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의 창조성 연구소 ‘엘불리 1846’ 내년에 문 열어 페란 아드리아는 2011년 유명 레스토랑 ‘엘불리’의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연구소 겸 전시관 ‘엘불리 1846’을 세우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스페인 지중해 연안의 칼라 몬트호이 해변. 언덕 위의 한 건물 주방에 위대한 요리사(어쩌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요리사일지도 모른다) 페란 아드리아(54)가 서 있다. 그의 머리카락은 언제나처럼 흐트러져 있지만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주방 밖에서는 옅은 3월의 태양에 바닷물이 반짝이고 오래된 소나무들이 피레네 산맥 너머 프랑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맞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주방 안에서는 45명의 요리사가 주방장 아드리아의 지휘 아래 고요하고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하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올리브 열매처럼 보이는 작은 구 형태의 요리(먹을 수 있는 껌 안에 올리브유가 들어 있다)를 조심스레 숫가락 위에 옮겨 닮거나 액체 질소 연기가 피어 오르는 코코넛 밀크 ‘공룡 알’을 손님들 앞에 내놓던 광경은 자취를 감췄다. 그대신 아드리아는 폐허처럼 변한 주방에서 먼지 쌓인 비닐로 뒤덮이지 않은 유일한 장비인 커피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마신다. 내 말투에서 예전의 ‘엘불리(elBulli, 아드리아가 그 자리에서 2011년까지 운영하다 문을 닫은 레스토랑)’를 그리워하는 듯한 낌새를 챈 아드리아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처럼 과거를 생각하면 감상적이 되겠지만 난 미래를 생각한다.”
아드리아는 줄곧 먼 미래의 엘불리에 관해 생각해 왔다. 그는 2009년 많은 사람이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레스토랑으로 여기던 엘불리의 문을 닫고 요리 연구소를 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장애에 가로막혀 예정보다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그 꿈을 실행에 옮기게 됐다.
아드리아는 이전의 레스토랑을 연구소 겸 전시관 ‘엘불리 1846’으로 탈바꿈시키는 공사 현장을 바라보며 “요리만 연구하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연구소 이름에 들어간 1846이라는 숫자는 1983~2011년 엘불리에서 그가 개발한 요리법의 가짓수다).
그는 몇 개월 전에 왔을 때보다 공사가 진척돼 회의실 벽이 올라간 걸 보고 기뻐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혁신에 관한 연구를 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요리는 혁신을 탐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기반일 뿐이다.”
혁신 연구소로서의 엘불리 1846은 단순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창조적인 과정의 효율성 증진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창조성이 발휘되는 방식에 대한 이해의 증진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아드리아가 특유의 똑똑 끊어지는 영어 억양으로 말했다. “혼자 일할 때와 팀을 이뤄 작업할 때 어떤 쪽이 더 창조성을 발휘할까? 한번에 장시간 일하는 것과 단기적으로 집중하는 방식 중 어느 편이 더 효율적일까? 창조성에는 어느날 갑자기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보다 더 심오한 뭔가가 숨어 있을 것이다. “
이런 프로젝트들은 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다방면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연구팀이 진행한다. 요리뿐 아니라 미술, 심리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등에서 가장 창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전문가들이 번갈아 참여할 것이라고 아드리아는 설명했다. 엘불리 레스토랑이 르네 레드제피, 안도니 아두리즈, 마시모 보투라 등 내로라하는 요리사들을 배출했듯이 이 연구소도 그곳을 거쳐가는 전문가들의 자질로 평가 받게 될 것이다. “5년마다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세계적 전문가들이 2~3명만 배출돼도 이 연구소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아드리아는 엘불리 1846이 ‘즐거움을 주기보단 일하는 곳’이라고 강조하지만 일반 대중을 위한 전시관도 운영할 예정이다. 입장료(15유로)를 내면 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다. 또 1년에 약 20회에 걸쳐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혹은 추첨을 통해 일반 관람객에게 ‘체험(experience)’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체험’은 연구소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시험해 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아드리안은 말했다. “어쩌면 살바도르 달리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시체스에 있는 달리 미술관에서 시작해 배를 타고 이곳으로 와 해변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 다음 다시 배를 타고 포르트 리가트에 있는 달리의 생가까지 가는 것이다. 우리는 ‘체험’에 관한 아이디어를 200가지 정도 갖고 있다. 주제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 ‘무엇이든’에서 레스토랑은 제외된다. ‘체험’에 식사가 포함될 수는 있지만 일반 방문객이 음식을 사 먹을 수는 없다. “핫도그 등 간단한 스낵을 파는 코너조차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레스토랑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면 예전의 엘불리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말에는 아드리아와 그의 동업자였던 줄리 솔러가 레스토랑 문을 왜 닫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숨어 있다. 엘불리의 폐업 소식이 알려지자 그 동기에 대해 재정 파탄부터 신체적인 피로까지 온갖 추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사실 그 결정은 레스토랑 운영에 따르는 부담이 엘불리의 진정한 사명을 완수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난 레스토랑 운영을 즐겁게 여긴 적이 없다”고 아드리아는 말했다. “내가 즐기는 건 창조성이다. 하지만 레스토랑 운영은 장인의 기술을 이용한 끊임없는 재생산이다. 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똑같은 것을 재생산할 때는 창조의 순간에 느끼는 설렘과 흥분이 없다.”
