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도 달라지는 한국 증시] 네 번째 대세 상승기 주가 3000시대 열리나
[지형도 달라지는 한국 증시] 네 번째 대세 상승기 주가 3000시대 열리나
산업구조 변화, 기업 이익 증가로 시동...급등·정체 반복하는 ‘이머징 마켓형’ 장세 벗어날 계기 기대
지난해 12월부터 코스피 지수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대세 상승 때 중요한 ‘마디’를 넘어간 것처럼 이번에는 주가 3000선을 넘을 수 있을까?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중후장대형 산업이 구조적 침체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 등의 선전에 힘입어 기업 이익도 늘고 있다.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거쳐 주식시장의 토대가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선진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북핵 사태 악화 등의 돌발 변수가 없다면 코스피 지수 3000은 도달 가능한 고지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975년 종합주가지수가 처음 발표됐다. 그로부터 42년 10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른 기간은 11년 5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31년 5개월은 주가가 횡보하거나, 하락하거나 또는 떨어졌다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주가가 고점을 경신하면서 오르는 이른바 ‘대세 상승’이 전체 기간의 26% 밖에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지금 주식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게 된다. 대세 상승이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1975년 9월에 종합주가지수가 만들어지고 첫 대세 상승이 시작됐다. 종합주가지수 이전에 다우식으로 지수를 산정하던 때도 대세 상승이 있었겠지만 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아 분석에서 제외했다. 당시는 중동 특수에 따른 건설업 호황이 호재였다. 1978년 6월까지 2년 9개월 동안 상승이 이어졌다. 73.5에서 151.9까지 올라 상승률이 100%를 넘었다. 1975년 주가 상승은 한국의 산업구조가 섬유 중심의 경공업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동력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건설업이었다. 1차 석유 파동으로 유가가 상승해 중동 건설 붐이 일면서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중동에서 유입된 달러로 사상 최초로 경상수지 흑자 기록했다. 주식시장 역시 건설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다른 하나는 중화학공업이었다. 정부가 1981년까지 중화학공업 비중을 51%로 늘릴 목표로 공업구조 고도화 작업에 착수하면서 중화학공업에 투자가 늘었다. 이에 따라 철강·기계·조선·화학·전자 등이 전략 산업으로 선정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1975년의 대세 상승은 경제나 산업구조 변화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토대가 괜찮았지만 파급력이 크지는 않았다. 당시 국내 주식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아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대세 상승은 1985년 말 시작해 1989년 4월에 끝났다. 종합주가지수가 150에서 1000까지 올랐고 주식시장 규모도 커졌다. 당시는 중화학공업이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는 때였다. 1970년대 초 중화학공업에 대한 투자가 시작됐지만, 중복 투자와 낮은 기술력으로 1980년대 중반까지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1980년대 들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화학공업 조정에 나서면서 중복 기업을 정리하는 산업합리화 과정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경쟁이 제한되면서 참가 기업이 수익성을 보장받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했다. 여기에 경기 호전이 더해졌다. 1985년 중반 3저(低) 호황이 시작됐고,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우리 중화학공업 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대세 상승이 시작되기 직전인 1983년만 해도 주식시장은 극도의 저평가 상태에 있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3~4배 수준에 그칠 정도였다. 2차 오일쇼크가 1980년 말에 마무리된 후 기업 이익이 증가했지만 주가가 4년 가까이 반응을 하지 않은 결과였다. 3저 호황으로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 이익이 늘어나면서 낮은 주가가 관심을 끌기 시작해 시장이 빠르게 상승했다. 1985년 대세 상승은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중심이 옮겨온 후 해당 산업의 수익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거시경제적으로도 대외 흑자가 크게 늘어나 국내 유동성이 커지는 등 경기·산업·유동성이 모두 양호했다.
