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 감성적인 이야기로 낭만과 슬픔, 인생의 의미 등 폭넓은 주제 다뤄 에이미 애덤스는 ‘컨택트’에서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들의 언어를 통역하는 임무를 맡은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로 나온다.‘프리즈너스’(2013),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 등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로 주목 받은 프랑스계 캐나다인 감독 드니 빌뇌브가 SF 영화 ‘컨택트’(국내 개봉 11월 15일)로 관객들을 다시 찾는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중심에 둔다. 감정을 억제하는 SF 영화의 판에 박힌 공식을 거부하고 매우 감성적이면서도 진심 어린 이야기로 낙관주의와 낭만, 두려움, 슬픔, 인생의 의미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조개 껍질 모양의 우주선 12대가 지구 곳곳에 착륙하자 미군은 언어학 교수 루이스 뱅크스(에이미 애덤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루이스는 이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들의 언어를 통역해 정부가 그들이 지구에 온 이유를 알아내도록 돕는 임무를 맡았다.
루이스는 이론물리학자 이언 도넬리(제레미 레너)의 도움을 받아 그 외계인들이 촉수로 그리는 동그란 이미지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루이스 일행은 18시간에 한 번씩 우주선을 방문해 외계인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문장 구조’가 순차적으로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추론했다. 각각의 이미지는 하나의 추상적인 아이디어나 사고를 나타내며 이미지의 각 부분은 특정 단어를 의미한다고 봤다.
하지만 루이스가 인간과 외계인 사이의 장벽을 허물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10대에 세상을 떠난 딸의 삶에 얽힌 놀라운 측면들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된다. 딸이 태어나던 순간부터 장난기 많았던 어린 시절, 불치병으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을 때까지. 루이스는 딸의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한편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 우리에게 괜찮은 SF 영화에 등장할 만한 요소를 묻는다면 ‘인상적인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CGI), 놀라운 스토리 전개, 공격적인 외계인’ 정도를 꼽지 않을까? 영화 팬들은 그런 것들이 자신들의 명석한 두뇌를 만족시키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라고 믿게 된 듯하다. 하지만 빌뇌브 감독은 ‘컨택트’에서 그와는 사뭇 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SF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골수 팬들에게는 실례일지 몰라도 ‘컨택트’는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SF 영화에서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을 한층 더 발전시킨 듯하다. ‘컨택트’도 ‘인터스텔라’처럼 SF적인 주제를 이용해 지구 종말의 이야기를 펼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들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빠른 전개로 보여주는 액션 가득한 스펙터클이 아니다. 주인공들이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랑과 상호관계, 인간의 조건 등을 아름답고도 섬세하게, 그러면서도 강력하게 조명한다. 뱅크스를 돕는 이론물리학자 이언 도넬리 역을 맡은 제레미 레너.외계인들은 우주에서 왔지만 주인공들이 우주로 가진 않는다. 영화의 ‘액션’ 장면은 모두 땅 위에서 이뤄진다. 또 루이스와 팀원들이 바깥 세상과 격리된 군 기지 막사에서 지프차를 타고 외계인들이 있는 우주선으로 향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처음에 그들은 방호복을 입지만 우주선 안의 기압이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엔 일상복 차림으로 등장해 관객에게 더 친밀하게 다가온다. 우주복 헬멧이나 거추장스런 장비가 등장인물과 관객 사이를 가로막지 않는다.
‘컨택트’는 대사가 많은 장면보다 침묵이 흐르는 대목에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듯하다. 에릭 헤이저러는 각본에 그런 여지를 많이 남겨뒀다. 표정이 풍부한 애덤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빛나는 대목도 그런 순간들이다. 루이스가 이런저런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녀의 두뇌가 돌아가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다. 심지어 화이트보드에 글씨를 쓰는 등의 단순한 행동을 할 때도 그렇다. 레너도 좋은 인상과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자칫 차가운 사회 부적응자로 비치기 쉬운 캐릭터에 호감을 불어 넣는다.
‘컨택트’는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전형적인 SF 영화와 달리 개인적인 사연에 관심을 집중하지만 미묘한 위기 의식은 느껴진다. 그러나 인류에 위협을 가하는 주체는 외계인이 아니라 세계 그 자체일 수도 있다. 또 미군과 루이스가 외계인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갈수록 각국의 협조가 필요할 때 힘을 합치지 않는 나라들은 자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욱 확실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외계인에게 차츰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주제가 좀 진부해 보일지는 몰라도 빌뇌브 감독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야기를 단순화하거나 친절한 설명을 붙이지 않는다. 이런 특성은 때때로 관객에게 혼동을 주기도 한다. 마지막에 애덤스가 빛으로 가득 찬 백색 공간에서 외계인들과 대화하는 장면은 특히 그렇다. 하지만 어차피 이 영화에는 철학적인 은유가 많이 들어 있어 관객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그 장면이 이치에 맞는지가 아니라 거기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생각하며 극장을 나선다.
영화 포스터에는 ‘그들이 왜 이곳에 왔을까?’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영화는 그 질문에 답하는 대신 ‘우리가 왜 여기 있을까?’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우리에겐 그게 훨씬 더 흥미로운 질문 아닐까?
- 에이미 웨스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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