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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 폐허 위에 꽃핀 ‘노란 희망’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 폐허 위에 꽃핀 ‘노란 희망’

지진 피해를 입은 네팔인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여기고 뭐라도 돕겠다는 결심에 봉사 첫날 하나님의 교회 자원봉사자들은 맨주먹으로 나섰다.
지난 4월 25일(현지시각)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와 포카라 지역에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났다. 에베레스트가 무너졌고, 거대한 몸집의 히말라야 산맥 전체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5월 4일 네팔 내무부 발표 기준 사망자 약 7240여 명, 부상자 1만4122명, 이재민 810만 명이 발생했다. 지진이 일어난 곳은 인구 밀집 지역이라 사상자가 많았다. 지진 피해 이후 식량과 식수 등 모든 물자가 부족한 ‘절체절명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인 누와콧을 포함해 누와콧을 둘러싼 신두팔초크, 다딩, 지진의 진앙인 고르카, 기타 반대쪽 해안지역인 카브레팔란, 마콴푸르, 신둘리 등지가 거의 초토화됐다. 지난 5월 5일 기준 피해 지역으로 파악된 21개 지역에서 식수와 위생시설 지원이 필요한 주민은 420만 명, 긴급히 식량을 지원해야 하는 주민이 300만 명에 달한다. 21개 피해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은 170만 명이며 피해 주민 가운데 임산부만 12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도 1만6500명에 이른다. 가옥이 거의 파괴됐기 때문에 대다수 주민이 겪는 심리적 트라우마도 극심하다.

저물어가는 시간 카트만두의 화장터 파슈파티나트 옆에는 슬픈 강이 흐른다. 성인 남자의 무릎을 넘지 않는 바그마티강이다. 대참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남쪽 인도까지 약 20㎞를 흘러가서 갠지스강이 된다. 지진 발생 이후 카트만두와 인근 도시에서 수습된 시신 대부분이 재가 돼 바그마티강에 뿌려졌다. 사람들은 돌에 깔려 죽은 가족을 화장했지만, 폐부를 찌르는 그들의 슬픔과 고통은 불태우지 못했다. 연기와 열기, 재와 타는 냄새가 범벅이 돼 사방으로 번졌다. 연기가 안개처럼 파슈파티나트를 덮었고, 재로 변한 부모형제의 육신은 산 사람의 머리, 어깨, 손등에 내려앉았다. 강가의 가족들은 울음 같은 노래를 부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절망의 극한 속에서도 희망의 불꽃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8일 만에 구조된 생존자 소식이 들려와 감동을 주기도 했다. 유엔과 국제 구호단체, 각국에서 파견한 공식 구조대의 활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네팔인 스스로의 적극적인 복구 노력이 눈길을 끌었다. 노란 조끼를 입고 카트만두와 주변 피해지역을 누비는 그들은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이하 하나님의 교회)’ 소속 신자들이다. 카스트제도가 아직 남아 있는 힌두국가 네팔에서 이들의 자기희생적 봉사는 유난히 돋보였다.
 맨주먹으로 시작한 자원봉사
일렬로 서서 합심해 건물 잔해를 치우는 네팔 현지 자원봉사자들.
이들의 재해 복구 노력은 지진 발생 다음 날인 4월 26일부터 시작됐다. ‘하나님의 교회’는 네팔에도 많은 성도가 있지만 다행히 인명, 시설물 피해는 거의 없었다. 이번 지진 최대 피해지역으로 꼽히는 신두팔초크에 의료 실습을 나갔던 여대생 신자 카비타 부다 마가르 씨는 흙더미에 매몰돼 일행 15명 중 1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가운데 혼자 건강하게 생환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대재앙에서 살아남았다는 기쁨도 잠시. 가족, 이웃 등 사랑하는 사람들의 희생과 피해를 목격한 신자들의 심리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카트만두 시내 건물의 75%가 무너지고, 그나마 피해를 입지 않은 건물조차 추가 붕괴의 위험 때문에 출입이 통제돼 당장 천막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기적적으로 생존한 카비타 부다마가르를 포함한 신자들은 곧바로 자원봉사에 나섰다.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도시에서는 장갑, 마스크 같은 단순한 장비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이웃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여기고 뭐라도 돕겠다는 결심에 봉사 첫날 신자들은 맨주먹으로 나섰다.