세 번째 대세 상승은 2003년에 시작해 2007년에 마무리됐다. 종합주가지수가 520에서 2000까지 상승해 상당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3년의 대세 상승은 이전의 대세 상승과 성격이 달랐다. 이전에는 주로 경제와 산업구조 변화가 동력이었던 것과 달리 2003년의 대세 상승은 기업 단위 변화가 핵심 동인이었다. 1999년부터 이익이 본격적으로 늘어났지만, 주가는 이보다 4년이 늦은 2003년에야 비로소 오르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라는 큰 변화를 겪어 투자자들이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확인 과정을 거쳐 기업 이익이 추세적으로 증가한다는 확신이 선 후부터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업면에서는 IT의 역할이 컸다. 저가 상품 위주였던 국내 IT산업의 제품군이 부품과 소프트웨어로 옮아가면서 수익성 높은 형태로 탈바꿈했다.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이 좋아졌다. 거시적인 변화도 있었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우리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기 시작해, 결국 미국을 제치고 제1의 무역 상대국이 됐다. 수출이 성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 입장에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세 번의 경우에서 본 것처럼 대세 상승은 대개 경제나 산업구조가 바뀌는 토대 위에서 진행된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 그리고 시간이 지나 해당 산업에서 실제로 수익이 발생할 때처럼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때 이를 반영해 주가가 상승한다. 그리고 상승은 100, 1000, 2000 같이 마디 숫자를 넘는 수준까지 이어졌다.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1965년 미국의 다우지수가 처음 1000선에 접근했다. 수 차례 상승 시도에도 좀처럼 1000을 넘지 못하다가, 1982년이 되어서야 1000을 뚫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무려 17년에 걸친 장기 과정이었다. 주가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17년 동안 미국 경제는 구조적인 변화를 겪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 경제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었다. 모든 산업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고,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시작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전쟁으로 억제된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소비 지출이 늘어나던 때다. 제조업이 번창했고, 이를 토대로 높은 성장률이 이어져 항공이나 전자산업과 같은 새로운 부문에 자본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1950년대 번영기를 지난 미국 경제는 1960년대 중반부터 수축기에 들어간다. 첫 번째 대상은 제조업이었다. 일본과 독일의 추격으로 1960년대 중반이 되자 자동차를 비롯한 몇몇 산업에서 미국의 절대적 우위가 사라졌다. 통화도 불안해졌다. 1958년 이후 국제수지 적자가 이어진 결과였다. 1973년 1월에 유럽과 일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투매가 일어났다. 이 때부터 기축 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이 약화되기 시작하고, 주식시장도 장기 횡보 상황에 빠졌다.
15년 넘게 경쟁력 둔화가 계속되자, 1980년대 초 주택대부 조합 처리를 계기로 경제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인수합병과 분사 등 다양한 방법이 기업 구조조정의 도구로 사용됐다. 그 후 미국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 힘이 1982년 주가가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나는 동력이었다. 구조조정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구조조정 기간에는 미국 주식시장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60% 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구조조정이 끝난 후 8년 간은 다른 나라보다 2.4배나 빠른 상승을 기록했다.
앞으로 우리 시장은 어떻게 될까? 대세 상승이 이어질 수 있을까? 과거 대세 상승 때 중요한 ‘마디’를 넘어간 것처럼 이번에는 3000선을 넘을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부터 종합주가지수가 역사상 네 번째 대세 상승에 들어갔다. 앞선 세 차례 상승처럼 산업과 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반영하는 상승이다. 여러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기업 실적이다. 분기당 영업이익이 37조원 정도에서 50조원에 이르는 수준으로 늘었다. 기업의 이익 증가가 구조적 변화를 통해 이뤄진 만큼 당분간 현재 추세를 이어갈 걸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당수 기업의 이익이 30% 가까이 늘고 있다.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수익구조 개선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수치다. 산업구조 변화도 눈에 띈다. 2011년 이후 우리 산업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후장대형 산업의 구조적인 침체였다. 다행히 2015년부터 업종마다 둔화 요인이 약해지면서 이익이 늘어나고 있다. 철강·화학 등 중국 관련 산업은 글로벌 수요에 맞게 공급을 줄였다. 조선업은 업황이 개선되고 있으며, 자동차는 조만간 경쟁력 개선 작업에 나설 걸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성숙 단계에 들어간 만큼 과거처럼 새로운 산업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긴 쉽지 않다. 대신 기존 산업의 구조 개편을 통해 여건을 개선하는 작업이 예상된다. 이 부분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주식시장의 토대가 탄탄해졌음을 감안할 때 추가 상승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종합주가 지수 3000도 마찬가지다. 이번 상승이 2000 부근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3000은 시작점에서 50% 정도 오른 수치가 된다. 과거에 대세 상승이 시작되면 최소 120%, 최대 650%가량 주가가 올랐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어렵지 않은 목표다. 이익을 감안해도 동일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2007년에 처음 2000에 접근했을 때 분기당 영업이익은 23조원 정도였다. 지금은 50조원 정도다. 이익이 배 이상으로 늘어난 만큼 주가지수 3000은 도달 가능한 목표로 생각된다.
