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횡포?
실리콘밸리의 횡포?
보수파는 페이스북 등 IT 대기업이 이념 전쟁 일으켜 소셜미디어에서 자신들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반발한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보수 진영은 오래 전부터 실리콘밸리가 자신들을 경멸한다고 믿었다. 거의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다. 그들은 스탠퍼드대학을 나온 좌파 엔지니어들이 실리콘밸리에 앉아서 우익을 조롱하고 혐오한다고 생각한다. 2016년 봄 그들은 그런 점을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찾았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IT 전문 온라인 매체 기즈모도가 특종기사를 낸 것이다. 페이스북의 ‘뉴스 큐레이터’(편집자를 의미한다)들이 우익 성향 매체의 기사 노출을 자제했다는 전 직원의 폭로였다. 그에 따라 보수 언론이 위축되는 ‘냉각 효과’가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보수 진영의 항의가 빗발치자 페이스북은 고심 끝에 뉴스 편집자들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대체했다. 그전까지는 편집자들이 어떤 기사든 노출을 늘리거나 축소할 권한을 가졌다. 그런 역할을 하던 편집자들을 알고리즘으로 바꾼 지 며칠 못 가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전 같았으면 뉴스 편집자들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던 기사들이었다. 알고리즘은 예를 들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살인 혐의로 기소된 블랙팬서(급진적인 흑인결사단) 단원들을 석방시키려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가짜뉴스인지 알아내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뉴스 편집자라면 아마도 30초 안에 그런 적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기사의 공유가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 편집을 알고리즘에 맡긴 것은 매우 중대한 변화였다.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5%가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 그런 페이스북이 대선을 74일 남겨 두고 회원들이 즐겨 읽는 뉴스를 급진적으로 바꿔 버린 셈이었다.
가짜뉴스가 실제 선거에 정확히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 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그러나 미국인 수백만 명은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를 봤을 게 틀림없다. ‘덴버 가디언’이라고 이름 붙인 가짜 매체에서 생산된 뒤 페이스북을 통해 널리 퍼진 기사가 그 예다.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을 조사하던 FBI 요원 사망... 아내 살해 뒤 자살한 듯’이 헤드라인이었다.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에 뉴스 편집을 맡긴 지 1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그 사건은 소셜미디어의 정치화에서 중요한 순간으로 남아 있다. 진보 진영은 실리콘밸리가 보수주의자만이 아니라 극우 인사와 그들의 견해를 과도하게 존중한다는 표시로 해석했다. 좌익 인사 다수는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스스로 공정한 플랫폼임을 선언하려고 사회적인 책임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일 페이스북 전 직원은 ‘우리의 뉴스 환경이 쓰레기를 장려한다면 민주주의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결과적으로 페이스북 전쟁에서 보수 진영이 승리한 듯하다. 그런데도 우익은 여전히 IT 업체들이 기본적으로 보수주의 신념에 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이 보수 진영에 불리한 편향적인 뉴스를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확인됐기 때문에 당연히 실리콘밸리의 직원들도 대부분 그렇다고 넘겨짚는다는 뜻이다.
대선 이래 실리콘밸리는 잇따른 공격의 표적이 됐다. 트위터는 지난해 여름 반낙태 단체 라이브액션으로부터 낙태반대 광고를 ‘민감한 콘텐트’로 분류해 차단했다는 비난을 받았다(트위터는 라이브액션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로부터 몇 주 뒤인 지난해 8월 에어비앤비는 버지니아 주 샬롯츠빌에서 열린 백인 우월주의 집회 ‘유나이트 더 라이트’와 관련된 계정을 취소함으로써 극우파의 원성을 샀다. 또 구글은 한 논문에서 보수 노선의 웹사이트를 검색 순위에서 낮춘다는 지적을 받았다(구글은 그런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일부 보수파는 피해의식이 너무 심해 자신들 만을 위한 독자적인 실리콘밸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MAGA[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머리글자] 티셔츠를 입어도 끔찍한 조롱을 당하지 않는 그런 실리콘밸리를 원한다는 뜻이다. 라이브액션이 트위터를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뒤 보수주의 저술가 존 즈미락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수주의 또는 친기독교 쪽으로 조금 기울어도 좋다. 보수 노선의 방송 폭스뉴스가 미국 정치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생각해보라. 우리 입에 재갈이 물리기 전에 폭스뉴스와 비슷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우익의 다른 사람들도 갈수록 그런 견해에 동조한다. 지난 2월 메릴랜드 주 내셔널 하버에서 열린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연차 총회에서 그런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이 끝나고 몇 시간 뒤 ‘소셜미디어의 보수 견해 탄압은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는 패널이 열렸다. 거기서 한 젊은이는 트위터 로고가 새겨진 야구 모자를 나눠줬다. 하지만 트위터 로고의 푸른색 새가 뒤집어져 있었고 새의 눈은 ‘x’로 표시돼 있었다.