이들은 먼저 피해지역에서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치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먼저 달려간 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카트만두의 랜드마크였던 다라하라(빔센) 타워. 1932년 세워진 62m 높이의 이 타워는 83년간 네팔의 기둥이었다. 도심 한복판에 솟아 있어 지진으로 무너져 부러진 창처럼 밑동만 남아 있었다. 하얀 바깥벽이 달걀껍질처럼 벗겨지고 엷은 갈색 흙벽이 드러났다. 무너지기 전 이 건축물은 흰색 원통 9개를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둥근 지붕을 얹어 등대의 모습과 흡사했다. 타워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만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됐다. 8층 전망대에서는 카트만두 시내를 안은 카트만두 계곡이 한눈에 보이는 관광명소였다. 그 광경을 보려던 관광객 200명이 매몰된 것이다.

아무도 접근하지 않던 이곳에 노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나타나자 군인과 경찰도 크게 반겼다. 봉사자들은 여진의 공포를 이겨내며 건물 잔해를 맨손으로 하나하나 치우며 사상자 구조에 나섰다. 이들의 용기에 지켜보던 시민도 박수를 보냈다. 카트만두 시내의 그린랜드 다파시, 바순다라 일대에서는 자원봉사자 약 120명이 피해자들이 머무는 운동장으로 가서 천막·물·음식을 제공하고, 더러워진 주변 환경을 정화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지 않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의 집을 찾아가 벽돌 속에 파묻힌 물건들을 꺼내주기 시작했다. 한동네 사는 신자들끼리 똘똘 뭉쳐 한마을에 수십 명씩 구호활동을 펼쳤다. 4월 27일, 이들은 카트만두와 그 인근의 투디켈·푸탈리사닥·발루와타르·가이리다라·짓푸르 초가운·차우마티 등의 마을을 찾았다. 곳곳에서 건물 잔해를 치우고 돌더미 속에 파묻힌 음식, 옷, 귀중품, 가재도구 등을 꺼내줬다. 무너진 집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던 많은 사람이 도움을 청해왔다. 붕괴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안전모 대신 오토바이용 헬멧을 쓰고 돌무더기를 나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일렬로 서서 합심해 건물 잔해를 치우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찬탄을 자아냈다.

바부람 바타라이 전 총리의 부인인 히실라 야미 네팔 전 문화관광항공부 장관은 신도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하나님의 교회에 대단히 감사드린다. 곳곳에서 이런 봉사활동을 한다고 들었는데 대재앙을 맞은 네팔 국민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봉사한다”는 자원봉사자들의 말에 야미 전 장관은 “어머니는 만물을 창조하는 대지와 같은 존재 아닌가, 여기서 여러분은 그 어머니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면서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후로도 하나님의 교회 봉사는 예배일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꾸준히 계속됐다. 천막 생활을 하는 지진 피해자들을 돌보는 한편, 건물 잔해로 막힌 길을 열고, 무너진 가옥을 정리해주며 주민들의 세간을 꺼내주기도 했다. 매몰된 집에서 당장 먹을 음식조차 꺼낼 수 없었던 아주머니는 신도들이 30~50㎏ 쌀 포대들을 흙더미 속에서 속속 꺼내 임시 대피소까지 날라주자 안도하며 만면에 웃음꽃을 피웠다. 갑작스런 재난에 망연자실했던 사람들은 이들의 봉사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네팔 정부 관리들도 감동 받아
하나님의 교회 신도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유가족들이 모인 진도군실내체육관에서 44일간 정성을 다한 무료급식봉사로 이웃의 슬픔을 함께 나눴다.
하나님의 교회 자원봉사자들은 사람들이 많이 통행하는 버스터미널, 피해 주민들의 임시 숙소가 마련된 공원, 운동장 등에서 질병 예방을 위한 환경정화활동에도 나섰다. 카드가 바하두르 비슈워카르마 네팔 전 관광항공부 및 여성아동사회복지부 장관은 이들의 봉사활동을 보고 버스터미널 정화활동을 함께하자고 요청했다. 그는 이튿날 소속 정당 당원들과 함께 봉사하면서 “지진이라는 재앙이 닥쳤을 때 우리의 건강과 직결된 이런 정화 활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염병이 퍼질 우려가 있다”며 “정화활동에 힘쓴 기독교인 봉사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엄청난 대재난 앞에 속수무책으로 국제사회의 지원만 바라고 있던 네팔 정부 관리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카트만두 외곽 짓푸르 초가운 마을의 무너진 집터에서 복구작업이 이뤄질 때 한 남성이 다가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진 피해를 입은 우리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는데, 여러분의 일하는 모습에서 지금 내가 할 일을 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디서 오신 분들인가요?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그는 짓푸르 초가운 마을이 속한 타라케슈와르의 지방자치단체장(한국의 구청장에 해당)이었다. 나흘 동안 회의를 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세주지 못하는 데 자괴감을 느끼고 회의실을 뛰쳐나왔다가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보고 희망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정부 관리인 우리도 어디부터 일을 해야 할지 몰랐는데, 우리보다 먼저 와서 주민들의 손과 발이 돼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4월 30일, 네팔 지방권 하나님의 교회 신자들이 마음을 모아 마련한 쌀·라면·생수·천막·비닐·매트 등이 카트만두교회에 도착했다. 8t 트럭 1대 분량의 이 물품은 곤경에 처한 주민들에게 물질적·정신적으로 큰 위안이 됐다. 구호물품은 카트만두 일대의 하나님의 교회마다 골고루 분배해 도움이 필요한 피해 가족, 이웃에게 빠르게 전달됐다. 카트만두 조르파티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에서 시무하는 테젠드라 가우탐 장로는 “천막, 매트 같은 것은 카트만두 시내에서 이미 품절돼 구할 수 없었다. 건물 붕괴의 위험 때문에 많은 이들이 비가 오는 데도 천막 없이 길에서 자고 있었다. 성도들이 하나님께 정말 감사드리며 물품이 필요한 산골 오지 마을까지 달려가 곧바로 이웃들에게 전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나님의 교회 자원봉사자들이 나선 길은 순탄치 않았다. 이번 지진으로 도로가 유실된 곳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로 3시간을 달려가 물품을 지원하고, 교회 차량으로 40분을 달려간 후 다시 3시간을 걸어가 이틀 동안 봉사활동에 임하기도 했다. 산길을 가다 마주친 사람들에게 양식을 약탈당하는 일도 있었다. 가우탐 장로는 “성도들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영육간에 돕는 것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우리의 사명’이라 여기고 마음을 다해 봉사한다”고 밝혔다.

