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검단신도시 가보니…] 3기 신도시에 치여 앞날 ‘첩첩산중'
[2기 검단신도시 가보니…] 3기 신도시에 치여 앞날 ‘첩첩산중'
서울·수도권 분양 열기에도 견본주택 한산 … 입지·교통 등에서 경쟁력 떨어져 서울외곽순환도로 김포나들목을 나와 한강신도시 방향으로 5분쯤 달리다 보면 경기도 김포시 태리교차로가 나온다. 교차로에서 좌회전 해서 계양천을 따라 다시 5분쯤 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대규모 공사장이 나온다.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한 곳인 검단신도시 택지조성공사 현장이다. 공사장을 끼고 신도시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줄지어 서 있는 아파트 견본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검단신도시 아파트 분양 현장이다. 아파트 분양이 시작됐지만 1월 18일 이곳은 한산했다. 평일인 탓도 있지만, 최근 위례신도시 등지에서 분양한 아파트 견본주택이 인산인해를 이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검단신도시는 인천 서구 당하·마전·불로동 등 일대 1118만㎡ 규모다. 지난해 10월 아파트 분양이 시작됐다. 성남 판교 신도시 등 다른 2기 신도시보다 많이 늦었지만, 분양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말 분양한 단지들은 청약 1순위에서 평균 5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1월 분양한 단지는 청약 1순위에서 모집 가구 수를 다 채우지 못했다. ‘불패’를 자랑하던 수도권 신도시에서 청약 1순위 미달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3기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검단신도시는 판교·위례·광교신도시와 함께 2006년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한 곳이다. 정부는 당초 검단신도시에 아파트 등 주택 9만 가구와 330만㎡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해 자족형 신도시로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2010년께 주택 분양을 시작해 2013년 입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검단신도시 예정지는 지금도 허허벌판이다. 이제야 택지조성공사가 시작돼 곳곳에 공사 가림막이 설치돼 있고,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쉴 새 없이 오간다. 정부가 공언했던 ‘분당급 신도시’는 온데간데 없다.
검단신도시 개발 사업은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군부대 이전 문제와 토지보상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보상이 늦어지면서 주민 이동, 부지 정리 등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제동이 걸린 것이다. 더구나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보상을 현금이 아닌 채권으로 하겠다고 나서자 주민들은 “차라리 개발 계획을 취소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2013년 당초 계획했던 2지구 개발이 취소되면서 검단신도시는 당초보다 700만여㎡ 적은 1118만㎡로 축소됐다. 이 바람에 공급 주택 수도 당초 9만2000가구에서 7만4700가구로, 인구 수도 23만에서 17만7000가구로 각각 줄어들었다. 신도시 규모가 확 쪼그라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검단신도시는 오랫동안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 외면 받아 왔다.
사업이 축소·지연됐지만 지난해 10월 첫 분양 때는 그래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정부의 9·13 대책이 나온 직후였는데도 첫 분양 단지가 청약 1순위에서 평균 6.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에도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데다 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 덕분이었다. 뒤이어 분양한 아파트도 청약 1순위에서 평균 5.1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1월 11일 청약 접수를 받은 단지는 청약 1순위에서 3개 주택형이 미달했다. 이날 청약 접수를 받은 또 다른 단지도 일부 주택형이 1순위에서 모집 가구 수를 다 채우지 못해 2순위로 넘어갔다. 비슷한 시기인 같은 위례신도시에 나온 단지가 청약 1순위에서 평균 1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11일 청약 접수를 받은 단지의 견본주택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말 3기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걱정은 했지만 영향이 바로 미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검단신도시 인근의 계양신도시 등 수도권 3기 신도시 4곳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는 서울 반경에서 2㎞ 이내로,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나 검단·판교 등 2기 신도시보다도 서울 접근성이 낫다는 평가다. 특히 검단신도시 인근의 계양신도시는 입지나 교통 등에서 검단신도시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다 보니 검단신도시 수요가 계양신도시를 기다리는 쪽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검단신도시 초입에 또 다른 신도시가 생기는데, 입지 여건 등만 놓고 보면 누가봐도 그쪽이 훨씬 낫다”며 “검단신도시와는 아파트 입주 시기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실수요는 계획대로 움직이겠지만, 투자 목적으로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춘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 수요가 검단신도시 청약을 주저하면서 미달 사태가 빚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계양신도시는 3기 신도시 중에서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계양신도시는 3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관계기관(인천시 등) 태스크포스(TF) 가동을 시작했다. TF에서는 신도시 교통망 조기 구축 방안,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승인·보상 등 사업추진 일정, 지역주민 건의사항 및 조치계획 등을 중점 논의할 계획이다. 