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논란, 한국은행의 선택은] “내년 경제 더 어렵다” 11월 인상 유력
[금리 논란, 한국은행의 선택은] “내년 경제 더 어렵다” 11월 인상 유력
10월 금통위에서 ‘인상 2명, 동결 3명, 중립 1명’ 팽팽 … “금융불균형 심화” 판단 어느 쪽을 선택하든 한국은행의 부담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3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정례회의 얘기다.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기준금리 결정 회의다. 이번 금통위의 관전 포인트는 한은이 지난해 11월 연 1.25%에서 1.50%로 인상한 후 1년 간 묶어둔 기준금리를 올릴지 여부다. 현재 기준금리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상·하방 압력이 팽팽하게 맞선다.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 국내 고용·내수 부진, 경제성장률 하락, 이자 상환 부담 증가 등은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대내외 금리 격차 확대, 부동산 과열, 금융 시장 불안에 따른 정책 여력 확보 등을 보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해 보인다. 기준금리 결정은 데이터 종합 예술이라고 부른다. 결정은 인상이냐, 동결이냐, 인하냐 셋 중 하나지만 수많은 경제통계와 수치 간 상관관계, 다양한 해석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해서다. 11월 금통위에서는 동결과 인상 중에서 하나를 정해야 한다, 두 선택의 근거 모두 타당해 결정이 쉽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물경기에 큰 흐트러짐이 없다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가, 29일 국감에서는 “(경기)하방 압력 요인이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태도를 바꾼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일단 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제로금리 정책을 펼치던 미 연준이 2015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려 현재 2~2.25%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한국과는 0.5~0.75%포인트 차이다. 연준은 12월 기준금리을 더 올릴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도 3~4회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3~3.25%가 돼 한국과는 1.5~1.75%포인트 차이가 생긴다. 채권상품의 만기 구조와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더라도 단기적으로 국내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금리 인상에 실기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한국은행으로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될 수 있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성도 있다. 마침 통계청이 11월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 105.42로 전년 동기 대비 2% 상승하며 통화량 조절에 명분이 생겼다.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다. 물가안정은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첫 번째 목표다. 한국은행도 11월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앞으로도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해 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법이 정한 물가·금융시장 안정이란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지만, 금통위를 앞두고 한국은행이 정책 포지션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9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년 만에 최고인 108억 달러(약 12조원)를 기록하는 등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 압력 부담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경제환경에 대한 금통위 내부의 평가는 11월 6일 공개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살펴볼 수 있다. 10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당시 7명의 금통위원 중 고승범·이일형 위원이 기준금리 인상 의견을 냈다. 최근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수준을 봤을 때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8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는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썼는데 10월에는 ‘신중히’라는 단어를 뺐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이주열 총재와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캐스팅 보트를 쥔 가운데, 동결 의견을 낸 조동철·신인석·임지원 위원 중 한 사람이라도 인상으로 입장을 선회하면 금통위는 11월 기준금리를 올리게 된다. 당장은 동결보다 인상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통위가 열리기까지 사이에 금통위의 시그널을 받아들인 금융시장이 미리 움직여 시장금리에 변동이 생길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지연할 여지도 있다. 한국은행이 정책 여력을 남기는 차원에서 완급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2010년 7월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해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충격요법을 쓴 바 있다. 2014~15년 기준금리 인하기 때는 여러 시그널로 시장금리를 먼저 떨어뜨린 후 베이비 스텝으로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하했다.
다만 인상 시점을 고려하면 11월 밖에는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월 6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종전 대비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한국 경제가 2.6% 성장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2.7%로 예상하는 등 내년 경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가상승률 역시 한국은행의 관리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모순된 결정이다. 이에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편이 부담이 적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미국 중간 선거 결과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하원을 양분하면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점도 기준금리 인상의 길을 터줬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가 목표치에 부합하고, 수출경기 역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이어간다고 전제하면 11월 기준금리 인상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주택경기 과열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등 가계부채가 급증한 점도 금융안정 측면에서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11월 8일 ‘최근 금융불균형 상황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킨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총재는 10월 국정감사에서 “금리는 부동산 정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지만, 부동산 시장 과열→가계부채 증가→금융시장 불안으로 확대되면 통화정책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에 돈이 몰려 채권금리가 떨어진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 채권 매도가 늘어 채권금리가 오르는데, 최근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채권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미 간 기준금리차 확대에도 환매조건부채권(RP)·통화안정증권 등 낮은 금리의 정책 상품에 수요가 몰리는 비교과서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단기채 금리를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어, 한국은행으로서는 시간을 두고 금융시장 추이를 지켜볼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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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
일단 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제로금리 정책을 펼치던 미 연준이 2015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려 현재 2~2.25%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한국과는 0.5~0.75%포인트 차이다. 연준은 12월 기준금리을 더 올릴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도 3~4회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3~3.25%가 돼 한국과는 1.5~1.75%포인트 차이가 생긴다. 채권상품의 만기 구조와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더라도 단기적으로 국내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금리 인상에 실기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한국은행으로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될 수 있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성도 있다. 마침 통계청이 11월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 105.42로 전년 동기 대비 2% 상승하며 통화량 조절에 명분이 생겼다.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다. 물가안정은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첫 번째 목표다. 한국은행도 11월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앞으로도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해 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법이 정한 물가·금융시장 안정이란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지만, 금통위를 앞두고 한국은행이 정책 포지션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9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년 만에 최고인 108억 달러(약 12조원)를 기록하는 등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 압력 부담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경제환경에 대한 금통위 내부의 평가는 11월 6일 공개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살펴볼 수 있다. 10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당시 7명의 금통위원 중 고승범·이일형 위원이 기준금리 인상 의견을 냈다. 최근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수준을 봤을 때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8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는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썼는데 10월에는 ‘신중히’라는 단어를 뺐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이주열 총재와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캐스팅 보트를 쥔 가운데, 동결 의견을 낸 조동철·신인석·임지원 위원 중 한 사람이라도 인상으로 입장을 선회하면 금통위는 11월 기준금리를 올리게 된다. 당장은 동결보다 인상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통위가 열리기까지 사이에 금통위의 시그널을 받아들인 금융시장이 미리 움직여 시장금리에 변동이 생길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지연할 여지도 있다. 한국은행이 정책 여력을 남기는 차원에서 완급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2010년 7월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해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충격요법을 쓴 바 있다. 2014~15년 기준금리 인하기 때는 여러 시그널로 시장금리를 먼저 떨어뜨린 후 베이비 스텝으로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하했다.
다만 인상 시점을 고려하면 11월 밖에는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월 6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종전 대비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한국 경제가 2.6% 성장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2.7%로 예상하는 등 내년 경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가상승률 역시 한국은행의 관리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모순된 결정이다. 이에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편이 부담이 적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미국 중간 선거 결과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하원을 양분하면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점도 기준금리 인상의 길을 터줬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가 목표치에 부합하고, 수출경기 역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이어간다고 전제하면 11월 기준금리 인상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에 자금 몰리며 채권금리 하락
다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에 돈이 몰려 채권금리가 떨어진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 채권 매도가 늘어 채권금리가 오르는데, 최근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채권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미 간 기준금리차 확대에도 환매조건부채권(RP)·통화안정증권 등 낮은 금리의 정책 상품에 수요가 몰리는 비교과서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단기채 금리를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어, 한국은행으로서는 시간을 두고 금융시장 추이를 지켜볼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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