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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는 ‘영국호’ 어디로 이끌까

메이 총리는 ‘영국호’ 어디로 이끌까

브렉시트·이민·인권·사회·기업 등에 관한 그녀의 관점을 조명한다
‘행정부의 무덤’으로 알려진 내무부 수장으로서 장수한 테레사 메이의 능력을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
‘행정부의 무덤’으로 알려진 내무부 수장으로서 장수한 테레사 메이(59)의 능력을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 하지만 영국 정치의 정상 가까이서 6년 이상 머물렀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메이 총리의 대외정책관, 경제이론 또는 예술관에 관해 거의 알려진 게 없다.

메이 총리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겠지만 절차를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50조의 발동을 촉구하는 브렉시트 지지자들.
가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할 만큼 터프한가’라고 묻는다면 메이 총리는 세계무대에서 아직 검증된 바 없다. 하지만 영국 국내 정치에서 경찰 노조를 상대할 때 냉철한 대응으로 명성을 쌓았다.

최근 들어 자연스럽게 메이 총리는 마거릿 대처 그리고 앙겔라 메르겔 독일 총리와 많이 비교된다. 영국 신임총리의 머리 속을 들여다본다.

 브렉시트
다소 소극적인 ‘잔류’ 진영 운동가였던 메이는 보수당 내 유럽연합(EU) 회의론자 동료들, 그리고 EU 국민투표에서 탈퇴를 지지했던 과반 남짓한 영국 유권자들을 설득하려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녀는 지난 7월 11일 “브렉시트(EU 탈퇴)는 브렉시트를 의미한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말하는 ‘브렉시트’는 무엇일까? 그녀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국가가 브뤼셀 정부에 EU 탈퇴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탈퇴 협상을 개시하는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절차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강력한 협상팀을 구성해 영국에 최선의 타협안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EU 탈퇴 협상을 이끌 브렉시트부를 신설해 지난 13일 유럽장관 출신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하원의원을 임명했다.

그녀는 영국이 유럽경제지역(EEA)에 합류하는 노르웨이 같은 방식을 선호할까? 그럴 경우 영국의 단일시장 접근은 허용되지만 또 한편으론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 등 EU의 설립 원칙에 따라야 한다. 국민투표 캠페인에서 이민이 화두였음을 감안할 때 EEA 방안에는 탈퇴 진영 유권자들의 반발 위험이 따른다.

 이민
이민에 대해선 강경하다. 메이 총리는 2010년부터 내무부 장관을 맡아 영국으로 유입되는 순이민자 수를 수만 명 대로 줄이기 위한 정부 정책의 집행을 담당했다. 정책은 크게 실패했지만 그녀는 그로 인해 더 강경한 이민정책을 추진해왔다(영국 통계청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영국으로의 순이민자는 33만3000명이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학생들을 그 대상에서 제외하려던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과 충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차량들이 런던을 순회하며 불법 이민자들을 겨냥해 ‘귀국하지 않으면 체포하겠다’고 경고방송을 하는 논란 많은 시범 프로그램을 승인하기도 했다(나중에 폐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 총리는 영국의 EU 국민투표에서 ‘잔류’ 캠페인을 조심스럽게 지지했다.

메이 총리가 고려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영국 내 EU 국적자 수백만 명의 신분이다. 지금껏 그들의 미래에 관해 어떤 보장도 없었다. 그녀가 그들을 브뤼셀 협상을 위한 ‘협상 카드’로 이용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사회 중시
메이 총리는 지난 7월 11일의 연설에서 총리직에 관한 자신의 비전을 펼쳐 보였다. 대처 전 총리와 같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항상 비교되면서도 대처리즘과 사뭇 달랐다. 기업 이사회에 사원 대표를 포함시키겠다는 약속 등 근로자 위주의 자본주의 개혁과 사회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다. 그녀는 “회사가 매각되거나 문 닫을 때 이해관계에 있는 건 주주뿐이 아니다. 근로자, 지역사회, 종종 나라 전체의 이해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물론 메이 총리는 그동안 기업 규제에 상당히 느슨하게 접근하고 지방 정부 예산 삭감 기록을 가진 정부에서 아무런 마찰 없이 일해 왔다. 따라서 앞으로의 행동이 그런 공약과 일치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인권
국민투표가 실시되기 전 메이 총리는 이례적으로 유럽인권재판소(ECHR)를 맹렬히 공격했다. ECHR이 “의회의 양손을 묶고, 경제발전에 아무 보탬도 주지 않고, 영국을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비판이었다.

