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일본 동부에서 발생한 쓰나미의 잔해가 북미 서부 해안으로 밀려오면서 외래 해양생물 수백 종 발견돼 2011년 일본 쓰나미로 인해 태평양으로 쓸려 갔다가 미국 워싱턴 주 롱비치 해안으로 밀려온 소형 일본 선박에 따개비 등이 붙어 있다. / 사진:AP-NEWSIS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부 해안에 서식하는 홍합에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가 시작됐다. 부두에 들러붙어 바닷물을 걸러 간식을 즐겼다. 그러다가 오후 2시 46분 두 개의 지각판이 서로 충돌하면서 6분간 지축을 뒤흔드는 지진이 발생했다. 곧 바다에서 거대한 파도가 밀어닥쳤다. 3층 건물을 무너뜨리고 부두를 완전히 해체할 정도로 강력한 쓰나미였다.
일본 동부 해안을 쑥대밭으로 만든 강력한 지진과 그에 따른 쓰나미로 약 1만8000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0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무너진 건물과 흩어진 생활물품 등의 잔해를 치우는 데만 약 4년이 걸렸다. 그러나 잔해 전부가 일본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일부는 바닷물에 휩쓸려 갔다. 그처럼 바다에 표류한 잔해들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는 자연재해가 어떻게 세계를 바꿔놓는지 잘 말해준다. 그 변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일본 동부 해안을 덮친 쓰나미 덕분에 홍합 수천 마리가 태평양을 건너는 놀라운 대장정을 시작했다. 지난 6년 동안 일본에서 흘러나온 쓰나미 잔해와 부유물이 하와이 해변과 북미 서부 해안 전역에 유입됐다. 지난 9월 29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대부분인 그 잔해의 소규모 샘플에서 약 300종의 해양생물이 발견됐다.
논문의 주 저자인 미국 윌리엄스칼리지 해양생태학자 제임스 칼턴 교수는 태평양을 건너 북미에 닿은 쓰나미의 잔해가 보여주는 최소한의 상황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일본 쓰나미 잔해는 지금도 계속 북미 해안에 밀려오고 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2011년 일본 동부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의 잔해가 바다로 흘러가 해양생물을 태우고 북미 서부 해안에 닿고 있다. / 사진:AP-NEWSIS태평양을 부유하며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쓰나미 잔해가 길게 이어진다는 사실은 해양생물 수백 종이 새로운 생태계에 발판을 마련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다양한 생물종이 통나무에 올라타고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잔해가 바다로 흘러들어갈 때부터 다른 대륙에 도착할 때까지 전체 이동을 추적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칠레 코킴보 소재 북가톨릭대학에서 종의 이동을 연구하는 생태학자 마틴 틸 교수(그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아 객관적인 논평이 가능하다)는 “아무도 그런 전체 과정을 목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동 과정의 대부분을 우리가 목격하는 최초의 대규모 현상이 일본 쓰나미 잔해의 경우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생태학자들은 일본 쓰나미 잔해의 대부분을 추적할 수 있었다. 확인하기가 비교적 쉬웠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부두나 보트 전체가 해변으로 떠밀려 왔다. 거기엔 등록번호 등 출처 확인이 가능한 정보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일본 쓰나미의 여파로 이동해온 것으로 판단되는 잔해 634개를 조사했다. 그들은 세계 전역의 과학자 80명의 도움을 받아 각 잔해에 서식하는 생물의 종류와 수를 집계했다. 그 결과 일본 바다 대벌레, 아무르 불가사리, 돌돔 등 289종이 확인됐다. 미국 오리건 주 해안으로 밀려온 일본 쓰나미 잔해에서 발견된 각종 해양생물. / 사진:AP-NEWSIS이런 해양생물 중 일부는 처음부터 그 잔해에 붙어 있지는 않았을 수 있다(항해 도중 태어난 새끼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들 전부는 새로운 서식지에서 살아갈 기회를 가졌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생물이 그런 기회를 얻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직 바다에 떠 있거나 해안에 닿았지만 조사되지 않은 잔해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런 ‘잔해 편승’ 생물 대다수는 안타깝게도 생존하지 못한다. 잔해는 그들 생물에 적합한 서식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이 좋아 살아남은 생물은 침습적인 종이 될 수 있다. 도달한 새로운 곳에서 매우 잘 번식해 재래종을 밀어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떤 종이 그처럼 침습적인지는 알 수 없다. 칼턴 교수는 그 과정을 ‘생태학적 룰렛 게임’에 비유한다. 새로 유입된 종이 새로운 서식지에서 천적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역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 쓰나미 잔해에서 발견된 289종 중 하나인 지중해 홍합은 다른 지역에도 침투해 번성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그런 침투의 조짐을 찾기 위해 하와이와 북미의 해안 서식지를 추적 관찰하고 있다.
일본 동부에서 쓰나미가 발생한 지 6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떠밀려 오는 잔해의 양과 종류는 엄청나다. 나뭇가지나 조각 같은 자연 잔해는 몇 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항해 도중 분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끝가지 밀려온다. 틸 교수는 “북태평양에 거대한 플라스틱 더미가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들이 아주 오랜 항해를 견뎌낸 뒤 북미 해안까지 도달한다.”
쓰나미 잔해가 지구의 바다에 떠도는 플라스틱의 아주 적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런 생물의 이동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흔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틸 교수는 “바다에 부유하는 플라스틱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환경에 피해를 주지만 그 이유 중 하나가 침습적인 외래 생물종의 유입”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 서식하는 오렌지 점박이 말미잘이 지난해 봄 오리건 주 남부부터 캘리포니아 주 중부까지 이르는 해변으로 밀려온 것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종의 침투를 말한다. 쓰나미 잔해에서 말미잘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칼턴 교수팀의 연구를 비롯해 쓰나미 잔해의 효과를 연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PICES)의 해양생태학자 캐스린 클라크 머레이는 “쓰나미가 인류의 비극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생물종이 세계를 이동하는 현상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가 해안 생태학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칼턴과 틸 교수는 지난 9월 허리케인 어마와 마리아가 미국 플로리다 주와 카리브해를 가로지르며 플라스틱 등 많은 잔해를 바다로 쓸어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가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많은 생물종이 그 잔해를 타고 멕시코 만류를 따라 이동해 유럽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 잔해 중 오래 떠 있는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다. 우연히 모험을 하게 된 생물종에겐 좋은 소식일지 모른다. 플라스틱에 올라타면 끝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생물종이 새로운 땅에 도달하면 어떤 환영을 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 메간 바텔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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