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탈출한 야지디족 여성 나디아 무라드, 유엔에서 끔찍한 경험 증언하며 억류된 여성 수천 명을 구하라고 국제사회에 촉구해 나디아 무라드는 세계 지도자들을 찾아가 야지디족 여성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했다.나디아 무라드(22)는 지난 3월 16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연설했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연례총회 동안 프랑스의 유엔 대표부가 공동 후원한 분쟁지역 성폭력에 관한 패널에 참석한 자리였다. 목에 걸린 은색 이름표엔 아랍어로 그녀의 고향 ‘코초’라는 지명도 적혀 있었다. 코초는 이라크 북부 신자르에서 약 20㎞ 떨어진 마을로 쿠르드 계열 소수민족 야지디족 거주구역이다.
무라드는 코초에서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대원들에게 납치돼 3개월 동안 그들의 성노예가 됐다가 2014년 말 가까스로 탈출했다. 지금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28세인 언니와 함께 지내며 IS의 성노예로 남아 있는 야지디족 여성 수천 명을 대변하는 여권운동가로 활동한다.
무라드는 넓은 유엔 회의장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나는 2014년 8월 IS 대원들에게 잡혀간 야지디족 여성 수천 명 중 한 명이었다. 어리거나 젊은 여성 수천 명이 그들에게 잡혀가 이곳저곳으로 팔리고 교환됐다. 심지어 우리는 IS 대원 중 35세 이상에게 ‘선물’로 제공됐다. 난 IS 대원 10명 이상의 성노예가 됐다. 하지만 다른 여성들은 20∼30명을 상대해야 했다. 그들은 우리를 다른 곳의 여자와 맞바꾸고 매 시간, 때론 매일 다른 IS 대원에게 데려갔다.” 무라드는 잡혀간 여성 중 일부는 9세였고 그보다 어린 아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IS 대원들은 코초에서 무라드를 붙잡아 버스에 태워 (IS가 점령하고 있는) 모술로 데려간 뒤 다른 야지디족 여성 수천명과 함께 성노예로 삼았다. 3개월 뒤인 2014년 말 무라드는 가까스로 탈출해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당도해 현재 그곳에서 언니와 함께 지낸다.
무라드는 지난해 12월에도 유엔에서 IS 척결을 탄원했다. 당시 인신매매 문제를 다루는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그녀는 “붙잡힌 첫날부터 성노예가 됐다”며 끔찍한 성폭력이 계속 자행됐다고 폭로했다. “그들은 150여 가구의 다른 야지디족과 함께 나를 버스에 태워 모술의 한 건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아이들을 포함해 수천 명의 야지디족이 있었다. IS는 야지디족 여성들을 유린하고, 이들이 다시는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없도록 하려고 성폭행했다. 그들은 내게 옷을 벗으라고 하더니 경비원 방에 밀어 넣었다. 정신을 잃을 때까지 나를 때렸다. 여러분께 간청한다. 제발 다에시(IS의 아랍어 두문자)를 없애 달라. 나는 그들로 인해 소름 끼치는 고통 속에 살았다.”
야지디족인 무라드는 이라크 북부의 고향 코초에서 남형제 6명과 어머니를 포함해 300명 이상이 학살된 와중에 살아남았다. 야지디족은 이라크를 비롯해 시리아, 터키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으며 약 7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들은 2014년 초부터 이라크 북부 지역을 시작으로 세력을 확대한 IS로부터 집단학살 위협을 받으며 인신매매 대상이 됐다(IS는 기독교·이슬람교·조로아스터교가 혼합된 그들의 독특한 신앙을 두고 ‘악마숭배자’라고 부른다).2014년 12월 IS는 비무슬림 여성을 성노예로 삼고 그들을 성폭행하고 사고 팔며 교환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성년자와의 섹스도 허용된다는 공지사항 전단을 만들었다. 지난 3월 16일 유엔 패널에서 자이나브 하와 반구라 유엔 분쟁지역 성폭력 문제 담당 특사는 여성이 전쟁의 가장 큰 피해를 받는데도 성폭력당한 여성은 분쟁의 피해자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여성을 보호하고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지 않고서는 테러 퇴치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그는 IS가 여성 인신매매로 3500만∼45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말 아테네를 방문해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과 악수하는 나디아 무라드.또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IS가 성노예로 삼는 여성을 통제하기 위해 피임약을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최대한 임신 피해자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 신문에 따르면 그들에게 붙잡힌 여성의 5%만이 임신한다. 기대 출산율보다 4∼5배나 적다. 무라드는 뉴스위크에 IS 대원들이 자신과 동료 여성에게 피임약을 줬다고 말했다.
무라드의 유엔 연설 다음 날인 3월 17일 미국 정부는 IS의 소수민족·종교계 소수집단 학살을 ‘집단학살(genocide)’로 공식 규정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다에시가 기독교 신자, 야지디족, 시아파를 종교나 민족, 종파를 이유로 학살한다”고 말했다. “다에시가 2014년 8월 이라크 북부 신자르 일대에서 야지디족 수백 명을 학살했고, 또 이라크 모술 등 다른 곳에서 종교와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독교인을 처형하고 기독교 여성과 소녀를 성노예로 삼았다. 그들이 장악한 영토 내에서 자행되는 집단학살, 인종청소, 반인륜범죄에 대해 우리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케리 장관의 발표는 IS의 범죄 성격을 분명히 규정하라는 미국 의회의 공식 요청에 따른 것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최근 IS의 범죄를 ‘집단학살’로 규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에 강력 대응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미국 정부가 외국에서 자행된 행위,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범죄행위를 ‘집단학살’로 규정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2004년 이후 12년 만이다.
무라드는 지난 수 개월 동안 세계 지도자를 만나 자신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라크 정부는 그녀가 야지디족 여성의 곤경을 세상에 알렸다며 그녀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유엔 패널 연설 후 그녀는 통역자를 통해 뉴스위크에 “이런 행사에서 메시지를 전하며 여성의 지위를 옹호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무라드에게 입에 담기 힘든 끔찍한 경험을 계속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물었다. 그녀는 “그런 끔찍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고 지금도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만천하에 알려 인식을 제고하고 그들이 도와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섬뜩한 이야기를 계속 한다.”
아직도 IS에 잡혀 있는 야지디족 여성이 약 3000명에 이른다. 무라드가 자원한 임무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그녀는 “난 이 일을 계속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에시가 있는 한 우리에겐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 루시 웨스트콧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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