또 국토부는 주민공람공고·전략환경영향성검토·사전재해영향성검토 후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 신도시 지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공동사업자인 LH와 인천도시공사는 이에 맞춰 지구계획 수립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속도라면 계양신도시는 정부 계획대로 2026년께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입주 시기가 검단신도시보다는 5년가량 늦을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입지 여건이나 교통 환경이 더 뛰어다나는 것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과 공항철도 환승역인 계양역을 중심으로 검단신도시는 북서쪽에 위치한 반면 계양신도시는 남동쪽에 자리한다. 서울 접근성 측면에서 계양신도시가 더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계양신도시는 서울 서부권인 인천 검단신도시나 송도·청라지구에 비해 입지 면에서 우월하다”며 “(계양신도시가 생기면) 서울 서부권 주택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검단신도시는 아직 서울과 지하철 연결이 안 돼 있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광화문 등 주요 업무지구로 출퇴근하는 사람으로서는 검단신도시에 거주하기 불편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서울 지하철 5호선을 검단신도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사업성을 판단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는 물론 개화동 방화차량기지와 건설물폐기시설이 이전할 부지도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검단신도시에 5호선이 생긴다고 해도 계양신도시 수요를 끌어 오기 힘들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까지 거리가 있기 때문에 급행열차가 아닌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계양신도시에는 기존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개선한 슈퍼BRT와 인천공항고속도로 전용나들목(IC)까지 생긴다. 이에 따라 김포공항까지는 차로 6분, 여의도까지 차로 15분,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까지는 40분대면 갈 수 있게 된다.
자족기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계양신도시에 판교테크노밸리 수준의 첨단 일자리 10만여 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가용용지의 절반에 가까운 약 90만㎡의 자족시설용지를 확보하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더드림(The Dream)촌 조성, 종합문화복지센터 건립,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PA)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창업지원시설을 집적화하는 더드림촌에는 4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업성장센터, 창업지원주택, 벤처타운, 혁신타운, 사이언스빌리지 등이 들어선다. 도시첨단산업단지 중복지정을 통해 입주 기업에게 저렴한 토지공급과 세제혜택 등 지원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공동시행사인 인천도시공사 박인서 사장은 “계양신도시가 조성되면 인천 부평·주안·남동국가산단 등 노후 제조업중심의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서울 마곡, 상암 DMC를 연결해 수도권의 새로운 첨단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단신도시에 예정돼 있던 퓨처시티(스마트시티)나 중앙대 인천캠퍼스 등은 모두 무산됐다. 퓨처시티는 두바이투자청(ICD)이 4조원 들여 검단신도시에 ‘한국판 두바이’를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이 무산됐다. 자족기능 없이 베드타운 기능만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는 비단 검단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2기 신도시인 한강신도시나 파주 운정신도시 등지를 살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신도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주택 수요 분산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과 거리가 먼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교통망을 우선 구축하고, 이후 3기 신도시를 조성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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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신도시는 인천 서구 당하·마전·불로동 등 일대 1118만㎡ 규모다. 지난해 10월 아파트 분양이 시작됐다. 성남 판교 신도시 등 다른 2기 신도시보다 많이 늦었지만, 분양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말 분양한 단지들은 청약 1순위에서 평균 5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1월 분양한 단지는 청약 1순위에서 모집 가구 수를 다 채우지 못했다. ‘불패’를 자랑하던 수도권 신도시에서 청약 1순위 미달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3기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사업 규모 확 쪼그라들어
검단신도시 개발 사업은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군부대 이전 문제와 토지보상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보상이 늦어지면서 주민 이동, 부지 정리 등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제동이 걸린 것이다. 더구나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보상을 현금이 아닌 채권으로 하겠다고 나서자 주민들은 “차라리 개발 계획을 취소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2013년 당초 계획했던 2지구 개발이 취소되면서 검단신도시는 당초보다 700만여㎡ 적은 1118만㎡로 축소됐다. 이 바람에 공급 주택 수도 당초 9만2000가구에서 7만4700가구로, 인구 수도 23만에서 17만7000가구로 각각 줄어들었다. 신도시 규모가 확 쪼그라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검단신도시는 오랫동안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 외면 받아 왔다.
