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맥짚기] 남북 경협주 이후 IT주에 관심을
[증시 맥짚기] 남북 경협주 이후 IT주에 관심을
남북 관계 개선은 시장보다 종목에 영향...바이오는 고평가, 반도체는 저평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남북 분단에 따른 정치적 불안 때문에 우리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지표가 주가순이익 비율(PER)이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건데 현재 코스피 시장의 PER은 8.7배 정도에 머물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14배 수준이고, 우리와 경제 구조가 비슷한 대만조차도 12.2배로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 기업이 선진국이나 대만 기업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PER 차이의 상당 부분이 정치적 불안에서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은 이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전후에 종합주가지수가 2500선을 회복한 것도 그런 기대 때문이었는데, 같은 기간 선진국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환율도 비슷했다. 5월 초에 달러 강세에도 원화는 제자리를 유지했다. 엔화나 유로, 파운드가 4% 가까이 절하된 것과 대비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가 환율에도 똑같이 적용된 것이다.
실제로 정치적 불안이 해소되면서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가 해소됐던 사례도 있다. 독일 주식시장이 대표적이다. 통일 직전 11배 수준이었던 PER이 통일이 되고 4년 후 22배가 됐다. 통일을 계기로 만성적인 저평가가 해소된 것이다. 산업 구조나 경제의 성숙도가 달라 남북 관계 호전이 독일 통일과 동일한 효과를 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시장에 대한 평가를 정상화하는 데에 상당한 역할을 할 걸로 기대되고 있다.
일련의 남북 관계 개선이 주식시장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당장 시장의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시장에 반영돼 재료로서 신선함이 없기 때문이다. 남북 문제가 주식시장에서 처음 재료가 된 노태우 정부 때다. 1988년에 정부가 출범한 후 북방외교에 주력한 덕분이다. 이전에도 간헐적인 접촉이 있었지만 정부가 남북 관계를 위시해 소련·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정책 목표로 삼았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재료가 새로운 만큼 주식시장도 강하게 반응했다. 건설과 무역업종이 주요 대상이었는데 정부 출범 이전인 1987년 중반부터 오르기 시작해 1988년에 업종지수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이들 두 업종과 금융을 합쳐 ‘트로이카’라고 불렀다.
1990년 이후는 더 중요한 남북 간 이벤트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이나 수차례 핵실험이 그런 예에 해당한다. 재료의 강도는 1980년대 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지만 주가는 며칠 간 오르거나 떨어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정도에 그쳤다.
이런 변화는 남북 관계라는 동일한 재료가 반복된 데 따른 피로감 때문이다. 비슷한 경우가 계속될 경우 투자자들은 과거 주가를 통해 미래 흐름을 예측할 수 있게 되는데, 반응이 미리 나오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든다.
주식을 보는 투자자들의 눈이 달라진 점도 반응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1980년대 말은 우리 주식시장이 처음 대중화된 시기다. 투자 경험이 짧아 풍문과 막연한 기대가 투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이런 경향은 1992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시작되면서 바뀌어 기업 실적이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도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작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재료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남북 문제가 그 경우에 해당했다.
이번 남북 관계 개선이 경제협력 본격화 등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시장 전체보다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영향이 나타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5월 들어 건설을 포함한 산업재와 철강 등 소재산업이 상승률 1,2위를 다투고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이 시장의 어떤 부분에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경협 관련주의 부상은 주식시장에 생각지도 않던 변화를 가져왔다. 6개월 이상 주식시장을 끌고온 바이오 주식의 하락이 그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수 차례 인상하고 그 영향으로 국내외 시중금리도 올랐음에도 유동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익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도 높지만 주가에 대한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투자 형태가 단기화돼 호재가 발생하는 쪽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문제는 반대쪽인데 기존에 주가가 올랐던 종목의 경우 자금이 빠르게 빠져 나가고 있다. 바이오 주식이 그 경우에 해당하고 있다.
