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임상시험 어떻게 찾아야 할까
내게 맞는 임상시험 어떻게 찾아야 할까
암 연구자인 대장암 환자가 복잡한 과정 쉽게 만들어 주는 방법 미국에서 개발해 톰 마실제의 암은 2013년 8월 재발했다. 이번엔 더 지독했다. 그는 결국 임상시험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임상시험에 지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 개발된 실험적인 치료제의 안전성과 효과를 기존 치료제와 비교하는 것이 임상시험이다. 또 일부 암은 이미 효과 좋은 치료제가 나와 있다. 마실제는 인터넷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임상시험이 있는지 검색했다. 첫 검색에서 약 1200건의 결과가 나왔다. 그는 “환자로선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검토할 가치가 있는 임상시험이 1200건이나 되는 건 아니다. 나는 직업 덕분에 진짜 운이 좋았다. 과학 분야의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은 적합한 임상시험을 찾기가 힘들다.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췌장암 말기였던 어머니를 돌보면서 다른 여러 암 투병 가족을 지켜본 마실제는 의화학을 공부해 제약회사 노바티스에서 폐암에 초점을 맞춘 종양·치료제 개발 연구원이 됐다. 거기서 폐암 치료제 한 가지를 개발하고 합성하는 일에 참여했다. 2012년 6월 그의 팀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차대회에서 새로 개발된 폐암 치료제의 1단계 임상시험 데이터를 발표했다. 마실제는 “그 순간 우리가 암에 한방 먹였다는 느낌에 너무도 뿌듯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마실제는 바로 6시간 뒤 암의 반격을 받았다. 당시 40세였던 그에게 대장암 3기 진단이 내려졌다. 이틀 뒤 수술에 들어갔다. 암 환자였던 어머니를 돌보다가 암 연구자가 됐던 그가 이제 자신이 암 환자가 됐다. 곧 그는 암 환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운동가로 또다시 변신했다. 많은 환자가 진정한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임상시험을 찾을 때 부닥치는 어려운 문제에서 한 가지 중요한 해결책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처음에 마실제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매주 새로 시작되는 임상시험을 검색하면서 수많은 임상시험 검색 결과를 환자나 보호자가 다루기 쉽게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다. 그의 개인적인 스프레드시트 프로젝트는 ‘말기 대장암 임상시험 찾기’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지난 5월 대장암 환자 권익단체 파이트 CRC와 의료 IT업체 플랫이아언 헬스와 공동으로 발표된 이 검색 프로그램은 각 임상시험이 지원자를 모집 중인지, 또 대장암 환자에게 해당되는지, 말기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실패할 때의 위험은 무엇인지 등 마실제가 스프레드시트를 만들 때 사용한 기준을 바탕으로 환자와 보호자에게 지원 가능한 임상시험 목록을 제공한다. 환자와 최신 임상시험을 쉽게 연결시켜 주는 대형 암센터에서 치료 받지 않거나 어려운 의학 전문용어로 적힌 정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환자나 보호자를 위한 검색 프로그램이다.미국에서 가장 충실한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는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의학도서관의 ClinicalTrials.gov 사이트에 나와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2000년 2월 29일 일반에 공개됐다. 공개 당시 ‘친소비자 데이터베이스’로 불렸으며 2004년 미국 정부혁신상까지 받았다. 파이트 CRC의 안젤리카 데이비스 대표는 “그 사이트가 지금도 가장 종합적인 목록이지만 환자가 활용하기엔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환자가 치료 도중에 임상시험들 간의 미세한 차이를 알기는 상당히 힘들기 때문이다.” 관련된 모든 요인을 검토하는 일은 고사하고 현재 지원자를 모집 중인 임상시험인지조차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선 정부 기구와 권익단체 등의 비영리 기관만이 아니라 민간 기업도 참여해 임상시험 연결 서비스와 도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임상시험에 지원하려는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줄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IBM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왓슨 임상시험 연결(CTM) 시스템을 제공한다. 개인맞춤형 건강 네트워크이자 조사업체로 제약사와 대학 연구소, 비영리 기관과 제휴한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 ‘환자들을 위한 페이스북’으로 불린다)도 조사 도구를 공급한다. 파킨슨병 연구를 위한 마이클 J. 폭스 재단은 폭스 임상시험 검색법, 미국암학회(ACS)와 비영리 기관 ‘스탠드 업 투 캔서(Stand Up to Cancer)’는 임상시험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외 특정 암 환자를 위한 서비스도 많다.