사업이 축소·지연됐지만 지난해 10월 첫 분양 때는 그래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정부의 9·13 대책이 나온 직후였는데도 첫 분양 단지가 청약 1순위에서 평균 6.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에도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데다 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 덕분이었다. 뒤이어 분양한 아파트도 청약 1순위에서 평균 5.1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1월 11일 청약 접수를 받은 단지는 청약 1순위에서 3개 주택형이 미달했다. 이날 청약 접수를 받은 또 다른 단지도 일부 주택형이 1순위에서 모집 가구 수를 다 채우지 못해 2순위로 넘어갔다. 비슷한 시기인 같은 위례신도시에 나온 단지가 청약 1순위에서 평균 1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11일 청약 접수를 받은 단지의 견본주택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말 3기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걱정은 했지만 영향이 바로 미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검단신도시 인근의 계양신도시 등 수도권 3기 신도시 4곳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는 서울 반경에서 2㎞ 이내로,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나 검단·판교 등 2기 신도시보다도 서울 접근성이 낫다는 평가다. 특히 검단신도시 인근의 계양신도시는 입지나 교통 등에서 검단신도시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다 보니 검단신도시 수요가 계양신도시를 기다리는 쪽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검단신도시 초입에 또 다른 신도시가 생기는데, 입지 여건 등만 놓고 보면 누가봐도 그쪽이 훨씬 낫다”며 “검단신도시와는 아파트 입주 시기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실수요는 계획대로 움직이겠지만, 투자 목적으로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춘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 수요가 검단신도시 청약을 주저하면서 미달 사태가 빚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입지 여건 나은 계양신도시, 사업 속도도 빨라
입주 시기가 검단신도시보다는 5년가량 늦을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입지 여건이나 교통 환경이 더 뛰어다나는 것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과 공항철도 환승역인 계양역을 중심으로 검단신도시는 북서쪽에 위치한 반면 계양신도시는 남동쪽에 자리한다. 서울 접근성 측면에서 계양신도시가 더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계양신도시는 서울 서부권인 인천 검단신도시나 송도·청라지구에 비해 입지 면에서 우월하다”며 “(계양신도시가 생기면) 서울 서부권 주택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검단신도시는 아직 서울과 지하철 연결이 안 돼 있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광화문 등 주요 업무지구로 출퇴근하는 사람으로서는 검단신도시에 거주하기 불편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서울 지하철 5호선을 검단신도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사업성을 판단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는 물론 개화동 방화차량기지와 건설물폐기시설이 이전할 부지도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검단신도시에 5호선이 생긴다고 해도 계양신도시 수요를 끌어 오기 힘들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까지 거리가 있기 때문에 급행열차가 아닌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계양신도시에는 기존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개선한 슈퍼BRT와 인천공항고속도로 전용나들목(IC)까지 생긴다. 이에 따라 김포공항까지는 차로 6분, 여의도까지 차로 15분,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까지는 40분대면 갈 수 있게 된다.
자족기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계양신도시에 판교테크노밸리 수준의 첨단 일자리 10만여 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가용용지의 절반에 가까운 약 90만㎡의 자족시설용지를 확보하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더드림(The Dream)촌 조성, 종합문화복지센터 건립,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PA)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창업지원시설을 집적화하는 더드림촌에는 4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업성장센터, 창업지원주택, 벤처타운, 혁신타운, 사이언스빌리지 등이 들어선다. 도시첨단산업단지 중복지정을 통해 입주 기업에게 저렴한 토지공급과 세제혜택 등 지원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공동시행사인 인천도시공사 박인서 사장은 “계양신도시가 조성되면 인천 부평·주안·남동국가산단 등 노후 제조업중심의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서울 마곡, 상암 DMC를 연결해 수도권의 새로운 첨단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2기 신도시 활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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