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 2.0 시대 신풍속도] ‘맞춤·수출·변칙형’으로 거듭 진화
[렌털 2.0 시대 신풍속도] ‘맞춤·수출·변칙형’으로 거듭 진화
1인 가구 등 틈새시장 개척에 사활…국내외·업종 가리지 않고 렌털 사업 붐
사업자가 돈을 받고 제품 또는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빌려주는’ 렌털(rental)산업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19조5000억원이었던 국내 렌털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9000억원으로 5년 간 32.8% 성장했다. 2020년엔 40조원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일각에선 렌털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과 기존 사업 노하우를 등에 업고 ‘맞춤·수출·변칙형’으로 거듭 진화하며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이른바 ‘렌털 2.0(2세대 렌털)’ 시대의 신(新)풍속도, 국내외 다양한 렌털 비즈니스 현황 등을 짚어봤다. 전도유망한 산업 분야임에도 세간에 덜 알려져서 아직 진입한 사업자가 적을 때, 이런 시장을 블루오션이라 칭한다. 거꾸로 돈 잘 벌리기로 이미 널리 알려진 분야여서 출혈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인 경우가 레드오션이다.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서로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경쟁 상대가 자연스레 급증하면서 그만큼 수익성도 불확실해진다. 승자는 필연적으로 나오지만 더 철저히 상대방의 약점을 파헤치면서 내 강점을 살려 승부해야만 승자가 될 수 있다. 어지간히 차별화에 성공하지 않는 한, 후발주자일수록 승자보다는 패자가 되기 쉬운 시장이 레드오션이다(물론 승자도 고삐를 늦출 수 없다).
시장이 매년 폭발적으로 커지면서(올해 31조9000억원→2020년 40조1000억원 규모 전망) 기세가 등등한 국내 렌털 산업을 놓고 레드오션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너무 많은 사업자가 렌털산업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시장에 진입해 있는 반면에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눈이 높아졌다. 거금을 들여 뭔가를 구매하기보다 빌려 쓰는 게 일상이 됐지만, 렌털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다 보니 망설일 이유 역시 많아졌다. 지난 3월부터 집에서 렌털 안마의자를 쓰는 주부 최선화(43·서울 화곡동) 씨는 “신뢰감을 주는 기업인지 따져봄은 기본이고, 내게 꼭 필요한 서비스만 압축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는지를 예전보다 더 꼼꼼히 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1998년 웅진코웨이(현 코웨이)가 국내 최초로 가전 부문에서 렌털 서비스를 도입하고 승승장구한 이후 2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같은 대표적인 이른바 ‘렌털 1.0(1세대 렌털)’ 아이템은 후발주자가 몰려들면서 레드오션 우려가 확산됐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수기 등처럼 기존에 잘 알려진 렌털 가전들은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이 아니라 시장 진입장벽이 그만큼 낮다”며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가 됐고 앞으로는 아이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렌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렌털 업체만 2만4000여 곳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다루는 렌털 아이템은 1000종이 넘는다. 코웨이나 청호나이스처럼 제조사가 직접 종합 렌털 서비스를 하는 경우 이외에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렌탈케어처럼 비(非)제조사가 렌털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었다. 또 렌털시장에선 국산 브랜드 제품이 대세였지만 최근 수입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여기에 일부 기업들은 렌털시장이 커지면서 형성된, 렌털 제품의 사후관리 시장에도 주목했다. 이들은 타사가 제공한 렌털 가전을 전문적으로 청소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렌털 업계는 다각도로 생존과 발전을 모색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렌털 2.0 상품·서비스의 형태는 크게 세 갈래로 분석된다. 우선 ‘맞춤형 렌털’이다. 이제 기업들은 소비자 개개인의 기호나 취향에 맞게 기존 렌털 아이템을 재구성하거나, 새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데 적극적이다. 렌털에 익숙할 만큼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차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져서다. 