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다큐멘터리, 조직적으로 선수들의 불법행위 유도한 과정 생생하게 그려 러시아 반도핑기구의 모스크바 실험실 / 사진:AP-NEWSIS지난 수십 년 동안 올림픽, 특히 동계올림픽은 러시아에 절호의 국가홍보 기회를 제공했다. 러시아 국민에게 안락한 생활수준이나 민주주의를 보장할 수 없었던 크렘린은 그 대신 아이스하키나 체조에서 따는 금메달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국내외에 그럴 듯한 러시아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국민을 단합시켰다.
그러나 믿기 어려운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스포츠와 관련된 러시아의 추악한 비밀을 백일하에 드러냈다. 이 작품은 지도부의 부패라는 암 덩어리가 러시아 사회 전반으로, 또 아이스링크와 스키 슬로프, 체조경기장으로 전이됐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선수들은 국가가 조직적으로 후원하는 은밀한 도핑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켜주는 불법 약물을 사용하는 부정행위를 일삼다가 들통났다.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러시아의 출전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스캔들을 폭로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이카루스(Icarus)’는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작품과 감독 브라이언 포겔은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이카루스’는 사이클의 황제로 불리며 수십 년 동안 도핑 사실을 속였던 랜스 암스트롱처럼 포겔 감독 자신도 사이클리스트로서 불법 약물을 사용하고도 규제기관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선수들의 스테로이드 사용 실태를 폭로하려는 시도로 시작된다.
포겔은 중요한 사이클링 대회를 앞두고 도핑 여부를 확인하는 소변검사에서 통과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을 수소문한다. 우연히 그는 미국인 도핑 전문가로부터 러시아 반도핑기구의 모스크바 실험실 소장이던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박사를 소개 받아 모스크바로 가서 그로부터 교묘한 도핑 기술을 전수 받는다. 로드첸코프 박사는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로 너무나 솔직하게 모든 것을 상세히 알려준다. 무슨 약을 얼마나 자주, 어떻게 직접 주사하며, 주의해야 할 부작용은 무엇인지 상세히 설명해준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우정으로 발전한다. 포겔은 로드첸코프 박사를 인터뷰하고 그와 그의 가족, 또 그의 최첨단 실험실과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영상에 담으며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로드첸코프 박사는 도핑이 러시아 전역에 만연하는 ‘문화’이며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거의 모든 선수가 지속적으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불법 약물을 사용한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무명의 LA 영화 감독이자 배우인 포겔이 선정적인 발상에서 시작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가 세계 최대의 스포츠 스캔들로 이어진 지정학적인 스릴러로 서서히 변해간다. 어떤 면에선 두 사람 모두 악당이다. 로드첸코프 박사는 도핑 기술을 버젓이 자랑하고, 포겔은 자신도 도핑을 한 뒤 규제기관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무모한 생각으로 스스로 도핑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도중에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러시아가 금메달 13개를 땄다)에서 국가의 주도로 자행된 러시아 도핑 책략의 주모자가 바로 로드첸코프 자신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다큐멘터리에서 포겔은 그의 이런 폭로에 관객만큼이나 충격 받는다. 관객은 로드첸코프 박사가 왜 그토록 솔직한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당연하겠지만 촬영 중 러시아 수사관들이 로드첸코프 박사를 주목하기 시작하자 그는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실험실 소장직을 사임한다. 포겔은 그가 도핑 증거물을 휴대하고 미국으로 피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뒤 ‘이카루스’는 여러 은신처를 전전하는 로드첸코프 박사를 긴박감 넘치게 추적한다. 또 그는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을 세계에 폭로하기 위해 뉴욕타임스 기자들을 만나고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가려고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도 만난다.다큐멘터리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도핑이 이뤄진 과정이 자세한 묘사된다. 로드첸코프 박사는 금지약물 3가지를 혼합한 약(‘칵테일’로 불린다)을 자신이 직접 개발해 술에 타 러시아 선수 수십 명에게 제공했으며, 자신을 비롯한 도핑전문가들과 정보요원들이 함께 매일 밤 경기를 마친 러시아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몰래 실험실 밖으로 빼내 수개월 전에 미리 채취해둔 그들의 깨끗한 소변 샘플로 바꿔치기하는 식으로 도핑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폭로한다. 로드첸코프 박사는 그 작전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을 포함한 관리들이 직접 개입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리 로드첸코프는 이곳의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선수들에게 불법 약물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 사진:AP-NEWSIS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국가적인 도핑 프로그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관련자들의 증언과 이메일, 러시아 선수 각각에 관한 로드첸토프 박사의 꼼꼼한 기록은 그의 주장과 상반되는 면을 보여준다. 현재 로드첸코프 박사는 은신 중이다(2016년 2월 로그첸코프 박사의 동료였던 실험실 동료 2명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드첸코프 박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독립기구의 조사를 거쳐 러시아는 4개의 금메달을 박탈당했으며 러시아 올림픽팀과 관리들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금지됐다. IOC는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기를 달고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라는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강화된 도핑 테스트 통과 등 엄격한 조건을 내걸었다. 러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도 러시아 국기가 올라가지 않고 국가도 연주되지 않는다.
‘이카루스’는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런 작품을 만들려면 상당한 용기와 배짱이 필요하다. 이 작품은 우연하게 러시아 도핑 스캔들을 발견했지만 탐사보도의 걸작이며 그와 관련해 크렘린이 처벌 받아 마땅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스기사] 콘돔 배포 “역대 최다” - 평창 올림픽, 11만 개로 2925명의 선수 개인당 약 37개에 해당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는 강릉 선수촌 등 여러 시설에 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무료 콘돔을 비치한다. / 사진:AP-NEWSIS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콘돔 11만 개를 무료 배포한다. 보건의료 영자지 코리아 바이오메디컬 리뷰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2925명의 선수들을 위해 11만 개의 콘돔이 제공된다. 개인당 약 37개에 해당한다.
조직위는 이번 동계올림픽이 역대 최다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라고 선언하면서 콘돔 11만 개 배포 소식도 함께 전했다. 이 역시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 기록이다(2010년 밴쿠버 대회, 2014년 소치 대회보다 1만 개 많다). 콘돔의 대부분은 국내 브랜드 컨비니언스의 ‘바른생각’이 기증했다. 컨비니언스의 대변인은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위해 친선의 표시로 ‘바른생각’ 콘돔을 공급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콘돔 브랜드가 이번 행사를 위해 기증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 평창을 방문하는 선수들이 경기를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마치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
컨비니언스 측은 콘돔 10만 개(1억원 상당)를 기증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이 콘돔은 국내 제품 중 한국 시장 점유율 최고를 기록했다. 나머지 콘돔 1만 개는 대한에이즈예방협회가 제공했다.
콘돔은 올림픽 선수촌과 경기장 시설에 비치된다. 조직위는 강릉과 평창의 선수촌에 각각 4만 개씩 배포하고 1만2000개는 메인 프레스 센터와 미디어 빌리지, 나머지 1만8000개는 59개 경기장에 둔다고 밝혔다. 비치 장소는 주로 화장실 내부다.
선수들에게 콘돔을 나눠주기 시작한 건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다. 당시 8500개의 콘돔이 배포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그 10배에 가까운 9만 개의 콘돔을 나눠줬다. 역대 가장 많은 콘돔을 배포한 올림픽은 리우(45만 개) 대회였다. 당시 한 외신은 “참가 선수가 약 1만500명으로 선수 한 명당 42개 꼴로 올림픽 기간 모든 선수가 매일 두 개씩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선 약 10만 개의 콘돔이 배포됐다고 보도는 전했다.
- 아유슈만 바수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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