엘불리의 폐업 기념 파티가 열릴 때쯤 아드리아와 솔러는 그런 설렘과 흥분을 계속 느낄 수 있는 재단 설립에 필요한 계획과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곧 장애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구소의 원래 청사진에는 엘불리의 방대한 기록을 보관한 공간이 부족했다. 그 후 2차 계획이 나오자 환경보호론자들이 들고 일어나 아드리아가 보호구역(엘불리는 국립공원 안에 있다)을 ‘개인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려 한다고 비난하는 청원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까지 겹쳐 아드리아의 좌절감을 더했다. 그 시기에 그의 부모와 장모가 세상을 떠났고 2015년엔 동업자인 솔러가 사망했다. “내가 과연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 순간들이 있었다”고 아드리아는 말했다.
하지만 일이 지연되는 동안 아드리아와 그의 팀은 계획의 세부사항을 다듬어 완성했다. 건축학적인 야망은 줄이고 목표는 좀 더 명확히 했다. 또 아드리아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미래에 남길 유산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세상에 100년 이상 살아남는 건 거의 없다. 우리는 50년 앞을 생각한다. 난 살아 있는 한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알베르트(아드리아의 동료 요리사이자 동생)와 가르시아(엘불리의 전 지배인 루이스 가르시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50년 후 우리가 떠나고 나면 이곳은 박물관이 될 것이다.”
물론 엘불리 1846의 문부터 여는 게 먼저다. 개원 예정일은 아직 1년도 더 남았지만 아드리아는 칼라 몬트호이에 와서 연구소 외부 공간 설계를 맡은 바르셀로나 디자인 스쿨의 학생들을 만났다. “전시를 이 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아드리아는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우리가 원하는 어떤 기발한 프로젝트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여러분의 임무다.”
아드리아는 또 처음으로 연구소에서 함께 일할 사람들을 공사 현장에 불러모았다. 솔러의 딸 리타(그녀는 ‘체험’ 프로젝트의 감독을 맡는다)도 그중 한 명이다. 현장을 둘러본 뒤 내부 공간을 어떻게 나누고 꾸밀지에 관해 각자의 아이디어를 듣기 위해서다. 그들은 바닥이 파헤쳐진 건물 내부를 조심스럽게 돌아봤다. 일행이 예전에 직원들의 식사를 준비하던 보조 주방 자리를 지날 때쯤 아드리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레스토랑으로서 더 나아갈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앞으로 이곳에서는 아무런 제약도 없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 리사 어벤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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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바삭한 돼지 귀 구이의 황홀한 맛 - 프랑스 유명 요리사 이브 캉드보르드가 파리에 새로 연 레스토랑에서 창조적인 타파스를 하루 종일 맛볼 수 있다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 이브 캉드보르드는 1990년대에 자신의 레스토랑 ‘라 레갈라드’로 프랑스 비스트로(카페 풍의 수수한 식당) 음식의 부흥을 이끌었다. 그의 두 번째 레스토랑 ‘르 콩투아르 뒤 를레’는 테이블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최근 그는 예약을 받지 않는 레스토랑 ‘아방 콩투아르’의 3호점 ‘라방 콩투아르 뒤 마르셰’를 열었다. 늘 사람들로 북적대는 마르셰 생-제르맹에 있는 이 레스토랑에서는 미식가 취향의 창조적인 타파스(스페인식 전채 요리)를 언제든지 먹을 수있다.
분위기: 높은 테이블 몇 개와 서서 먹을 수 있는 긴 카운터가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실내장식은 메뉴와 마찬가지로 돼지고기 마니아에 초점이 맞춰졌다. 파리 관광안내서 ‘타임 아웃 패리스’는 이 식당의 실내장식을 ‘돼지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로 묘사했다. “벽에 돼지들이 그려져 있고 날아다니는 빨간 돼지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웬디 린의 푸드 블로그에서는 긴 카운터와 등받이 없는 의자들이 눈길을 끄는 이곳을 ‘뉴욕의 로프트’에 비유했다. 프랑스 문화 주간지 텔레라마는 파리에서는 보기 드물게 친밀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음식: 텔레라마는 “바삭바삭한 돼지 귀 구이의 황홀한 맛에 취하면 돼지는 모든 부위가 맛있다는 사실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고 평했다. 타임 아웃 패리스는 요리 하나하나를 맛볼 때마다 점점 더 맛있게 느껴지며 돼지고기의 참맛을 알게 된다고 썼다. 건초 불에 구운 햇감자와 앤초비 버터를 곁들인 ‘군침 도는 핑크색’의 돼지 어깨 살 콩피부터 ‘입에서 살살 녹는’ 돼지 족 테린(잘게 썬 고기를 그릇에 담아 차게 식힌 다음 얇게 썰어 내는 전채 요리)까지. 또 웬디 린에 따르면 이 식당에서는 ‘스타 베이커 티에리 브르통’의 빵과 다양한 천연 와인을 맛볼 수 있다.
1인당 식사비: 약 25유로
주소: 파리 로비노 거리 14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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