주류 보수매체 기자들과 주변부 인사들이 그 패널을 지켜봤다. 대부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을 중시하고 진보 인사 공격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우익 언론 생태계에서 유명인사가 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바로 그 소셜미디어를 비난했다.
그중에서 잭 포소비엑이 돋보였다. 자칭 탐사보도 기자로 트위터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페리스코프를 사용해 ‘피자게이트’ 음모론을 퍼뜨린 인물이다(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아동 성착취 조직에 연루됐고 그 근거지가 워싱턴 D.C.의 피자 가게라는 가짜뉴스를 가리킨다). 미국 대선 기간에 확인되지 않은 뉴스와 음모론을 유포하며 클린턴을 공격했고 지난해 초 노골적인 트럼프 대통령 지지 매체인 게이트웨이 펀딧 소속의 백악관 출입기자가 된 루시언 윈트리치도 있었다. 러시아의 온라인 선전 매체 스푸트니크에서 일했으며 문신으로 유명한 친트럼프 언론인 카산드라 페어뱅크스도 있었다.
이어진 토론은 실리콘밸리의 편향적 행동에 관한 증언과 한탄, 비난이 주를 이뤘다. 그러면서도 세계를 변화시키는 실리콘밸리 제품을 보이콧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제시됐다. CPAC 총회가 열린 시기도 그들이 말하는 ‘실리콘밸리의 횡포’에 격분할 만한 몇 가지 사건과 우연히 일치했다.
그 며칠 전 트위터는 ‘러시아의 봇으로 의심되는 계정의 단속’에 들어갔다. 설계된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트윗함으로써 허위 정보를 퍼뜨려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믿어지는 그런 계정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우익은 그런 조치에 불만을 제기했다. 대부분 보수파의 계정에만 적용되는 조치로 보였기 때문이다. 백인 우월주의자 리처드 스펜서와 총기 소지 옹호 운동가 댄 본지노 등은 트위터의 단속으로 팔로어를 잃었다.
비슷한 시점에 유튜브(구글이 인수했다)도 가짜뉴스와 ‘인포워즈’(알렉스 존스가 운영하는 친트럼프 음모론 사이트)와 관련된 뉴스 등 ‘유해하고 위험한’ 콘텐트를 단속할 목적으로 일부 인기 채널의 폐쇄를 시작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반발로 유튜브는 곧바로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하며 그 채널들을 복구시켰다. 디지털 활동을 모니터하려는 모든 시도를 우익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몰아붙임으로써 IT 업체에 심한 압박을 가한다는 점을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다.