다만 상승 형태는 과거와 다를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시장은 급등과 정체를 반복하면서 계단식으로 움직이는 ‘이머징 마켓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거시변수나 산업구조가 개선되는 동안에는 주가가 급등하지만 그런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장기간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태였다. 주가가 이런 모양이 된 건 거시경제의 영향 때문이었다. 성장률이 높은 데다 변동성도 커서 주가 역시 요동을 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선진국 경제는 성장률이 낮지만 변동성도 크지 않아 주가가 기업 이익 변화에 좌우됐다. 우리 경제의 진폭이 과거에 비해 줄었고, 선진국처럼 기업의 내적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주가는 속도가 느리지만 지속 기간은 긴 선진국형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12월부터 코스피 지수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대세 상승 때 중요한 ‘마디’를 넘어간 것처럼 이번에는 주가 3000선을 넘을 수 있을까?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중후장대형 산업이 구조적 침체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 등의 선전에 힘입어 기업 이익도 늘고 있다.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거쳐 주식시장의 토대가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선진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북핵 사태 악화 등의 돌발 변수가 없다면 코스피 지수 3000은 도달 가능한 고지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975년 종합주가지수가 처음 발표됐다. 그로부터 42년 10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른 기간은 11년 5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31년 5개월은 주가가 횡보하거나, 하락하거나 또는 떨어졌다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주가가 고점을 경신하면서 오르는 이른바 ‘대세 상승’이 전체 기간의 26% 밖에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지금 주식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게 된다. 대세 상승이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첫 대세 상승은 1975년 경공업→중공업 과정에서
두 번째 대세 상승은 1985년 말 시작해 1989년 4월에 끝났다. 종합주가지수가 150에서 1000까지 올랐고 주식시장 규모도 커졌다. 당시는 중화학공업이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는 때였다. 1970년대 초 중화학공업에 대한 투자가 시작됐지만, 중복 투자와 낮은 기술력으로 1980년대 중반까지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1980년대 들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화학공업 조정에 나서면서 중복 기업을 정리하는 산업합리화 과정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경쟁이 제한되면서 참가 기업이 수익성을 보장받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했다. 여기에 경기 호전이 더해졌다. 1985년 중반 3저(低) 호황이 시작됐고,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우리 중화학공업 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경제·산업구조 바뀌는 토대에서 대세 상승 이뤄져
세 번째 대세 상승은 2003년에 시작해 2007년에 마무리됐다. 종합주가지수가 520에서 2000까지 상승해 상당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3년의 대세 상승은 이전의 대세 상승과 성격이 달랐다. 이전에는 주로 경제와 산업구조 변화가 동력이었던 것과 달리 2003년의 대세 상승은 기업 단위 변화가 핵심 동인이었다. 1999년부터 이익이 본격적으로 늘어났지만, 주가는 이보다 4년이 늦은 2003년에야 비로소 오르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라는 큰 변화를 겪어 투자자들이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확인 과정을 거쳐 기업 이익이 추세적으로 증가한다는 확신이 선 후부터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업면에서는 IT의 역할이 컸다. 저가 상품 위주였던 국내 IT산업의 제품군이 부품과 소프트웨어로 옮아가면서 수익성 높은 형태로 탈바꿈했다.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이 좋아졌다. 거시적인 변화도 있었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우리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기 시작해, 결국 미국을 제치고 제1의 무역 상대국이 됐다. 수출이 성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 입장에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미국도 다우지수 1000 부근에서 비슷한 경험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1965년 미국의 다우지수가 처음 1000선에 접근했다. 