 듯하다.
2년 전 소더비의 ‘국제부동산’ 자료 발표에 따르면 캐나다 밖에서 거주하는 사람(주로 중국·이란·미국)들이 밴쿠버 고급 주택의 40%를 매입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데이비드 에비 의원은 “상당한 권한을 가진 부유층 주민”을 대변한다고 밝혔다. 그들은 밴쿠버의 가장 비싼 단독주택 부촌의 부재 소유주를 막을 도리가 없어 ‘완전 속수무책’으로 지켜본다고 한다. 이곳의 주택들은 예사로 수백만 달러를 호가한다. 그들은 크기만 하고 볼품없는 맨션을 올리기 위한 철거에 반대한다. 그뿐 아니라 지역 내 가족적 분위기의 쇼핑 지구에 활력을 유지하는 상가의 위축도 우려한다. 많은 사람이 공실 주택에 중과세를 매겨 부재 소유주가 꾀지 않도록 하고 싶어 한다. “입장이 난처하다”고 에비 의원이 말했다. “중국말을 하며 떼를 지어 이곳을 찾는 수많은 사람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을 빚지 않고 어떻게 이 문제를 거론할 수 있겠는가?” 1% 수퍼 부자들이 살지도 않을 아파트를 구입하는 추세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상점 주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도시계획 전문가 제인 제이컵스는 1961년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Life and Death of Great American Cities)]에서 고객 내점률(foot traffic)이 도시의 경제 활력과 안전에 중요한 요소임을 입증했다. 밀집된 도시 주택지구의 태반이 비게 되면 내점률이 떨어진다. 샌프란시스코의 제인 킴 행정관은 “우리 도심 지역에선 상당수 부동산이 외국인과 외지인에게 팔려 나간다”고 말했다. “따라서 재산세 수입, 그리고 공공 서비스를 별로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공공기금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선 상당히 보탬이 된다. 하지만 도시에서 살려는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의미도 된다. 아파트 매매와 임대 가격이 모두 높은 탓에 상당 수준의 소득을 올리더라도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다.”
뉴욕 브루클린 중심부에서 ‘위코프 99 센트 철물점’을 운영하는 마리아 라나우즈는 가족만 남겨두고 직원을 모두 내보냈다.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인근의 최대 주거용 건물에서 1200~1500달러를 내고 월세를 살던 주민들이 모두 떠나갔다. 임대료를 2배로 올려 받으려고 리모델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21-a 세금 감면 혜택 덕분에 소유주는 지자체 당국에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들은 히스패닉계 주민을 모두 쫓아 내고 맨해튼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라나우즈가 말했다. “하지만 아직 입주하지 않아 우리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인구밀도 감소는 지역경제에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한다고 메이슨 개프니(91)는 말한다. 캘리포니아대학(리버사이드)에서 부동산 세제를 연구하다가 최근 은퇴한 경제학자다. “다수의 저가 소형 주택으로 이뤄진 건물을 헐고 대형 고급 주택을 들일 때 소매유통업이 타격을 입는다. 지역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주민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그가 말했다. 대형 고급 아파트가 많아지면 여태껏 걸어 다니던 근로자들이 출퇴근에 더 많은 시간·에너지·돈을 소비하게 된다고 개프니는 말했다. 그에 따라 사업체들은 인력 시장에서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게 된다. 이 같은 문제를 줄이려면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고 개프니는 말한다. 특히 도심 지역에서 가장 높고 고급스럽게 토지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수단 중 하나다. 그러나 모기지 규제, 공실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인상, 도심 부지를 강제 수용해 고급 주택을 신축하는 토지수용권 행사 금지로도 이 같은 추세를 막기는 어려울 듯하다. 1% 부자에게로 쏠리는 그 많은 현금이 어디론가는 흘러넘칠 것이기 때문이다.
- 번역=차진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들 갑부 부동산 투자자 중에는 신분의 상징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투자 목적인 사람도 있다. 불안정한 나라의 재력가나 사업이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외국 부동산 소유는 개인적인 보험 역할을 한다. 어느 쪽이든 세계적으로 임금 인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고급 주택 수요 증가는 부의 집중에 따르는 몇몇 부작용을 보여준다. 이들 궁전 같은 아파트와 주택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일단의 비용을 현지 주민이 떠안아야 한다. 임대료 상승, 출퇴근 시간 연장, 쇼핑장소의 감소 등이다. 대표적으로 뉴욕 등 일부 도시에선 주민이 부재 소유주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세계 1% 부자들에게 밀려 현지 주민이 쫓겨나자 샌프란시스코·상하이·밴쿠버·뉴욕 등지의 정치 지도자들이 나섰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부자가 도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싱가포르와 홍콩 당국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소유주 부재 고급 주택의 확산을 막으려 노력한다.
기업 명의로 고급 부동산 매입하는 사례 많아
1% 수퍼 부자의 증가도 이 같은 추세를 부채질한다. 포브스의 최신 글로벌 리스트에 오른 억만장자는 1826명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다. 포브스는 기본적으로 유동자산(liquid wealth)을 기준으로 삼는다. 주로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상장기업의 집중 소유 지분이다. 따라서 거기서 빠지는 개인 소유 및 분산투자 자산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억만장자가 1명이라면 고급 아파트 1채 값을 푼돈으로 여기는 백만장자는 훨씬 더 많다. 억만장자는 보통 1인당 주택 10채를 소유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나이트 프랭크의 자료다. 이는 통계적으로 친구나 사업 관계자가 그 주택을 사용하지 않는 한 각각 1년에 47주는 비어 있다는 의미다.