CPAC 패널에서 그에 따른 피해의식이 그대로 표출됐다. 그들은 할리우드와 뉴욕타임스처럼 실리콘밸리도 보수 진영에 적대적이 됐다고 성토했다. 패널을 이끈 제임스 오키프는 “실리콘밸리가 이념적인 이유로 사람들을 차별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간이라도 진보적인 색채를 띠는 모든 기관에 그런 의심을 제기하면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오키프는 그 자리에서 몰래 카메라로 트위터의 한 파티를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줬다. 거기에 트위터의 ‘신뢰·안전’ 팀에서 일하는 여성이 등장했다. 그녀는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트위터에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친트럼프 언론인이자 보수파 운동가인 마이크 서노비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서노비치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의 건강 상태에 관한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물론 과한 면이 있다. 하지만 트위터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잭 도시가 트위터에서 오가는 메시지가 아주 유독해졌다고 개탄한 사실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뉴욕 소재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미디어 분석가 데이비드 캐럴은 실리콘밸리의 진보적 이념 편향에 관한 우려는 과장됐다고 말했다. “IT 플랫폼 알고리즘은 공평한 기회를 주도록 고안됐다. 자유 시장의 원칙과 언론의 자유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처럼 편향의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도 우익의 다수는 실리콘밸리에 진보주의자들이 득세해 우익 매체 기사들을 차단한다고 계속 상상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부 지원하는 디지털 문화 싱크탱크인 데이터 앤 소사이어티의 미디어 연구원 존 도너번은 “보수파는 소셜미디어의 뉴스 편집에 사람이 개입할수록 콘텐트 검열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념 편향적인 콘텐트에 플랫폼 업체들이 개입한다는 증거가 없다.”
보수파는 우익에 대한 조직적인 거부감의 증거로 구글의 엔지니어 제임즈 더모어 사건을 지적한다. 더모어는 여성의 경우 특정 리더십 위치를 갖기엔 심리적으로 부적합하다는 등의 성차별적 주장들을 담은 내부 메모를 돌렸다. 구글 경영진은 지난해 여름 더모어를 해고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우리의 동료들이 특정 지위에 생물학적으로 적합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시사하는 것은 모욕적이며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보수 비영리기독단체 ‘미국적 원칙 프로젝트(APP)’의 대표이자 CPAC 소셜미디어 패널의 사회자인 테리 실링은 그런 반응에 격분했다. 그는 한 토론회에서 “좌파는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성토했다. 그는 현재 대법원에서 심의 중인 ‘매스터피스 케이크숍 대 콜로라도 민권위원회’ 재판을 예로 들었다. 콜로라도 주의 한 제과점 주인이 기독교 신앙에 따라 동성애자 커플에게 결혼식용 케이크를 판매하지 않자 그 커플이 제과점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진보파는 종교적인 무관용의 사례로 종종 이 사건을 인용하지만 실링은 구글과 그 부류들이 더모어 같은 보수파를 향해 그와 똑같은 무관용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또 실링은 IT 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열광하는 것을 끔찍이 혐오하는 대학 캠퍼스의 사회적 행동 일부를 그대로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더모어는 CPAC 발언에서 그런 점을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의 직원 대다수가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다. 그들은 평생을 진보주의 거품 속에서 살았다. 그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일자리를 가지면서 그런 거품은 더 많아졌다.” 또 그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구글 임원들이 “직원들 앞에서 울부짖었다”고 말했다.
IT 업계를 얼마나 규제해야 하며 누가 규제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도 문제다. 보수 진영은 전통적으로 업계에 자유방임주의 접근법을 취했다.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하는 동시에 여성과 유색인종 같은 집단을 위한 과도한 보호를 비난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 대한 그들의 접근법에선 갑자기 정부가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으로 둔갑했다. 더모어는 해고된 후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중재를 신청했다. 뉴딜 시대에 설립된 NLRB는 운동권 관리들의 집단이라고 우익으로부터 자주 조롱 받은 기관이다. 현재 NLRB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운영하지만 구글의 더모어 파면 결정을 옹호했다.
