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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투자 동향

서울 부동산 투자 동향

최근 강북과 강남 부동산 시장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이슈로 강남권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는 동안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강북권 아파트에 투자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겁다. 사진은 지난 5월 신길동 ‘ 보라매 SK뷰’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 청약 1순위에서 평균 2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 사진 : 중앙일보 안장원
지난 6월7일, 강북 랜드마크 단지로 떠오른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를 찾아갔다. 김석배 경희궁자이부동산 대표는 “현재 2500가구 중 1곳(59㎡)만 매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오르자 집주인들이 매매 시기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에는 84㎡(14층)가 11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일부 고급 주상복합 등을 제외하고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 중에서 84㎡ 매매가격이 11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이곳은 광화문·시청 등지 회사에 다니는 신혼·맞벌이 부부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라 부동산 규제 대책이 나오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 경희궁자이 84㎡ 가격 11억 넘어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서울 가락시영아파트. / 사진 : 연합뉴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1번 출구로 나서자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공덕자이, 아현아이파크 등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현뉴타운 재개발로 과거 낡은 단독·다가구 주택 밀집지역이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변신했다. 이곳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곳은 2014년 9월 첫 단지로 입주한 래미안푸르지오다. 전체 3885가구로 아현뉴타운 최대 규모다.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진모 대표는 “4월 중순 8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112㎡(34평형, 로얄층)가 최근 10억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매매가격이 1억원 가까이 오르자 집주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다. 투자자의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매매 물건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반면 다음날 찾아간 강남권 부동산 중개사무소들은 강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서울 서초동 한양부동산의 김덕모 대표는 “이달 들어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 검토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 문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물을 찾는 문의가 많았는데 최근엔 투자자나 집주인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강북과 강남 부동산 시장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재건축 이슈로 강남권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는 동안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강북권 아파트가 대선 이후 기지개를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강남권 아파트값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강북권 아파트가 뒤따라서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5월 강남권의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부동산 시장 호황기였던 2006년과 2009년에 기록한 최고가 수준으로 회복했다. 결국 저금리시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강북으로 이동한 것이다. 강지현 하나은행 도곡PB센터장은 “요즘 재개발·재건축이 한창인 강동구나 은평뉴타운에서 투자처를 찾는 상담 전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북 아파트의 급등 원인은 갭투자보다는 실수요 증가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매물로 나왔던 140㎡ 아파트 3채가 이달 들어 잇따라 매매됐다. 마포구 도화동에서도 160~180㎡ 아파트 4채가 최근 모두 거래됐다. L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를 낀 투자용 매물만 남고 실입주용 매물은 모두 팔렸다”며 “최근 3년간 전셋값이 급등한 데다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대형 평수와의 차이가 줄어들자 이 참에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갭 투자도 있지만 실수요 증가도 원인
재개발·재건축이 많은 강동지역은 투자문의가 많다. 고덕동 재건축 단지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의 청약에는 729가구 모집에 8256명이 몰려 평균 1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강북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새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약 1360조원에 이른다. 부동산 완화정책을 폈던 2014년(1085조원) 이후 280조원 이상 늘었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보험에 이어 상호금융권까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며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가계대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KB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 994억원으로 한 달 전(1조4610억원)보다 2배 가량으로 증가했다.

새 정부는 가계빚이 불어나는 가장 큰 이유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서 찾고 있다. 주담대 잔액 역시 올 3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반등해 지난달에만 1조2784억원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8월까지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이상 과열을 보이는 점은 면밀히 주시 중”이라며 “부동산 투기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부터 관계 부처들이 합동으로 현장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수요자들은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움직여야 내집마련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사진은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서울의 한 아파트.
경제 관련 부처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예상되는 대책은 크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의 두 가지다. LTV와 DTI는 집을 담보로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때 대출한도를 정하는 지표다. LTV는 아파트값을 기준으로 대출한도 비율을 매기고 DTI는 주담대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과 소득을 비교한 대출 한도 비율이다. 2014년 8월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해 LTV·DTI를 각각 70%, 60%로 완화했다. 그 전엔 50~60% 수준이었다. 완화된 기준은 다음달 말이면 원래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양용화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정부가 가계부채를 키운 주요 원인을 주담대에서 찾고 있기 때문에 LTV·DTI를 예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괄적으로 죄면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지는 한계가구가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 선별적 강화가 대안으로 나온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DTI는 신규 대출만 규제하고 지역별, 소득형태별로 차등을 두는 효율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DSR이 조기 도입될 수 있다. DSR은 연소득 대비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따진다. 주담대 원리금에 신용대출 같은 나머지 대출은 이자만 더하는 DTI보다 강력한 규제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대출 상환능력을 평가할 때 DTI 대신 DSR을 활용하겠다”고 공약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2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2019년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성환 원장은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규제 비율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DSR은 정확한 규제 비율을 정하지 않고 은행 자체적인 판단에 맡기는 방식을 논의 중이다. 이 경우 대출 한도를 가장 많이 주는 은행에만 사람들이 몰리면서 은행 간 경쟁이 일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8월에 발표할 부동산 정책을 확인한 뒤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용화 팀장은 “이번 정부는 부동산 활성화보다 안정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책 흐름에 맞게 투자 전략을 짜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은 단기적으로 많이 올라 투자 부담이 커졌다는 전문가도 있다.
 싼값에 나오는 급매물 노려볼 만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최근 전세를 끼고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매입했다가 되팔아 시세 차익을 올리는 갭 투자가 늘면서 가격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가격이 급등했을 때 섣불리 나서기보다 하반기 시장 흐름을 확인한 뒤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 이후엔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늘기 때문에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세를 전전하는 실수요자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양용화 팀장은 “상당수 실수요자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움직여야 내집마련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실수요자들이 주로 찾는 아파트는 학군, 출퇴근 거리, 역세권 등을 많이 고려하기 때문에 길게 보면 집값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도 작다는 것이다.

반면 실수요자도 정부의 정책 방향을 확인한 뒤 투자해야 한다는 중도적인 의견도 있다. 김연화 팀장은 “향후 정부가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게 되면 급매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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