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 휩싸인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고무줄 잣대에 객관성·형평성 시비
[논란에 휩싸인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고무줄 잣대에 객관성·형평성 시비
예정 공시가격과 큰 폭의 차이… 이례적인 장관 발표에도 불신·불만 커져 정부는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의 기준인 표준 주택 가격을 발표할 때 보도자료로 대신한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국토부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관 등 관계 부처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직접 브리핑했다. 지난해 말 예정 가격 공개 이후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세금 폭탄’ 우려가 커지자 장관이 설명에 나섰다. 하지만 장관이 직접 발표한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불신과 논란만 더 키웠다. 우선 ‘고무줄’ 공시가격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당초 예정한 가격과 최종 확정 가격 간 차이가 워낙 큰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올해 표준 주택 예정 공시가격에 대해 어느 해보다 많은 의견이 접수됐다. 역대 최고 상승률(전국 9.13%, 서울 17.75%)을 기록하며 급등하자 소유자들의 불만이 컸다.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의견 청취 건수가 전국 1599건이었다. 지난해(889건)보다 80% 급증했다. 서울이 653건으로 지난해(204건)보다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서울에선 강남구가 가장 많은 116건이었다. 지난해엔 28건이었다. 국토부는 전체 1599건 중 43%인 694건을 받아들여 조정률이 43%였다. 공시가격 산정 업무를 맡은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소유자와 지자체의 의견, 인근 주택 가격과의 균형을 살펴 조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정폭이 워낙 커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객관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14억3000만원으로 똑같았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2층 단독주택(연면적 289.69㎡)과 3층 다가구주택(연면적 480.12㎡)의 경우 둘 다 올해 예정 공시가격이 37억9000만원이었다. 의견 청취를 거치면서 단독주택은 27억3000만원으로, 다가구주택은 18억4000만원으로 서로 다른 가격으로 대폭 낮춰졌다. 마포구 연남동 2층 단독주택(연면적 177.79㎡)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10억9000만원에서 올해 32억9000만원으로 3배 가까이로 오를 것으로 예정 가격이 통지됐다. 최종 공시가격은 11억여원 내린 21억5000만원이다.
조정폭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25억9000만원이었던 강남구 역삼동 다가구주택(연면적 659.22㎡)의 경우 예정가격이 83억9000만원으로 고지됐다가 최종적으로 64억9000만원으로 결정됐다. 다가구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이 하향 조정됐다. 마포구 공덕동 한 다가구 주택은 공시가격이 지난해 8억8900만원에서 올해 15억2000만원으로 사전 통지됐다가 최종 10억1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상승률이 70.9%에서 14%로 뚝 떨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가구주택은 서민 임대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 과도한 보유세 증가시 세입자에 대한 임대료 전가로 이어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인상폭을 다소 낮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한두푼도 아니고 어떻게 수억원, 수십억원씩 달라질 수 있느냐”며 “공시가격 산정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단독주택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개별적인 특성이 강하다. 거래도 많지 않아 시세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2017년의 경우 전국 단독주택 매매거래 건수가 14만건이었다.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 대상은 400만가구 정도다. 거래 건수가 전체 재고 주택의 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제도의 신뢰성이 많이 떨어졌다”며 “공시가격 산정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의 형평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가격 수준별로 현실화율을 차등 적용하면서 고가 주택은 3중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정부가 밝힌 올해 표준 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구간대 별 최저·최고 상승률이 10배가량 차이 난다. 전국 평균 상승률이 9.13%인데 가장 적게 오른 시세 3억원 이하의 상승률이 3.56%, 최고 상승률은 25억원 초과의 36.49%다. 공시가격별 주택 수를 지난해와 비교하면 3억~6억원이 7.9% 늘어난 데 비해 20억원 초과는 105.2% 급증했다. 고가 주택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정부가 지난해 시세 상승분 반영에다 현실화율 제고까지 이중으로 상승 요인을 적용하면서 상승률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저가 주택은 거의 시세 상승분만 반영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 고가 주택 현실화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다른 주택과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게 아니라 더 높였다. 정부는 올해 표준 주택 공시가격 전체 평균 현실화율이 지난해 51.8% 대비 1.2%포인트 올라간 53%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고가 주택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수준(지난해 68%)이라고 덧붙였다. 중저가 주택 현실화율은 별로 높아지지 않은 셈이다.
고가 주택 입장에선 이전까지 정부가 잘못 산정해 고가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춰 놓고 이제는 오히려 다른 주택보다 지나치게 높였다고 반발한다. 가격대에 상관없이 현실화율이 같아야 정부가 말하는 현실화율 형평성에 맞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실화율 차등화는 ‘공평 과세’에도 어긋날 수 있다. 보유세는 과세표준금액에 매긴다. 과세표준금액은 공시가격 중 공정시장가액비율(재산세 60%, 종부세 올해 8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다르면 시세 대비 과세표준금액비율이 차이 나게 된다. 시세 1억짜리 주택의 현실화율이 70%이면 재산세 과세표준은 1억×70%(현실화율)×60%(공정시장가액비율)인 4200만원이다. 현실화율이 50%이면 1억×50%×60%인 3000만원이다. 시세는 같은데 현실화율에 따라 과세표준금액만이 아니라 세율, 종부세 적용 여부 등이 달라져 세금이 크게 차이 날 수 있다. 고가 주택은 저가 주택과 비교하면 종부세와 높은 세율 외에 높은 시세 반영률까지 3중으로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가격대별 지난해 대비 올해 보유세 증가율이 공시가격 상승률 차이(5배)의 3배 수준인 15배나 차이 난다. 정부가 설명한 시세 구간대별 중간 가격에 공시가격 상승률을 적용해 추정하면 종부세 대상이 아닌 시세 15억원 이하는 보유세가 공시가격 상승률과 비슷하게 늘어난다. 이에 비해 공시가격이 24% 오른 시세 15억~25억원 구간은 두 배 정도인 50% 오르고 20억원 초과에선 공시가격 상승률(38%)의 3배가량인 120%가량 증가한다.