그런데도 실제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미국 성인 암 환자는 5%에도 못 미친다. 페이션츠라이크미의 폴 위크스 혁신 담당 부사장은 인식 결여와 이해 부족, 임상시험 센터와의 지리적인 거리, 부담스런 요건, 할애해야 하는 시간 등 수많은 장애물이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 국립 암연구소(NCI)가 후원한 임상시험의 20% 이상은 단 한 명의 환자도 모집하지 못했고,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정도로 충분한 수의 환자가 참여한 임상시험은 겨우 절반에 불과했다. 지난 수년 동안 환자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임상시험이 있는지 알지도 못했고, 또 연구자들은 임상시험 대상을 모집하기가 너무 어려웠다.NCI 산하 바이오메디컬 정보학·정보기술 센터의 워런 키비 소장은 “모두가 원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보편적인 도구를 개발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설명했다. NCI는 오랫동안 암 임상시험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지난해 여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과학자, 암 전문 의료진, 기부금 후원자와 환자를 망라하는 전국 암연구대회 ‘문샷 서밋(Moonshot Summit)’을 개최했을 때 NCI는 임상시험 검색 도구만이 아니라 새로운 응용프로그램이나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도 공개했다. 키비 소장은 “그런 서비스를 개인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진가가 발휘된다”고 말했다.
마실제는 환자이자 과학자로서 대장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그런 일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그가 곧바로 그들을 위한 운동가가 된 것은 아니다. 대장암 진단을 처음 받고 나서 몇 년 동안 그에겐 별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 다니면서 치료 받고 한 주에 약 32㎞를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이 되자 증상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는 온라인 상조단체에 가입해 자신의 스프레드시트를 회원들과 공유했다. 동시에 블로그도 시작했다. 처음엔 가족과 친구를 위한 비공개 블로그로 생각했지만 첫 글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암 진단을 받은 뒤 많은 도움을 받았던 여러 블로그가 떠올랐다. 또 자신이 일반 환자와 달리 종양 연구자이자 환자라는 아주 드문 장점을 가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늘 내성적이었다며 “아주 불안했지만 내 블로그를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키보드 뒤에선 외향적이 되기가 더 쉬웠다.”
‘말기 암환자의 말릴 수 없이 낙관적인 모험’이라는 제목의 그 블로그엔 개인적인 글만이 아니라 전문적인 글도 자주 게재된다. 그의 블로그는 예상 밖으로 인기를 끌었다. 게시물 하나에 150개국에서 약 1만 건의 뷰가 기록됐다. 그중 일부는 6개 언어로 번역됐고, 파이트 CRC 사이트의 칼럼과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신문에도 칼럼으로 실렸다. 2015년 여름 그는 대장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인 콜론 타운의 산하 단체 콜론 타운 클리닉 설립에도 참여했다. 환자와 보호자의 임상시험 이해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단체다.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의 동료 운동가가 마실제에게 임상시험 검색 스프레드시트를 응용프로그램으로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녀는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니지만 간단한 기초적인 앱은 만들 수 있었다. 결과물은 매끈하진 않았지만 기본 요소는 전부 들어 있었다. 마실제는 곧 파이트 CRC에 연락했고 플랫아이언 헬스를 찾아냈다. 플랫아이언 헬스의 제품 매니저 비니타 아가르왈라는 “그와 얘기하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대화를 하다보니 그 스프레드시트를 수정해서 제대로 된 응용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회사의 다음 분기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공익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마실제는 뉴욕시에서 열린 그 대회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사는 그로서는 너무 먼 곳에서 개최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회가 열리기 약 한 달 전 두 번째 임상시험을 준비할 때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 “상당히 온화하던 암이 갑자기 아주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그는 돌이켰다. 