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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승격 30돌 맞은 과천의 집값 향방은] 고점 수준 회복 후 눈치 보기

[시 승격 30돌 맞은 과천의 집값 향방은] 고점 수준 회복 후 눈치 보기

경기도 과천시가 시 승격 30돌을 맞았다.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던 ‘밤나무골’이 1986년 시로 승격된 지 올해로 꼭 30년이다. 과천은 1970년대 말 정부가 서울에 집중된 행정 기능을 분산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조성한 도시다. 79년 정부청사 착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도시 조성이 시작됐다. 82년 정부 제2과천청사·국립현대미술관·서울대공원이 들어서며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어 경마공원·과천과학관과 주공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도시 모양새가 갖춰졌다.

과천은 서울 서초구와 산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35.9㎢ 규모에 인구 7만여 명이 사는 작은 도시다. 관악산·청계산에 에워싸여 있고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녹지다. 녹지가 넉넉한 덕분에 주거 환경이 쾌적해 90년대 중반부터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 자리를 거의 도맡았다. 교육 여건도 괜찮다. 작은 도시지만 현재 과천정보과학도서관·문원도서관·경기도립과천도서관 같은 대규모 도서관만 3곳이다. 청소년 유해시설도 거의 없다. 80년대 보건복지부·농림부·법무부 등 11개 중앙행정기관이 이곳에 모였고 대규모 주거 수요(공무원)가 유입됐다. 94년 지하철 4호선이 개통하면서 집값은 뛰기 시작했고 90년대 말 주택시장 맹주로 부상했다.

 2000년대 중반 고점 찍고 하락세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었던 2000년대 중반 과천 집값은 절정을 찍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4년 1월부터 2007년 1월까지 3년 간 과천 집값은 86% 올라 전국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수도권 평균 상승률(25%)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당시 집값이 거품처럼 빨리 오른다고 해서 버블세븐으로 불렸던 서울 강남구(42%), 서초구(46%)의 두 배 수준이었다. 아파트값은 3.3㎡ 평균 3000만원에 이르렀다. KB국민은행 임채우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리적으로 서초구와 맞닿아 있고 집값도 비슷한 수준이라 ‘제2의 강남’으로 불렸다”며 “전화번호도 경기도 국번인 031이 아니라 서울 국번인 02를 썼다”고 말했다.

20년 간 행정수도이자 주택시장 맹주였던 과천이 시련을 맞은 것은 2005년이다. 지방균형발전 논의가 본격화하며 같은 해 8월 정부가 충남 연기군으로 주요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세종특별자치시다. 이른바 ‘세종시 쇼크’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쳤다. 집값은 뚝뚝 떨어졌고 과천 주택시장은 얼어붙었다. 2008년 1월부터 2009년 1월까지 1년 간 과천시 집값은 14%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3% 상승했다. 2012년 말 본격적인 공공기관 이주가 시작됐고 주거 수요가 대거 빠져나갔다.

과천 주택시장이 기운을 차린 것은 지난해부터다. 청약 열기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다가 올 들어 집값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올 1~6월까지 과천 집값은 1.75% 올라 전국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0.57% 오르는 데 그쳤다. 과천주공2단지 20㎡형은 4월 3억4500만원에 거래됐지만 5월 4억1500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현재 4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재건축 덕이 컸다. 과천 재건축 시장의 대장주로 꼽혔던 주공7-2단지(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 청약이 성황을 이뤘다. 사실상 10년 여 만에 이뤄진 새 아파트 분양이었다. 삼성물산이 5월 일반분양물량 청약 접수를 받은 결과 114가구 모집에 4125명이 몰렸다. 평균 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전 가구가 1순위에서 마감됐다. 59㎡(이하 전용면적) C타입은 116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2678만원, 59㎡형은 평균 2970만원이었다. 김찬경 공인중개사는 “고점이었을 때 가격에 인접한 분양가에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재건축 시장뿐 아니라 주택시장 전체가 들썩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 인프라 개발 호재될까
재건축 막바지에 이른 과천주공1단지와 2단지, 6단지, 7-1단지는 올 들어 수천만원씩 몸값이 뛰고 있다.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빠른 과천주공1단지 46㎡형은 한 달 만에 호가가 5000만원 올라 7억2000만원으로 상승했다. 관리처분계획 단계인 과천 주공6단지도 47㎡형이 6억8000만원으로 올 초보다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재건축 초기 단계인 단지도 수혜를 보고 있다. 정비계획수립 단계인 과천주공 10단지 105㎡형은 올 초보다 5000만원 정도 올라 11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5월 분양된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엔 벌써 2000만~3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거래량은 호황이었던 2000년대 중반 수준을 회복했다. 5월 과천 아파트 거래량은 162건으로, 관련 통계(월별 기준)가 시작된 2006년 3월(151건)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5월 대비 80%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7% 줄었다. 2010년 이후 과천 월별 평균 거래량은 50건을 밑돌았다. 현재 과천 집값은 고점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한 때 3.3㎡당 2300만원 선까지 떨어졌지만 올 6월 말 3.3㎡ 2897만원까지 상승했다.

줄어든 주거 수요 유입을 위한 방안이 나오고 있다. 2012년 과천보금자리지구(6200여 가구)에 이어 올 6월 뉴스테이 촉진 지구가 지정됐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IT업체와 벤처기업 등이 입주할 계획이다. 그간 행정도시라는 이미지에 묻혔던 관광 인프라 개발이 이뤄진다. 과천시는 경마공원·서울랜드·국립과학관 등이 있는 북부지역을 관광특구로 개발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분위기는 괜찮지만 암초도 있다. 정부가 7월부터 중도금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사정권에 들었기 때문이다.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중도금 대출 보증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는데 일부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9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5월 분양한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 84㎡ 이상은 대부분 9억원을 넘었다. 보증을 받지 못하면 계약자들은 여윳돈이나 본인 신용으로 은행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내야 한다. 대출 한도가 줄고 대출 이자는 비싸질 것으로 보인다.

순조로웠던 재건축 시장도 주춤하다. 크고 작은 소송 때문이다. 철거·이주 단계인 7-1단지는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대의원회의가 7월에 열린다. 현재 관리처분계획 취소소송이 진행 중인데 수원지방법원이 올 4월 과천시가 인가한 관리처분 계획 취소소송과 관련해 판결 시까지 효력 정지 판결을 내렸다. 업계에선 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해 다시 인가받기 위해 대의원회를 소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하반기 진행 예정이었던 조합원 이주와 철거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올 4월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한 과천주공6단지는 최근 ‘사업시행계획 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여전히 관리처분총회 결의 무효 관련 소송 등이 진행 중이다. 과천주공2단지도 최근 분양 미신청자 현금청산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한 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소송으로 예정된 일정이 늦어지면 이주·철거 시기가 겹치고 한꺼번에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월세난 대란이 일어날 수 있고 이를 우려한 정부의 제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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