바이오 주식의 하락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다. 셀트리온이 40만원을 기록했던 3월에 이미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주가가 하락한 원인을 연구개발비에서 찾고 있지만 이 부분이 핵심 요인이 아니다. 가장 압박이 되고 있는 건 실적 대비 주가가 너무 높다는 사실이다. 2월에도 연구개발비가 문제가 돼 셀트리온의 주가가 하락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하락이 단기에 끝나고 빠르게 회복해 거래일 수 13일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가의 방향이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비 처리의 적정성 여부가 이미 한 번 거론돼 재료에 대한 신선함이 약해졌는데도 말이다. 이유는 명백하다. 2월에는 주가가 상승 과정에 있어 악재를 흡수하는 정도가 강했다. 지금은 하락 와중이어서 악재가 사실보다 증폭되고 있다. 동일한 사건이라도 상황에 따라 해석하는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수익성과 비교해 바이오 주가가 너무 높다는 건 대부분의 투자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남북 관계 호전에도 바이오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근본 이유다.
당분간 바이오 주식의 의미있는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주가가 단기에 크게 하락할 만큼 반등이 나올 수는 있지만 고점을 높여가는 상승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락은 기업에 따라 다른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기업 내용이 있는 종목은 고점 대비 조만간 1차 지지선을 만들겠지만 중소형 바이오 주식은 그 이상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바이오에 이어 남북 경협주까지 상승 대열에서 벗어날 경우 그 다음은 어떤 주식을 선택해야 할까? 이익과 PER의 관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현재 IT업종은 전체의 40%가 넘는 이익 비중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PER이 7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에 대한 평가가 박하기 때문이다. 금융은 이익 비중이 15% 정도인 반면 PER은 IT보다 높다. 다른 업종도 금융과 사정이 비슷하다. 가장 극단적인 예가 바이오인데 이익 비중이 2%도 되지 않음에도 PER은 70배가 넘는다. IT는 지금보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기업 가치 면에서 문제될 게 없다. 실적 대비 저평가 정도가 심하기 때문인데, 특정한 계기를 만날 경우 주가가 상승 반전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에 기대를 걸로 있지만 그게 상승의 계기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액면분할은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무관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줄어들거나 반도체 호황이 다른 IT 관련주로 확산되는 모습을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하다. 주식을 투자해 이익을 내려면 쌀 때 사서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지금은 IT 주식이 그 대상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북 관계 개선은 신선함 떨어지는 재료
실제로 정치적 불안이 해소되면서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가 해소됐던 사례도 있다. 독일 주식시장이 대표적이다. 통일 직전 11배 수준이었던 PER이 통일이 되고 4년 후 22배가 됐다. 통일을 계기로 만성적인 저평가가 해소된 것이다. 산업 구조나 경제의 성숙도가 달라 남북 관계 호전이 독일 통일과 동일한 효과를 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시장에 대한 평가를 정상화하는 데에 상당한 역할을 할 걸로 기대되고 있다.
일련의 남북 관계 개선이 주식시장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당장 시장의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시장에 반영돼 재료로서 신선함이 없기 때문이다. 남북 문제가 주식시장에서 처음 재료가 된 노태우 정부 때다. 1988년에 정부가 출범한 후 북방외교에 주력한 덕분이다. 이전에도 간헐적인 접촉이 있었지만 정부가 남북 관계를 위시해 소련·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정책 목표로 삼았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재료가 새로운 만큼 주식시장도 강하게 반응했다. 건설과 무역업종이 주요 대상이었는데 정부 출범 이전인 1987년 중반부터 오르기 시작해 1988년에 업종지수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이들 두 업종과 금융을 합쳐 ‘트로이카’라고 불렀다.
1990년 이후는 더 중요한 남북 간 이벤트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이나 수차례 핵실험이 그런 예에 해당한다. 재료의 강도는 1980년대 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지만 주가는 며칠 간 오르거나 떨어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정도에 그쳤다.
이런 변화는 남북 관계라는 동일한 재료가 반복된 데 따른 피로감 때문이다. 비슷한 경우가 계속될 경우 투자자들은 과거 주가를 통해 미래 흐름을 예측할 수 있게 되는데, 반응이 미리 나오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든다.
