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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안정 위협하는 북한 미사일의 실체

세계 안정 위협하는 북한 미사일의 실체

로켓·핵 프로그램 단 30년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 … 사정거리 계속 늘리고 탄두 소형화로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지난 7월 4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 사진 : NEWSIS
지난 9월 9일 북한은 정권 수립 69주년을 맞아 성대한 축하 행사를 벌였다. 북한이 특히 이번 기념일을 축하할 이유는 창건 한 가지만이 아니었다. 1948년 9월 9일 김일성이 세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정권 수립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소련이 붕괴한 뒤에도 지금까지 건재할 뿐 아니라 더욱이 세계의 안정에 갈수록 큰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근년 들어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뤘다. 북한은 불법 구매 기법을 활용해 갈수록 강화되는 유엔 제재를 교묘히 우회했다. 올해 나온 유엔 보고서는 북한의 그런 기법이 ‘갈수록 규모와 범위가 커질 뿐 아니라 더욱 정교해진다’고 지적했다. 주로 서류를 위조하고, 화물 물표를 허위 기재하며, 국경 너머로 자금·인력·상품·무기·부품·재료를 밀거래하는 기법이 사용된다.

북한은 1984년 이집트에서 소련제 스커드 B 미사일을 처음 사들인 뒤 그것을 역설계함으로써 화성 5형을 개발했다. 육로 이동이 가능하고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 5형은 1984년 첫 시험발사됐고 1년 뒤 생산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아 북한은 화성 5형 미사일 약 300기를 여러 가지 이동식 발사 시스템과 함께 제조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에 따르면 화성 5형 생산은 1991년이나 그 다음해 종료됐다.

미국의 비정부기구 핵위협방지구상(NTI)의 집계에 따르면 김일성은 46년 동안 북한을 통치하며 미사일 시험발사를 16차례 실시했다(그중 8차례만 성공한 것으로 추정됐다).
김일성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김정일은 1994년 집권했지만 4년 뒤에야 미사일 시험발사를 시작했다. 그 대부분은 김일성 통치 아래서 개발된 로켓을 계속 시험한 것이었지만 김정일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 대포동 1호도 테스트했다.

북한은 대포동 1호를 쏘며 위성 발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그런 주장을 일축했고, 미국 국무부는 기술 시위라고 판단했다. 북한이 처음 시험발사한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805㎞이었지만 김일성 통치 아래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계속 길어졌다. 곧 일본과 중국의 일부, 동남아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정거리 1287㎞의 노동 미사일이 개발됐다.

그 다음 김정일 시대에 이르러 미사일에 장착할 탄두를 개발하기 위한 핵실험이 시작됐지만, 미사일과 핵 개발 프로그램이 본격화되고 실질적으로 세계를 위협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일이 2011년 사망하고 그의 아들 김정은이 뒤를 이어 등극하면서부터다.

젊은 독재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실시한 미사일 시험발사는 그의 부친 김정일과 조부 김일성이 실시한 것을 합친 횟수보다 많다. 지난 6년 동안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했고, 지금까지 그들이 실시한 것 중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감행했다. 아울러 무수단 같은 로켓도 개발했다. 지난해 처음 시험발사돼 성공한 무수단은 사정거리 4023㎞로 인도까지 도달할 수 있다. 지난 5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 12형은 미국령인 괌을 사정거리에 포함한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사용할 수 있는 대포동 2호를 개발해왔다. 이 미사일은 2006년 처음 시험발사됐지만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2012년 12월 4차 시험발사에서 위성을 우주 궤도에 띄우는 데 성공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 개발 프로그램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은이 등극하면서부터다. / 사진 : NEWSIS
그러나 실제적인 게임체인저는 지난 7월 ICBM인 화성 14형의 두 차례 시험발사였다. 전문가들은 화성 14형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의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 미사일에 장착하는 탄두의 크기에 따라 사정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탄두가 작으면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더 길어진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미사일 방어 담당 선임연구원 마이클 엘먼은 7월 말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북한 ICBM이 미국 동부 지역에 도달하려면 탄두가 아주 작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탄두를 그처럼 작게 만들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의 형태라면 그 미사일은 미국 서부 해안에는 닿을 수 있을지 몰라도 동부 해안에는 도달할 수 없다. 그들이 시험발사된 미사일에 어떤 탄두를 장착했는지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다만 추측을 통해 재현할 수 있지만 가정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져 확실히 알 수 없다.”

올해 선보인 화성 14형은 소련제 Rd-250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이전의 화성 모델에서 여러 요소를 가져와 통합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존 실링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부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웹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화성 14형이 화성 12형의 엔진을 사용하고, 화성 13형과 비슷한 크기의 상단 추진체를 사용하며, 다른 로켓(같은 이름인 화성 14형으로 불리며 2015년 개발됐다)에서 사용된 대기권 재진입 운반체를 재사용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28일 시험에서 북한은 미사일을 고각 발사했다. 일본 상공 통과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미사일은 47분 동안 약 998㎞를 비행했다. 최대 사거리 탄도를 얻을 수 있도록 정각 발사할 경우 도달할 수 있는 거리는 7000~800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북한이 지금까지 미사일의 두 가지 핵심 요소인 추진 장치와 이동식 발사대를 개발했다는 사실은 확실히 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이 제기하는 실질적인 위협은 미사일에 핵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기술과 탄두부가 소실되지 않고 대기권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에 달려 있다.

북한은 미사일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만족스런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어 한다. 따라서 세계는 앞으로 북한의 더 많은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비해야 한다. 엘먼 연구원은 “북한은 미사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확신을 얻을 때까지 추가적인 시험발사를 계속할 것”이라며 “여러가지 상황을 가정해 반복적으로 시험해야 미사일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소피아 로토 퍼시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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