특히 1인 가구나 반려인처럼 새로 급부상한 수요층을 렌털산업에서도 집중 공략할 틈새시장 수요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컨대 코웨이는 공기청정기 렌털에서 ‘맞춤형 필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인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수집한 약 110억개의 공기 질 관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주거환경·계절·시간대에 따라 소비자 개개인에게 최적화한 맞춤형 필터를 추천·교체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황사 현상이 특히 심한 봄철엔 ‘황사 필터’, 새집으로 이사한 가정엔 ‘새집 증후군 필터’, 집안에서 요리를 자주 하는 가정엔 ‘이중탈취 필터’를 각각 제공하는 식이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점유율 1위인 바디프랜드도 맞춤형 렌털사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2016년 정형외과와 한방재활의학과 등의 전문 의료진으로 구성된 ‘메디컬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 안마의자를 통해 다양한 신체의 심전도나 맥박 등을 분석하고 빅데이터를 수집하면서 개인 맞춤형 솔루션 제공에 나섰다. 올 들어 사람 두뇌로의 혈액 공급을 촉진하는 마사지 프로그램을 일부 제품에 적용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오래 앉아 공부하는 수험생은 어깨나 목의 결림이 심하고, 몸매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 여성은 엉덩이 위주의 마사지를 원하는 등 수요별로 원하는 안마의자의 기능이 다르다”며 “필요 기능 강화에 집중한 안마의자를 만들어 렌털 사업에도 적용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이런 노력들에 힘입어 지난 2007년 27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412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오는 9월부터 렌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재도약을 노릴 생활용품 업체 한경희생활과학도 맞춤형 렌털에 초점을 뒀다. 각종 뷰티기기와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등을 렌털 아이템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틈새시장 개척에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은 보다 이색적인 맞춤형 렌털 아이템으로 승부하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이색 렌털 아이템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소형 안마기가 대표적이다. 중소기업 텐마인즈는 지난 4월 6종의 ‘텐마인즈 브레오’ 안마기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눈·손·발·목 등 신체 부위별로 맞춤형 마사지를 받을 수 있으며 소화불량이나 불면증 같은 다양한 상황 설정 기능까지 갖췄다. 커다란 안마의자를 비용이나 공간의 제약 때문에 혼자서 빌려 쓰는 데 부담감을 느끼던 1인 가구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급성장한 반려동물 시장에 주목한 중소기업 이주코리아는 자체 브랜드 ‘붐(VUUM)’의 펫드라이룸 렌털로 반려인들로부터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펫드라이룸은 반려동물 전용 스킨케어 기기다. 반려동물의 털을 가꿔주는 ‘음이온 샤워 기능’이나 혈액 순환 및 피로 회복을 돕는 ‘근적외선 기능’ 등을 제공해준다. 맞춤형 렌털이라고 해서 기업과 개인 간 거래(B2C)에서만 통하는 얘기는 아니다. 기업 간 거래(B2B) 방식의 렌털 사업에서도 철저히 맞춤형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렌탈의 차량 공유(카셰어링) 브랜드 ‘그린카’는 지난 2월 ‘법인 전용 맞춤형 카셰어링’ 서비스를 출시하고 B2B 고객들의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법인별 업무 환경에 맞게 업무용 차량을 카셰어링 형태로 제공, 그만큼 법인들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법인마다 사업 목적이 달라 차량 이용 방식도 제각각”이라며 “이를 고려해 ‘멤버십’ ‘부분 개방형’ ‘개방형’ 세 가지 맞춤형 상품을 구성했다”고 했다. 멤버십 상품에 가입하면 이 회사의 전국 2800여 차고지에서 원하는 때 차량을 골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부분 개방형 상품에 가입하면 주중 업무시간 등 법인 특성에 맞게 이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개방형 상품은 원하는 때 24시간 이용 가능하되 법인 전용 차량이 지급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KT렌탈을 인수하면서 롯데렌탈로 사명을 바꾸고 B2B와 B2C를 아우르는 렌털 사업 확대에 나선 바 있다. 이 밖에 국내 3위 렌터카 업체 AJ렌터카도 7월에 카셰어링 스타트업 ‘링커블’을 인수하고 장기 렌털 위주의 법인 고객을 위한 맞춤형 카셰어링 서비스 제공에 나서기로 했다.
