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출생한 남녀 음주율 거의 비슷했지만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여성 음주에 더 관대해져 여성이 남성보다 더 빨리 취기를 느껴 그 결과 여성이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는 증거도 있다.요즘 파티에 가면 칵테일이나 와인을 즐기는 여성이 흔하다. 어떤 땐 남성보다 여성이 술을 더 마시는 것 같다. 여성의 과도한 음주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 지난 한 세기 동안의 급속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생각하면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과학적인 데이터로도 뒷받침될까? 술 마시는 여성이 늘면서 알코올과 관련된 건강 등 각종 문제가 더 많아질까?
과거엔 남성이 여성보다 술을 마실 가능성이 훨씬 컸다. 그러나 그간 음주 풍속도가 상당히 변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남녀의 음주율이 거의 비슷하다.
인구조사 결과가 이처럼 달라지는 음주 문화의 단기적인 패턴을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2013년 발표된 호주의 전국 약물전략 가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이 술을 마실 확률이 여성보다 더 높고 건강에 위험할 정도로 마실 확률도 여성의 2배나 됐다. 하지만 2010~2013년 젊은 남성의 음주율은 크게 낮아진 반면 젊은 여성은 오히려 약간 높아졌다.
우리는 이처럼 음주의 성별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을 장기적으로 수량화하기 위해 36개국에서 실시된 68건의 연구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했다. 전체 샘플 규모는 100년 동안 남녀 400만 명 이상이었다. 우리는 1891년부터 2000년까지 남성과 여성의 음주율을 도식화했다.
그 결과는 시사점이 많았다.
우리는 세 가지 넓은 정의에 따라 데이터를 분류했다. 술을 마시는 행위(음주자와 비음주자의 구분), 문제 있는 음주(습관적 폭음이나 가끔씩 과음하는 행위), 알코올과 관련된 피해(사고나 상해 또는 알코올사용장애 진단 등 음주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결과)를 기준으로 삼았다.
데이터를 기준에 따라 도식화하자 해가 갈수록 성별 간의 격차가 좁혀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세기 초 출생한 사람 중에서 남성이 술을 마실 확률은 여성의 2배 이상이었다. 문제 있는 음주를 할 확률은 3배, 알코올 관련 피해를 겪을 확률은 3배 반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말에 태어난 사람 중에선 그런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남녀의 음주율이 상당히 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또 음주율 격차가 거의 사라지는 것을 보여준 연구 42건 중 대부분은 여성 음주의 증가가 주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연구의 데이터는 여성이 남성보다 음주자가 더 많고 문제 있는 음주를 더 많이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연구는 대부분 1981년 이후 출생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했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우리에겐 나이보다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세대별 음주율의 추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아울러 여성 개인 각각의 음주율이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변했는지와 상관없이 특정 기간에 여성 전체의 음주율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정확히 추적할 수도 있다. 특히 여성의 음주 패턴을 추적할 땐 그런 사실이 중요하다. 가임기와 임신 중 음주에는 추가적인 문제와 위험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 100년 동안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을까?
우리 연구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획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여성과 관련해 폭넓은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요인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그에 따라 사회적 규범도 갈수록 여성 음주에 더 관대해졌다. 음주에서 성별 격차 추이는 이런 폭넓은 사회적 변화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는 이런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여성의 음주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과도한 음주에 따르는 위험에도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와 관련해 효과적인 예방책과 공중보건 대응책을 마련하려면 인과관계를 좀 더 세밀히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디지털 영역을 포함해 젊은 여성을 겨냥한 주류 마케팅과 그들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알코올 음료가 특히 큰 영향을 미쳐 의도치 않은 장기적 피해를 불러오는가? 그게 사실이라면, 그리고 만약 젊은 여성의 해로운 음주 패턴이 20대 말이나 30대 또는 그 후까지 이어진다면 그에 맞게 학교에서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음주의 성별 격차 감소는 건강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과도한 음주를 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건강 문제가 더 많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성별과 관련된 생물학적 요인에는 알코올 약동학(우리 몸이 알코올을 처리하는 과정)의 차이와 뇌 기능·성호르몬에 알코올이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포함된다. 여성의 알코올 대사 작용은 남성과 다르다. 따라서 여성의 경우 남성과 똑같이 술을 마셔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아지고 그런 상태가 더 오래 지속된다.
또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이 뇌의 각 부위에 미치는 영향도 남녀가 다르다. 예를 들면 남성은 좀 더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는 반면 여성의 경우 자제력이 약해져 위험한 성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장기적인 과음이 가져오는 뇌의 용적 손실도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 그에 따라 여성이 음주와 관련된 정신장애에 더 많이 시달릴 수 있다. 더구나 일부 문화권에선 여성 음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강해 여성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 다른 논란 많은 연구 결과는 알코올이 성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음주는 남녀 모두의 성호르몬을 증가시켜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주면서 알코올 중독이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빨리 취기를 느껴 그 결과 여성이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는 증거도 있다.
음주의 정신적·신체적 영향이 여성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음주에서 성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전반적인 추세를 고려하면 그런 연구가 더 빨리, 더 많이 실시돼야 한다.
여성의 음주율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입각해 교육과 예방, 조기 개입, 치료 프로그램을 더 빨리 개발할수록 유해한 음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이 더 효과적이 될 수 있다. 음주의 피해를 다루는 교육은 남성과 여성 둘 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음주 습관이 몸에 배기 전에 젊은 남녀를 집중 교육하고 효과적인 예방과 조기 개입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여성이 음주 관련 장애의 치료를 받는 데 방해가 되는 태도와 구조의 장벽을 줄여야 한다.
우리의 연구도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처럼 달라지는 음주 패턴에 기여하는 남성과 여성의 다수는 현재 20~30대다. 그들이 40~50대와 그 이상이 될 때까지 음주 추세를 계속 추적할 필요가 있다.
- 팀 슬레이드, 웬디 스위프트, 캐스 채프먼
[ 필자들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산하 국립약물알코올연구센터의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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