동시에 실리콘밸리는 맨해튼과 할리우드라는 미국 동부와 서부의 엘리트주의 보루처럼 본능적으로 우익에 반대하는 듯하다. 더모어의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 하밋 딜런은 샌프란시스코 주 공화당 위원장 출신이다. 딜런이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기록에 따르면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직원은 7만4000명이다. 그중 트럼프 선거 캠프에 기부한 직원은 단 39명으로 그들의 낸 돈은 전부 합해 2만4423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구글 직원들이 힐러리 클린턴 선거 캠프에 기부한 금액은 155만9861달러였다. 또 녹색당 후보 질 스타인 캠프엔 4만813달러를 냈다(그처럼 승산 없는 후보에게 기부한 돈이 트럼프 캠프에 헌금한 것의 두 배였다). 딜런은 “공화당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내는 구글 직원이 되는 것보다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이 더 높다”고 꼬집었다. 물론 이런 통계가 실리콘밸리의 반우익 편견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는 아니다. 공화당원 중 다수도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헌금 통계를 볼 때 실리콘밸리가 이념에 좌우되지 않는 초당적인 기술주의 집단이라는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건 틀림없다. 그럼에도 딜런은 IT 업체 직원들 사이의 편견이 실리콘밸리 정치헌금의 편향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순 없다. 보수 진영은 소셜미디어의 ‘자체 검열’에 항의하지만 그들은 영국 옥스퍼드대학 산하 인터넷연구소가 지적하듯이 우익 사이트들이 진보 사이트보다 가짜 뉴스를 훨씬 더 많이 퍼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디어 분석가 캐럴의 설명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내셔널리뷰·폭스뉴스 같은 소수의 보수적인 주류 매체를 제외하면 우익 미디어 세계는 유튜브 채널, 트위터 피드, 레딧 포스트, 블로그의 혼란스런 집합체이기 때문에 가짜뉴스가 더 많을 수 있다. 우익의 일부는 주류 언론의 종말이라며 환영하겠지만 그들은 독창적인 취재, 팩트 체킹, 뉴스와 오피니언의 확실한 구분 같은 저널리즘 기준이 대부분 전통적인 뉴스룸에서 다져졌다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우익이 성토하는 플랫폼의 ‘자체 검열’은 디지털 환경이 무법천지가 아니며 개인 사용자와 미디어 조직 둘 다에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 캐럴은 어느 정도의 품위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조직적인 반보수 편견이 아니라 자신의 혐오스런 행동 때문에 플랫폼에서 쫓겨나고 외집단으로 따돌린다”고 그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후보의 고문이었던 로저 스톤이 트위터에서 계정 사용중단 조치를 당한 것은 보수적 견해 때문이 아니라 CNN 앵커 돈 레먼을 협박하고 모욕해서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여전히 이념 전쟁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CPAC가 끝나자 서노비치는 워싱턴 D.C.에서 파티를 주최했다. 좌익 운동가들은 당연히 그 행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서노비치는 시위대를 찍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안티파’(안티파시스트)로 알려진 여러 좌익 단체들과 관련 있는 시위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튜브는 ‘증오 발언’과 관련된 지침을 내세우며 그 동영상을 삭제했다.
그러자 서노비치는 트위터에서 “안티파의 행동에 관한 정직하고 진실된 보도를 유튜브가 검열했다”고 주장했다. “그건 단 한 가지를 의미한다. 그들이 극좌파 폭력을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유튜브는 곧 사과하고 그 동영상을 복구시켰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서노비치가 유튜브에서 받은 이메일을 읽는 모습을 스스로 촬영한 동영상(물론 유튜브에 올렸다)이 10만 건 이상의 뷰를 기록한 뒤였다.
- 알렉산더 나자리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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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의 항의가 빗발치자 페이스북은 고심 끝에 뉴스 편집자들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대체했다. 그전까지는 편집자들이 어떤 기사든 노출을 늘리거나 축소할 권한을 가졌다. 그런 역할을 하던 편집자들을 알고리즘으로 바꾼 지 며칠 못 가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전 같았으면 뉴스 편집자들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던 기사들이었다. 알고리즘은 예를 들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살인 혐의로 기소된 블랙팬서(급진적인 흑인결사단) 단원들을 석방시키려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가짜뉴스인지 알아내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뉴스 편집자라면 아마도 30초 안에 그런 적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기사의 공유가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 편집을 알고리즘에 맡긴 것은 매우 중대한 변화였다.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5%가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 그런 페이스북이 대선을 74일 남겨 두고 회원들이 즐겨 읽는 뉴스를 급진적으로 바꿔 버린 셈이었다.