다음으로 ‘수출형 렌털’이다. 기존에 해외 렌털 사업에 나섰던 기업이 일부 있어 아주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국내 렌털 사업만으로는 레드오션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수출 시도가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 검증된 렌털 상품·서비스를 해외에서도 선보여 새 수익원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특히 내수시장이 두드러지게 포화상태가 된 생활가전 렌털 업계에서 수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들은 동남아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코웨이의 성공사례 때문이다. 앞서 코웨이는 2006년 말레이시아에서 렌털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해까지 65만개의 렌털 서비스 가입 계정을 확보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매출만 연간 2000억원 대다. 최기룡 코웨이 말레이시아 법인장은 “한국에서처럼 ‘코디’로 불리는 직원들의 체계적인 정수기 관리 서비스로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에 후발주자 가운데 쿠쿠홈시스가 2015년 쿠쿠전자 이름으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해서 지난해까지 렌털 계정 25만개의 실적을 올렸다. 성과가 나면서 현지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호나이스도 올해 2월 말레이시아에 법인을 설립한 후 영업 인력을 확보했다. SK매직 역시 올 하반기 중 이곳에 진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세안(ASEAN) 지역에서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최근 수년 간 향상된 점, 한류 붐을 타고 한국 기업이 사업을 전개하기가 더 편해진 점, 현지 정치·제도의 투명성이 담보되고 있다는 점 등 다양한 요인이 (진출 결정에) 작용했다”며 “말레이시아 외에 태국과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진출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렌털산업의 급성장은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생활가전을 빌려주고 직원들이 각 가정에 방문해서 관리해주는 개념의 한국식 가전 렌털 모델은 해외 시장에서 아직 경쟁자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사업 모델 자체가 국내에서 시작돼서다. 그만큼 짭짤한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얘기다. 국내에서 풍부한 렌털 사업 노하우가 있어 현지에서도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질수록 점진적인 사업 안정화가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해당 업계는 상황을 낙관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눈은 동남아 밖으로도 향하고 있다. 쿠쿠홈시스는 세계 2위 인구의 인도에서 지난 3월 법인을 설립한 후 1차 수출을 마치면서 렌털 서비스 확대에 자신감을 가졌다. 비슷한 시기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기청정기 첫 수출 성과를 낸 SK매직도 사우디와 터키 등지의 범중동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기업들로서는 철저한 현지화 노력을 더해야만 수출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 예컨대 코웨이는 2010년 말레이시아에서 정수기의 ‘할랄(halal) 인증(무슬림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 또는 처리·가공됐음을 인증)’을 받아 시장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식 방문 서비스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선진국에선 통할 확률이 낮아 진출할 수 있는 지역에 한계가 있다”며 “다만 기업들이 ‘승산 있다’고 보는 지역은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출혈 경쟁을 반복해야 하는 또 다른 레드오션이 될 위험성도 크다고 보고 다방면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변칙형 렌털’이다. 가전이나 의류·화장품 등 업종이 예측 가능하리만치 정해진 기존 렌털 1.0의 ‘암묵적 규칙’에서 벗어나, 과거라면 상상도 못했을 업종에서까지 렌털 개념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레드오션인 자기 업종에서 틈새시장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렌털 사업에 뛰어드는 변칙 작전을 구사 중이다.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지난 6월 호주 맥쿼리그룹과 손잡고 스마트폰 렌털 사업에 진출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9’, 애플 ‘아이폰X’ 등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가입자들이 빌려 쓸 수 있는 ‘T렌탈’ 서비스를 출시하면서다. 24개월(2년) 대여기간이 끝나면 반납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는 기존처럼 할부로 구매했을 때보다 더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 단말기 할부 수수료(5.9%)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갤럭시S9을 2년 간 빌려 쓰면 할부 구매 때보다 12만원, ‘아이폰8’은 18만원, 아이폰X은 21만원(각각 64기가 바이트 모델 기준)가량씩 아낄 수 있다. 월 렌털 요금이 갤럭시S9 3만4872원, 아이폰8 3만1885원, 아이폰X 4만7746원인데 정상 출고가로 구매할 때의 월 할부금보다 각각 7500원, 1만원, 1만2500원 저렴한 데서 나온 수치다.