또한 ECHR이 외국 국적의 ‘위험인물’ 추방을 막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국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ECHR 조약에서 탈퇴해 인권법을 개혁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보수당 지도부 경선이 시작되자 메이 총리는 ECHR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이는 그녀가 전반적으로 중도 우파로 노선을 바꿨음을 시사했다.
 CEO 연봉
메이 총리는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의 후보 사퇴 전 총리 경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버밍햄의 지지자들 앞에서 자신의 기업관을 내비쳤다. 고위 경영자 급여 수준을 개혁하고 조세회피와 탈세 관련법을 새로 도입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녀는 “아마존이든, 구글이나 스타벅스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세금 납부의 의무가 있다”며 “총리가 되면 개인과 기업의 조세회피와 탈세를 단속하겠다”고 단언했다.

‘소수 특권층만이 아니라 만인을 위한 나라’라고 적힌 깃발 앞에서 한 연설이었다. 지난해 에드 밀리밴드 전 노동당 대표가 총선 패배를 앞두고 한 약속과 비슷했다. 이 연설은 메이 총리가 보수당을 영국 정치의 정중앙에 세울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였다.

 성소수자(LGBT)
LGBT에 관한 견해는 세월 따라 바뀌었다. 1997년 의회에 발을 들여놓은 메이 총리는 원래는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지 않았다. 동성 커플의 자녀입양을 허용하는 법안 등에 반대했다. 그러나 그 뒤 의회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더 열성적인 운동가로 변신했다. 2013년이 하이라이트였다. 보수당 내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 허용을 주장하는 가장 저명한 중진 중 한 명이었다. 2002년 당의장 시절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보수당을 토니 블레어 총리의 ‘신노동당 정책’과 비교하는지를 묘사하기 위해 ‘고약한 당’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대기만성형
2001년 메이 총리는 잔인한 농담의 표적이었다. 당시 그림자 내각(정권 획득에 대비한 야당의 내각)의 한 각료가 교육장관 후보로 테레사 메이를 추천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완전한 도박이 될 것이다. 요직에서 검증 받은 적이 없고, 교육에 문외한이며, 내놓을 만한 이력도 없다.” 이 우스개의 본질은 그녀가 2년 전부터 그 일을 맡아 왔다는 점이다. 메이는 초기에는 비교적 무명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승진이 너무 빨랐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훗날 내무장관 재직 시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숱한 정치인의 무덤이 된, 만인이 까다롭다고 인정하는 역할을 맡아 역대 최장수 장관 기록을 세웠다.

어느 모로 보나 메이 총리는 분위기 메이커는 아니다. 닉 클레그 전 부총리는 그녀를 가리켜 ‘얼음 낭자(ice maiden)’로 불렀다고 한다. 에릭 피클스 전 지방자치 장관은 그녀를 ‘마샴가(내무부)의 교활한 미녀’로 불렀다. 더 최근 들어선 켄 클라크 전 재무장관이 그녀를 ‘지독하게 까다로운 여자(bloody difficult woman)’라고 한 말이 방송에 잡혔다. 모두 실력자 여성에 위협을 느끼는 남성들의 반감이 느껴지는 말들이다. 그러나 클레그나 클라크의 동기가 무엇이든 메이 총리는 한가로이 잡담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집중력과 결단력을 갖춘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 이언 실베라 아이비타임즈 기자, 조시 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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