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여자 혼자만의 문제 아니다
불임, 여자 혼자만의 문제 아니다
남자가 건강한 정자 많이 가지려면 야근·음주 등 피해야 … 간단한 수술로 방해 요소 쉽게 제거할 수 있어 한국 남성 정자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임으로 치료 받은 남성은 6만1903명이다. 불과 5년 전에는 4만197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빠르게 늘고 있는 셈이다. 불임 치료를 받는 남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남성의 생식력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비록 소규모지만 한국 남성의 정자가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제일병원 최진호·한정열 교수 연구팀은 2011~2014년 임신 전 관리를 위해 병원을 찾은 남성 61명(평균 연령 36.6세)의 정액을 검사했다. 그중 45.9%(28명)가 정자에 문제가 있었다. 정자의 수가 정상보다 적었고 운동 능력도 떨어졌다(한국모자보건학회지, 2016). 불임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무엇일까.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전승주 교수는 “밤 늦도록 일하는 야근이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이다.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OECD 회원국 34개국 평균은 1766시간이다. 한국인은 이들보다 347시간 오래 일하는 셈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한자리에 앉아 있으면 정자를 생산하는 고환·부고환에 탈이 난다. 이는 남성 불임과 직결된다. 정자 생산공장인 고환의 온도가 높아져 정자의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정자의 갯수·운동성·모양도 나쁘다. 예컨대 마라톤을 할 때 더운 날 보다 선선한 날의 기록이 더 좋은 이유다. 본래 정자는 시원한 곳에서 잘 만들어진다. 그래서 정자 생산공장인 고환은 몸 밖으로 돌출돼 있다.
야근의 문제점은 또 있다. 음주·흡연·폭식을 부른다. 모두 정자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알코올·니코틴은 정자를 만드는 남성호르몬 분비를 줄이고 정자의 DNA를 손상시킨다. 폭식은 비만·당뇨병을 유발해 남성의 임신 능력을 떨어뜨린다.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는 “비만은 남성 호르몬의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남성의 비만도가 커질수록 정자의 밀도가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남성과학회지, 2006).
당뇨병은 더 치명적이다. 발기부전 같은 성기능 장애를 초래한다. 끈적끈적한 혈액이 생식기와 연결된 음경 동맥혈관의 탄력성을 떨어뜨려 발기를 어렵게 한다. 정자의 DNA를 파괴하기도 한다. 30대 남성 당뇨병 환자의 정자 샘플 52%는 DNA가 깨져있다는 분석도 있다.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임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남성은 비교적 간단한 신체검사·정액검사로 가임력을 알 수 있다. 신체검사에서는 정자를 만드는 생식기(고환·부고환)를 살펴본다.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는 정계정맥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 구조상 왼쪽 고환에 흔하다. 가만히 서 있을 때 울퉁불퉁한 정맥이 만져지거나 보이면 정계정맥류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정액검사는 일정량의 정액을 추출해 그 양은 물론 정자의 수·운동성·모양·생존성 등을 측정한다. 만일 남성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도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남성은 정자를 만들고 이동하는 데 방해되는 물리적 요소를 수술로 제거하면 정자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 권선미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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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소규모지만 한국 남성의 정자가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제일병원 최진호·한정열 교수 연구팀은 2011~2014년 임신 전 관리를 위해 병원을 찾은 남성 61명(평균 연령 36.6세)의 정액을 검사했다. 그중 45.9%(28명)가 정자에 문제가 있었다. 정자의 수가 정상보다 적었고 운동 능력도 떨어졌다(한국모자보건학회지, 2016). 불임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무엇일까.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전승주 교수는 “밤 늦도록 일하는 야근이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이다.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OECD 회원국 34개국 평균은 1766시간이다. 한국인은 이들보다 347시간 오래 일하는 셈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한자리에 앉아 있으면 정자를 생산하는 고환·부고환에 탈이 난다. 이는 남성 불임과 직결된다. 정자 생산공장인 고환의 온도가 높아져 정자의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정자의 갯수·운동성·모양도 나쁘다. 예컨대 마라톤을 할 때 더운 날 보다 선선한 날의 기록이 더 좋은 이유다. 본래 정자는 시원한 곳에서 잘 만들어진다. 그래서 정자 생산공장인 고환은 몸 밖으로 돌출돼 있다.
야근의 문제점은 또 있다. 음주·흡연·폭식을 부른다. 모두 정자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알코올·니코틴은 정자를 만드는 남성호르몬 분비를 줄이고 정자의 DNA를 손상시킨다. 폭식은 비만·당뇨병을 유발해 남성의 임신 능력을 떨어뜨린다.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는 “비만은 남성 호르몬의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남성의 비만도가 커질수록 정자의 밀도가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남성과학회지, 2006).
당뇨병은 더 치명적이다. 발기부전 같은 성기능 장애를 초래한다. 끈적끈적한 혈액이 생식기와 연결된 음경 동맥혈관의 탄력성을 떨어뜨려 발기를 어렵게 한다. 정자의 DNA를 파괴하기도 한다. 30대 남성 당뇨병 환자의 정자 샘플 52%는 DNA가 깨져있다는 분석도 있다.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임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남성은 비교적 간단한 신체검사·정액검사로 가임력을 알 수 있다. 신체검사에서는 정자를 만드는 생식기(고환·부고환)를 살펴본다.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는 정계정맥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 구조상 왼쪽 고환에 흔하다. 가만히 서 있을 때 울퉁불퉁한 정맥이 만져지거나 보이면 정계정맥류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정액검사는 일정량의 정액을 추출해 그 양은 물론 정자의 수·운동성·모양·생존성 등을 측정한다. 만일 남성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도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남성은 정자를 만들고 이동하는 데 방해되는 물리적 요소를 수술로 제거하면 정자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 권선미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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