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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코엘류 作 [연금술사]의 ‘초심자의 행운’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코엘류 作 [연금술사]의 ‘초심자의 행운’

양은 걱정할 일이 전혀없다.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직 물과 먹이만 주면 즐겁다. 양은 양치기에 의지해 평생을 사는 바람에 본능에 따라 사는 법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양치기는 다르다. 양떼를 몰고다니기 위해서 늘 맛있는 목초지가 어딘지 알아야 한다. 노숙에 대비해 갑작스런 기온 변화도 대비해야 한다. 양이 될 것인가, 양치기가 될 것인가. 살다보면 종종 선택의 기로에 선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세상에 나가야 하는 청춘이나, 평생을 직장인으로 살다가 은퇴해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양과 양치기’의 선택 앞에서 고민에 빠진다. 이럴 때 파울로 코엘류의 [연금술사]는 ‘지표’가 되어줄 수 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가…
파울로 코엘류 / 사진:중앙포토
파울로 코엘류는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소설가다. 그의 소설은 자아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를 찾아가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의 삶은 예사롭지 않았다. 10대 때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브라질 군사독재에 반대하다 두 차례 수감돼 고문 당했다. 젊은 시절에는 멕시코, 북아프리카, 유럽, 남아메리카 등을 여행했고, 히피문화에 심취해 록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1988년 초판 발행된 [연금술사]는 전 세계 3000만부가 팔려나간 초대형 밀리언셀러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연금술사]의 대표적인 명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어린이날 때 “대통령이 꿈”이라는 어린이의 말을 듣고 이 문구를 언급해 국내에서 더욱 널리 알려졌다.

[연금술사]는 자아를 찾아가는 양치기소년 산티아고의 여행기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평원의 쓰러져가는 교회에서 잠을 청하던 산티아고는 꿈을 꾼다. 피라미드에 숨겨진 보물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감히 아프리카 여행에 엄두를 못내던 산티아고 앞에 한 노인이 나타난다. 자신을 살렘의 왕이라 소개한 노인은 산티아고에게 자아를 찾아 떠날 것을 권한다. 산티아고는 자신의 전재산인 양 여섯 마리를 팔아 떠난다. 그는 사기도 당하고, 사막에서 무장한 군인을 만나 목숨을 잃는 위기를 겪는다. 하지만 크리스털 가게에서는 훌륭한 점원으로 일하며, 오아시스에서는 예지몽으로 부족들을 구해주며 한발씩 이집트를 향해 나아간다. 산티아고는 파티마라는 여인을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지지만 자아를 찾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마침내 천신만고 끝에 피라미드 앞에선 산티아고. 밤새 구덩이를 파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되레 무장한 병사에게 위협을 당해 지니고 있던 금마저 빼앗긴다. 이때 병사 우두머리가 말한다. “나도 스페인 어떤 평원 교회의 무화과 나무 아래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꿈을 꿨지만, 그런 꿈 때문에 사막을 건너지는 않았다”고. 산티아고는 자신의 출발점으로 향한다.

모든 일에는 계기가 있다. 산티아고가 긴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은 꿈 때문이다. 살렘의 왕이라 자처하는 노인은 이 꿈을 ‘초심자의 행운’이라 규정했다. “그걸 은혜의 섭리라고 부르지. 바로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거야. 그런 행운이 따르는 건 자네의 삶이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삶아가길 원하기 때문일세.” 만약 ‘타짜’가 될 운명이었다면 어땠을까. 노인은 또 말한다. “만약 자네가 처음으로 카드놀이를 하게 된다고 치세. 자넨 틀림없이 따게돼.”

초심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란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가 초반에 전문가보다 월등한 결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실력이라기보다 운에 가까운 것이이서 행동경제학에서는 경계의 의미로 많이 쓰인다. ‘성공이 항상 성공을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나 벤처 업계에서도 ‘초심자의 행운’은 많다. 얼결에 주식투자를 했다가 큰 수익을 거두자 본격적으로 주식에 뛰어들었다거나, 첫번째 상품이 ‘대박’을 터트리자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는 경우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첫번째 성공이 마지막까지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초심자의 행운과 거의 유사한 의미로 ‘뜨거운 손의 오류’도 쓰인다. 농구 경기에서 어떤 선수가 1쿼터에 3점 슛을 잇따라 성공하면 이후 플레이도 아주 잘할 것으로 믿게되는 오류다. 이날 특이하게 컨디션이 좋을 수도 있지만 통상은 계속 3점 슛을 쏘다보면 이 선수의 평균치로 근접하게 된다. 코넬 대학의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 등의 연구를 보면 100명의 농구팬들에게 물어보니 답변자의 91%는 방금 전 자유투를 성공한 선수는 다음 자유투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답했다. 자유투 1구를 성공한 선수가 2구도 성공할 확률은 평균 61%, 1구를 실패한 선수가 2구를 성공할 확률은 42%로 봤다. 하지만 각종 농구데이터는 1구의 성공 여부는 2구 자유투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성공 직전 가장 큰 고비 맞게 마련
초심자의 행운이 무서운 것은 자기자만이나 탐욕에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남들과 달라’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자기에게 온 행운에 겸손하기보다 당연시하게 된다. 그러다 실패가 반복되면 성과에 쫓기게 되고, 무리수를 두다가 패가망신으로 끝날 수 있다. 영화 [타짜]를 보면서 도박꾼들은 초보자들에게 처음 한두 판을 져주는 식으로 사람들을 끌여들여 점차 도박판을 키운 뒤 한꺼번에 덤터기를 씌우는 수법을 종종 쓴다. 그래서 롤프 도벨리는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처음에 모든 일이 잘 풀리면 의심하라”고 말한다. 초심자의 행운은 말그대로 행운일 수도 있지만, 행운으로 가장한 사기일 수도 있다.

도벨리는 초심자의 행운인지, 진짜 재능인지를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먼저 오랜 기간에 걸쳐 남들보다 확실히 더 낫다는 성과가 나타날 때다. 계속해서 성과가 나타나면 그것은 운이라기보다 실력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참여자가 많았을 때는 요행일 가능성이 크다. 즉 열명과 싸워 이기면 재능일 수 있지만 100만명과 싸워 이기다면 운이 좋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엘류는 ‘초심자의 행운’이 어떤 일을 시작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경계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에게 말한다.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성공이란 계속된 고난을 이겨낼 때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해석이 재밌다. ‘가혹한 시험’은 어떤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배운 가르침 대로 잘 시행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실험을 이겨내면 성공이라는 열매를, 견디지 못하면 실패가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포기하는 그 순간은 ‘오아시스의 야자나무들이 지평선에 보일 때 목말라 죽는 것’이라고 연금술사의 입을 빌어 말한다. 즉 성공 직전 가장 어려운 고비가 찾아오는데, 이걸 넘느냐 넘지 않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해뜨기 직전’이라는 격언과 맞닿아있다.

연금술이란 금이 아닌 금속을 금으로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하지만 연금술사는 말한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연금술인 것이야.”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일하고, 사랑하는 당신. 당신이 바로 인생의 연금술사다.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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