특히 간에 종양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그와 담당 의사는 임상시험을 미루고 화학요법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다른 의사에게 의견을 구하러 뉴욕시에 갔다. 2015년 첫 임상시험에 들어가려 했을 때 한 의사가 그에게서 흑색종을 발견했다. 피부암 1기라 완치율이 98%였지만 그로 인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마실제는 뉴욕에 간 김에 플랫아이언 헬스에 도착했다. 그는 간단한 연설로 대회 개막을 선언한 다음 임상시험 검색 도구를 두고 직원 몇 명과 상의에 들어갔다. 아가르왈라 매니저는 “의자가 부족했다”고 돌이켰다. “도중에 보니 마실제가 한쪽 구석 바닥에 앉아 프로그래머 2명과 얘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실제가 어떻게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는지 알아내려 했다.” 프로그래머들은 마실제가 사용한 기준과 그가 내린 결정(어느 것이 면역요법 임상시험인지, 임상시험이 언제 업데이트 되는지 등)을 자동화 프로세스로 옮겼다. 그들의 프로그램은 ClinicalTrials.gov의 데이터베이스를 자동 검색하지만 개인에 맞춘 사안을 검토한 다음 거기에 정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용자는 그 결과를 프린트해 의사들에게 가져갈 수 있다.
추가적인 수정과 테스트 후 지난 5월 파이트 CRC 웹사이트에 공개된 ‘말기 대장암 임상시험 찾기’ 프로그램은 마실제처럼 전이성 미소부수체 안정형(MSS) 종양을 가진 대장암 4기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국한된다. 다시 말해 특정 환자를 위한 것이며 포괄적인 목록보다 맞춤형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는 뜻이다.
그 이후 마실제는 화학요법을 받으면서 그 사이사이에 두 가지 주요 프로젝트에 전념한다. 임상시험 검색 결과를 검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운동가들을 훈련하고, 같은 모델을 다른 암에도 확장하는 프로젝트다. 마실제는 “기본 방법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어느 암에나 적용될 수 있다. 환자는 이제 훨씬 많은 힘을 갖는다. 자신이 받는 치료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그 대부분을 기술 발전과 소셜미디어 덕분으로 돌린다. 그가 발명한 것을 포함한 여러 검색 도구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임상시험을 찾는 복잡한 과정을 좀 더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20년 전만해도 이런 도구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실제는 “환자는 어리석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무엇이든 이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 스태브 지브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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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말기였던 어머니를 돌보면서 다른 여러 암 투병 가족을 지켜본 마실제는 의화학을 공부해 제약회사 노바티스에서 폐암에 초점을 맞춘 종양·치료제 개발 연구원이 됐다. 거기서 폐암 치료제 한 가지를 개발하고 합성하는 일에 참여했다. 2012년 6월 그의 팀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차대회에서 새로 개발된 폐암 치료제의 1단계 임상시험 데이터를 발표했다. 마실제는 “그 순간 우리가 암에 한방 먹였다는 느낌에 너무도 뿌듯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마실제는 바로 6시간 뒤 암의 반격을 받았다. 당시 40세였던 그에게 대장암 3기 진단이 내려졌다. 이틀 뒤 수술에 들어갔다. 암 환자였던 어머니를 돌보다가 암 연구자가 됐던 그가 이제 자신이 암 환자가 됐다. 곧 그는 암 환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운동가로 또다시 변신했다. 많은 환자가 진정한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임상시험을 찾을 때 부닥치는 어려운 문제에서 한 가지 중요한 해결책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처음에 마실제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매주 새로 시작되는 임상시험을 검색하면서 수많은 임상시험 검색 결과를 환자나 보호자가 다루기 쉽게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다. 그의 개인적인 스프레드시트 프로젝트는 ‘말기 대장암 임상시험 찾기’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지난 5월 대장암 환자 권익단체 파이트 CRC와 의료 IT업체 플랫이아언 헬스와 공동으로 발표된 이 검색 프로그램은 각 임상시험이 지원자를 모집 중인지, 또 대장암 환자에게 해당되는지, 말기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실패할 때의 위험은 무엇인지 등 마실제가 스프레드시트를 만들 때 사용한 기준을 바탕으로 환자와 보호자에게 지원 가능한 임상시험 목록을 제공한다. 