최근 이 서비스에 가입해 아이폰8을 쓰기 시작한 대학원생 김지원(27·서울 신림동)씨는 “어차피 2~3년 주기로 스마트폰을 바꾸고 있는데,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경제성만 따져 렌털을 택해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여기간이 끝나기 전에 중고폰의 잔존가치만큼 돈을 내면 반납하지 않고 완전히 소유할 수도 있다. 호주 1위 이동통신사인 텔스트라와 이미 렌털 서비스를 운영 중으로 풍부한 시장 경험을 갖춘 맥쿼리가 렌털 요금과 중고폰 가치를 자체 선정한다. 고심 끝에 렌털 서비스를 도입한 SK텔레콤은 예상한 것보다도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높아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고객 분석 결과 고가 스마트폰 이용자가 중저가 스마트폰 이용자보다 더 자주 제품을 교체했는데 이들은 중고폰 처분 경험이 없는 경우가 약 70%나 된다는 점에서 렌털 잠재 수요가 있을 걸로 봤다”며 “현재 SK텔레콤 온라인 쇼핑몰 프리미엄 스마트폰 고객의 25%가 렌털을 선택할 만큼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향후 렌털이 가능한 스마트폰 기종을 더 늘릴 계획인 가운데,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렌털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렌털과 인연이 없을 것으로만 보였던 금융 업계에서도 카드사들이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렌털 사업에 눈을 돌렸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업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우선 이들은 렌털 업체와 손잡고 렌털 서비스 비용을 할인해주는 제휴 카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5월 알뜰폰 사업자 에넥스텔레콤과 손잡고 ‘스마트렌탈 GS칼텍스 신한카드 샤인’을 출시했다. 앞서 렌털 사업에 뛰어든 에넥스텔레콤은 2016년 온라인에서 냉장고나 침대 같은 가전·가구를 빌려주는 ‘스마트렌탈’ 플랫폼을 열었는데, 그 이용자가 렌털 요금을 자동이체하면 전월 실적에 따라 월 최대 1만5000원을 할인해주는 카드다. KB국민카드도 지난 6월에만 2종의 렌털 요금 할인 카드를 선보였다. 웅진렌탈(코웨이를 매각한 웅진그룹이 지난 3월 선보인 새 렌털 브랜드) 그리고 코웨이와 제휴해 각 기업의 생활가전 렌털 요금을 월 최대 1만7000~2만원 할인해준다. NH농협 카드도 중소 업체인 티엘씨글로벌에서 유통·판매하는 제품의 월 렌털 요금을 할인해주는 ‘NH올원 쇼핑&티엘씨 카드’를 선보였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규 가입자 유치 효과도 있지만,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비자가) 최소 몇 년은 정기적으로 카드를 결제해야 한다”며 “고객이 렌털 기간 동안 이탈하는 걸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점에선 이동통신사의 렌털 서비스도 비슷한 잠재 효과를 가진다.
카드사들은 제휴 카드 출시뿐 아니라 아예 자체 렌털 온라인 서비스 제공에도 나섰다. 하나카드는 6월에 SK매직과 손잡고 이 회사의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을 빌릴 수 있는 전용 온라인 서비스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신규 계약하고 하나카드로 자동이체하면 월 렌털 요금별로 청구 할인을 해준다. 우리카드도 LG전자 등과 제휴해 ‘위비마켓 렌탈’ 플랫폼을 열고 운영 중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진화한 렌털 시장이지만 기업이나 소비자 입장에선 꼼꼼히 따져볼 문제가 산적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기성 렌털 기업들도 수 차례 휩싸인 바 있는 서비스 품질 논란이다. 코웨이는 2016년 얼음정수기에서 폐암이나 비강암을 유발할 수 있는 중금속으로 알려진 니켈이 검출돼 논란의 장본인이 됐다. 코웨이 측은 “발암 가능성이 과장됐다”며 제품이 유해하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일부 소비자들이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걸어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다. 비슷한 시기 청호나이스도 얼음정수기에서 콧물로 보이는 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한동안 논란거리였다. 2000년대 중반 렌털 시장에 등장한 이후 인기를 모았던 대표적 렌털 품목인 가습기도 2011년 살균제 파동 이후 논란 속에 렌털 수요까지 급감하는 위기를 맞았다. 이에 렌털 기업들은 가습기와 공기청정기의 기능이 결합됐으며 살균제가 필요 없는 ‘가습형(자연필터인 물의 흡착력을 이용하는) 공기청정기’를 선보여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나섰다. 