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영의 초저금리 시대 자산 증식법] 원유ETF 거래 때 롤오버코스트 유념
[조재영의 초저금리 시대 자산 증식법] 원유ETF 거래 때 롤오버코스트 유념
현물에서 선물로 갈아탈 때마다 1% 수수료… 미래 시점 선물, 현재 선물보다 비싸게 거래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충민씨는 지난해 10월 초 배럴당 76달러까지 치솟던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원유가격이 12월 중순 이후 43달러 아래로 하락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뉴스를 본 김씨는 원유 가격이 저점에 근접했다는 생각이 들어 원유ETF인 ‘TIGER원유선물’에 투자했다. 12월 26일 당시 매입 단가는 약 3235원이다.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란 KOSPI200과 같은 특정 지수나 자산의 가격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펀드다. 펀드지만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처럼 거래된다. ETF는 인덱스펀드와 마찬가지로 소액으로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개별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할 뿐 아니라 운용의 투명성과 저렴한 운용보수가 장점이다.
김씨가 원유ETF에 투자한 후 원유가격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4월 5일 뉴욕상업거래소 기준 WTI 원유가는 배럴당 63.08달러를 기록했다. 매입 당시보다 약 50%가량 상승한 셈이다. 그러나 김씨가 투자했던 TIGER 원유ETF는 4월 5일 종가 기준 4380원으로 매입가 3235원 대비 35% 상승하는 데 그쳤다. 평소 KODEX200, TIGER200 등 주가지수 관련 ETF들을 활용해서 투자를 해왔던 김씨는 기초자산의 가격과 이를 추종하는 ETF의 가격의 괴리율이 크지 않았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던 터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가장 큰 이유는 ‘롤오버코스트(Roll-over Cost)’ 때문이다. 롤오버코스트는 쉽게 설명하면 갈아타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대부분의 유가펀드나 원유ETF는 원유 현물(現物, 현재의 상품이나 주식)을 매입하는 구조가 아니다. 원유 현물은 직접 매입, 매도할 경우 운반비용, 보관비용, 거래비용, 보험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펀드들은 현물거래가 아닌 선물(先物, 향후 일정 시점의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거래)로 거래된다. 즉, 유가ETF는 원유선물을 통해 원유(WTI)라는 자산에 투자한다. 이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TF 또는 원자재 펀드의 공통된 구조다.
그런데 원유(WTI)선물이라는 것은 딱 한 가지가 아니다. WTI선물에는 월별로 결제물이 따로따로 존재한다. 우리는 통상 가장 가까운 달 기준 WTI선물 거래가격인 ‘최근월물 WTI선물 가격’을 그냥 편하게 WTI가격이라고 통칭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보았던 WTI가격은 사실 WTI선물가격 중 올 1월 결제물 가격이었고, 1월에 봤던 WTI가격은 WTI선물가격 중 2월 결제물 가격이었던 것이다. 즉, 우리가 신문에서 접하게 되는 WTI가격(정확하게는 WTI선물가격)이란 것이 사실 여러 번 종목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원유ETF나 원유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매입한 원유 선물이 다음달에 청산되는 시점이 되면 그 다음달 선물로 갈아타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을 롤오버코스트라고 부른다.
대개의 경우 미래 시점의 선물은 현재의 선물보다 약간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최근의 원유가격의 흐름처럼 강세가 지속될 경우에는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평균적으로 선물을 갈아탈 때마다 약 1% 안팎의 롤오버코스트가 발생하기 때문에 절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초자산의 가격 상승률을 기준으로 산정한 수익률보다 ETF나 펀드의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는 못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WTI와 같은 원유 뿐만 아니라 금·농산물 등 대부분의 원자재투자에서 발생한다. 최근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주식 및 채권에 대한 투자를 ‘전통적 투자’라고 본다면, 이들을 제외한 원자재·부동산·환(換) 등에 투자하는 것을 대체투자라고 한다. 이 중 원유·금·농산물 등 원자재(Commodity)에 대한 투자상품은 투자방식에 따라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현물 투자방식, 선물 투자방식, 관련 주식 투자방식이다. 위에서 설명한 원유에 대한 투자와 비슷한 금(Gold)에 대한 투자상품들을 예로 들어보겠다.
