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은 모델 내세운 야한 광고가 예전만큼 이목 끌지 못해… 사회적 이슈 담거나 가상현실 등으로 직접 소통해야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 섹스어필보다 좀 더 의식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지난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은 성적 규범에 도전하는 성해방 물결에 올라탔다. 1970~1980년대 퀸 같은 팝그룹들은 ‘나는 재충전 준비가 끝난 섹스 머신과 같아/ 오 오 오 오 곧 폭발하려는 원자폭탄과 같아’라고 노래해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자동차와 담배에 이르는 온갖 제품 제조사들은 매출증대를 기대하며 광고에 아름다운 여성을 내세웠다. 더 최근 들어선 영국의 의류·식품 소매유통 업체 막스&스펜서가 ‘식품 포르노(food porn, 광고 등에서 음식을 먹고 싶도록 섹시하게 배열하는 방식)’로 불리는 스타일의 성적인 광고를 제작했다. 거의 모든 제품의 판매에 섹스가 열쇠라고 여기는 듯한 환경이다.
과거에는 성적 농도가 짙은 광고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브랜드를 잘 기억시키고 긍정적인 인식을 구축하고 구매 가능성을 키운다고 믿었다. 그러나 섹스 테마의 광고가 예전만큼 이목을 끌지 못한다. 실제로 도로변에 세워진 광고판의 속옷 차림 여성 모델에 운전자들이 시선을 빼앗긴다는 말을 들은 지 한참 됐다. 그렇다면 섹스가 아직도 팔릴까?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아닌 듯하다.
1969~2017년 78건의 조사 결과를 비교 분석한 최신 보고서가 국제광고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Advertising)에 발표됐다. 사람들은 성적으로 어필하는 광고를 그렇지 않은 광고보다 더 잘 기억하지만 그 강화된 기억이 광고에서 홍보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섹스 광고는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남성은 광고의 성적 이미지를 더 우호적으로, 여성은 더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지만 어느 경우에든 그 광고가 제품 구매 확률을 높인다는 증거는 없다.
과거 성적인 이미지를 활용한 광고의 성공 사례 중 일부는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 덕으로 분석됐다. 제대로 사용할 경우 관심과 기억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광고로 촉발된 성적 흥분이 무의식적으로 제품이나 브랜드로 연결돼 거기에 다시 노출될 때 흥분을 불러일으켜 그 제품에 대해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할 때 고전적 조건형성이 일어난다.
문제는 사람들이 대량의 성적 이미지에 계속 노출될 경우 결국에는 거기에 둔감해져 더는 심리적 흥분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성적으로 농도 짙은 광고의 홍수가 광고시장의 영구적인 특성이 됐을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 1960~1970년대 성해방에 발맞춰 참신한 시도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심지어 볼썽사나운 광고로 전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자선사업 광고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 같은 자선단체를 위해 수많은 여성 유명인사가 옷을 벗었지만 성적인 이미지의 사용이 여성의 인간성 말살로 비쳐져 문제의 브랜드나 기업에 대한 지지도가 약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흥미롭게도 이런 식으로 여성을 ‘이용’하는 도덕적 캠페인에는 남녀 모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여성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듯한 자선단체의 도덕성에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성적인 이미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 광고에서 몸매를 한껏 드러낸 남녀는 예전만큼 이목을 끌고 흥분을 유발하지 못한다. 사회가 바뀌면서 광고도 변했다. 지나치게 노골적인 섹스 광고는 더는 최신 유행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소비자는 유행을 앞서간다고 느껴지는 광고를 원한다. 정치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 사람들의 관심의 초점을 바꿔놓았다. 이런 변화 중 미국 내 최근의 정치적 지각변동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 좀 더 의식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성차별 그리고 환경친화적인 제품은 요즘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토픽의 몇몇 사례다. 예컨대 켄코 커피는 새로 주목 받는 사회적 정치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 자신들의 커피를 마시면 온두라스 청년들이 갱단에 휩쓸리지 않도록 구제할 수 있다는 메시지의 광고를 내보냈다. 이는 사람들에게 소비를 즐기면서 사회활동을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정치에 기반한 메시지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제품과 브랜드의 사례는 많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가 그동안 크게 높아지면서 그들은 ‘체험’까지 원한다. 물론 체험은 전통적인 광고를 통해 전달하기가 어렵다. 이는 더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마케팅이 이동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점내 가상현실을 이용하거나 후각과 미각으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이 같은 마케팅이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의 기대가 이렇게 달라지면서 섹스 기반 광고는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물론 섹스가 사라질 수는 없지만 현대 소비자에게 더는 잘 먹히지 않게 되면 대중매체에 등장할 가능성도 크게 떨어진다.
- 캐서린 잰슨-보이드
[ 필자는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 소비심리학과 부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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