서비스의 이 같은 품질 논란은 레드오션이라는 양적 성장 문제의 이면에서 ‘질적 성장이 동반돼야만 한다’는 사실을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또렷이 각인시켰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서비스 품질 외에, 렌털 자체의 경제성을 더 꼼꼼히 짚어보게 된 것도 렌털 2.0 시대의 신풍속도다. 단순히 ‘렌털=저렴하다’는 인식이 렌털 1.0 시대를 지배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사서 쓸 때보다 정말로 저렴한가?’라는 문제 제기와 분석이 잇따르면서 국내 렌털 소비문화의 상당 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에 목돈이 들어가진 않는다는 점에서 정기적 관리가 필요한 가전을 쓸 땐 렌털이 (구매보다) 유리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오랜 기간 써야만 하는 제품인 경우는 직접 구매했을 때에 비해 전체 지불 비용이 오히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했다. 쇼핑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저렴하게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어진 데다, TV 홈쇼핑 같은 대중화한 구매 창구에서도 장기간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해 길게 보면 렌털보다 구매가 금전적으로 나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렌털 계약은 중간에 해지할 경우 위약금까지 물어야 한다. 부피가 큰 제품의 경우 제품 수거 비용에 더해 물류비와 설치비까지 물게 될 수도 있다. 제품을 구매했을 때 나중에 중고품을 팔더라도 잔존가치가 생각보다 높거나, 변심으로 바로 환불하는 경우 렌털 계약 해지보다 훨씬 나은 상황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가정에 꼭 필요한 제품인지를 따져서 신중하게 렌털 계약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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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가 돈을 받고 제품 또는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빌려주는’ 렌털(rental)산업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19조5000억원이었던 국내 렌털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9000억원으로 5년 간 32.8% 성장했다. 2020년엔 40조원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일각에선 렌털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과 기존 사업 노하우를 등에 업고 ‘맞춤·수출·변칙형’으로 거듭 진화하며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이른바 ‘렌털 2.0(2세대 렌털)’ 시대의 신(新)풍속도, 국내외 다양한 렌털 비즈니스 현황 등을 짚어봤다. 전도유망한 산업 분야임에도 세간에 덜 알려져서 아직 진입한 사업자가 적을 때, 이런 시장을 블루오션이라 칭한다. 거꾸로 돈 잘 벌리기로 이미 널리 알려진 분야여서 출혈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인 경우가 레드오션이다.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서로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경쟁 상대가 자연스레 급증하면서 그만큼 수익성도 불확실해진다. 승자는 필연적으로 나오지만 더 철저히 상대방의 약점을 파헤치면서 내 강점을 살려 승부해야만 승자가 될 수 있다. 어지간히 차별화에 성공하지 않는 한, 후발주자일수록 승자보다는 패자가 되기 쉬운 시장이 레드오션이다(물론 승자도 고삐를 늦출 수 없다).
시장이 매년 폭발적으로 커지면서(올해 31조9000억원→2020년 40조1000억원 규모 전망) 기세가 등등한 국내 렌털 산업을 놓고 레드오션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너무 많은 사업자가 렌털산업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시장에 진입해 있는 반면에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눈이 높아졌다. 거금을 들여 뭔가를 구매하기보다 빌려 쓰는 게 일상이 됐지만, 렌털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다 보니 망설일 이유 역시 많아졌다. 지난 3월부터 집에서 렌털 안마의자를 쓰는 주부 최선화(43·서울 화곡동) 씨는 “신뢰감을 주는 기업인지 따져봄은 기본이고, 내게 꼭 필요한 서비스만 압축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는지를 예전보다 더 꼼꼼히 보게 된다”고 말했다.
