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D 프린팅이 그린 ‘넥스트 렘브란트’

하지만 이 작품은 1669년 세상을 떠난 렘브란트는 고사하고 사람 손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장착된 3D 프린터를 이용해 지난 350년 동안 아무도 하지 못한 방식으로 렘브란트의 작품을 철저히 분석해 만들어낸 것이다.
‘넥스트 렘브란트’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지난 4월 5일 처음 공개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델프트공대, 네덜란드의 미술관 두 곳, 헤이그의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렘브란트 하우스 미술관 등에서 파견된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 미술사학자들이 18개월 동안 작업한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렘브란트의 회화 346점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으며 1억4800만 화소로 이뤄졌다.
‘넥스트 렘브란트’는 렘브란트가 그린 특정 작품의 완벽한 복제가 아니라 그의 가장 평균적인 작품을 목표로 했다. 렘브란트는 성경 속 이야기를 주제로 한 작품과 풍경화도 그렸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는 초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시기는 그의 전성기였던 1632~1642년으로 좁혔다.
이렇게 해서 초상화 속에 그려질 허구의 남성 윤곽이 나왔다. 나이부터 의상, 수염, 고개를 돌린 각도까지. 렘브란트의 작품에 나타난 가장 보편적인 인물은 얼굴에 갈색 수염이 난 30~40세의 백인 남성으로 하얀 깃이 달린 검정색 옷을 입고 모자를 썼으며 고개를 약간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델프트공대의 요리스 디크 교수는 “수백 점의 렘브란트 그림에서 얻은 방대한 기술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상화를 제작했는데 그 모습이 렘브란트를 닮아서 정말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렘브란트의 작품과 같은 느낌을 살리려고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그의 그림 수백 점을 픽셀 단위로 분석했다. 초상화의 2D 렌더링이 끝난 뒤 하이트맵을 작성해 3D 프린터가 렘브란트 그림의 질감과 빛, 그림자 등을 완벽하게 모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총 13개 레이어가 겹쳐진 작품이 완성됐다.‘넥스트 렘브란트’에 대한 미술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가디언의 미술 평론가 조너선 존스는 ‘만우절의 농담보다 더 형편없는 프로젝트’라고 비난했다. “인간이 만든 창조적인 작품을 끔찍하고 천박하며 무감각하고 영혼 없이 흉내 낸 모조품”이라고 그는 밝혔다. “이것은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가장 어리석은 ‘도전’에 몸 바치는 이상한 시대의 비도덕적인 산물이다. 기술이 이용돼서는 안 될 곳에 이용되고, 디지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들이 비정한 결과물에 박수를 쳐야 한다고 느끼는 그런 시대 말이다.”
존스는 기계로 그린 이 렘브란트 복제품과 그와 유사한 그림들은 인간의 창조적인 정신에서 나온 작품과 비교가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지니어 론 어거스터스는 생각이 다르다. “요즘은 일상적인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람이 많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데 데이터가 이용됐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의 영혼을 건드리는 작품이 탄생했다.”
- 승 리 뉴스위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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