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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수술 대신 주사 한 방으로

정관수술 대신 주사 한 방으로

폴리머 젤 사용하는 간편한 남성 피임제 ‘리서그(RISUG)’ 개발됐지만 제약업계의 무관심으로 시판 지연돼
인도 지방대학의 의생물공학 교수 수조이 구하(76)가 발명한 주사용 남성 피임제가 곧 시판된다. 100여 년만에 처음 나오는 완전히 새로운 남성용 피임법이다. ‘리서그(RISUG)’로 이름 붙인 이 피임제의 성분은 폴리머 젤이며 부작용이 전혀 없고 피임 성공률은 98%에 이른다.

원리는 폴리머 젤을 남성의 정관에 주사하면 양전자의 젤이 음전자를 띤 정자를 손상시켜 가임 능력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피임약과 달리 이 주사는 단 한 번에 지속적으로 임신을 막아 다른 피임법보다 훨씬 비용이 저렴하고 효과적이다. 콘돔과 비슷한 피임 성공률을 보이고 주입된 젤을 제거하는 주사를 맞으면 가임 능력을 완전히 복구할 수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제약업계는 구하 교수의 발명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형 제약사 경영진이 남성 피임법에 전혀 관심이 없는 백인 중년 남성들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라고 부인과 교수 허르얀 쾰링 베닝크가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그도 1987년부터 2000년까지 네덜란드 제약회사 오르가논 인터내셔널에서 남성 피임기구 임플라논과 세라제트의 개발에 참여했다. “그런 제약사를 여성이 경영한다면 상황이 완전히 다를 것이다.”

대형 제약사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남성 피임 기술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파르스무스 재단은 최근 리서그를 바탕으로 하는 약간 다른 피임제 ‘바살젤(Vasalgel)’을 미국에서 테스트했다. 바살젤은 정자의 흐름을 방해하기 위해 남성에게 주입되는 젤 타입의 피임제로 정관을 막아 정자를 제외한 정액만 체외로 배출시켜 피임을 유도한다. 정관수술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으면서 다시금 임신을 원할 경우 바살젤을 녹이는 주사만 맞으면 피임 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어 향후 정관수술 대체제로 평가 받는다. 파르스무스 재단은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1년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것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리서그를 발명한 구하 교수는 “왜 피임 책임을 여자만 져야 하는가. 남녀가 대등한 파트너십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리서그가 피임을 원하는 부부에게 환영 받을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도 있다. 인도에선 시간과 비용 때문에 정관수술 같은 피임 수술을 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콘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콘돔 사용률이 6%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파르스무스 재단의 조사에서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남성 피임에 의존하는 부부는 20%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조사에서 남성 응답자의 절반은 새로운 남성 피임법을 시도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 줄리아나 로즈 피냐타로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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