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의 경구 검사법,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100% 정확도 보여 사진:GETTY IMAGES BANK타액으로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검사법이 곧 일반화될 예정이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타액 HIV 검사법은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100% 정확도를 나타냈다. 이 결과가 대규모 연구에서 재확인된다면 연구팀은 이 검사법이 HIV 퇴치를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HIV 경구 검사법은 이미 시중에 여러 가지 형태로 나와 있다.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검사법도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실시한 팀에 따르면 새로운 검사법은 지금까지 나온 것보다 훨씬 더 민감하며 감염 여부를 더 빨리 알아낼 수 있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지 2주 안에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HIV 검사에 혈액 대신 타액을 사용하면 이점이 많다. 우선 검사하기가 훨씬 쉽다. 또 HIV 양성인 사람의 타액으로는 다른 사람이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타액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킨다). 또 캐나다 맥길대학에서 HIV 테스트 방법을 연구하는 니티카 판트 파이 박사(이번 연구와는 무관하다)에 따르면 사람들은 혈액보다는 타액을 훨씬 더 쉽게 제공한다. 사실 바늘에 찔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파이 박사는 “경구 검사법의 장점은 비침습적이라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와 청소년, 또는 임신부 등 특히 채혈이 어렵거나 거부감을 갖는 경우에 검사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크다. 연구팀은 교도소처럼 채혈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상황이라거나 아기나 거듭된 주사로 정맥이 손상된 환자 등 채혈이 어려운 경우 타액 검사법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혈액과 타액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혈액에서 발견되는 성분의 대부분을 타액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타액에서 감지할 수 있는 HIV 항체 수준은 아주 낮다. 이런 항체를 쉽게 발견하려면 소수의 항체를 채취해 많이 복제해야 한다. 건초더미에 들어 있는 바늘을 수천 개 또는 수만 개로 늘리면 그만큼 찾기 쉽다는 뜻이다. 논문 저자인 스탠퍼드대학 화학자 겸 하워드휴스 의학연구소 연구원인 캐롤린 버토지 박사는 “단백질을 있는 그대로 증폭시킬 수는 없지만 단배질을 DNA 서명으로 전환시키면 증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도 DNA를 증폭시키는 방법은 이미 개발됐다.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PCR은 적절한 도구를 갖춘 실험실만 있으면 어떤 생물학도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 과정의 나머지 부분이 실시될 수 있는 곳은 버토지 박사의 실험실뿐이다.
버토지 박사팀의 기법은 항원 단백질에 단일 가닥의 DNA 조각을 삽입하는 것이다. 거기에 HIV 항체가 결합한다. 그 항체가 타액 속에서 발견될 경우(HIV에 감염됐다는 뜻) 항체가 서로 들러붙어 항원 무더기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이 항원은 DNA 조각을 갖고 있고 서로 밀접하게 접합하기 때문에 DNA 단일 가닥을 서로 결합할 수 있다. 그 다음 PCR 과정을 통해 DNA를 증폭함으로써 감염 여부를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
특정인이 HIV에 감염됐다는 아주 작은 조짐이라도 있을 경우 그것을 증폭할 수 있다면 조기 발견과 진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 검사법이 효과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와는 거리가 멀다. 검사 정확도가 100%라고 하지만 샘플이 약 50건으로 상당히 소규모다. 이 검사법이 널리 사용될 수 있으려면 대규모 샘플을 대상으로 연구가 다시 실시돼야 한다.
또 바이러스를 직접 찾지 않는 이런 검사법은 HIV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항체를 찾기 위해선 면역체계가 항체를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면역체계의 반응이 특히 약하거나 바이러스에 반응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항체로서 양성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 후 혈액 내에 항원 또는 항체가 일정량 이상에 도달해 감염 여부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잠복기(window period)’라고 한다. 현재 나와 있는 경구 검사법의 잠복기는 최대 몇 주에 이를 수 있다.
뉴욕대 치과대학의 HIV/에이즈 연구 프로그램 국장인 대니얼 말라무드(이번 연구와 관련 없다)는 “스탠퍼드 연구팀이 아주 흥미로운 HIV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평가했다. “잠재력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비용과 편의성을 고려할 때 스탠퍼드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검사법이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경구 HIV 검사법을 대체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택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을 포함한 기존의 경구 검사법을 대체하기보다는 공중보건 실험실의 과학자들을 위한 도구로 유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론상 이 기법은 HIV 검사도구 이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 멜린다가 설립한 게이츠재단이 홍역 검사법을 개발하가 위해 이 기법에 관심을 갖는다고 버토지 박사가 설명했다. 그는 다른 몇 가지 검사법도 염두에 두고 상업적인 개발을 위해 이네이블 바이오사이언스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버토지 박사는 앞으로 1년 반 안에 이 HIV 검사법을 더 널리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론상 HIV를 퇴치하는 노력엔 검사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효과적인 백신이다. 하지만 그런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버토지 박사는 “잘 듣는 백신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 백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효과 있는 경구 검사법을 개발하는 것이 그런 노력의 일부다.”
- 케이트 셰리던 뉴스위크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3월 19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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