고급 아파트 소유(하지만 거주하지 않는) 수요 중 일부는 허영심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런 투자는 현지 주민이 비용 일부를 부담할 경우에 특히 매력적이다. 이 같은 부자 대상의 복지 혜택은 사람들이 거의 알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미묘한 메커니즘을 통해 이뤄진다. 뉴욕주의 경우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에 대한 평균 재산세는 자산가치의 2%다. 4%를 웃도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뉴욕시가 새 아파트에 부과하는 재산세는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창밖으로 허드슨강이 그림처럼 펼쳐진 맨해튼 북서부 지역의 600만 달러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600만 달러짜리 주택 소유자가 내야 할 1년 재산세는 12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로드리게스에게 청구되는 재산세는 연간 0.02%에 불과한 1200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낮은 세율은 421-a 프로그램이라는 세금 감면 혜택에서 비롯된다. 전체적으로 뉴욕시 아파트 15만호가 수혜 대상이다. 뉴욕시 독립예산국 추산에 따르면 제대로 세금이 부과될 경우 이들 아파트가 추가로 납부해야 할 금액은 연간 11억 달러에 달한다. 뉴욕주는 시세가 500만 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빈 고급 아파트에 누진세를 부과하는 법을 제정했다. 소유 부동산에 실제로 거주하거나 아니면 매각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권장 세율은 1.5%부터 시작해 2000만 달러를 웃도는 부동산에는 최고 4%에 달한다.
뉴욕주는 빈 고급 아파트에 누진세 부과
취재차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세무 변호사들로부터 그곳의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는 외국인 부자 고객들 이야기를 들었다. 정권 교체나 사회 불안이 발생해 고국으로부터 도피해야 할 경우에 대비한 보험 성격이다. 한 변호사는 점심식사 자리에서 싱가포르에 여러 채의 아파트를 소유한 비슷한 수준의 재력가 고객 2명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1명은 파키스탄에 사업체를 둔 인도인이고, 또 1명은 인도에 사업체를 둔 파키스탄인이었다. 파키스탄의 사업가는 재산의 40%, 인도의 사업가는 20%를 싱가포르에 묻어뒀다. 자신들이 처한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는 듯하다.
2년 전 소더비의 ‘국제부동산’ 자료 발표에 따르면 캐나다 밖에서 거주하는 사람(주로 중국·이란·미국)들이 밴쿠버 고급 주택의 40%를 매입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데이비드 에비 의원은 “상당한 권한을 가진 부유층 주민”을 대변한다고 밝혔다. 그들은 밴쿠버의 가장 비싼 단독주택 부촌의 부재 소유주를 막을 도리가 없어 ‘완전 속수무책’으로 지켜본다고 한다. 이곳의 주택들은 예사로 수백만 달러를 호가한다. 그들은 크기만 하고 볼품없는 맨션을 올리기 위한 철거에 반대한다. 그뿐 아니라 지역 내 가족적 분위기의 쇼핑 지구에 활력을 유지하는 상가의 위축도 우려한다. 많은 사람이 공실 주택에 중과세를 매겨 부재 소유주가 꾀지 않도록 하고 싶어 한다. “입장이 난처하다”고 에비 의원이 말했다. “중국말을 하며 떼를 지어 이곳을 찾는 수많은 사람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을 빚지 않고 어떻게 이 문제를 거론할 수 있겠는가?”
주민 감소로 소매유통업 타격
뉴욕 브루클린 중심부에서 ‘위코프 99 센트 철물점’을 운영하는 마리아 라나우즈는 가족만 남겨두고 직원을 모두 내보냈다.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인근의 최대 주거용 건물에서 1200~1500달러를 내고 월세를 살던 주민들이 모두 떠나갔다. 임대료를 2배로 올려 받으려고 리모델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21-a 세금 감면 혜택 덕분에 소유주는 지자체 당국에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들은 히스패닉계 주민을 모두 쫓아 내고 맨해튼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라나우즈가 말했다. “하지만 아직 입주하지 않아 우리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인구밀도 감소는 지역경제에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한다고 메이슨 개프니(91)는 말한다. 캘리포니아대학(리버사이드)에서 부동산 세제를 연구하다가 최근 은퇴한 경제학자다. “다수의 저가 소형 주택으로 이뤄진 건물을 헐고 대형 고급 주택을 들일 때 소매유통업이 타격을 입는다. 지역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주민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그가 말했다. 대형 고급 아파트가 많아지면 여태껏 걸어 다니던 근로자들이 출퇴근에 더 많은 시간·에너지·돈을 소비하게 된다고 개프니는 말했다. 그에 따라 사업체들은 인력 시장에서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게 된다. 이 같은 문제를 줄이려면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고 개프니는 말한다. 특히 도심 지역에서 가장 높고 고급스럽게 토지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수단 중 하나다. 그러나 모기지 규제, 공실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인상, 도심 부지를 강제 수용해 고급 주택을 신축하는 토지수용권 행사 금지로도 이 같은 추세를 막기는 어려울 듯하다. 1% 부자에게로 쏠리는 그 많은 현금이 어디론가는 흘러넘칠 것이기 때문이다.
-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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