주식을 보는 투자자들의 눈이 달라진 점도 반응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1980년대 말은 우리 주식시장이 처음 대중화된 시기다. 투자 경험이 짧아 풍문과 막연한 기대가 투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이런 경향은 1992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시작되면서 바뀌어 기업 실적이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도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작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재료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남북 문제가 그 경우에 해당했다.
이번 남북 관계 개선이 경제협력 본격화 등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시장 전체보다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영향이 나타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5월 들어 건설을 포함한 산업재와 철강 등 소재산업이 상승률 1,2위를 다투고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이 시장의 어떤 부분에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경협 관련주의 부상은 주식시장에 생각지도 않던 변화를 가져왔다. 6개월 이상 주식시장을 끌고온 바이오 주식의 하락이 그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수 차례 인상하고 그 영향으로 국내외 시중금리도 올랐음에도 유동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익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도 높지만 주가에 대한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투자 형태가 단기화돼 호재가 발생하는 쪽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문제는 반대쪽인데 기존에 주가가 올랐던 종목의 경우 자금이 빠르게 빠져 나가고 있다. 바이오 주식이 그 경우에 해당하고 있다.
바이오 주식의 하락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다. 셀트리온이 40만원을 기록했던 3월에 이미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주가가 하락한 원인을 연구개발비에서 찾고 있지만 이 부분이 핵심 요인이 아니다. 가장 압박이 되고 있는 건 실적 대비 주가가 너무 높다는 사실이다. 2월에도 연구개발비가 문제가 돼 셀트리온의 주가가 하락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하락이 단기에 끝나고 빠르게 회복해 거래일 수 13일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가의 방향이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비 처리의 적정성 여부가 이미 한 번 거론돼 재료에 대한 신선함이 약해졌는데도 말이다. 이유는 명백하다. 2월에는 주가가 상승 과정에 있어 악재를 흡수하는 정도가 강했다. 지금은 하락 와중이어서 악재가 사실보다 증폭되고 있다. 동일한 사건이라도 상황에 따라 해석하는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수익성과 비교해 바이오 주가가 너무 높다는 건 대부분의 투자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남북 관계 호전에도 바이오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근본 이유다.
당분간 바이오 주식의 의미있는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주가가 단기에 크게 하락할 만큼 반등이 나올 수는 있지만 고점을 높여가는 상승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락은 기업에 따라 다른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기업 내용이 있는 종목은 고점 대비 조만간 1차 지지선을 만들겠지만 중소형 바이오 주식은 그 이상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바이오에 이어 남북 경협주까지 상승 대열에서 벗어날 경우 그 다음은 어떤 주식을 선택해야 할까? 이익과 PER의 관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현재 IT업종은 전체의 40%가 넘는 이익 비중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PER이 7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에 대한 평가가 박하기 때문이다. 금융은 이익 비중이 15% 정도인 반면 PER은 IT보다 높다. 다른 업종도 금융과 사정이 비슷하다. 가장 극단적인 예가 바이오인데 이익 비중이 2%도 되지 않음에도 PER은 70배가 넘는다.
바이오주 재상승 쉽지 않을 듯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보가, 차세대 통합 멀티미디어 시스템 장착한 '보가9 더 뉴 카니발 하이리무진' 공개
2신희은 밀레니얼 머니스쿨 대표가 강의를 선택하는 기준
3'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직장인에게 길을 안내합니다
4"개인적 욕구 커"…로제, 괴롭힘 언급에 눈물
5문가비, 정우성 아들 낳고 숨겨야 했던 이유
6'준조세 부담금' 폐지, 국회 문턱 넘기부터 난항
7“폐업 고민 중”...韓 배달시장 어디로 가나
8글로벌 금융산업의 리더가 되려면… 표준화 작업을 선점하라
9美 안보보좌관 내정자 "트럼프, 우크라 확전 우려…전쟁 끝내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