2020년 국내 렌털시장 40조원 규모 전망
실제 한국렌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렌털 업체만 2만4000여 곳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다루는 렌털 아이템은 1000종이 넘는다. 코웨이나 청호나이스처럼 제조사가 직접 종합 렌털 서비스를 하는 경우 이외에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렌탈케어처럼 비(非)제조사가 렌털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었다. 또 렌털시장에선 국산 브랜드 제품이 대세였지만 최근 수입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여기에 일부 기업들은 렌털시장이 커지면서 형성된, 렌털 제품의 사후관리 시장에도 주목했다. 이들은 타사가 제공한 렌털 가전을 전문적으로 청소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렌털 업계는 다각도로 생존과 발전을 모색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렌털 2.0 상품·서비스의 형태는 크게 세 갈래로 분석된다. 우선 ‘맞춤형 렌털’이다. 이제 기업들은 소비자 개개인의 기호나 취향에 맞게 기존 렌털 아이템을 재구성하거나, 새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데 적극적이다. 렌털에 익숙할 만큼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차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져서다. 특히 1인 가구나 반려인처럼 새로 급부상한 수요층을 렌털산업에서도 집중 공략할 틈새시장 수요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컨대 코웨이는 공기청정기 렌털에서 ‘맞춤형 필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인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수집한 약 110억개의 공기 질 관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주거환경·계절·시간대에 따라 소비자 개개인에게 최적화한 맞춤형 필터를 추천·교체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황사 현상이 특히 심한 봄철엔 ‘황사 필터’, 새집으로 이사한 가정엔 ‘새집 증후군 필터’, 집안에서 요리를 자주 하는 가정엔 ‘이중탈취 필터’를 각각 제공하는 식이다.
가족 구성원별 건강과 반려동물 관리 렌털로 해결
틈새시장 개척에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은 보다 이색적인 맞춤형 렌털 아이템으로 승부하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이색 렌털 아이템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소형 안마기가 대표적이다. 중소기업 텐마인즈는 지난 4월 6종의 ‘텐마인즈 브레오’ 안마기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눈·손·발·목 등 신체 부위별로 맞춤형 마사지를 받을 수 있으며 소화불량이나 불면증 같은 다양한 상황 설정 기능까지 갖췄다. 커다란 안마의자를 비용이나 공간의 제약 때문에 혼자서 빌려 쓰는 데 부담감을 느끼던 1인 가구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급성장한 반려동물 시장에 주목한 중소기업 이주코리아는 자체 브랜드 ‘붐(VUUM)’의 펫드라이룸 렌털로 반려인들로부터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펫드라이룸은 반려동물 전용 스킨케어 기기다. 반려동물의 털을 가꿔주는 ‘음이온 샤워 기능’이나 혈액 순환 및 피로 회복을 돕는 ‘근적외선 기능’ 등을 제공해준다.
B2B 렌털 아이템도 맞춤형 출시가 대세
다음으로 ‘수출형 렌털’이다. 기존에 해외 렌털 사업에 나섰던 기업이 일부 있어 아주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국내 렌털 사업만으로는 레드오션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수출 시도가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 검증된 렌털 상품·서비스를 해외에서도 선보여 새 수익원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특히 내수시장이 두드러지게 포화상태가 된 생활가전 렌털 업계에서 수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들은 동남아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코웨이의 성공사례 때문이다. 앞서 코웨이는 2006년 말레이시아에서 렌털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해까지 65만개의 렌털 서비스 가입 계정을 확보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매출만 연간 2000억원 대다. 최기룡 코웨이 말레이시아 법인장은 “한국에서처럼 ‘코디’로 불리는 직원들의 체계적인 정수기 관리 서비스로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에 후발주자 가운데 쿠쿠홈시스가 2015년 쿠쿠전자 이름으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해서 지난해까지 렌털 계정 25만개의 실적을 올렸다. 성과가 나면서 현지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호나이스도 올해 2월 말레이시아에 법인을 설립한 후 영업 인력을 확보했다. SK매직 역시 올 하반기 중 이곳에 진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세안(ASEAN) 지역에서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최근 수년 간 향상된 점, 한류 붐을 타고 한국 기업이 사업을 전개하기가 더 편해진 점, 현지 정치·제도의 투명성이 담보되고 있다는 점 등 다양한 요인이 (진출 결정에) 작용했다”며 “말레이시아 외에 태국과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진출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생활가전 렌털 업계, 동남아 쟁탈전
