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흔들리는 주택 투자 수익성] 자본이득·임대수익 두 바퀴 모두 ‘헐렁’

[흔들리는 주택 투자 수익성] 자본이득·임대수익 두 바퀴 모두 ‘헐렁’

정부 규제, 공급 증가에 매매가 내리고 전셋값도 떨어져… 오피스텔 투자 수익률도 하락
아파트와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많이 늘며 주택 임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9500여가구의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
주택 투자는 자본수익률과 임대수익률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 자본수익률은 몸값(시세) 상승률이고 임대수익률은 투자금 대비 임대수입 비율이다. 전자는 교환가치이고 후자는 사용가치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등으로 최근 몇 년 새 가격이 많이 오른 서울에서도 주택 투자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몸값이 내리는 데 이어 임대수익성도 나빠지며 투자성을 지탱하는 두 바퀴 모두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투자에 인내가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전셋값 급등세를 타고 오르던 주택 임대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과 전세 평균 가격에 2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를 적용해 실제로 들어간 금액 대비 전세 임대수익률을 계산한 결과 역대 최저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억1000만원이고, 평균 전셋값은 4억4800만원이었다. 금리는 최근 통계인 지난해 말 2.27%다. 매매가격에서 전세보증금을 뺀 자기 자본 대비 수익률이 2.81%다. 한국감정원이 월간 매매·전셋값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1월 이후 최저다. 앞서 가장 낮은 때는 2016년 9월(2.95%)이었다. 1년 전인 2018년 1월 수익률은 3.88%로, 그 사이 1%포인트 넘게 낮아졌다.

금리 상승에도 전세 임대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전셋값이 내리기 때문이다. 매매가격도 하락하지만 이보다 폭이 더 크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내려가면서 수익률도 동반 하락한다. 현재 서울 아파트 시세가 1년 전과 비교해 매맷값은 3.44% 올랐는데 전셋값은 2.16% 내렸다.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한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보더라도 전셋값 하락폭(-1.79%)이 매매가격(-1.13%)보다 훨씬 크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지난해 1월 65.2%에서 지난 1월은 55.3%로 하락했다.
 은행 이자보다 못한 전세 임대 수입
전셋값 하락세가 가파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수익률이 더욱 낮다. 강남·송파구는 은행 금리보다 낮은 2.0~2.1%선이고 서초구는 근소하게 더 높은 2.3%다. 국민은행 시세 정보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가 평균 매매가격 16억원, 평균 전셋값 7억7500만원이다. 전세 수익률이 2.13%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 가까이 되는 강북지역 수익률은 좀 낫다. 성북구 평균 매매가격이 5억5800만원, 평균 전셋값 3억7000만원으로 수익률이 4.5%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2단지 전용 84㎡의 경우 3.2%다.

주택 월세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데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전환율이 2011년 1월 한국감정원 조사 이후 역대 최저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4%다. 강남권은 4% 밑으로 떨어졌다. 송파구가 3.6%로 가장 낮다. 3.6%이면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돌리면 연간 360만원, 월세 30만원이다. 잠실 부동산중개업 관계자는 “전·월세전환율이 3% 이하인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증금 비중이 작고 월세 위주여서 주택보다 임대수익률이 좀 더 나은 오피스텔의 수익률도 많이 하락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4.63%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4.86%)보다 0.23%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2010년 7월 이후 최저다. 임대수익률 하락에는 마찬가지로 오피스텔 전·월세전환율이 한몫한다. 지난 1월 기준 6.15%로, 역시 조사 이후 가장 낮았다. 수익형부동산전문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오피스텔 임대수익률 하락이 나타난다. 서울 수익률이 지난해 1년 동안 4.97%에서 4.87%로 1%포인트 떨어졌다.