환자와 최신 임상시험을 쉽게 연결시켜 주는 대형 암센터에서 치료 받지 않거나 어려운 의학 전문용어로 적힌 정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환자나 보호자를 위한 검색 프로그램이다.미국에서 가장 충실한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는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의학도서관의 ClinicalTrials.gov 사이트에 나와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2000년 2월 29일 일반에 공개됐다. 공개 당시 ‘친소비자 데이터베이스’로 불렸으며 2004년 미국 정부혁신상까지 받았다. 파이트 CRC의 안젤리카 데이비스 대표는 “그 사이트가 지금도 가장 종합적인 목록이지만 환자가 활용하기엔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환자가 치료 도중에 임상시험들 간의 미세한 차이를 알기는 상당히 힘들기 때문이다.” 관련된 모든 요인을 검토하는 일은 고사하고 현재 지원자를 모집 중인 임상시험인지조차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선 정부 기구와 권익단체 등의 비영리 기관만이 아니라 민간 기업도 참여해 임상시험 연결 서비스와 도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임상시험에 지원하려는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줄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IBM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왓슨 임상시험 연결(CTM) 시스템을 제공한다. 개인맞춤형 건강 네트워크이자 조사업체로 제약사와 대학 연구소, 비영리 기관과 제휴한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 ‘환자들을 위한 페이스북’으로 불린다)도 조사 도구를 공급한다. 파킨슨병 연구를 위한 마이클 J. 폭스 재단은 폭스 임상시험 검색법, 미국암학회(ACS)와 비영리 기관 ‘스탠드 업 투 캔서(Stand Up to Cancer)’는 임상시험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외 특정 암 환자를 위한 서비스도 많다.
그런데도 실제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미국 성인 암 환자는 5%에도 못 미친다. 페이션츠라이크미의 폴 위크스 혁신 담당 부사장은 인식 결여와 이해 부족, 임상시험 센터와의 지리적인 거리, 부담스런 요건, 할애해야 하는 시간 등 수많은 장애물이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 국립 암연구소(NCI)가 후원한 임상시험의 20% 이상은 단 한 명의 환자도 모집하지 못했고,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정도로 충분한 수의 환자가 참여한 임상시험은 겨우 절반에 불과했다. 지난 수년 동안 환자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임상시험이 있는지 알지도 못했고, 또 연구자들은 임상시험 대상을 모집하기가 너무 어려웠다.NCI 산하 바이오메디컬 정보학·정보기술 센터의 워런 키비 소장은 “모두가 원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보편적인 도구를 개발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설명했다. NCI는 오랫동안 암 임상시험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지난해 여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과학자, 암 전문 의료진, 기부금 후원자와 환자를 망라하는 전국 암연구대회 ‘문샷 서밋(Moonshot Summit)’을 개최했을 때 NCI는 임상시험 검색 도구만이 아니라 새로운 응용프로그램이나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도 공개했다. 키비 소장은 “그런 서비스를 개인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진가가 발휘된다”고 말했다.
마실제는 환자이자 과학자로서 대장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그런 일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그가 곧바로 그들을 위한 운동가가 된 것은 아니다. 대장암 진단을 처음 받고 나서 몇 년 동안 그에겐 별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 다니면서 치료 받고 한 주에 약 32㎞를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이 되자 증상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는 온라인 상조단체에 가입해 자신의 스프레드시트를 회원들과 공유했다. 동시에 블로그도 시작했다. 처음엔 가족과 친구를 위한 비공개 블로그로 생각했지만 첫 글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암 진단을 받은 뒤 많은 도움을 받았던 여러 블로그가 떠올랐다. 또 자신이 일반 환자와 달리 종양 연구자이자 환자라는 아주 드문 장점을 가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늘 내성적이었다며 “아주 불안했지만 내 블로그를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키보드 뒤에선 외향적이 되기가 더 쉬웠다.”