수 차례 상승 시도에도 좀처럼 1000을 넘지 못하다가, 1982년이 되어서야 1000을 뚫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무려 17년에 걸친 장기 과정이었다. 주가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17년 동안 미국 경제는 구조적인 변화를 겪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 경제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었다. 모든 산업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고,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시작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전쟁으로 억제된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소비 지출이 늘어나던 때다. 제조업이 번창했고, 이를 토대로 높은 성장률이 이어져 항공이나 전자산업과 같은 새로운 부문에 자본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1950년대 번영기를 지난 미국 경제는 1960년대 중반부터 수축기에 들어간다. 첫 번째 대상은 제조업이었다. 일본과 독일의 추격으로 1960년대 중반이 되자 자동차를 비롯한 몇몇 산업에서 미국의 절대적 우위가 사라졌다. 통화도 불안해졌다. 1958년 이후 국제수지 적자가 이어진 결과였다. 1973년 1월에 유럽과 일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투매가 일어났다. 이 때부터 기축 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이 약화되기 시작하고, 주식시장도 장기 횡보 상황에 빠졌다.
15년 넘게 경쟁력 둔화가 계속되자, 1980년대 초 주택대부 조합 처리를 계기로 경제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인수합병과 분사 등 다양한 방법이 기업 구조조정의 도구로 사용됐다. 그 후 미국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 힘이 1982년 주가가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나는 동력이었다. 구조조정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구조조정 기간에는 미국 주식시장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60% 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구조조정이 끝난 후 8년 간은 다른 나라보다 2.4배나 빠른 상승을 기록했다.
앞으로 우리 시장은 어떻게 될까? 대세 상승이 이어질 수 있을까? 과거 대세 상승 때 중요한 ‘마디’를 넘어간 것처럼 이번에는 3000선을 넘을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부터 종합주가지수가 역사상 네 번째 대세 상승에 들어갔다. 앞선 세 차례 상승처럼 산업과 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반영하는 상승이다. 여러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기업 실적이다. 분기당 영업이익이 37조원 정도에서 50조원에 이르는 수준으로 늘었다. 기업의 이익 증가가 구조적 변화를 통해 이뤄진 만큼 당분간 현재 추세를 이어갈 걸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당수 기업의 이익이 30% 가까이 늘고 있다.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수익구조 개선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수치다.
장기에 걸쳐 꾸준히 상승하는 형태 될 듯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주식시장의 토대가 탄탄해졌음을 감안할 때 추가 상승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종합주가 지수 3000도 마찬가지다. 이번 상승이 2000 부근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3000은 시작점에서 50% 정도 오른 수치가 된다. 과거에 대세 상승이 시작되면 최소 120%, 최대 650%가량 주가가 올랐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어렵지 않은 목표다. 이익을 감안해도 동일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2007년에 처음 2000에 접근했을 때 분기당 영업이익은 23조원 정도였다. 지금은 50조원 정도다. 이익이 배 이상으로 늘어난 만큼 주가지수 3000은 도달 가능한 목표로 생각된다.
다만 상승 형태는 과거와 다를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시장은 급등과 정체를 반복하면서 계단식으로 움직이는 ‘이머징 마켓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거시변수나 산업구조가 개선되는 동안에는 주가가 급등하지만 그런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장기간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태였다. 주가가 이런 모양이 된 건 거시경제의 영향 때문이었다. 성장률이 높은 데다 변동성도 커서 주가 역시 요동을 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선진국 경제는 성장률이 낮지만 변동성도 크지 않아 주가가 기업 이익 변화에 좌우됐다. 우리 경제의 진폭이 과거에 비해 줄었고, 선진국처럼 기업의 내적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주가는 속도가 느리지만 지속 기간은 긴 선진국형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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