가짜뉴스가 실제 선거에 정확히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 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그러나 미국인 수백만 명은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를 봤을 게 틀림없다. ‘덴버 가디언’이라고 이름 붙인 가짜 매체에서 생산된 뒤 페이스북을 통해 널리 퍼진 기사가 그 예다.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을 조사하던 FBI 요원 사망... 아내 살해 뒤 자살한 듯’이 헤드라인이었다.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에 뉴스 편집을 맡긴 지 1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그 사건은 소셜미디어의 정치화에서 중요한 순간으로 남아 있다. 진보 진영은 실리콘밸리가 보수주의자만이 아니라 극우 인사와 그들의 견해를 과도하게 존중한다는 표시로 해석했다. 좌익 인사 다수는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스스로 공정한 플랫폼임을 선언하려고 사회적인 책임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일 페이스북 전 직원은 ‘우리의 뉴스 환경이 쓰레기를 장려한다면 민주주의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결과적으로 페이스북 전쟁에서 보수 진영이 승리한 듯하다. 그런데도 우익은 여전히 IT 업체들이 기본적으로 보수주의 신념에 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이 보수 진영에 불리한 편향적인 뉴스를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확인됐기 때문에 당연히 실리콘밸리의 직원들도 대부분 그렇다고 넘겨짚는다는 뜻이다.
대선 이래 실리콘밸리는 잇따른 공격의 표적이 됐다. 트위터는 지난해 여름 반낙태 단체 라이브액션으로부터 낙태반대 광고를 ‘민감한 콘텐트’로 분류해 차단했다는 비난을 받았다(트위터는 라이브액션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로부터 몇 주 뒤인 지난해 8월 에어비앤비는 버지니아 주 샬롯츠빌에서 열린 백인 우월주의 집회 ‘유나이트 더 라이트’와 관련된 계정을 취소함으로써 극우파의 원성을 샀다. 또 구글은 한 논문에서 보수 노선의 웹사이트를 검색 순위에서 낮춘다는 지적을 받았다(구글은 그런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피자게이트’ 음모론
우익의 다른 사람들도 갈수록 그런 견해에 동조한다. 지난 2월 메릴랜드 주 내셔널 하버에서 열린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연차 총회에서 그런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이 끝나고 몇 시간 뒤 ‘소셜미디어의 보수 견해 탄압은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는 패널이 열렸다. 거기서 한 젊은이는 트위터 로고가 새겨진 야구 모자를 나눠줬다. 하지만 트위터 로고의 푸른색 새가 뒤집어져 있었고 새의 눈은 ‘x’로 표시돼 있었다.
주류 보수매체 기자들과 주변부 인사들이 그 패널을 지켜봤다. 대부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을 중시하고 진보 인사 공격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우익 언론 생태계에서 유명인사가 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바로 그 소셜미디어를 비난했다.
그중에서 잭 포소비엑이 돋보였다. 자칭 탐사보도 기자로 트위터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페리스코프를 사용해 ‘피자게이트’ 음모론을 퍼뜨린 인물이다(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아동 성착취 조직에 연루됐고 그 근거지가 워싱턴 D.C.의 피자 가게라는 가짜뉴스를 가리킨다). 미국 대선 기간에 확인되지 않은 뉴스와 음모론을 유포하며 클린턴을 공격했고 지난해 초 노골적인 트럼프 대통령 지지 매체인 게이트웨이 펀딧 소속의 백악관 출입기자가 된 루시언 윈트리치도 있었다. 러시아의 온라인 선전 매체 스푸트니크에서 일했으며 문신으로 유명한 친트럼프 언론인 카산드라 페어뱅크스도 있었다.
이어진 토론은 실리콘밸리의 편향적 행동에 관한 증언과 한탄, 비난이 주를 이뤘다. 그러면서도 세계를 변화시키는 실리콘밸리 제품을 보이콧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제시됐다. CPAC 총회가 열린 시기도 그들이 말하는 ‘실리콘밸리의 횡포’에 격분할 만한 몇 가지 사건과 우연히 일치했다.
