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04년부터 생리대가 면세지만 업계 1위 유한킴벌리 등은 지속적으로 가격 인상해 “생리대가 부가세 면제 품목인 줄 몰랐다. 그 사실을 아는 여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인 김미숙(40·가명) 씨는 “생리대가 면세 품목인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녀는 “필수 여성품목인 데도 가격이 비싸 면세품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대형마트에서 할인 제품만 찾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004년 생리대 부가세 면세가 전격 시행됐지만, 여성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비싼 가격 때문이다.
한국의 생리대 면세 정책은 미국보다 빠르다. 이런 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2002년 한국여성민우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월경대 Up&Down 캠페인’ 덕분이다. 당시 ‘생리대 부가가치세 부과 무엇이 문제인가’ 같은 토론회를 통해 생리대 면세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여성민우회가 717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 이상이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다. 여성 단체는 완전 면세인 영세율을 요구하고 나섰다.
2004년 사회적인 목소리를 정부가 받아들였다. 생리대에 붙는 부가세 면세 정책이 전격 시행된 것. 영세율 요구에는 ‘국내 소비재에는 완전 면세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부분 면세를 실시했다. 부가세 10% 면제로 생리대 가격의 4~5%의 가격 인하 효과가 생겼다.
당시 여성 필수품에 면세를 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았다. 미국 뉴저지·미네소타 주, 캐나다 매니토바, 아일랜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생리대 면세 정책이 실시되고 있었다. 한국의 생리대 부가세 면세 정책이 빠르게 시행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정리한 ‘민우역사기행 2002 생리대 Up&Down 캠페인’에 따르면 생리대 면세 효과를 ‘여성들은 체감하지 못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완전면세가 아니었던 데다 생산 또는 판매 업체에 따라 가격이 달랐고 신제품 출시로 구매자 입장에서는 가격인하를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내용이다.
생리대 가격은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9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15년) 7월 생필품 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생리대의 최저 판매가와 최고가 차이가 3.4배에 달했다.
한국의 생리대 시장은 연간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시장을 휩쓰는 제품으로는 업계 1위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 LG유니참(LG생활건강과 일본의 유니참이 합작해 만든 회사)의 ‘바디 피트’가 꼽힌다.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시장의 50% 정도를 점유한다. 생리대 시장이 대기업 독점 시장인 만큼 제품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다. 지난달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가 철회했다. ‘신발 깔창’ 때문이다. 저소득층 자녀가 어려운 가정형편에 차마 생리대를 사달라는 말을 할 수 없어 신발 깔창을 대신 썼다는 글이 SNS에서 올라온 뒤였다. 생리대 가격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유한킴벌리를 비롯해 LG, P&G 등이 진화에 나섰다. 우선 유한킴벌리는 중저가 제품을 출시하고, LG·P&G 등은 저소득층 청소년과 여성을 위한 기부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도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생리대에 부가세를 부여하는 나라와 비교해도 가격이 월등히 비싸기 때문이다. 국내의 한 일간지에 따르면 개당 가격이 프랑스는 218원, 캐나다는 202원, 일본·미국은 181원, 덴마크는 156원으로 한국의 331원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크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개발비용이 제품 판매가에 포함된다”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맞는 상품을 구비하도록 노력한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매달 여성들 혼자 치뤘던 전쟁이 이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제조업체와 정부의 가시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고서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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