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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국보’ 화가 암리타 셰르길

인도의 ‘국보’ 화가 암리타 셰르길

1931년 제작된 셰르길의 자화상 1점이 지난 6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272만 달러에 팔렸다.
인도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여류 화가 암리타 셰르길의 자화상 3점이 올해 각각 250만 달러 이상에 팔렸다. 그녀의 작품은 인도 정부가 ‘국보’로 지정했기 때문에(인도에 있는 그녀의 작품을 국외로 반출할 수 없다) 국제적으로 희소가치를 인정 받는다. 3점 중 가장 최근에 판매된 작품은 유화(56x46㎝)로 지난 10월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소더비 연례 남아시아 미술 경매에서 265만 달러(수수료 포함)에 팔렸다.

소더비 추정 최고가와 최저가의 중간 정도 가격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기록된 셰르길 작품 사상 최고가(292만 달러)에는 못 미친다. 지난 6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부유한 인도인 사업가에게 팔렸다고 알려진 유사한 작품의 가격(272만 달러)보다도 낮다. 다른 두 작품은 미국에 거주하는 수집가들에게 팔렸다고 알려졌다.

셰르길은 1941년 28세에 세상을 떠났다. 문서 기록이 남아 있는 작품 173점 중 95점이 인도의 여러 미술관에 소장됐다. 그중 상당수가 인도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상설 전시 중이다. 해외에 있는 작품은 극소수여서 국제 시장에 나올 경우 희소가치 덕분에 가격이 뛴다. 지난 3월 셰르길의 작품이 그랬듯이 특정 작가의 작품가 기준이 정해지면 경매사와 미술상들이 작품을 소장한 수집가들을 수소문해 판매를 권유한다.

지난 9월 인도 미술가 F N 수자의 작품가가 8일 만에 2번이나 기록을 깨면서 최고가가 400만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자 최근 경매에 나온 셰르길의 작품가가 지난 3월의 기록을 깰 만큼 고급 시장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게다가 그 작품은 셰르길의 파리 유학 시절 연인이었던 러시아계 프랑스 화가 보리스 타슬리츠키의 딸이 내놓은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기대 만큼 고가에 판매되진 않았다.

셰르길의 국제적 배경은 수자나 M F 후사인 같은 인도의 다른 대표적 현대미술가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리고 그녀는 뭄바이에서 ‘진보 미술가 그룹(Progressive Artists’ Group)’이 생겨나기 20여 년 전인 1930년대 초 이미 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셰르길은 피카소나 마티스 등 서양 기성 미술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진보 미술가들보다 더 독창적인 작품과 강렬한 색상으로 존경 받았다. 그녀는 191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유대계 헝가리인 어머니와 시크교도인 인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16세 때 부모를 따라 파리로 간 뒤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약 5년 동안 살다가 인도로 갔다. 파리에서 그녀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흠모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다. 인도의 초대 총리가 된 자와할랄 네루나 영국 언론인 말콤 머거리지, 타슬리츠키도 그들 중 1명이었다.

소더비의 남아시아 미술 경매에서는 셰르길과 후사인의 작품처럼 고가에 팔린 매물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총 111점의 매물 중 27%는 최저 경매 가격에 미치지 못해 경매가 성사되지 않았고 그와 비슷한 비율의 또 다른 매물들은 추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렸다.

팔리지 않은 작품 중엔 진보 미술가 그룹의 일원인 사예드 하이더 라자의 주요작 1점이 포함됐다. 이 작품의 최고 입찰가는 73만 달러로 소더비의 최저 추정가인 76만2000달러에 못 미쳤을 뿐 아니라 현재 소유주가 2010년 뭄바이의 사프론아트 온라인 경매에서 루피화로 지불한 가격(약 90만5000달러)보다도 너 낮았다.

이번 소더비 경매의 총 판매가는 수수료를 포함해 약 740만 달러로 최근 남아시아 미술 부문 경매에서 다른 2개 경매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크리스티는 지난 9월 뉴욕에서 총 판매가 877만 달러를 올렸고, 인도의 주요 온라인 경매사인 사프론아트(종종 라이브 경매를 개최한다) 크리스티보다 일주일 앞서 뉴델리에서 총 판매가 1270만 달러를 올렸다. 사프론아트 경매에 나온 작품 75점 중 팔리지 않은 것은 2점뿐이었다.
 세계적으로 인도 미술품 경매 활기
지난 10월 5일 런던에서 남아시아 현대미술 경매를 개최한 본햄스의 판매 실적은 앞서 언급한 3개 경매사에 훨씬 못 미쳤다. 총 33점의 매물 중 판매된 작품은 9점에 불과해 총 판매가가 25만 달러에 그쳤다. 그나마 그중 절반은 13만2000달러(수수료 포함)에 팔린 파키스탄 미술가 이스마일 굴기의 청금석 모자이크(120x108㎝)가 차지했다.

소더비는 스벤 갈린 컬렉션 소유의 인도 세밀화 경매에서 이보다 훨씬 더 좋은 실적을 올렸다. 총 판매가가 사전 추정가 280만 달러의 2배가 넘는 700만 달러에 달했다. 매를 안고 말에 올라탄 무굴제국의 왕자를 묘사한 17세기 말 회화 작품이 당초 추정가(9만2000~20만100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50만1000달러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

요즘은 세계 어디선가 1년 내내 인도 미술 경매가 열린다.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랑 중 하나인 뭄바이의 푼돌 갤러리는 오는 11월 초 중요한 경매 행사를 연다. 크리스티도 12월 중순 뭄바이에서 경매를 개최할 계획이다. 최근 남아시아 미술 경매의 결과가 들쭉날쭉했던 만큼 이 두 경매행사가 훌륭한 작품과 큰손 바이어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JOHN ELLIOTT / 번역 정경희



[ 필자 존 엘리엇은 ‘내파: 인도의 현실과의 밀회(Implosion: India’s Tryst With Reality)’의 저자다. 이 기사는 블로그 ‘Riding the Elephant’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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