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3조원 쏟아부었는데 -30%”…서학개미의 블랙홀된 스페이스X
- 상장 2주 만에 2조9000억원 순매수…레버리지 ETF까지 ‘올인’
AI 투자 위한 회사채 발행 소식에 급락…변동성 경고음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미국 증시에 상장한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자금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상장 직후 단기간에 3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리며 미국 주식 투자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올랐다. 다만 주가는 급등 이후 30% 넘게 급락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서학개미 순매수 1위 오른 스페이스X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스페이스X 상장 이후인 6월 12일(현지시간)부터 25일까지 18억7902만달러(약 2조9091억원)를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해외주식 순매수 종목 가운데 압도적인 규모다.
눈에 띄는 점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전체 투자 흐름과는 정반대라는 점이다. 서학개미는 6월 들어 미국 주식을 총 3억3231만달러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지만, 스페이스X만큼은 예외였다. 다른 종목을 팔아 확보한 자금이 스페이스X로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경우 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이 사상 최대인 414억6000만달러(약 64조원)를 기록했음에도 서학개미 순매수 규모는 4억7028만달러(약 7276억원)에 그쳤다. 스페이스X 순매수 규모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보다 우주항공 산업의 성장성에 더 큰 베팅이 이뤄진 셈이다.
특히 고위험 상품으로 투자 쏠림도 나타났다. 서학개미는 스페이스X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셰어즈 2X 롱 SPCX 데일리 ETF’도 2억3437만달러(약 2079억원)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진입하며 대표적인 인기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 현물 매수를 넘어 레버리지 상품까지 적극적으로 담으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모습이다.
스페이스X에 서학개미가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기업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일반 시장에서 자유롭게 매수할 수 있게 되면서 대기 수요가 대거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AI 투자 자금조달에 급락…상장 초기 변동성 경고
하지만 서학개미의 기대와 달리 주가 흐름은 좋지 않다. 스페이스X는 상장 직후 폭발적인 매수세 속에 6월 16일 장중 225.64달러까지 치솟으며 공모가(135달러) 대비 67%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상장 4거래일째인 17일부터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고, 현재는 154.54달러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장중 최고가와 비교하면 약 31.5% 급락한 수준이다.
특히 22일에는 하루 만에 16.43% 떨어지며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주가 급락의 배경으로는 스페이스X의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이 꼽힌다. 회사가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소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단기적인 주가 희석 우려와 재무 부담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장기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라는 평가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상장 초기 과열 양상과 높은 변동성에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장 초기에는 수급이 주가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가치보다 투자심리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보다 변동폭이 두 배로 확대되는 구조인 만큼 단기 급락 국면에서는 손실 역시 빠르게 커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열풍 속에 ‘음의 복리효과’로 투자자 손실이 확대된 사례가 잇따른 만큼 유사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스페이스X가 승계받은 엑스(X·옛 트위터)와 xAI의 부채 상환 및 AI 투자 등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AI 기업들의 부채 붐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스페이스X마저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점은 AI발 차입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다시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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