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즐기기에 관한 태도가 여성과 다르고 극단적 어림짐작으로 전력 과시하려는 경향 강해 여성의 경우 잠자리를 같이한 남성 수를 정확히 계산하고 싶어 해 여성의 답변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 사진:GETTY IMAGES BANK지금까지 잠자리를 같이한 이성 상대가 몇 명인가? 이 질문의 답은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그 수를 더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대다수 성생활 관련 조사는 남성이 여성보다 이성 파트너가 더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정된 소규모 표본에선 그 수가 거의 비슷해야 정상인 데도 말이다. 그래서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팀은 그런 ‘성별 격차’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 나섰다. 연구팀은 남성이 설문조사에 임할 때 지금까지의 섹스 파트너 수를 극단적으로 부풀릴 뿐 아니라 정확하게 계수하기보다는 어림잡아 추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글래스고대학 건강·웰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이 연구를 이끈 커스틴 미첼 박사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의 섹스 파트너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연구자들이 에이즈를 포함한 여러 성병 확산의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첼 박사는 설문조사 응답자 중 특히 남성이 섹스 파트너 수를 부풀리는 것이 오랫동안 연구자들을 괴롭혀왔다고 밝혔다. “그같이 왜곡된 응답이 나오는 이유에 관한 연구 대부분은 그 대상이 학생이나 고위험군 계층에 국한되거나 ‘실험실’ 조건에서 실시됐다. 따라서 그런 연구는 대중이 ‘현실 생활’에 관한 조사에서 어떻게 응답하는지 보여주지 못한다. 그에 비해 이번에 우리가 실시한 연구는 대규모 대표 표본 안에서 성별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모든 주요 요인을 심도 있게 조사한 첫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성연구저널(Journal of Sex Research)’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영국인의 성생활에 관해 약 10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설문조사인 ‘제3차 성적 태도와 생활방식에 관한 국가 조사(Natsal-3, 2010~2012년 16~74세 남녀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결과를 분석했다. 참가자 중 남성이 제시한 섹스 파트너 수는 생애 전체를 통해 평균 14.14명이었다. 그에 비해 여성은 7.12명이었다. 성별 격차가 7.02명이었다.
연구팀은 그런 성별 격차가 나타나는 주요 이유가 세 가지라고 결론지었다. 첫째는 남성이 ‘극단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경향이 여성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수를 말하기보다 부풀린다는 뜻이다. 둘째는 여성의 경우 잠자리를 같이한 남성의 수를 대충 짐작하기보다 정확히 계산하기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여성의 답변이 더 정확하다는 의미다. 셋째는 진지한 관계를 의도하지 않는 단순히 즐기는 만남에 대해 남녀의 관점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우선 연구팀은 자신의 전력을 과장한 참가자들에 의해 그 평균이 왜곡됐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그럴 가능성이 훨씬 더 컸다. 가장 많은 파트너 수를 제시한 남성의 백분위에서 상위 1%는 여성 파트너가 평균 110명이라고 답했다. 같은 백분위에 해당하는 여성은 남성 파트너가 평균 50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극단적인 남녀의 데이터를 제외하자 전체 평균이 상당히 낮아졌다. 그에 따르면 성별 격차가 7.02명에서 5.47명으로 줄었다.
그 다음 섹스 파트너를 계산하는 방식(정확한 계수냐 아니면 대략적인 추정이냐)을 감안하자 격차는 3.24명으로 더욱 줄었다. 제시한 파트너 수가 많을수록 대략적인 추정 수치를 제시한 사람이 많았다(그 경향은 끝자리 수가 0이 아니면 5라는 사실이 잘 보여준다). 연구팀은 남성이 여성보다 섹스 파트너 수를 부풀릴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대충 어림짐작으로 추정하는 남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파트너가 5~9명이라고 답한 사람 중에서 그 수를 대략적으로 추정한 남성의 비율은 24%, 여성은 15%였다.
거기에다 섹스를 향한 태도도 진실을 왜곡하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 보수적인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하룻밤 즐기기를 ‘전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비율이 여성은 9%, 남성은 18%였다. 또 혼외정사를 ‘어떤 경우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여성이 65%, 남성은 57%였다. 이런 태도는 자신의 섹스 파트너 수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지난해 5명 이상과 잠자리를 같이했다고 말한 남성의 36.6%와 여성의 23.8%는 하룻밤 즐기기를 ‘전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면 파트너가 1명이었다고 답한 남성의 15%와 여성의 8.8%가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태도를 반영해 데이터를 조절하자 섹스 파트너 수의 성별 격차는 2.63명으로 더욱 줄었다. 이 세 가지 요인을 모두 합하면 성별 격차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게다가 영국 국적이 아닌 파트너를 데이터에서 배제하자 이 역시 약간의 격차 감소로 이어졌다.
나머지 감안 요인은 성매매였다. 하지만 연구팀은 매춘 파트너를 제외해도 결과에서 큰 차이는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미첼 박사는 뉴스위크에 “우리 연구 결과는 성매매를 제외한 이성 파트너를 가진 사람에게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참가자들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사람도 최소 1명의 이성 파트너가 있다고 응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성 파트너가 없는 남녀도 우리 연구에 참가했다면 생애 전체에 걸친 파트너 수는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동일해야 한다.” 그는 앞으로 조사 방법을 개선할 계획이다. “설문의 표현 방식을 좀 더 세련되게 바꾸고, 참가자를 위한 비밀보장 전략을 강화하고, 참가자가 어떤 식으로든 개인적으로 평가받는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의 성·생식건강 교수이자 ‘성 연구저널’의 편집장인 신시아 그레이엄 박사는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성별 격차가 오랫동안 연구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연구가 왜 중요한지 묻자 그녀는 “영국 16~74세 남녀의 대규모 대표 표본 데이터를 사용해 성별 격차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가설을 테스트한 첫 시도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결과는 연구자들이 섹스 파트너 수에 관한 참가자의 주장을 평가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레이엄 박사는 여전히 이 표본에서 일부 집단의 데이터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완벽한 대표 표본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이 결과가 확인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연구 참가자들에게 섹스 파트너 수를 제시할 때 어림짐작보다 정확한 계수를 사용하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섹스 파트너가 더 많다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 남녀의 섹스 파트너 수에서 차이가 있다기보다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거나 사회적 규범에 따른 허위 응답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8월 13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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