그 며칠 전 트위터는 ‘러시아의 봇으로 의심되는 계정의 단속’에 들어갔다. 설계된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트윗함으로써 허위 정보를 퍼뜨려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믿어지는 그런 계정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우익은 그런 조치에 불만을 제기했다. 대부분 보수파의 계정에만 적용되는 조치로 보였기 때문이다. 백인 우월주의자 리처드 스펜서와 총기 소지 옹호 운동가 댄 본지노 등은 트위터의 단속으로 팔로어를 잃었다.
비슷한 시점에 유튜브(구글이 인수했다)도 가짜뉴스와 ‘인포워즈’(알렉스 존스가 운영하는 친트럼프 음모론 사이트)와 관련된 뉴스 등 ‘유해하고 위험한’ 콘텐트를 단속할 목적으로 일부 인기 채널의 폐쇄를 시작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반발로 유튜브는 곧바로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하며 그 채널들을 복구시켰다. 디지털 활동을 모니터하려는 모든 시도를 우익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몰아붙임으로써 IT 업체에 심한 압박을 가한다는 점을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다.
CPAC 패널에서 그에 따른 피해의식이 그대로 표출됐다. 그들은 할리우드와 뉴욕타임스처럼 실리콘밸리도 보수 진영에 적대적이 됐다고 성토했다. 패널을 이끈 제임스 오키프는 “실리콘밸리가 이념적인 이유로 사람들을 차별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간이라도 진보적인 색채를 띠는 모든 기관에 그런 의심을 제기하면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오키프는 그 자리에서 몰래 카메라로 트위터의 한 파티를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줬다. 거기에 트위터의 ‘신뢰·안전’ 팀에서 일하는 여성이 등장했다. 그녀는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트위터에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친트럼프 언론인이자 보수파 운동가인 마이크 서노비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서노비치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의 건강 상태에 관한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물론 과한 면이 있다. 하지만 트위터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잭 도시가 트위터에서 오가는 메시지가 아주 유독해졌다고 개탄한 사실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뉴욕 소재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미디어 분석가 데이비드 캐럴은 실리콘밸리의 진보적 이념 편향에 관한 우려는 과장됐다고 말했다. “IT 플랫폼 알고리즘은 공평한 기회를 주도록 고안됐다. 자유 시장의 원칙과 언론의 자유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좌파의 자가당착?
보수파는 우익에 대한 조직적인 거부감의 증거로 구글의 엔지니어 제임즈 더모어 사건을 지적한다. 더모어는 여성의 경우 특정 리더십 위치를 갖기엔 심리적으로 부적합하다는 등의 성차별적 주장들을 담은 내부 메모를 돌렸다. 구글 경영진은 지난해 여름 더모어를 해고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우리의 동료들이 특정 지위에 생물학적으로 적합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시사하는 것은 모욕적이며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보수 비영리기독단체 ‘미국적 원칙 프로젝트(APP)’의 대표이자 CPAC 소셜미디어 패널의 사회자인 테리 실링은 그런 반응에 격분했다. 그는 한 토론회에서 “좌파는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성토했다. 그는 현재 대법원에서 심의 중인 ‘매스터피스 케이크숍 대 콜로라도 민권위원회’ 재판을 예로 들었다. 콜로라도 주의 한 제과점 주인이 기독교 신앙에 따라 동성애자 커플에게 결혼식용 케이크를 판매하지 않자 그 커플이 제과점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진보파는 종교적인 무관용의 사례로 종종 이 사건을 인용하지만 실링은 구글과 그 부류들이 더모어 같은 보수파를 향해 그와 똑같은 무관용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또 실링은 IT 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열광하는 것을 끔찍이 혐오하는 대학 캠퍼스의 사회적 행동 일부를 그대로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더모어는 CPAC 발언에서 그런 점을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의 직원 대다수가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다. 그들은 평생을 진보주의 거품 속에서 살았다. 그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일자리를 가지면서 그런 거품은 더 많아졌다.” 또 그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구글 임원들이 “직원들 앞에서 울부짖었다”고 말했다.