첫번째는 KRX 금이나, 은행의 골드뱅킹,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Gold ETF 등은 고객들이 투자한 자금으로 골드바와 같은 금 현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두번째는 ‘삼성KODEX 골드선물ETF’, ‘미래에셋TIGER금은선물ETF’,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ETF’ 등과 같은 금에 투자하는 ETF는 정확하게는 금 선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부 금펀드들도 금 현물보다는 금 선물에 투자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마지막으로 ‘블랙록월드골드펀드’ 와 같은 금 펀드는 금광회사와 같은 금과 관련된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세 가지 투자방식 중 롤오버코스트를 감안해야하는 투자방식은 바로 두번째 방식인 선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특징을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은행·증권회사·자산운용사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이런 민원에 금감원은 ‘롤오버코스트’의 개념에 대해 투자자에게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품을 판매한 증권회사와 담당 직원의 책임을 물은 사례도 있었다. 투자자들의 민원이 늘면서 금감원과 각 금융회사에서는 롤오버코스트에 대한 설명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원자재에 투자할 때에는 반드시 ① 현물에 투자하는 펀드인지 ② 선물에 투자하는 펀드인지 ③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인지 확인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투자자가 롤 오버코스트에 대한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 필자는 현재 금융교육컨설팅회사 웰스에듀(Wealthedu)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삼성생명 FP센터 팀장, NH투자증권 PB강남센터 부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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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란 KOSPI200과 같은 특정 지수나 자산의 가격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펀드다. 펀드지만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처럼 거래된다. ETF는 인덱스펀드와 마찬가지로 소액으로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개별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할 뿐 아니라 운용의 투명성과 저렴한 운용보수가 장점이다.
김씨가 원유ETF에 투자한 후 원유가격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4월 5일 뉴욕상업거래소 기준 WTI 원유가는 배럴당 63.08달러를 기록했다. 매입 당시보다 약 50%가량 상승한 셈이다. 그러나 김씨가 투자했던 TIGER 원유ETF는 4월 5일 종가 기준 4380원으로 매입가 3235원 대비 35% 상승하는 데 그쳤다. 평소 KODEX200, TIGER200 등 주가지수 관련 ETF들을 활용해서 투자를 해왔던 김씨는 기초자산의 가격과 이를 추종하는 ETF의 가격의 괴리율이 크지 않았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던 터라 이해할 수 없었다.
원유값 올라도 펀드 수익률 기대 못미칠 수도
그런데 원유(WTI)선물이라는 것은 딱 한 가지가 아니다. WTI선물에는 월별로 결제물이 따로따로 존재한다. 우리는 통상 가장 가까운 달 기준 WTI선물 거래가격인 ‘최근월물 WTI선물 가격’을 그냥 편하게 WTI가격이라고 통칭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보았던 WTI가격은 사실 WTI선물가격 중 올 1월 결제물 가격이었고, 1월에 봤던 WTI가격은 WTI선물가격 중 2월 결제물 가격이었던 것이다. 즉, 우리가 신문에서 접하게 되는 WTI가격(정확하게는 WTI선물가격)이란 것이 사실 여러 번 종목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원유ETF나 원유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매입한 원유 선물이 다음달에 청산되는 시점이 되면 그 다음달 선물로 갈아타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을 롤오버코스트라고 부른다.
대개의 경우 미래 시점의 선물은 현재의 선물보다 약간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최근의 원유가격의 흐름처럼 강세가 지속될 경우에는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평균적으로 선물을 갈아탈 때마다 약 1% 안팎의 롤오버코스트가 발생하기 때문에 절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초자산의 가격 상승률을 기준으로 산정한 수익률보다 ETF나 펀드의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는 못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WTI와 같은 원유 뿐만 아니라 금·농산물 등 대부분의 원자재투자에서 발생한다.
원자재·부동산 등 투자하는 대체투자 늘어
첫번째는 KRX 금이나, 은행의 골드뱅킹,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Gold ETF 등은 고객들이 투자한 자금으로 골드바와 같은 금 현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두번째는 ‘삼성KODEX 골드선물ETF’, ‘미래에셋TIGER금은선물ETF’,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ETF’ 등과 같은 금에 투자하는 ETF는 정확하게는 금 선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부 금펀드들도 금 현물보다는 금 선물에 투자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마지막으로 ‘블랙록월드골드펀드’ 와 같은 금 펀드는 금광회사와 같은 금과 관련된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세 가지 투자방식 중 롤오버코스트를 감안해야하는 투자방식은 바로 두번째 방식인 선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특징을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은행·증권회사·자산운용사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이런 민원에 금감원은 ‘롤오버코스트’의 개념에 대해 투자자에게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품을 판매한 증권회사와 담당 직원의 책임을 물은 사례도 있었다. 투자자들의 민원이 늘면서 금감원과 각 금융회사에서는 롤오버코스트에 대한 설명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원자재에 투자할 때에는 반드시 ① 현물에 투자하는 펀드인지 ② 선물에 투자하는 펀드인지 ③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인지 확인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투자자가 롤 오버코스트에 대한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 필자는 현재 금융교육컨설팅회사 웰스에듀(Wealthedu)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삼성생명 FP센터 팀장, NH투자증권 PB강남센터 부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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