기업들로서는 철저한 현지화 노력을 더해야만 수출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 예컨대 코웨이는 2010년 말레이시아에서 정수기의 ‘할랄(halal) 인증(무슬림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 또는 처리·가공됐음을 인증)’을 받아 시장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식 방문 서비스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선진국에선 통할 확률이 낮아 진출할 수 있는 지역에 한계가 있다”며 “다만 기업들이 ‘승산 있다’고 보는 지역은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출혈 경쟁을 반복해야 하는 또 다른 레드오션이 될 위험성도 크다고 보고 다방면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변칙형 렌털’이다. 가전이나 의류·화장품 등 업종이 예측 가능하리만치 정해진 기존 렌털 1.0의 ‘암묵적 규칙’에서 벗어나, 과거라면 상상도 못했을 업종에서까지 렌털 개념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레드오션인 자기 업종에서 틈새시장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렌털 사업에 뛰어드는 변칙 작전을 구사 중이다.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지난 6월 호주 맥쿼리그룹과 손잡고 스마트폰 렌털 사업에 진출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9’, 애플 ‘아이폰X’ 등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가입자들이 빌려 쓸 수 있는 ‘T렌탈’ 서비스를 출시하면서다.
최신 스마트폰도 빌려 쓸 수 있어
최근 이 서비스에 가입해 아이폰8을 쓰기 시작한 대학원생 김지원(27·서울 신림동)씨는 “어차피 2~3년 주기로 스마트폰을 바꾸고 있는데,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경제성만 따져 렌털을 택해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여기간이 끝나기 전에 중고폰의 잔존가치만큼 돈을 내면 반납하지 않고 완전히 소유할 수도 있다. 호주 1위 이동통신사인 텔스트라와 이미 렌털 서비스를 운영 중으로 풍부한 시장 경험을 갖춘 맥쿼리가 렌털 요금과 중고폰 가치를 자체 선정한다. 고심 끝에 렌털 서비스를 도입한 SK텔레콤은 예상한 것보다도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높아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고객 분석 결과 고가 스마트폰 이용자가 중저가 스마트폰 이용자보다 더 자주 제품을 교체했는데 이들은 중고폰 처분 경험이 없는 경우가 약 70%나 된다는 점에서 렌털 잠재 수요가 있을 걸로 봤다”며 “현재 SK텔레콤 온라인 쇼핑몰 프리미엄 스마트폰 고객의 25%가 렌털을 선택할 만큼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향후 렌털이 가능한 스마트폰 기종을 더 늘릴 계획인 가운데,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렌털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렌털과 인연이 없을 것으로만 보였던 금융 업계에서도 카드사들이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렌털 사업에 눈을 돌렸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업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우선 이들은 렌털 업체와 손잡고 렌털 서비스 비용을 할인해주는 제휴 카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5월 알뜰폰 사업자 에넥스텔레콤과 손잡고 ‘스마트렌탈 GS칼텍스 신한카드 샤인’을 출시했다. 앞서 렌털 사업에 뛰어든 에넥스텔레콤은 2016년 온라인에서 냉장고나 침대 같은 가전·가구를 빌려주는 ‘스마트렌탈’ 플랫폼을 열었는데, 그 이용자가 렌털 요금을 자동이체하면 전월 실적에 따라 월 최대 1만5000원을 할인해주는 카드다.
카드사도 렌털 사업에 가세
카드사들은 제휴 카드 출시뿐 아니라 아예 자체 렌털 온라인 서비스 제공에도 나섰다. 하나카드는 6월에 SK매직과 손잡고 이 회사의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을 빌릴 수 있는 전용 온라인 서비스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신규 계약하고 하나카드로 자동이체하면 월 렌털 요금별로 청구 할인을 해준다. 우리카드도 LG전자 등과 제휴해 ‘위비마켓 렌탈’ 플랫폼을 열고 운영 중이다.
[박스기사] 렌털 2.0 시대의 그림자 - 코웨이 정수기에서 니켈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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