IT 업계를 얼마나 규제해야 하며 누가 규제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도 문제다. 보수 진영은 전통적으로 업계에 자유방임주의 접근법을 취했다.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하는 동시에 여성과 유색인종 같은 집단을 위한 과도한 보호를 비난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 대한 그들의 접근법에선 갑자기 정부가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으로 둔갑했다. 더모어는 해고된 후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중재를 신청했다. 뉴딜 시대에 설립된 NLRB는 운동권 관리들의 집단이라고 우익으로부터 자주 조롱 받은 기관이다. 현재 NLRB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운영하지만 구글의 더모어 파면 결정을 옹호했다.
동시에 실리콘밸리는 맨해튼과 할리우드라는 미국 동부와 서부의 엘리트주의 보루처럼 본능적으로 우익에 반대하는 듯하다. 더모어의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 하밋 딜런은 샌프란시스코 주 공화당 위원장 출신이다. 딜런이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기록에 따르면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직원은 7만4000명이다. 그중 트럼프 선거 캠프에 기부한 직원은 단 39명으로 그들의 낸 돈은 전부 합해 2만4423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구글 직원들이 힐러리 클린턴 선거 캠프에 기부한 금액은 155만9861달러였다. 또 녹색당 후보 질 스타인 캠프엔 4만813달러를 냈다(그처럼 승산 없는 후보에게 기부한 돈이 트럼프 캠프에 헌금한 것의 두 배였다). 딜런은 “공화당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내는 구글 직원이 되는 것보다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이 더 높다”고 꼬집었다. 물론 이런 통계가 실리콘밸리의 반우익 편견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는 아니다. 공화당원 중 다수도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헌금 통계를 볼 때 실리콘밸리가 이념에 좌우되지 않는 초당적인 기술주의 집단이라는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건 틀림없다.
플랫폼의 ‘자체 검열’
미디어 분석가 캐럴의 설명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내셔널리뷰·폭스뉴스 같은 소수의 보수적인 주류 매체를 제외하면 우익 미디어 세계는 유튜브 채널, 트위터 피드, 레딧 포스트, 블로그의 혼란스런 집합체이기 때문에 가짜뉴스가 더 많을 수 있다. 우익의 일부는 주류 언론의 종말이라며 환영하겠지만 그들은 독창적인 취재, 팩트 체킹, 뉴스와 오피니언의 확실한 구분 같은 저널리즘 기준이 대부분 전통적인 뉴스룸에서 다져졌다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우익이 성토하는 플랫폼의 ‘자체 검열’은 디지털 환경이 무법천지가 아니며 개인 사용자와 미디어 조직 둘 다에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 캐럴은 어느 정도의 품위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조직적인 반보수 편견이 아니라 자신의 혐오스런 행동 때문에 플랫폼에서 쫓겨나고 외집단으로 따돌린다”고 그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후보의 고문이었던 로저 스톤이 트위터에서 계정 사용중단 조치를 당한 것은 보수적 견해 때문이 아니라 CNN 앵커 돈 레먼을 협박하고 모욕해서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여전히 이념 전쟁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CPAC가 끝나자 서노비치는 워싱턴 D.C.에서 파티를 주최했다. 좌익 운동가들은 당연히 그 행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서노비치는 시위대를 찍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안티파’(안티파시스트)로 알려진 여러 좌익 단체들과 관련 있는 시위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튜브는 ‘증오 발언’과 관련된 지침을 내세우며 그 동영상을 삭제했다.
그러자 서노비치는 트위터에서 “안티파의 행동에 관한 정직하고 진실된 보도를 유튜브가 검열했다”고 주장했다. “그건 단 한 가지를 의미한다. 그들이 극좌파 폭력을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유튜브는 곧 사과하고 그 동영상을 복구시켰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서노비치가 유튜브에서 받은 이메일을 읽는 모습을 스스로 촬영한 동영상(물론 유튜브에 올렸다)이 10만 건 이상의 뷰를 기록한 뒤였다.
- 알렉산더 나자리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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