임대수익률 하락은 임대 수요 대비 공급량 초과가 주된 원인이다. 임대 수요 척도의 하나인 서울 인구수가 많이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인구가 976만 명이다. 1년 전보다 9만1000명 줄었다. 서울 인구 감소세가 나타난 2011년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이와 달리 공급량은 급증했다. 지난해 서울에 입주한 새 아파트가 3만6000여 가구로, 2015~17년 연평균 물량(2만5000여 가구)의 1.4배 수준이었다. 오피스텔 입주 물량도 2014~15년 연평균 1만5000실 정도에서 2016년 1만9000실, 2017년 2만6000실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1~9월까지 입주 물량이 1만5000실이었다. 앞으로 임대수익률은 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4만3000가구로, 지난해보다도 훨씬 많다. 2017년 오피스텔 건축허가 물량이 3만실로 2015~16년 각 2만실보다 50% 급증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많이 늘어나는 세금이 임대수익률을 갉아먹는다. 주택 전세 임대 소득에서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빼면 수익률이 ‘제로’에 가깝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의 전세보증금(9억6000만원) 연간 이자 수입이 2100여 만원으로 시세에서 보증금을 뺀 11억원 대비 임대수익률이 2.1%다. 이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0억6800만원이었고, 지난해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면 올해 13억8800만원으로 예상한다. 올해 예상 공시가격 15억원 집에 살고 있으면 올해 예상 보유세가 총 2800여 만원이고 아크로리버파크 몫은 1300여 만원이다. 보증금 이자 수입에서 이 세금을 제외하면 800만원 정도만 남아 수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8%다.
 보유세 증가, 임대소득 과세도 부담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이 30% 이하로 떨어진 재건축 단지는 보증금 연간 이자 소득으로 세금도 제대로 못 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76㎡의 보증금 연간 이자소득이 980여 만원이다. 올해 공시가격 12억원으로 예상하는 집에 사는 2주택자의 경우 은마에 해당하는 보유세가 950만원 정도다.

월세가 많은 오피스텔은 올해부터 연간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세금을 내야 한다.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하지 않고 14%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연간 2000만원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이 123만원이다. 임대소득의 6% 넘게 세금으로 나가게 된다. 전문가들은 신규 임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분간 부동산 시세가 좀 더 하락할 전망이고, 임대수익률도 내리막 흐름이기 때문이다.

임대수익률이 그나마 올라가면 낮거나 ‘마이너스’인 자본 수익률을 상쇄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몸값이 몇 개월 새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올랐고 임대수입은 줄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몸값이 좀 더 떨어지고 임대수익률이 좀 더 좋아질 때까지 신규 투자는 신중하고 기존 투자 수익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尹 조사 앞둔 공수처, 수사 준비 속도…성탄절 출석 응할까

2日 자녀없는 고령남성 2050년 2배 증가…고독사 우려 커져

3 남태령 경찰차벽 28시간여만에 철수…“트랙터 관저까지 행진”

4“강용석, 4년간 변호사 못한다”…도도맘 무고교사 유죄 확정

5‘크리스마스 이브’, 사람 가장 많이 모이는 곳 명동 아닌 ‘이곳’

6‘이재명은 안된다’ 선관위 현수막 불허에…국힘 “편파적 결정”

7금융자산 10억 이상 ’부자‘ 46만명…300억이상도 1만명 넘어

8비트코인, 나흘 만에 하락세 ‘멈춤’…9만7000달러대 거래

99980원 ‘초가성비’…3주 만에 1만5000개 팔린 케이크

실시간 뉴스

1尹 조사 앞둔 공수처, 수사 준비 속도…성탄절 출석 응할까

2日 자녀없는 고령남성 2050년 2배 증가…고독사 우려 커져

3 남태령 경찰차벽 28시간여만에 철수…“트랙터 관저까지 행진”

4“강용석, 4년간 변호사 못한다”…도도맘 무고교사 유죄 확정

5‘크리스마스 이브’, 사람 가장 많이 모이는 곳 명동 아닌 ‘이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