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경험 직접 구입하기보다 여가 늘리는 ‘시간 절약 서비스’에 투자하면 삶의 만족도 더 높아질 수 있어 장보기나 세탁, 집안 청소 같은 일을 대가를 지불하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여가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 행복도가 높아질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전부터 사람들은 그런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새 연구 결과는 돈으로 최소한 여가 시간을 살 수 있으며, 그 시간이 사람들은 더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경제적 여유가 충분한 사람이라면 기분을 밝게 하고 행복하게 느끼기 위해 ‘쇼핑 요법(retail therapy, 쇼핑을 통한 기분 전환)’에 매달리기보다 ‘시간을 절약하는 서비스’에 그 돈을 지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장보기나 세탁, 집안 청소와 정리 등을 다른 사람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맡긴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그런 시간 절약 서비스에 투자하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져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미국·네덜란드·캐나다의 심리학자들을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미국·캐나다·덴마크·네덜란드의 성인 남녀 6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지출 습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거기엔 백만장자 800여 명도 포함됐다. 돈으로 여가 시간을 구입할 경우 행복 수준을 높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소득 수준을 불문하고 매달 시간 절약 서비스에 돈을 지출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더 행복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돈으로 시간을 사면 왜 행복 수준이 높아질까?”라고 반문했다. “우리 실험은 사람들이 시간 절약 서비스를 구입하면 일과 후에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런 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
현대인은 ‘시간 기근(time famine)’에 시달린다. 바쁜 일상에 쫓겨 늘 시간이 부족한 현상을 가리킨다. 할 일은 너무 많지만 그 일을 할 시간이 없다는 보편적인 느낌으로 상당히 심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영국의 사회과학 학술지 세이지 저널에 따르면 ‘시간 기근’이라는 표현은 1999년께 과학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부교수 애슐리 윌런스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동료들과 함께 이 현상을 연구했다. 이 연구는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시간 기근’ 현상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스트레스와 불안, 불행으로 이어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돈이다.
연구팀은 설문조사 대상자들에게 처음엔 자유 시간을 늘리기 위해 집안 청소와 장보기 같은 ‘즐길 수 없는 일’을 대가를 지불하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지 질문했다. 그렇다고 말한 응답자는 28%였다. 그들이 여가 시간을 구입하기 위해 지출하는 돈이 월 평균 약 147.95달러였다. 하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 연구팀은 미국인 1800명 이상에게 ‘더 많은 자유 시간’을 얻기 위해 돈을 지출하는지 물었다. 응답자들은 거의 반반으로 갈렸다. 또 월 평균 80~99달러를 가사 외주에 지출하는 사람들이 삶의 만족도가 더 높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돈을 주고 자유 시간을 구입하는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그들은 밴쿠버 주민 60여 명에게 주말 두 차례 연속으로 40달러를 지급했다. 그 돈으로 첫 주말엔 물건을 구입하고 둘째 주말엔 시간 절약 서비스를 구입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시간 절약 활동에 지출하면 긍정적인 기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참여한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엘리자베스 던 교수는 “우린 그 효과가 가처분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만 유효하다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모든 소득 수준에서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이 일상생활의 시간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완충작용을 할 수 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때도 그렇게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돈으로 즐거운 경험을 직접 구매하면 이롭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는 많지만 우리 연구 결과는 돈을 써서 즐겁지 않은 경험에서 벗어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여가 시간의 혜택은 부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도 이번에 밝혀졌다.”
윌런스 교수는 “가진 돈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그 돈으로 무엇을 얻느냐만큼 행복 증진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매일 무엇인가를 주고 무엇인가를 얻는 거래를 계속한다. 이런 거래가 우리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는 또 사람들이 돈이 충분히 있으면서도 시간 절약 서비스에 그 돈을 쓰지 않으려 하는 현상도 지적했다. “우리 연구 결과의 일부는 직관적이다. 예를 들어 화장실 청소 같은 하기 싫은 일을 돈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어느 정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조사한 백만장자 중 그런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데 돈을 쓰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됐다.”
그 요인 중 하나가 죄책감인 듯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대가를 지불하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죄책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으로는 단지 시간 절약 서비스를 구입할 생각이 없거나 여가 시간에 할 일이나 계획을 생각할 수 없는 경우가 포함된다. 윌런스 교수는 “북미 지역에선 바쁜 것이 지위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이루는 모든 요소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고 느끼기를 원한다.”
시간 절약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다는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의 에밀리아나 사이먼-토머스 박사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당연히 그런 서비스를 사용하기를 주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사를 다른 사람이나 기계에 외주를 주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예전에도 논의됐다. 스웨덴의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은 2010년 TED 강연에서 왜 세탁기가 최고의 발명품인지 설명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빨래는 세계 어디서나 가장 강도가 높은 여성의 가사노동이었다. 그런 여성을 빨래 노동에서 해방시켜 아이와 함께 보내고 책을 읽고 다른 일을 찾아 나갈 시간을 준 것이 바로 ‘마법의 세탁기’였다. 그런 세탁기 효과로 남녀의 역할과 사회구조에 깊은 영향을 끼쳤고 세상은 전과 달라졌다고 로슬링 교수는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지만 돈을 현명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물질 소유에 쓰기보다 좀 더 만족스럽고 여유로운 삶에 도움이 되는 시간 절약 활동에 지출하라는 뜻이다.
- 슈리샤 고시 아이비타임즈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4월 9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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