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 자동차산업 판도 흔들려는 중국 … 유럽 자동차 메이커도 앞다퉈 전기차 내놔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인 닛산이 2010년 출시해 지금까지 세계에서 28만여대가 팔린 전기자동차 리프.지구촌에 휘몰아치고 있는 전기자동차 소용돌이가 일본 경제를 덮치고 있다. 전기차 쇼크의 근원지는 바로 중국이다. 지난해 9월 중국 톈진시에서 열린 자동차포럼에서 중국 정부의 고위 관리는 “가솔린 차량의 판매 금지 시기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 그런 중국에서 가솔린 차량의 판매 금지 얘기가 나오자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쇼크에 빠졌다. 딜로이트토마츠컨설팅의 ‘모빌리티혁명 2030’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하려면 2050년까지 세계 신차를 모두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 바꿔야 한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 등 대기오염이 심각한 신흥국에서는 ‘배출가스 무배출 차량’(ZEV·Zero Emission Vehicle) 비율을 확 높여야 한다. 중국은 지구 온난화 대책을 규정한 ‘파리기후협정’에 참가하고 있어 중국 정부 고위 관리의 이 같은 발언은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에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은행 국제영업부의 탄진 주임연구원은 “(가솔린 차량 판매 금지) 진짜 목표는 전기차를 통해 (선진국 중심의) 자동차산업을 중국 중심으로 되돌려 좀 더 쉽게 경쟁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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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위 관리 “가솔린 차량 판매 금지 시기 검토 중”
세계 자동차시장은 일본과 구미 세력이 움켜쥐고 있다. 엔진이나 변속기 등 주요 부품에 대한 기술력 확보는 물론 이들 부품에 대한 공급망도 탄탄하다. 중국 등 자동차산업 후발 주자가 끼어들기 힘든 구조다. 그러나 전기차는 엔진·변속기 등 기술력이 필요한 주요 부품이 없어도 된다. 자동차 구조도 가솔린 차량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다. 이 때문에 가전 브랜드가 전기차 개발에 뛰어드는 등 자동차 관련 기술이 없는 기업이나 국가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중국의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를 국책 사업으로 추진해 세계 자동차산업 구조의 대전환을 도모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2019년부터 전기차 생산을 일정 비율 의무화하는 이른바 ‘신에너지차량(NEV·New Energy Vehicle) 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 일부가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6월 중국 안후이성의 장화이자동차와 함께 전기차 개발 계약을 했다. 이 회사의 마티어 스뮬러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로 세계 정상에 서겠다”고 말했다. 독일 다이무라도 비슷한 시기에 전기차 개발을 위해 베이징자동차에 835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기차 개발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사실상 ‘전기차쇼’였다. 폴크스바겐은 2020년 시판 예정인 크로스오버 전기차 시작차(Prototype car)인 ‘I.D. 크로스Ⅱ’를 선보였다. 지난해 전기차 브랜드 ‘EQ’를 설립한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소형차 A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인 ‘EQA’를 선보였다. BMW는 2019년 양산 예정인 미니 브랜드의 전기차 버전을 공개했다. 미국 테슬라의 일론 마스크 CEO는 “가솔린 차량은 오늘날의 증기기관차처럼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들 업체들은 전기차를 더욱 늘려갈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주력 차종인 골프의 전기차 버전인 ‘e골프’를 최근 시판했고, 2025년까지 전기차 모델 50개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벤츠는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전 차종에서 전기차를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다. BMW도 2025년까지 전기차 12개 모델을 내놓는다. 이 외 영국의 재규어·랜드로버는 2020년 이후 양산하는 전 차종을 전기차로 내놓을 예정이다. 스웨덴 자동차 메이커인 볼보 역시 2019년 이후 판매하는 신형차를 모두 전기차화 하는 등 유럽에서는 이미 전기차 파도가 일고 있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일본의 완성차 업체는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도요타는 연료전지차(FCV)를 차세대 주력 차량으로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FCV는 연료를 공급하는 수소 주유소 건설 비용이 1기당 5억엔 정도로 고가여서 인프라 확장이 큰 과제다. 닛산은 그나마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닛산의 니시카와 히로토 사장은 최근 신형 전기차 ‘리프’ 출시에 맞춰 “세계가 본격적으로 전기차 생산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이 시기를 맞이한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했다. 리프는 지난해 일본 내수 판매를 시작했고, 올 1월부터는 미국·캐나다·유럽에서 판매에 나섰다. 닛산은 사실 일찍이 전기차 개발에 착수했다. 2010년에 출시한 리프는 지금까지 28만대가 팔려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기차로 꼽히는 모델이다. 특히 신형 리프는 전기차의 약점으로 꼽혔던 짧은 주행거리를 확 늘린 게 특징이다. 신형 리프는 배터리 용량을 늘려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최대 400㎞에 이른다. 이전 모델에 비해 120㎞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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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완성차 업체 “향후 신차는 모두 전기차로”
닛산은 충전 인프라 확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급속 충전기를 전국에 7000기 이상, 기존 충전기까지 총 2만8000기를 확보키로 했다. 닛산의 배터리 개발 담당자는 “향후 주행거리를 어떻게 더 늘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충전 인프라와의 균형 잡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닛산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데라니시 아키라 마케팅 매니저는 “전기차의 이미지 변화를 도모해갈 방침”이라며 “지금까지는 환경 문제를 앞세워 판매했지만 앞으로는 그 외의 것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자동차 본연의 이미지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리프는 유럽 고급 세단에 견줄 만한 정숙미와 승차감을 실현했다는 평가다. 과거에도 몇 번 전기차 바람이 분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바람은 과거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주행거리나 차량 가격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기술 혁신으로 1회 충전으로 400~500㎞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가 나오고 있고, 배터리 가격도 최근 7년 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본연의 성능도 좋아지고 있다. 닛산의 사카모토 히데유키 부사장은 “내연기관차와 같은 수준의 가격을 전기차에서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2020년대 후반에는 상당히 강렬한 전기차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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