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구에서 지적 능력이 높은 사람은 시력이 좋지 않은 유전적 형질 가졌을 확률 30% 더 높아 인지기능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시력이 좋지 않은 유전자를 가질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사진:GETTY IMAGES BANK안경 쓴 어리숙한 아이가 시력이 아주 나쁜데도 성적은 뛰어나다. 하이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최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새 연구는 그런 고정관념에 진실의 일면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 연구팀은 지능과 연관된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북미·유럽·호주 출신 30만 명 이상에 관한 데이터를 심층 분석했다. 인지기능에 관한 사상 최대 규모로 일컬어지는 유전학적 연구였다.
인지란 정신이 지식을 습득하고, 변형시키고, 부호화하고, 저장하는 과정 전부를 포함한다. 지각, 이미지, 개념, 사고, 판단, 상상력 등 모든 지적 과정이 포함된다. 사람의 지각, 문제해결, 기억, 사고, 언어, 운동제어 등의 심적 기능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이번 에든버러대학 과학자들의 인지기능 연구 결과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전반적으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안경이 필요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이었다. 지적 능력이 평균을 뛰어넘는 사람들의 경우, 시력이 좋지 않아(특히 근시) 안경을 써야 하는 유전적 형질을 가졌을 확률이 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시력이 좋지 않은 유전자를 가질 확률이 더욱 높다는 뜻이다. 그동안 인지기능과 시력 간의 상관관계를 두고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DNA 분석을 통해 그 관계가 유전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런 분석 결과가 지적 능력과 시력을 결정짓는 유전자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긴 하지만, 정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외에도 이번 연구에서 높은 수준의 인지기능을 지닌 사람들은 심혈관계 건강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유전자와도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능이 높은 사람은 폐암·우울증 등에 걸릴 확률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고혈압 같은 변수들과 일반적 인지기능 및 반응시간(신체에 자극이 주어져서부터 반응이 나타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포함한 요인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유전자 중복’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반적인 인지기능과 반응시간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양극성 장애, 조현병(정신분열증) 같은 증상과도 유전자의 연관성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16~102세 참가자의 인지기능 측정 결과과 유전자 데이터를 융합함으로써 그런 결론을 도출했다. 그들은 기억력과 추리력, 반응시간, 공간인식 등 인지적 영역을 더 높이는 것과 관계 있는 148개 유전체 영역을 찾아냈다. 그중 58개는 이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영역이었다.
참가자의 지능은 인지 테스트와 언어·수리 추론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측정됐다.
연구팀은 인지기능 수준이 높은 참가자가 “수명이 길고 궁핍하지 않은 경향”을 보였다며 지능과 신체적 건강의 연관성이 왜, 어떻게 우리 뇌가 더 오래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그런 연관성이 인과관계를 말해주진 않는다고 인정하며 단지 상관관계일 뿐, 확정적 결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지능의 측정이 표준화되려면 아직 멀었다고도 밝혔다. 똑똑함에 대한 측정은 훨씬 어렵고 또 주관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영국 신문 가디언은 똑똑함과 유전자를 섣불리 연결시킬 경우 자칫 사이비 ‘인종과학’으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가디언은 “사람들이 안경을 쓴 사람을 더 똑똑하다고 여긴다는 증거는 많다”며 “(시력이 좋은) 변호사들도 법정에서 안경을 쓴 채 변론을 하는 건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게일 데이비스 에든버러대학 인지노화·인지역학센터(CCACE) 연구원은 “이 연구는 인지기능에 관한 가장 규모가 큰 유전자 연구로, 인지기능의 유전성에 기여하는 유전적 차이점만이 아니라 유전자가 건강과 뇌구조에 미치는 효과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이런 차이는 평생 인지기능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데 기초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CCACE 소장이며 논문의 주 저자인 이언 디어리는 “약 10년 전 우리는 3000명 규모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실시했지만 거의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참가자를 100배로 늘였고 연구자도 200명 이상이 나서면서 지능과 관련된 148개의 유전체 영역을 발견했다.”
하지만 디어리 소장은 더 자세한 그림을 보기 위해선 이번보다 훨씬 큰 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질병과 노화로 발생하는 인지기능의 감퇴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이번 연구 결과를 더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 결과로부터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한가지는 좋은 인지기능이란 결국 전반적으로 양호한 건강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디어리 소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인지 테스트 성적과 건강 관련 특성 사이에서 중복되는 유전자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나는 오랫동안 인간 지능을 연구해왔지만 지능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 이번에 우리가 실시한 새 연구가 건강과 지능의 상관성을 뒷받침해준다.”
영국 브라이튼 앤 서섹스 의과대학의 나타샤 시갈라 신경과학 부교수(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반응시간과 ADHD·양극성 장애·조현병 사이의 연관성이 가장 뜻밖이라고 말했다. 시갈라 교수는 인지기능을 측정하는 표준방식이 없으며 이번 연구 결과가 신체적 건강과 지능 사이의 인과관계를 나타내진 않는다는 연구팀의 설명에 동의했다. “인지기능의 유전학적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이번 연구는 표본규모 측면에서, 또 유전자와 건강 관련 특성 사이의 새로운 연관성을 파악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고 적응성이 뛰어난 뇌를 만들기 위해 어떤 유전자들이 함께 작용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이전의 어느 연구보다 더 대담하게 깊이 파헤쳐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또 서섹스대학의 박사 후 과정 연구원 맥사인 셔먼(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유전자와 건강 관련 특성이 왜 서로 연관되는지 그 이유를 아직 모른다. 이런 유전자들이 정확히 무슨 작용을 하는지, 또 그런 것이 어떻게 한편으론 시력을 약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론 일반 인지기능의 수준을 높이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런 유전자들이 좀 더 기본적인 특성과 관련 있을지 모른다. 그런 기본적인 특성이 시력과 지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캐시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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