세부담상한 덕에 올해 실제로 납부하는 보유세가 지난해의 150%(1주택 기준)를 넘지 않지만, 상한으로 줄어든 세금을 내년 이후 나눠 내게 돼 있어 총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세무사는 “고가 주택 보유세를 늘릴 목적이라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차별화하기보다 세율 등을 조정해야 한다”며 “공시가격 산정과 조세는 분리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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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3000만→37억9000만→18억4000만
그런데 조정폭이 워낙 커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객관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14억3000만원으로 똑같았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2층 단독주택(연면적 289.69㎡)과 3층 다가구주택(연면적 480.12㎡)의 경우 둘 다 올해 예정 공시가격이 37억9000만원이었다. 의견 청취를 거치면서 단독주택은 27억3000만원으로, 다가구주택은 18억4000만원으로 서로 다른 가격으로 대폭 낮춰졌다. 마포구 연남동 2층 단독주택(연면적 177.79㎡)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10억9000만원에서 올해 32억9000만원으로 3배 가까이로 오를 것으로 예정 가격이 통지됐다. 최종 공시가격은 11억여원 내린 21억5000만원이다.
조정폭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25억9000만원이었던 강남구 역삼동 다가구주택(연면적 659.22㎡)의 경우 예정가격이 83억9000만원으로 고지됐다가 최종적으로 64억9000만원으로 결정됐다. 다가구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이 하향 조정됐다. 마포구 공덕동 한 다가구 주택은 공시가격이 지난해 8억8900만원에서 올해 15억2000만원으로 사전 통지됐다가 최종 10억1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상승률이 70.9%에서 14%로 뚝 떨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가구주택은 서민 임대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 과도한 보유세 증가시 세입자에 대한 임대료 전가로 이어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인상폭을 다소 낮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한두푼도 아니고 어떻게 수억원, 수십억원씩 달라질 수 있느냐”며 “공시가격 산정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단독주택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개별적인 특성이 강하다. 거래도 많지 않아 시세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2017년의 경우 전국 단독주택 매매거래 건수가 14만건이었다.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 대상은 400만가구 정도다. 거래 건수가 전체 재고 주택의 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제도의 신뢰성이 많이 떨어졌다”며 “공시가격 산정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의 형평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가격 수준별로 현실화율을 차등 적용하면서 고가 주택은 3중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정부가 밝힌 올해 표준 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구간대 별 최저·최고 상승률이 10배가량 차이 난다. 전국 평균 상승률이 9.13%인데 가장 적게 오른 시세 3억원 이하의 상승률이 3.56%, 최고 상승률은 25억원 초과의 36.49%다. 공시가격별 주택 수를 지난해와 비교하면 3억~6억원이 7.9% 늘어난 데 비해 20억원 초과는 105.2% 급증했다. 고가 주택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정부가 지난해 시세 상승분 반영에다 현실화율 제고까지 이중으로 상승 요인을 적용하면서 상승률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저가 주택은 거의 시세 상승분만 반영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 고가 주택 현실화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다른 주택과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게 아니라 더 높였다. 정부는 올해 표준 주택 공시가격 전체 평균 현실화율이 지난해 51.8% 대비 1.2%포인트 올라간 53%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고가 주택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수준(지난해 68%)이라고 덧붙였다. 중저가 주택 현실화율은 별로 높아지지 않은 셈이다.
고가 주택 입장에선 이전까지 정부가 잘못 산정해 고가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춰 놓고 이제는 오히려 다른 주택보다 지나치게 높였다고 반발한다. 가격대에 상관없이 현실화율이 같아야 정부가 말하는 현실화율 형평성에 맞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실화율 차등화는 ‘공평 과세’에도 어긋날 수 있다. 보유세는 과세표준금액에 매긴다. 과세표준금액은 공시가격 중 공정시장가액비율(재산세 60%, 종부세 올해 8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다르면 시세 대비 과세표준금액비율이 차이 나게 된다. 시세 1억짜리 주택의 현실화율이 70%이면 재산세 과세표준은 1억×70%(현실화율)×60%(공정시장가액비율)인 4200만원이다. 현실화율이 50%이면 1억×50%×60%인 3000만원이다. 시세는 같은데 현실화율에 따라 과세표준금액만이 아니라 세율, 종부세 적용 여부 등이 달라져 세금이 크게 차이 날 수 있다. 고가 주택은 저가 주택과 비교하면 종부세와 높은 세율 외에 높은 시세 반영률까지 3중으로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시세 반영률 53% vs 68%
세부담상한 덕에 올해 실제로 납부하는 보유세가 지난해의 150%(1주택 기준)를 넘지 않지만, 상한으로 줄어든 세금을 내년 이후 나눠 내게 돼 있어 총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세무사는 “고가 주택 보유세를 늘릴 목적이라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차별화하기보다 세율 등을 조정해야 한다”며 “공시가격 산정과 조세는 분리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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