‘말기 암환자의 말릴 수 없이 낙관적인 모험’이라는 제목의 그 블로그엔 개인적인 글만이 아니라 전문적인 글도 자주 게재된다. 그의 블로그는 예상 밖으로 인기를 끌었다. 게시물 하나에 150개국에서 약 1만 건의 뷰가 기록됐다. 그중 일부는 6개 언어로 번역됐고, 파이트 CRC 사이트의 칼럼과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신문에도 칼럼으로 실렸다. 2015년 여름 그는 대장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인 콜론 타운의 산하 단체 콜론 타운 클리닉 설립에도 참여했다. 환자와 보호자의 임상시험 이해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단체다.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의 동료 운동가가 마실제에게 임상시험 검색 스프레드시트를 응용프로그램으로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녀는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니지만 간단한 기초적인 앱은 만들 수 있었다. 결과물은 매끈하진 않았지만 기본 요소는 전부 들어 있었다. 마실제는 곧 파이트 CRC에 연락했고 플랫아이언 헬스를 찾아냈다. 플랫아이언 헬스의 제품 매니저 비니타 아가르왈라는 “그와 얘기하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대화를 하다보니 그 스프레드시트를 수정해서 제대로 된 응용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회사의 다음 분기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공익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마실제는 뉴욕시에서 열린 그 대회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사는 그로서는 너무 먼 곳에서 개최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회가 열리기 약 한 달 전 두 번째 임상시험을 준비할 때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 “상당히 온화하던 암이 갑자기 아주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그는 돌이켰다. 특히 간에 종양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그와 담당 의사는 임상시험을 미루고 화학요법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다른 의사에게 의견을 구하러 뉴욕시에 갔다. 2015년 첫 임상시험에 들어가려 했을 때 한 의사가 그에게서 흑색종을 발견했다. 피부암 1기라 완치율이 98%였지만 그로 인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마실제는 뉴욕에 간 김에 플랫아이언 헬스에 도착했다. 그는 간단한 연설로 대회 개막을 선언한 다음 임상시험 검색 도구를 두고 직원 몇 명과 상의에 들어갔다. 아가르왈라 매니저는 “의자가 부족했다”고 돌이켰다. “도중에 보니 마실제가 한쪽 구석 바닥에 앉아 프로그래머 2명과 얘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실제가 어떻게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는지 알아내려 했다.” 프로그래머들은 마실제가 사용한 기준과 그가 내린 결정(어느 것이 면역요법 임상시험인지, 임상시험이 언제 업데이트 되는지 등)을 자동화 프로세스로 옮겼다. 그들의 프로그램은 ClinicalTrials.gov의 데이터베이스를 자동 검색하지만 개인에 맞춘 사안을 검토한 다음 거기에 정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용자는 그 결과를 프린트해 의사들에게 가져갈 수 있다.
추가적인 수정과 테스트 후 지난 5월 파이트 CRC 웹사이트에 공개된 ‘말기 대장암 임상시험 찾기’ 프로그램은 마실제처럼 전이성 미소부수체 안정형(MSS) 종양을 가진 대장암 4기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국한된다. 다시 말해 특정 환자를 위한 것이며 포괄적인 목록보다 맞춤형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는 뜻이다.
그 이후 마실제는 화학요법을 받으면서 그 사이사이에 두 가지 주요 프로젝트에 전념한다. 임상시험 검색 결과를 검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운동가들을 훈련하고, 같은 모델을 다른 암에도 확장하는 프로젝트다. 마실제는 “기본 방법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어느 암에나 적용될 수 있다. 환자는 이제 훨씬 많은 힘을 갖는다. 자신이 받는 치료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그 대부분을 기술 발전과 소셜미디어 덕분으로 돌린다. 그가 발명한 것을 포함한 여러 검색 도구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임상시험을 찾는 복잡한 과정을 좀 더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20년 전만해도 이런 도구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실제는 “환자는 어리석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무엇이든 이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 스태브 지브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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