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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콩’ 이본이 돌아왔다

‘까만 콩’ 이본이 돌아왔다

90년대를 대표하는 방송인 이본. 연예계에서 유명한 효녀인 그가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 <엄마가 보고있다> MC까지 맡으며 제 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방송인 이본이 JTBC <엄마가 보고있다>를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본(43)은 90년대를 대표하는 연기자이자 쇼 MC, 라디오 DJ다. 90년대 후반. 매일 저녁 8시만 되면 KBS 라디오 89.1Mhz 에서는 신나는 오프닝 곡과 함께 까랑까랑한 하이톤의 경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볼륨식구들~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시작합니다~!” 그의 방송은 당시 청취율 1위였다. “제 웃음소리가 마음에 안 드신다는 분들, 그러면 주파수를 돌리세요!”라며 생방송 중간에도 당돌한 멘트를 날리던 ‘쿨한 누나’에 대중은 열광했다. 그런 그가 돌연 재충전을 이유로 라디오 DJ를 그만두었다.

10년이 흘렀다. 1990년대 풍미했던 ‘신곡’이 ‘복고풍’이라고 불릴 정도의 세월이었다. 올해 초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에서 그가 갑작스레 등장했다. 보이시한 숏컷, 커다랗고 살짝 올라간 눈매, 오똑한 코. 구릿빛 피부와 탄탄한 몸매. 그는 단 한 번의 공백이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진행 실력을 입증하며 화려한 복귀식을 치렀다.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 <엄마가 보고있다> MC까지 맡으며 제 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토토가’에 출연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신기한 게 정말 모든 일이 우연히 한꺼번에 일어나요. 어느 날 명수오빠(방송인 박명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정말 오랜만이었죠. ‘본아 무한도전에서 이런 프로그램 기획 중인데 너 나랑 MC 한번 맡지 않을래?’라고 했고, 마침 함께 했던 그리운 가수 친구들도 나온다길래 흔쾌히 ‘그래, 한번 해보지 뭐’라고 했던 거에요. 그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죠.
 부르면 눈물 나는 이름, ‘엄마’
이 씨는 SBS 공채 탤런트 출신이다. 작은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 구릿빛 피부로 ‘까만 콩’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개성이 뚜렷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 <느낌> , <창공> , <순수> 등으로 사랑을 받으며 청춘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90년대 중반부터 10년간 장수 DJ로 자리를 굳혔다. 연기자 출신의 라디오 DJ 1세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뷰 도중에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최근 ‘토토가’ 열풍처럼 지금 90년대 음악이 다시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노래들이 가장 노래다웠기 때문이에요. 클럽에 가면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모든 사람들이 엉덩이를 들썩일 정도로 신나는 노래들이 많았었죠. 지금 들어도 전혀 손색 없는 가사와 멜로디가 정말 많잖아요.”

이 씨는 연예계에서 유명한 효녀다. 7년 째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모시고 극진한 병 간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어머니의 방사선 치료를 끝내고 호주로 여행을 보내드렸다고 했다. 공부도 치열하게 한다. 현재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 3학기에 재학 중이다.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면서 학교도 졸업하고 석사까지 마치겠다는 각오로 살고 있다고 했다.



JTBC <엄마가 보고있다> MC를 맡으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도 클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소중한 ‘엄마’라는 타이틀을 걸고 시작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진정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내가 열심히 안해도 이 프로그램은 굴러갈거야’가 아니라 ‘내가 이 자리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만 잊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수준급의 골퍼다. 8년 차 구력으로 스코어는 우정힐스 75타 수준. 그의 골프 실력은 ‘자세나 거리, 스윙의 궤도, 어프로치 능력, 퍼팅 등에서 기본기가 충실해 전체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는 평을 듣는다. “골프를 통해 인생을 배우게 됐고, 제 삶도 조금 더 길게 보고 더 여유롭게 지켜볼 수 있게 됐죠.”
 인생을 살아가는 팁 알려준 골프


골프의 매력이라면?


골프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팁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스포츠’인 것 같아요. 어떤 상황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저밖에 모르고 잘난 척하고 살다가 골프를 배우니까 인내도 배우게 되고 내실을 드러내야 할 때가 따로 있다는 걸 배우게 된 거죠.(웃음) 인생의 ‘피크 앤 밸리’를 겪는 것이 비슷해요. 골프에는 에티켓이 있고, 룰이 있고, 한 번 공을 칠 때 집중력이 필요하고. 다른 사람이 칠 때 기다림도 필요하죠. 내 인생에 안 좋은 상황이 펼쳐지고 다른 사람에게만 좋은 상황이 놓였을 때도 비교해 볼 수 있어요. 내 볼이 좋은 곳에 놓여있고, 상대가 오비가 났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죠. 골프를 인생이랑 비유하시는 프로님들 많잖아요. ‘골프는 인생이다, 삶이다.’ 왜 그렇게 비유를 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이본의 철저한 자기관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데뷔 이후 6시 이후로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같이 운동을 한다.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재생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집의 19층 계단을 오른다. 2분 30초. 현관문 앞에 도착하면 노래 한 곡이 채 안 끝난다고 한다. 9년간의 습관이다. 그간 생활체육지도사 3급, 보디빌더 3급 자격증을 땄고, 일주일에 5일은 플라잉 요가를 한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많이 하셨나요?


저 원래 운동을 잘해요. 운동신경이 뛰어나요.(웃음) 운동을 잘하니까 빨리 배우기도 하고 운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받는 성향이에요. 조금 식상한 얘기긴 한데, 지금 근력운동을 해놓잖아요? 그럼 40대 때 30대처럼 살 수 있어요. 20대에 저는 PT 받고 운동을 했잖아요. 그게 30대에 득을 본거고 30대에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게 40대에 득을 볼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어요. 저는 (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40대로 보이는 건 억울하죠.

‘세월은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바이올린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본과의 대화 중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문구다. 20년 전만 해도 라디오에서 특유의 웃음소리로 깔깔대던 ‘뽄이 언니’는 마치 오래된 바이올린처럼 한층 깊고 풍성해진 소리로 삶의 음악에 멜로디를 더하고 있었다.

- 글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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