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억을 연상시키거나 빠른 박자, 쉬운 선율, 특이한 음정 등 음악적 특징 때문 연구에 따르면 레이디 가가의 ‘Bad Romance’는 머릿속에 맴도는 노래로 1위에 올랐다.누구든 어떤 노래를 듣고 난 후 그 노랫가락이 계속 귓가를 맴도는 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뇌 안쪽 깊숙한 곳에서 ‘반복’ 버튼을 누른 것처럼 계속 같은 소절이 되풀이되는 경험, 듣고 싶지 않아도 특정 가락이 내면에서 들리는 것을 말한다. 그처럼 어떤 노래는 우리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우리는 ‘귓벌레(earworm)’로 불리는 이 현상을 자주 경험한다(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98%가 그런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약 10년 동안 연구자들은 ‘귓벌레’ 현상이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른 이유가 뭔지, 원치 않는 이 현상을 없애는 방법이 있는지 깊이 파고들었다. 이런 연구는 여러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다. 가장 기초적인 문제다. ‘귓벌레’가 왜 생길까? 어떻게 노래가 우리 머릿속에 들어올 수 있을까?
노래가 ‘귓벌레’로 나타나는 이유는 많다. 주로 음악과는 상관없는 문제다. 예를 들어 ‘귓벌레’는 어떤 노래를 최근에 들었거나 계속 들었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일부는 특정 노래의 가사를 떠올리는 단어나 이미지 같은 기억 연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나 역시 ‘우산’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자주 그런 경험을 했다.
기분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늘 같은 노래가 귓전에 맴돈다고 말했다. 바짝 긴장할 땐 빠른 박자의 노래가 머릿속에서 들린다는 사람도 있다. 특히 특정 노래를 잘 안다는 것이 중요한 요인이다. 잘 모르는 노래가 ‘귓벌레’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뇌가 의도적인 노력 없이 노래를 자발적으로 재생할 수 있으려면 아주 잘 익혀야 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면 음악 자체는 ‘귓벌레’ 현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
우리는 흔히 음악의 어떤 특징이 그 노래를 더 ‘기억하기 쉽게’ 만든다거나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귓벌레’와 관련해 음악 외적인 요인은 다양하게 지적되지만 음악의 특징에 관한 우리의 일화적 믿음은 아직 연구에서 세부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와 동료 연구원 디네얼 뮐렌시펜, 세바스천 퍼널, 로렌 스튜어트)가 발표한 논문은 특정 노래 구절이 머릿속에 맴돌 가능성을 높여주는 음악적 특징이 무엇인지 탐구했다.
이 연구에서 우리는 일반인 3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자주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래가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10∼2013년(조사 실시 기간) ‘귓벌레’ 노래 100곡 리스트를 만들었다. 우리 연구는 팝음악에 국한시켰다(앞으론 다른 장르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중 톱10은 다음과 같았다.
1 ‘Bad Romance’ - 레이디 가가
2 ‘Can’t Get You Out Of My Head’ - 카일리 미노그
3 ‘Don’t Stop Believing’ - 저니
4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 고티에
5 ‘Moves Like Jagger’ - 마룬5
6 ‘California Gurls’ - 케이티 페리
7 ‘Bohemian Rhapsody’ - 퀸
8 ‘Alejandro’ - 레이디 가가
9 ‘Poker Face’ - 레이디 가가
10 ‘Single Ladies’ - 비욘세 / ‘Rolling in the Deep’ - 아델 (공동 10위)
그 다음 우리는 ‘귓벌레’가 아닌, 즉 조사 대상자들이 거론하지 않은 노래 100곡 리스트도 만들었다. 이 리스트는 ‘귓벌레’ 톱100과 비슷한 뮤지션들의 노래, 또 그와 비슷하게 인기를 누린 노래(영국 팝차트 기준)를 대상으로 했다. 최근 들었거나 잘 아는 노래가 ‘귓벌레’가 되느냐 못 되느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귓벌레’ 1위에 오른 레이디 가가의 ‘Bad Romance’와 상반되는 노래로는 조사에서 잘 떠오른다고 지목하지 않은 그녀의 다른 인기곡 ‘Just Dance’가 선정됐다.
그 다음 우리는 음높이, 음정, 리듬 등 80가지 이상의 음악적 특징을 기준으로 두 리스트를 비교했다. 그 결과 어떤 음악적 특징의 노래가 ‘귓벌레’가 될 수 있는지 예측하는 데는 다음 3가지가 열쇠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박자: 머릿속에 잘 남는 노래는 박자가 빠른 경향을 띤다. 우리 뇌가 느린 노래보다 빠른 곡조를 떠올리기 더 좋아한다는 것은 몸의 움직임과 머리에 남는 노래 사이의 상관 관계 때문인 듯하다. 예를 들면 대개는 걷기나 달리기, 또는 양치 같은 주기적인 움직임이 있는 활동을 할 때 머릿속에 특정 노래가 맴돈다.
2 전체적인 선율 형태: 귓전에 맴도는 노래는 그렇지 않은 곡에 비해 전반적인 선율이 좀 더 일반적인 경향을 띤다. 아주 흔한 선율은 ‘반짝 반짝 작은별’이나 ‘알파벳송’ 등 여러 동요처럼 낮게 시작해서 계속 올라간 뒤 다시 그대로 내려가는 패턴으로 구성된다. ‘Bad Romance’의 후렴부도 같은 구조다. 우리 뇌는 특이하지 않은 일반적인 선율 형태를 더 쉽게 떠올려 머릿속에서 예행연습을 하는듯하다.
3 특이한 음정 패턴: 머릿속에 잘 남는 노래는 특이한 음정을 갖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팝송’보다 가끔씩 두 음 사이의 변화 폭이 더 큰 노래를 말한다. ‘귓벌레’가 되려면 선율이 일반적으로 기억하기 쉬워야 하지만 일부 음정 패턴은 특이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뇌가 노래에서 복잡성의 ‘최적’ 수준을 원하기 때문일 수 있다. 너무 단순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해서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복잡해서도 안 되는 노래를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일부 노래를 우리 머릿속에 더 많이 맴돌게 하는지 아는 게 왜 중요할까?
‘귓벌레’에 관한 연구는 어떻게, 왜 우리 뇌가 당면한 일과 무관한 생각에 하루의 40%까지 할애하는지 이해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현재의 연구는 ‘귓벌레’가 예를 들어 새로 배운 노래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항시 우리 기분을 조절해 주는 등 우리 삶에서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는지 여부를 조사한다.
‘귓벌레’ 현상의 원인과 치료에 관한 연구는 임상적으로 응용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음악 강박’ 또는 ‘음악 환각’ 같은 증상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특히 문제 있는 노래의 떠올림을 막거나 줄여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요인이 완벽한 ‘귓벌레’ 노래를 창작해 대박을 터뜨리고 싶어 하는 뮤지션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켈리 자쿠보스키
[ 필자는 영국 더럼대학의 음악심리학 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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