1964년 한국에서 설립된 하나님의 교회는 1990년대 후반 해외선교를 시작해 현재 세계 175개국 각지에 교회를 세웠다. 성경에 기초한 초대교회 진리의 준수와 초대교회 신앙의 회복을 강조하며, 성경에 예수 그리스도와 그 제자들이 행한 그대로 안식일, 유월절 등 절기를 지킨다. 가장 큰 특징은 아버지 하나님뿐 아니라 어머니 하나님도 계신다는 믿음이다. 여기서 성경 가르침과 일치한 삶은 ‘사랑’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한 성경 말씀처럼, 하나님의 자녀로서 아버지 하나님과 어머니 하나님을 닮은 사랑의 모습이 돼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을 실천한다.

이런 가르침 때문에 하나님의 교회 신자들은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선교와 봉사에 힘쓴다. 저소득층,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희귀난치병어린이, 다문화가정 등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지원과 봉사와 함께 헌혈, 환경정화활동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국가적·세계적인 재해, 재난 시 이들의 봉사는 더욱 빛을 발한다. 국내에서는 태풍, 수해, 폭설 등 피해지역에 대대적인 복구 자원봉사를 벌였다. 대구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때는 유가족들이 모인 대구시민회관과 진도군실내체육관에서 각각 55일, 44일간 정성을 다한 무료급식봉사로 이웃의 슬픔을 함께 나눴다.

하나님의 교회의 봉사정신은 세계 각국에 설립된 지역교회에 그대로 이어졌다. 네팔의 하나님의 교회는 1999년 10월 카트만두에 처음 설립됐다. 현재 네팔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는 신자의 99% 이상이 현지인이다. 목회자들도 절반은 한국인, 절반은 현지인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행하는 그대로 이웃돕기, 헌혈, 환경정화활동을 꾸준히 실천한다.

카트만두 하나님의 교회 김점기 선교사는 “네팔의 성도들은 형편이 많이 어려운데도 평소 성도 간에 서로 돌아보고 헌신하며 이웃을 위한 봉사에 열심이었다”며 “그것이 이번 지진에서 대대적인 봉사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하나님의 교회 총회 측은 네팔에 긴급구호성금뿐만 아니라 당장 필요한 천막 4000동을 비롯해 쌀, 라면, 생수 등 1억원 상당의 물품을 이재민 수천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람 샤란 마하트 네팔 재무장관도 “당면한 문제는 50만 명에 달하는 이재민에 거처를 마련해주는 일”이라며 “우기가 두 달이 채 안 남았고, 몬순 전 폭우도 이미 내리기 시작했다. 텐트나 생필품 등을 이재민에 공급하지 않으면 또 다른 재난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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