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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트코인 정책 엇박자] 금융위는 활성화 기재부는 제동

[정부 비트코인 정책 엇박자] 금융위는 활성화 기재부는 제동

기재부 “비트코인 이용한 해외 송금은 불법”... 업계 “어느 장단에 맞추나” 하소연
# 1. 1월 12일 금융위원회는 2017년 업무계획 상세 브리핑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비트코인 관련 내용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의 이체·송금·보관·교환 등 취급업에 대한 규율 근거와 자금세탁방지 등 거래 투명성 확보 방안을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할 방침이다. 또 미래 금융의 핵심 인프라인 블록체인에 대해 국제 흐름보다 한 발 앞서 선제 대응할 계획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업권별 컨소시엄과 핀테크 업계가 참여하는 ‘블록체인 협의회’를 중심으로 정보공유 및 제도개선 과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2. 1월 13일 기획재정부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해외 송금을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결론을 내렸다. 현행 외국환거래법 제8조에 따르면 외환 송금·이체 등의 외국환 업무는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금융사가 아닌 곳은 기재부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핀테크 업체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므로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기재부는 센트비·코인원 등 13곳 안팎의 비트코인 해외 송금업자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금융 감독원에 지난해 11월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환 거래법은 위반 때 3년 이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 벌금이 가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치기 같은 금융 범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해외 송금 업무는 은행만 할 수 있다”며 “허가받지 않고 해외 송금을 중개하면 외국환거래법 위반이고 이는 비트코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금융위와 기재부 사이에 온도차가 심하다. 비트코인 업체들은 난감하다고 하소연한다. 금융위가 비트코인 활성화를 이야기하면 기재부가 제동을 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런던에서 열린 핀테크 데모데이에 한국 핀테크 업체들을 데리고 갔다. 그중 6곳이 이번에 기재부가 조사를 요청한 업체들이다. 지난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금융권 공동 ‘금융개혁! 창업·일자리 박람회’라는 창업경진대회가 있었다. 이때 금융감독원장상을 받은 업체도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핀테크 기업이다. 기재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이곳도 위반 대상이다.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행사를 열고 비트코인 업체를 지원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불법 소지가 있다고 문제를 삼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중국발 비트코인 파동 한국에도 영향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기재부 조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비롯해 내부 분과에서 대응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안은 핀테크 규제 완화를 약속한 정부 방침과도 일부 어긋나는 부분이 있고, 정부 조사 방침이 지나치다는 데 의견을 함께한다”고 전했다. 핀테크 업체들은 비트코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로펌(법무법인)을 통해 충분한 법률 검토를 받았다며 금융위 산하기관인 핀테크산업협회 블록체인 분과를 통해 정부에 업계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비트코인은 인터넷을 통해 사용하는 디지털 통화다.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구매하는데, 일부 쇼핑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국경을 제약 없이 넘나드는 인터넷의 장점 덕에 해외 송금도 자유롭다. 2013년 수요가 늘기 시작해 지금은 디지털 통화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세계 디지털통화 총액의 90%가 비트코인이다. 다만 정부나 중앙은행에 의해 가치와 지급이 보장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안고 거래해야 하는 점에서 법정화폐와 차이가 있다.

국내 비트코인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기존 금융권에 비해 저렴한 송금 수수료를 앞세워 성장했다. 핀테크 업체들은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와 해외 비트코인 거래소를 연결해 화폐가 아닌 비트코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수료율은 건당 2.5% 수준으로 은행 송금 수수료율 7.5%보다 낮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트코인 거래는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월평균 거래량도 전년 대비 약 6% 증가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국내 핀테크 업체들은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물품’으로 보고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해왔다. 제도권 화폐가 아니기에 합법도 불법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시장이 성장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자 정부가 나서서 제도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 엇박자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중국에서 불기 시작한 비트코인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심각한 달러 유출을 겪고 있다. 1년 사이 외환보유액이 1조 달러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해지펀드 업계의 공격을 받았고, 위안화 절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연말 중국은 외환관리를 강화하며 해외 송금 규제를 시작했다. 12월 들어 갑자기 비트코인 거래 업체 주가가 급등한다. 일부 업체가 해외 송금 도구로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거래량이 늘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1월 4일 1139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가다. 중국 정부가 다시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이 1월 5일 비트코인의 사용을 경고하며 규제를 언급했다. 세계 비트코인 가격이 1월 5일부터 급락한 배경이다. 한국에도 여파가 미쳤다. 1월 5일 17만원에 달하던 비트코인 거래 가격은 인민은행 발표 다음날인 6일 10만2000원으로 폭락했다. 비트코인이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자 결국 기재부가 나섰다.

비트코인 합법화는 정부도 고민해온 이슈다. 지난해 11월 기재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은 ‘디지털통화 제도화 테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7월엔 외국환 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핀테크 업체들은 개정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은행이 아닌 비금융사도 외화 이체업 등 일부 외국환 업무를 할 수 있다. 핀테크 업체들은 비트코인 해외 송금 문제도 이때 같이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공격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이유다.
 핵심은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인정 여부
하지만 개정안이 비트코인 합법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비트코인 해외 송금 업체가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의 혜택을 받으려면 금융위가 비트코인에 화폐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을 먼저 정해야 환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지금처럼 비트코인을 물품으로 규정해 놓은 상황에서는 개정안이 나와도 변화가 없다. 당연히 비트코인 업계는 디지털 화폐 제도화를 통한 법적 지위 확보를 원한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통화 거래가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 이를 투명하게 관리·감독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지, 비트코인에 법적 지위를 정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일은 금융위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려면 먼저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하고, 대외지급수단으로 인정하려면 외국환거래법을 고쳐야 한다”며 “현시점에서는 논의할 수 있는 주제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합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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