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할아버지의 위대한 유산일까

“그 바이올린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없애버릴 작정이었다”고 스미스는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는 악기 안쪽에 붙어 있는 상표를 발견했다. ‘안토니우스 스트라디바리우스 크레모넨시스; 파시에바트 안노 17’이라고 쓰여 있었다. “‘값이 꽤 나가는 바이올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스미스는 인터넷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검색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 값어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발견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2015년 8월에는 2012년 사망한 폴란드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겸 교육자 로만 토텐버그가 35년 전 도난당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이 수사당국의 도움으로 유가족에게 환수됐다는 소식도 들었다. 스미스는 몇몇 감정가에게 연락해 자신의 가족이 찾은 바이올린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미스에겐 유감스런 일이지만 할아버지의 다락에서 낡은 바이올린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흔하다. 전문가들은 일주일 혹은 하루 한번 꼴로 스미스의 사연과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는다고 말한다. 다락이나 지붕 아래 좁은 공간, 침대 밑, 또는 중고물품 매장에서 명품 악기를 찾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흔하디 흔하다.
토텐버그의 바이올린을 되찾는데 도움을 준 필립 인제이안은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거의 매일 문의를 받는다고 말한다. 더구나 그가 토텐버그의 악기를 찾아줬다는 사실이 알려진 요즘은 하루 최대 10건의 문의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하루 종일 상대해도 돈 한푼 생기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이제 정말 지겹다.”
1600~1700년대에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 현악기는 최상의 품질로 널리 인정받는다. 2011년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한 대가 경매에서 1600만 달러에 낙찰돼 악기 판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남아 있는 진품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은 약 650대에 불과하며 거의 모든 악기의 소재가 확인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새로운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이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말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악기 대다수의 소재가 확인됐고 문서로 기록돼 있다”고 인제이안은 말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악기가 갑자기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다수 악기에 소장 이력과 증명서가 있다.” 따라서 렘브란트 그림의 소장 이력을 추적하듯이 악기의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제이안 외에도 이런 문의를 처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악기에 관한 책 2편을 썼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오랫동안 악기 관리인으로 일해온 스튜어트 폴렌스는 이렇게 말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악기가 새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아니 바이올린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이메일과 전화 문의가 쏟아진다. 대개가 집 다락 또는 지하실에서 발견했거나 유럽 출신의 조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악기와 관련된 문의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바이올린 학교와 상점을 운영하는 리아논 나흐바우어는 일주일에 약 10명으로부터 문의를 받는다고 말했다. “수백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 악기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녀는 문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진품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글을 썼다. 미국 스미소니언협회의 한 대변인에 따르면 이 협회 역시 모조품 판별 방법에 관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출판하기 이전엔 일주일에 몇 차례씩 그런 문의를 받았다.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모조품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스트라디바리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사람들이 스트라디바리우스 모조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인제이안은 말했다. “모조품 중엔 품질이 뛰어난 제품도 있지만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것도 있다.”
‘Made in Germany’라는 글씨 있으면 모두 가짜

스미소니언협회 측은 19세기에 저렴한 복제품이 “수만 대” 제작됐다고 말했다. “구매자들은 구매한 바이올린이 싸구려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상표를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파생 상품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요즘 사람들이 그런 악기들을 발견하면서 상표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진품과 모조품을 구분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악기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례로 스미스의 악기처럼 ‘독일산(Made in Germany)’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것은 가짜다. 스미소니언협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수입제품에 원산지를 증명하는 상표를 부착하도록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또 악기의 모양으로 가짜를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흐바우어는 “스쿨 버스와 페라리 승용차를 구분하는 것만큼 쉽다”고 말한다. 좀 더 과학적인 증명을 원하는 바이올린 소유주들을 위해 전문가들은 악기에 바른 광택제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해 진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광택제와 비교한다. 또 연륜연대학을 이용해 악기에 쓰인 목재가 어디서 왔으며 얼마나 오래됐는지를 판별할 수 있다.
‘앤티크 로드쇼(Antiques Roadshow)’ ‘스토리지 워즈(Storage Wars)’ 같은 TV 프로그램들은 사람들이 보잘것 없는 물건의 가치를 확인해보도록 부추긴다. 일례로 ‘스토리지 워즈’의 한 에피소드에서 낡은 바이올린 한 대를 다뤘는데 감정가는 그 악기의 값어치가 몇 백 달러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나흐바우어에게 이메일을 보낸 어떤 사람은 중고품 매장에서 스틸 기타 한 대와 함께 35달러를 주고 산 바이올린이 “매우 오래된 듯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메일에선 아미르라는 이란 남성이 자신의 아버지가 친구에게 산 바이올린을 언급했다. 그 친구는 수십 년 전 한 영국인에게서 그 바이올린을 샀는데 당시는 영국 정부가 외국인을 추방하고 외국인이 자신의 소유물을 해외에 반출하는 것을 금했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람은 스트라디바리우스 상표가 붙어 있는 바이올린에 관해 썼는데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 악기는 수 세대 전 “스페인 사람들”이 소유하던 것이라고 했다. 나흐바우어는 그 악기를 “완벽한 쓰레기”라고 판정했다.
진실은 때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이름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고 나흐바우어는 말했다. “감정을 의뢰 받은 악기가 가짜라고 말할 때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그럴 때 의뢰인은 십중팔구 공격적으로 바뀌며 시비를 걸려고 든다…사람들은 자신이 로토에 당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 화내고 분통을 터뜨린다.”
하지만 스트라디바리우스 진품을 발견할 수도 있다. 2014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수사관들은 오래 전 도난당했던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한 대를 어느 집 다락에서 찾아냈다. “누가 소장하고 있었거나 도난당한 뒤 50~200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악기가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늘 있다”고 인제이안이 말했다. 한 바이올린 도둑의 전 여자친구가 그 악기를 들고 인제이안에게 찾아와 감정을 의뢰했던 일이 바로 그런 예다. 인제이안은 그 바이올린을 보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로만 토텐버그가 도단당했던 악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매우 유명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진품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몇 년 전 폴렌스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애시몰린 박물관에 소장된 메시아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이력을 문제 삼았다. 박물관 안내서에서 전문가들은 이 바이올린이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이룬 “최고의 업적”이며 “가격이 2000만~3040만 파운드에 달하는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악기”라고 설명했다. 폴렌스는 메시아에 새겨진 글이 가짜이며 사용된 목재의 나이테로 미뤄볼 때 스트라디바리가 사망한 후에 제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박물관의 한 대변인은 한 분석 결과가 폴렌스의 주장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나흐바우어는 스미스의 바이올린이 돈으로 따지면 별 가치가 없을지 모르지만 연주자에게 그 소리가 어떻게 들리느냐가 그 악기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중고품 매장에서 50달러를 주고 바이올린을 샀다면 줄을 갈아서 자녀에게 줘라. 학교에서 맘껏 연주할 수 있도록 말이다.”
- MAX KUTNER NEWSWEEK 기자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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